토요일 아침,  모처럼 맞이한 여유를 즐기며 이불 안에서 뭉그적거리고 있는데

머리 맡에 둔 휴대전화에서 윙~~~하며 진동이 울린다.

"뭐 하세요? 오늘 계림초등학교에서 영화 촬영이 있대요~"하는 지인의 목소리.

내용을 들어보니 최강희, 봉태규 주연의 '미나문방구'라는 영화를 찍는데

그 배경이 바로 계림초등학교 앞이고 오늘 그 영화의 운동회 씬을 찍는다는 것이다.

 

근처에 있는 학교에서 영화 촬영이 있다니.....보기힘든 구경거리임에 분명하다!

아침을 대충 대충 차려먹고 카메라를 챙겨들고는 서둘러 계림초등학교로 향했다.

 

 

 

 

계림초등학교 앞 골목에 이르니 골목이 뭔지 모르게 고색창연하게 탈바꿈했다.

105년 역사를 지닌 계림초등학교는 경주 구 중심가에 위치한지라 원래부터 오래된 건물이 근처에 많지만

간판이나 근처 상점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80년대로 돌아간 듯 그 모습이 더욱 바래어졌다.

 

 

 

 

학교 앞 벽에 붙은 광고판엔 추억의 SKC 비디오 테이프 광고가 붙어 있고 

 

 

 

 

썩은자는 유흥가로 애국자는 일터로.......라는 입간판도 80년대를 연상케 한다.

 

 

 

 

아! 계림초등학교 정문 바로 앞에 미나문방구 오픈세트가 만들어졌다.

원래는 계림문구사였다는데 미나문방구로 새옷을 갈아 입었다.

그런데 완전 낡아빠진 간판에 붙은 이름은 '미나 문방구'가 아니라 '미나 방구'!

간판 이름부터 웃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미나문방구의 내부에는 각종 오래된 학용품과 장난감들이 그득했는데

스텝이 지키고 앉아 철저히 촬영을 막는 바람에 내부 촬영은 하지 못했다.

 

 

 

 

계림학교로 들어가니 색색의 깃발이 하늘 높이 내걸리고 그 아래 체육복, 태권도복을 입은 아이들이 대기 중인데

완전히 초등학교 가을운동회 현장의 모습이다.

 

 

 

 

"아자아자! 할 수 있다!" 등의 구호가 쓰인 개선문 아래 청백기를 든 아이들의 응원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운동회에서 먹거리가 빠지면 서운한 법. 피자와 치킨 등 먹거리 난전들이 벌어졌다.

하지만 피자나 치킨이나 다 속에는 아무 것도 없는 빈통.

 그래도 완벽한 장면을 위해 소품 하나하나까지 손질하는 손길이 분주하다.

 

 

 

 

영화에서도 이 학교의 이름은 계림초등학교인가 보다.

"계림초등학교 가을대운동회", "아자아자! 화이팅! 계림 화이팅!" "푸른 꿈을 펼치는 계림한마당" 등

계림초등학교 가을 대운동회를 알리는 플래카드들이 차양막마다 내걸린 것이 보인다.

 

 

 

 

선덕여왕이나 대왕의 꿈 촬영하는 것을 지척에서 여러번 보기도 했지만 영화 촬영은 처음 보는 일.

촬영 장비들이 정말로 많고 카메라도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운동장 한가운데에서는 운동회의 꽃인 계주 씬 촬영을 위해서 아역배우들에게 연기 지도가 한창이다.

 

 

 

 

뽀사시한 얼굴을 위해 반사판이 높이 들려지고 붐마이크도 세팅이 완료되었다. 드디어 계주 씬 레디~~~~액션!

 

 

 

 

배턴을 받아든 아역들이 전력질주하면 운동장에 둘러선 아이들은 "이겨라~ 이겨라~"하면서 목청 돋우어 응원을 한다.

 

 

 

 

하지만 한컷에 OK 싸인이 떨어지는 법은 없는 법. 똑 같은 씬을 수십번 촬영하기도 하니 지루한 기다림dms 계속된다.

 

 

 

 

이날 운동회 씬 촬영을 위해 약 200명 정도의 아동들이 운동장에 모였는데

주조연급의 아역배우를 제외한 대부분 출연 아동들은 계림학교와 인근학교에서 일시조달한 보조출연 아동들이다.

 

 

 

 

그런데 보조출연하는 아이들의 모습들이 뚱뚱해도 너~~~~무 뚱뚱하다.

가을운동회 촬영이 아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초겨울에 이루어지는 것이라

아이들이 추울까봐 학부모들이 체육복 안에 내의를 겹겹이 입힌 것이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패딩을 체육복 안에 입기도 해서 꼭 눈사람이 굴러가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촬영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들은 통제가 안 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니 스텝들은 아이들을 모으느라 정신이 없고......

따라온 학부모들은 추운 날씨에 빨리 안 찍고 아이들 고생시킨다고 여기저기서 푸념을 하니

영화 하나 찍기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게 실감 나는 현장이다.

 

 

 

 

경험 삼아 보조출연으로 참가한 계림초등학교 아이들은

아침 7시부터 저녁 5시까지 추운 날씨에 바들바들 떨며 운동장에 서 있었는데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고생하는 것이 안쓰러워 따스한 물을 먹이고 연신 담요를 둘러주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긴 기다림과 추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겐 마냥 신나고 즐거운 경험인 영화 출연.

 

 

 

 

영화 '미나문방구'에서 운동회 씬은 두번 나온다고 한다.

한번은 어릴적 추억의 운동회로 80년대 풍의 운동회인데 지난번에 이미 촬영을 마쳤다고 하며

오늘 찍는 두번째 운동회는 미나와 강호가 어른이 되어서 만나는 2012년 현대의 운동회 모습이다.

 

 

 

 

32살 처녀가 고물문방구를 새 단장하면서 소중한 추억과

잊혀진 사랑을 파는 문방구로 바꾼다는 로멘틱 휴먼 드라마 '미나문방구'.

32살 처녀 미나역엔 최강희가, 계림학교 선생인 강호역에는 봉태규가 열연한단다.

 

그런데 도대체 주연인 최강희와 봉태규는 어디에 있는거야?

하도 출연진이 많은지라 주인공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기가 힘들다.

 

 

 

 

어! 드디어 최강희가 나타났다. 날씨가 너무 추워진지라 커다란 패딩코트로 중무장을 했다.

 

 

 

 

오버사이즈의 패딩을 입었지만 뽀얀 피부가 빛이 나는 최강희.

 옆 모습이 특히 이쁘다. 최강희 팬들은 강짱이라 한다지?

 

 

 

시골 문방구 주인에 어울리게 화장도 거의 하지 않았다. 연이는 촬영으로 인해 약간은 피곤해보이는 최강희.

 

 

 

 

아역배우들의 계주 씬 촬영이 끝나고 이제 드디어 최강희가 등장할 차례이다.

패딩을 벗고 약간의 메이크업을 한뒤 촬영을 위해 기다리는 최강희는

머리를 질끈 묶고 운동화에 촌스런 옷차림을 했지만 너무 날씬하고 이쁘기만 하다.  

 

 

 

 

"강호야~!"하고 부르면서 군중 속으로 달려가는 씬을 찍는 최강희.

한컷을 찍기 위해 몇번이고 달리가며 똑 같은 씬을 찍는 것을 보고 촬영장을 나섰다.

 

안강, 영천 등에서도 촬영이 진행되었다지만 주촬영장소는 역시 계림초등학교 앞 미나문방구이다.

촬영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기는 했지만 앞으로 얼마 동안은 이곳에서 촬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내년 설날에 개봉할 예정이라는 '미나문방구'. 어떤 영화가 되어 개봉될지 참 궁금하기만 하다.

 

 

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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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동안 손꼽아 기다리던 바캉스의 계절이 돌아왔다.
산으로, 계곡으로, 바다로, 혹은 워터 파크로......
길지 않은 여름 휴가를 어디에서 보내야 최고의 바캉스가 될지 고민부터 하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많이 찾는 피서지는 뭐니뭐니 해도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그렇게 사람이 많고 물도 더러운 곳에 뭐하러 가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들도 있지만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하고 비키니녀들의 터질 듯한 몸매와 함께
젊음이 살아 펄떡이는 해운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사람을 끄는 흡입하는 매력이 있는 곳임이 분명하다.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구별 안 될 정도로 자유롭고 화려한 해운대에서 즐길거리야 차고 넘치겠지만
오늘은 해운대 피서객들이 꼭 한번 경험해봐야 할 해운대 유람선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해운대 유람선은 해운대 해변의 동쪽 끝부분인 미포에 위치하고 있다.




입구에는 '관광 유람선'이라는 간판보다 '마라도 횟집'이라는 간판이 훨씬 더 크게 눈에 뜨인다.
유람선 선착장 2층에 자리잡은 마라도 횟집은 영화 '해운대'에서 설경구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횟집으로
영화의 여러 장면에서 너무나 많이 등장하여 눈에 익은 곳이다.

  



유람선 선착장 내부는 그다지 넓지 않고 내부 시설도 그저 그런 편이다. 




승선권을 사려고 개찰구에 가서 보니 승선료가 의외로 무지 비싸다.
대인이 18,000원, 소인이 11,000원이니 결코 만만한 가격이 아니다.

이렇게 비싼 승선료를 지급하고 유람선을 탈 만한 가치가 있을까? 잠시 고민하다 승선권을 구입했다.
승선표에는 이름과 전화번호를 꼭 기입해야 하는데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서 승선객들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관광 유람선의 일주 코스는 두가지이다. '해운대 -  롯데백화점 광복점' 코스와 '해운대 - 오륙도' 코스.
필자는 해운대에서 출발하여 오륙도를 돌아오는 코스를 선택했다.
유람선은 2층으로 되어 있는데 뜨거운 여름 햇살을 피해 대부분 아랫층에 앉아서 유람하는 자리를 선택한다.






이렇게 작은 배로 바다 한가운데 나가면 위험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조금 들었지만
선장님의 든든한 뒷모습을 보니 약간 안심이 된다.





배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조그마한 미포 항구가 서서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한다.
영화 '해운대'에서 하지원이 운영하던 포장마차 횟집은 사진 속의 빨간 등대와 노란 크레인 사이의 지점인 듯......

 



이윽고 속력을 내기 시작한 유람선, 하얀 물살을 흩날리며 부두를 떠나자 해운대가 뒤로 물러나고 달맞이 언덕이 한눈에 훤히 들어온다.




달맞이 언덕이 뒤로 물러나면 해운대 해변에 위치한 호텔과 아파트 들이 차례로 시야에 나타나고

 



이윽고 동백섬이 눈 앞에 펼쳐지면서 둥근 지붕의 누리마루 에이팩 하우스가 그 멋진 모습을 보인다.
누리마루 뒤로 병풍처럼 둘러쳐진 해운대 마린시티는 얼마나 높은지 숨이 턱 막힐 정도이다.
지난번 엄청난 화재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우신골든스위츠도 깔끔하게 새단장을 했다.





해운대 마린시티의 위용은 정말 대단하다. 여기가 도대체 한국인가.....의심될 정도로......
지금까지 마린시티의 스카이 라인을 뽐내던 더샵 아델리스나 대우월드마크콘도, 우신골드스위츠를 눈 아래에 두고
새롭게 들어선 해운대 아이파크나 대우 트럼프 월드 마린은 해운대의 스카이 라인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유람선이 속력을 더 높이니 해운대 서쪽에서 동쪽까지 한눈에 다 들어오고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는 답답하던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이런 맛으로 비싼 돈을 지불하고 유람선을 타는거로구나!





마린시티가 뒤로 서서히 물러나니 이젠 광안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멀리 보이는 광안대교의 자태는 정말 수려하다. 광안대교 야경투어도 있다는데 다음번에는 꼭 밤에 유람선을 타봐야겠다.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하고 유유자적 항해하는 요트는 마치 한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다.

유람선 2층에 서 있는 사람들이 새우깡을 던지니 갈매기가 전속력으로 유람선을 따라온다. 





인천대교 유람선에는 수많은 갈매기가 새우깡을 받아 먹으려고 전속력으로 유람선을 따라 온다는데
해운대 유람선을 따라오는 갈매기는 의외로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해운대 갈매기는 까칠한 도시 갈매기인가 보다.




한참을 가니 이윽고 저 멀리 오륙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오륙도와 함께 엄청나게 높은 고층 아파트가 눈 앞에 나타난다. 언덕 위의 성곽처럼 우뚝 서 있는 아파트는 오륙도  SK뷰이다.




오륙도가 보이기 시작하자 선장님은 마이크로 오륙도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질 낮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은 유람선의 엔진 소리에 묻혀서 소음으로만 들릴 뿐이고......



 
유람선이 북쪽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돌리니 드디어 하나 하나 갈라진 섬들이 그 모습을 나타낸다.

 



오륙도는 부산 북쪽 육지인 승두말로부터 가지런히 들어서있는 바위 섬들로
오륙도란 이름은 1740년에 편찬된 동래부지 산천조(東萊府誌 山川條)에
“오륙도는 절영도 동쪽에 있다. 봉우리와 뫼의 모양이 기이하고 바다 가운데 나란히 서 있으니
동쪽에서 보면 여섯 봉우리가 되고 서쪽에서 보면 다섯 봉우리가 되어 이렇게 이름한 것이다.
(五六島在絶影島東 峯巒奇古列之海中 自東視之則爲六峯 自西視之則爲五峯 故名之 以此)”라 기록된 바와 같이
 보는 사람의 위치와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데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승두말에서 가까운 섬부터 우삭도(밀물시에는 방패섬과 솔섬으로 나눠짐),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의 순서로 늘어서 있는데
각 섬마다 수직에 가까운 해안절벽과 짙푸른 바다가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여주고 있다.





오륙도는 섬의 수가 5개 또는 6개로 보인다는 신비감과 함께
명실상부한 부산을 대표하는 섬으로 그 상징성이 너무나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유람선으로 오륙도를 한바퀴 돌아보니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노래가 저절로 입 안에 흥얼거려진다.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형제 떠난 부산항에 갈매기만 슬피우네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목메어 불러봐도 대답없는 내 형제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





노래를 흥얼거리다 보니 작곡자 황선우씨가 해운대 유람선을 타고 영감을 받아 이 노래를 작곡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해운대 - 오륙도 유람선에서 보는 풍경과 조용필의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너무나 많이 닮아 있다.




오륙도를 돌아봤으니 아쉽지만 이제 출발지인 해운대로 돌아갈 시간이다.

유람선 선착장이 가까워지니 벌써 다왔나 생각이 들며 내리기가 너무 아쉽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유람선을 타고 부산 앞바다를 돌아보는 기분은 유람선 투어를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밤에는 광안대교와 부산 야경을 즐기는 야경 유람선도 있다는데 다음번에는 광안대교 야경투어에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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