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모처럼 맞이한 여유를 즐기며 이불 안에서 뭉그적거리고 있는데

머리 맡에 둔 휴대전화에서 윙~~~하며 진동이 울린다.

"뭐 하세요? 오늘 계림초등학교에서 영화 촬영이 있대요~"하는 지인의 목소리.

내용을 들어보니 최강희, 봉태규 주연의 '미나문방구'라는 영화를 찍는데

그 배경이 바로 계림초등학교 앞이고 오늘 그 영화의 운동회 씬을 찍는다는 것이다.

 

근처에 있는 학교에서 영화 촬영이 있다니.....보기힘든 구경거리임에 분명하다!

아침을 대충 대충 차려먹고 카메라를 챙겨들고는 서둘러 계림초등학교로 향했다.

 

 

 

 

계림초등학교 앞 골목에 이르니 골목이 뭔지 모르게 고색창연하게 탈바꿈했다.

105년 역사를 지닌 계림초등학교는 경주 구 중심가에 위치한지라 원래부터 오래된 건물이 근처에 많지만

간판이나 근처 상점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80년대로 돌아간 듯 그 모습이 더욱 바래어졌다.

 

 

 

 

학교 앞 벽에 붙은 광고판엔 추억의 SKC 비디오 테이프 광고가 붙어 있고 

 

 

 

 

썩은자는 유흥가로 애국자는 일터로.......라는 입간판도 80년대를 연상케 한다.

 

 

 

 

아! 계림초등학교 정문 바로 앞에 미나문방구 오픈세트가 만들어졌다.

원래는 계림문구사였다는데 미나문방구로 새옷을 갈아 입었다.

그런데 완전 낡아빠진 간판에 붙은 이름은 '미나 문방구'가 아니라 '미나 방구'!

간판 이름부터 웃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미나문방구의 내부에는 각종 오래된 학용품과 장난감들이 그득했는데

스텝이 지키고 앉아 철저히 촬영을 막는 바람에 내부 촬영은 하지 못했다.

 

 

 

 

계림학교로 들어가니 색색의 깃발이 하늘 높이 내걸리고 그 아래 체육복, 태권도복을 입은 아이들이 대기 중인데

완전히 초등학교 가을운동회 현장의 모습이다.

 

 

 

 

"아자아자! 할 수 있다!" 등의 구호가 쓰인 개선문 아래 청백기를 든 아이들의 응원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운동회에서 먹거리가 빠지면 서운한 법. 피자와 치킨 등 먹거리 난전들이 벌어졌다.

하지만 피자나 치킨이나 다 속에는 아무 것도 없는 빈통.

 그래도 완벽한 장면을 위해 소품 하나하나까지 손질하는 손길이 분주하다.

 

 

 

 

영화에서도 이 학교의 이름은 계림초등학교인가 보다.

"계림초등학교 가을대운동회", "아자아자! 화이팅! 계림 화이팅!" "푸른 꿈을 펼치는 계림한마당" 등

계림초등학교 가을 대운동회를 알리는 플래카드들이 차양막마다 내걸린 것이 보인다.

 

 

 

 

선덕여왕이나 대왕의 꿈 촬영하는 것을 지척에서 여러번 보기도 했지만 영화 촬영은 처음 보는 일.

촬영 장비들이 정말로 많고 카메라도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운동장 한가운데에서는 운동회의 꽃인 계주 씬 촬영을 위해서 아역배우들에게 연기 지도가 한창이다.

 

 

 

 

뽀사시한 얼굴을 위해 반사판이 높이 들려지고 붐마이크도 세팅이 완료되었다. 드디어 계주 씬 레디~~~~액션!

 

 

 

 

배턴을 받아든 아역들이 전력질주하면 운동장에 둘러선 아이들은 "이겨라~ 이겨라~"하면서 목청 돋우어 응원을 한다.

 

 

 

 

하지만 한컷에 OK 싸인이 떨어지는 법은 없는 법. 똑 같은 씬을 수십번 촬영하기도 하니 지루한 기다림dms 계속된다.

 

 

 

 

이날 운동회 씬 촬영을 위해 약 200명 정도의 아동들이 운동장에 모였는데

주조연급의 아역배우를 제외한 대부분 출연 아동들은 계림학교와 인근학교에서 일시조달한 보조출연 아동들이다.

 

 

 

 

그런데 보조출연하는 아이들의 모습들이 뚱뚱해도 너~~~~무 뚱뚱하다.

가을운동회 촬영이 아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초겨울에 이루어지는 것이라

아이들이 추울까봐 학부모들이 체육복 안에 내의를 겹겹이 입힌 것이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패딩을 체육복 안에 입기도 해서 꼭 눈사람이 굴러가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촬영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들은 통제가 안 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니 스텝들은 아이들을 모으느라 정신이 없고......

따라온 학부모들은 추운 날씨에 빨리 안 찍고 아이들 고생시킨다고 여기저기서 푸념을 하니

영화 하나 찍기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게 실감 나는 현장이다.

 

 

 

 

경험 삼아 보조출연으로 참가한 계림초등학교 아이들은

아침 7시부터 저녁 5시까지 추운 날씨에 바들바들 떨며 운동장에 서 있었는데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고생하는 것이 안쓰러워 따스한 물을 먹이고 연신 담요를 둘러주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긴 기다림과 추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겐 마냥 신나고 즐거운 경험인 영화 출연.

 

 

 

 

영화 '미나문방구'에서 운동회 씬은 두번 나온다고 한다.

한번은 어릴적 추억의 운동회로 80년대 풍의 운동회인데 지난번에 이미 촬영을 마쳤다고 하며

오늘 찍는 두번째 운동회는 미나와 강호가 어른이 되어서 만나는 2012년 현대의 운동회 모습이다.

 

 

 

 

32살 처녀가 고물문방구를 새 단장하면서 소중한 추억과

잊혀진 사랑을 파는 문방구로 바꾼다는 로멘틱 휴먼 드라마 '미나문방구'.

32살 처녀 미나역엔 최강희가, 계림학교 선생인 강호역에는 봉태규가 열연한단다.

 

그런데 도대체 주연인 최강희와 봉태규는 어디에 있는거야?

하도 출연진이 많은지라 주인공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기가 힘들다.

 

 

 

 

어! 드디어 최강희가 나타났다. 날씨가 너무 추워진지라 커다란 패딩코트로 중무장을 했다.

 

 

 

 

오버사이즈의 패딩을 입었지만 뽀얀 피부가 빛이 나는 최강희.

 옆 모습이 특히 이쁘다. 최강희 팬들은 강짱이라 한다지?

 

 

 

시골 문방구 주인에 어울리게 화장도 거의 하지 않았다. 연이는 촬영으로 인해 약간은 피곤해보이는 최강희.

 

 

 

 

아역배우들의 계주 씬 촬영이 끝나고 이제 드디어 최강희가 등장할 차례이다.

패딩을 벗고 약간의 메이크업을 한뒤 촬영을 위해 기다리는 최강희는

머리를 질끈 묶고 운동화에 촌스런 옷차림을 했지만 너무 날씬하고 이쁘기만 하다.  

 

 

 

 

"강호야~!"하고 부르면서 군중 속으로 달려가는 씬을 찍는 최강희.

한컷을 찍기 위해 몇번이고 달리가며 똑 같은 씬을 찍는 것을 보고 촬영장을 나섰다.

 

안강, 영천 등에서도 촬영이 진행되었다지만 주촬영장소는 역시 계림초등학교 앞 미나문방구이다.

촬영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기는 했지만 앞으로 얼마 동안은 이곳에서 촬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내년 설날에 개봉할 예정이라는 '미나문방구'. 어떤 영화가 되어 개봉될지 참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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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순이 김선아와 삼식이 현빈이 알콩달콩 싸우다 연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맛갈스럽게 그려
공전의 히트를 쳤던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기억하시는지?
김선아, 현빈, 다니엘 헤니, 정려원 4명의 훈남 훈녀가 나왔던 이 드라마를
본방 사수하고 재방 보고 다운 받아 보며 푹 빠져 살던 때가 엊그제 같다.

드라마에서 다니엘 헤니가 묵고 있던 멋진 게스트하우스가 대체 어딘가 하고 궁금해했었는데
최근에야 그집이 서울 계동에 위치한 락고재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락고재는 '내 이름은 김삼순'뿐 아니라 '영화는 영화다''비몽'등의 영화촬영지로도 유명하다는데
서울나들이길에 드라마와 영화에서 선보였던 게스트하우스 락고재를 찾아보게 되었다.

 




재동초등학교 뒷편에 위치한 락고재 앞에 이르니 생각 외로 문이 소박하고 단아하다.
입춘서가 붙은 대문의 문고리를 살짝 두드리니 주인 아주머니가 대문 사이로 얼굴을 빼꼼히 내어민다.






락고재를 한번 둘러보고 사진 몇장 찍을 수 있냐고 조심스럽게 물으니 들어와서 잠시 둘러보라고 문을 열어준다.




열어주는 문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서니 발밑에 바로 돌계단이 펼쳐진다.
우리가 많이 보던 여느 양반집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돌계단을 딛고 집안으로 내려서니 뒷뜰이 먼저 펼쳐지고 열린 대청마루 문 사이로 단아한 안뜰의 모습이 엿보인다.





전통 기와가 올려진 담장 아래 옹기종기 놓여진 장독들이 너무나 정겹다.
담장은 황토와 기왓장이 만나서 단아하면서도 세련된 문양을 창조했는데
담장 한가운데 다소곳이 자리잡은 쪽문은 금방이라도 문을 밀고 수줍은 볼을 가진 처자가 얼굴을 살그머니 내어밀 것만 같다.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문양의 커다란 굴뚝은 주변의 소나무, 대나무와 어우러져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하다.





좁은 뒷뜰을 기역자로 꺾어 돌아드니 솟을대문채가 나타난다.
이 솟을대문이 락고재의 정문인 듯 한데 아마도 접근의 편의성 때문에 뒷문을 주출입문으로 쓰는가 보다.





'옛것을 즐기는 집'이라는 뜻의' 락고재(樂古齋)는
130년 역사를 가진 한옥을 인간문화재 정영진 옹이 개조한 한국 전통 문화 공간이다.





이집은 1934년 한국의 역사 문학을 연구하기 위해 조직했던 '진단학회' 건물로 쓰이기도 한 집인데
건물이 헐리고 그 자리에 연립주택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듣고 지금의 주인인 안영환씨가 이집을 구입했다.





이후 2년 동안 세 명의 목수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낡은 집의 골격만 유지하고
기와, 담장, 정자, 연못, 장독대 등 전통의 멋을 살려 새로운 한옥으로 재창조해냈다고 한다.
 




대지 130평에 건평 45평, 방은 다섯 개이니 양반가의 한옥으로서 그다지 크다고 할 수 없는 규모지만
안채, 사랑채, 정자, 정원 등 네 개의 영역으로 구성된 치밀함이 돋보이는 집이다.






건물은 마당을 중심으로 ㅁ자형으로 짜여졌는데 곳곳에 과거 양반들의 풍류가 녹아들어 있는 것이 보인다.
선비들이 즐겼던 정자, 연못, 대청마루 등도 세심하게 되살려 머무르는 이로 하여금 멋스러운 풍류를 자아내게 한다.





특히 대청마루는 한옥이 품은 여백의 미를 더하며 청량감을 가져다주는데
대청문을 열고 시원한 마루에 등을 대고 누우면 한여름 무더위도 무섭지 않을 것 같다.





서울 도심인데도 집 안으로 들어서니 너무나 고요하여 전혀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한 느낌마져 주는 곳이다.





담장과 처마 사이에 곁들어진 구불구불한 소나무, 푸르름을 자랑하는 대나무는 편안함을 더해주고 






댓돌 위에 놓인 검정 고무신은 아름아름 향긋한 추억을 되살려주어 정겹기만 하다.





락고재에서는 숙박 뿐 아니라 풍류를 즐기며 한국 전통 문화를 함께 체험할 수 있는데
전통 한정식과 함께 다도, 찜질방, 궁중한복, 김치 담그기 등
투숙객의 국적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한국 전통의 미를 전하고 있다고 한다.





숙박 예약은 어떻게 받느냐고 물어보니 아쉽게도 락고재는 개인에게는 방을 대여하지 않는단다.
열 명 내외의 팀에게 집 전체를 빌려주는 방식이라고 하는데
이유는 방문객의 국적이나 취향이 다르면 문화 공감대도 줄어들기 때문이라나!
아쉽다!!! 옛스러움이 묻어나는 이런 한옥에서 하룻밤 머문다면 오랫동안 잊지못할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텐데.....



소박하지만 기품과 위엄이 흐르고, 특별히 치장하지 않아도 멋과 풍류가 그대로 묻어나오는 우리의 한옥.
오랫동안 간직해온 우리의 정서가 그대로 스며들어있는 한옥이 잘 보존되기를 바라면서 락고재의 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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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필자는 '경주 벚꽃 지금 어느 정도 피었나?'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는데
4월 10일경 경주 벚꽃이 경주 전역을 새햐얗게 뒤덮었지만 보문은 아직 때가 이르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지난 일요일에 보문 벚꽃놀이를 다녀가신 분들은 아직도 꽃봉오리 상태인 벚꽃을 보고
"다음 일요일에 오면 활짝 핀 벚꽃 아래서 산책할 수 있으려나?"
하며 약간의 실망감을 안고 돌아가야 했다.


예년의 경우를 들자면 시내 대릉원이나 알천북로, 황성동의 벚꽃이 활짝 만개하고도
1주일은 지나야 보문 호숫가의 벚꽃이 만개하는게 통상적이었기 때문에
4월 12일 정도 피기 시작한 꽃이 17일 일요일까지는 예쁘게 피어있으리라고 예상했는데....웬걸....
일요일에 꽃봉오리 상태에 지나지 않던 보문 벚꽃은 며칠 후 화요일에는 활짝 피어나
수요일에는 보문 호숫가의 거의 모든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산책길 전체를 새하얗게 뒤덮는 장관을 이루었다.

그런데 며칠 사이에 <미친 듯이>마구 마구 피어난 보문 벚꽃은
금요일에는 급격하게 떨어져 꽃비가 내리더니 일요일에는 남아 있는 벚꽃이 없는 정도가 되어 버렸다.

보통 일주일은 피어있어야 통상적인데 이번에는 봄날이 쌀쌀했던 관계로 꽃봉오리 상태로 계속 기다리고 있다가 
갑자기 날이 따스해지자 경주의 모든 벚꽃이 모두 한꺼번에 피어나선 3~4일 만에 그 수명을 다 해버리고 만 것이다.
그래서 17일 일요일 보문을 찾은 모든 상춘객들은 다 떨어져 버려 빨갛게 꼭지만 남은 벚꽃을 감상하느라 
벚꽃 상태를 전혀 모르고 밀려든 많은 인파와 교통 체증 속에서 짜증을 견디고 참아내야만 했다.



하지만 보문호에서 조금만 핸들을 틀면 이제야 활짝 만개하기 시작하는 멋진 벚꽃 터널을 만날 수 있는데 그곳은 바로 경주시 보덕동이다.

보문 대명 콘도를 지나 대형 물레방아를 지나 좌회전하면 아주 경치좋은 2차선 국도가 나오는데
천북면 쪽으로 가지 말고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 암곡동, 무장산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5분 정도 운전해가면 금새 이렇게 아름다운 벚꽃길이 좌우로 펼쳐지게 된다.




보문단지가 사람으로 발 디딜 새 없을 때에도 이곳은 아는 사람이 거의 많지 않은지라 한적하기 이를데 없다.

가족 단위 상춘객 몇 팀이 와서 느긋하게 간이 텐트를 펴 놓고 점심도 먹고 뛰어놀고 있고 간간히 몇몇 진사들이 다녀갈 뿐이다.




이 길로 쭈욱 가서 암곡의 골짜기를 따라 깊숙히 들어가면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었나 의심될 정도로 첩첩산중이 펼쳐진다.

강원도 산골이 연상될만큼 깊숙한 골짜기와 야산 등성이에 여기저기 펼쳐진 밀밭들은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곳이라
선덕여왕이나 태극기 휘날리며, 전우 등......의 많은 영화의 전투신들이 암곡동 이곳저곳에서 촬영되었다.




벚꽃길 바로 옆에도 이렇게 폐허가 된 집들이 여기저기 버려져 있는 것이 보이는데
이 건물들도 '태극기 휘날리며'를 찍었던 세트장이다.





여느 영화 세트장처럼 잘 보존되지도 관광객이 찾아오지도 않는 태극기 휘날리며 세트장.

많은 사람들이 이길로 지나가지만 대부분은 그저 시골에 흔히 있는 버려진 집이거니....하고 들여다 보지도 않고 지나가는 곳이다.




벚꽃길 옆 샛길로 내려가 갈대와 잡초가 우거진 길을 헤치고 가면 바로 앞에 나타나는 세트장, UN 만세라는 글귀가 아직도 선명하다.






세트장을 한바퀴 돌아보며 벚꽃길을 보니 암곡의 벚꽃은 이날이 완전 절정이다.





버려진 회색빛의 벽돌 건물과 말라비틀어진 잡초들만이 남아 있는 이곳에도 흐드러지게 핀 벚꽃과 함께 새봄이 찾아 왔다.






마을 뒷편 산의 나무들에도 연둣빛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간간이 피어난 산벚꽃이 마치 그림같이 눈앞에 펼쳐진다.

 




필자는 이 세트장에 사진 찍으러 여러번 와 보았지만 계절마다 느낌이 참 색다른 곳이다.






영화 세트장이라는 느낌보다는 쓰다가 버려진 시골 정미소 같은 느낌이랄까? 그저 이 동네에 오래전부터 있었던 건물 같다.






이렇게 폐허로 변한 벽에다 모델을 세워놓고 사진을 찍는다면 사진 초보라도 멋진 작품 사진 하나 건질 수 있을 듯 같다.






2~3일 내로 보문단지에 오시는 분들은 호숫가 벚꽃이 져버렸다고 실망하지 마시고
암곡으로 오시면 경주의 마지막 벚꽃을 감상하실 수 있을 듯......

아울러 암곡동 골짜기와 무장산으로 들어가신다면 경주의 숨은 비경을 눈에 담고 가실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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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공부보다 운동을 더 좋아하는 선비 호창은 

어느날 우연히 YMCA 회관에서 야구를 하는 신여성 정림과 선교사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호창의 아버지는 호창에게 서당을 물려받길 권유하지만 

호창은 정림에 대한 감정을 키워가며, 야구라는 신문물의 매력에 빠져든다.

이에 조선 최초의 야구단인 'YMCA 야구단'이 결성되고 황성 시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게 된다. 

이러한 가운데 조선은 일본의 강압에 의해 을사조약을 체결하게 되고 

YMCA야구단의 연습장이 일본군의 주둔지로 바뀌게 되는데.....

조선시대에 결성된 야구단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송강호(호창) 김혜수(정림)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긴 여운을 남겨주었던 영화 'YMCA 야구단'.

전주 한옥 마을 한 어귀에 자리잡고 있는 전주 향교가 바로 이 영화의 촬영지이다.


한옥 마을에서도 사람이 잘 찾지 않고 조용하기만 한 곳. 전주 한옥 마을 속의 또 다른 세상, 전주 향교를 찾아가 본다.


가을이 되면 노란 은행잎으로 채색되는 전주 향교는 우리나라 향교 가운데 온전히 보존된 향교 가운데 으뜸으로 친다.
고려 공민왕 3년(1354년)에 경기전 북편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건물은 조선 선조 때 건립되었다고 한다.


전주 향교의 현존 건물의 배치 형태는 들어가는 누각인 만화루를 지나면 정면에 일월문이 있고 일월문을 지나면
대성전을 중심으로 좌우에 동, 서무가 있자리잡고 있으며 대성전 담 뒤로는 명륜당이 있는데
 서쪽으로 장판각, 계성사, 양사재와 사마재 그리고 주위에 고직사 등 여러 건물이 있다.


대지 3130평에 모두 19동, 100칸에 이르는 방대한 전향교는 사적 제 379호로 지정되어 있다.  


대성전을 중심으로 양쪽의 동무와 서무는 배향 공간이고 명륜당을 중심으로 양편의 동재와 서재는 강학공간으로 이분되는데
대성전 중앙에는 공자를 비롯하여 안자, 자사, 증자, 맹자 등 다섯 성인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고려조 처음 지어진 건물은 경기전 옆에 세워졌는데 경기전이 지어진 뒤 유생들의 글 읽는 소리 때문에 태조의 영령이 편히 쉴 수 없다 하여
      화산 기슭(중화산동)으로 이전되었다가 좌사우묘(左社右廟)에 어긋나고 전주성 밖이라 다니기에 불편해서 선조36년(1603년)에 지금의 위치로 옮겨졌다고 한다.



향교에는 다섯 그루의 크고 오래된 은행나무가 눈에 뜨이는데  향교 내 서문 앞 은행나무는 수령이 400년이나 된다.
향교에 은행나무를 심은 뜻은 은행나무가 벌레를 타지 않듯 유생들도 건전하게 자라 바른 사람이 되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대성전을 지나면 강학 공간인 명륜당이 나온다.


 명륜당은 광무 8년(1904)에 군수 권직상이 고쳐 지었는데 앞면 5칸, 옆면 3칸의 규모이다.


강학 공간인 명륜당은 대성전과는 달리 전혀 단청이 되어 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영화의 많은 부분이 이 명륜당 앞에서 촬영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명륜당을 중심으로 역시 강학 공간인 동재와 서재가 대칭을 잘 이루고 들어서 있다.




동재의 마루에 앉아 명륜당 마당을 보니 탁 트인 정경이 시원하기 그지없고
특히 수백년 된 은행나무가 그늘을 넓게 드리워 여름에 더위를 식히기엔 더할 나위없이 좋은 곳이다.


한옥마을의 중심거리인 경기전 앞이나 전동 성당 앞이 인파로 북적이고 있을 때도
마을 가장자리에 자리잡고 있는 향교는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조용하기만 하다.
일기 화창하고 신록이 짙어지는 오월, 한옥마을 속 또 다른 세상, 전주 향교에서 지친 다리를 쉬며
은행잎 떨리는 소리, 작은 새소리와 함께 느림의 미학을 느끼는 시간을 가져봄은 어떠하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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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이 이제 이틀 앞으로 성큼 다가왔는데 여러분은 새해맞이를 어떻게 할 예정이신지 궁금하다.  지난번 소개해 드린 포항 호미곶 상생의 손가락 사이로 2010년의 새로운 해가 떠오르는 감격을 맛보고 싶으신 분들은 안 계신지?  혹시 호미곶에서 <헌>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감격과 행운을 체험하셨다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구룡포에 들려 밤새도록 새로운 해를 기다리며 깔깔해진 위를 죽으로 달래어 보심은 어떠신지....


호미곶에서 남쪽으로 차를 달려 구룡포에 이르면 부두 못 미쳐 나타나는 '구룡포 할매 전복집'.  외지에까지 알려진 상당히 유명한 맛집이고 작년에는 롯데 백화점에 분점까지 개점한 30년 전통의 전복집이라고 해서 아주 크고 화려한 식당인가 했더니 웬걸...살짝 골목으로 들어앉은 2층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이다.  지금은 할매 전복집의 원조가 되시는 '할매'이신 시어머니가 타계하고 며느리인 김정희씨가 2대째 전복집을 하고 있다. 

" 어머니가 하실 때는 자연산 전복이 앞바다에서 많이 났는데,
요즘은 여기 것만으로는 물량이 모자라 동해 전역에서 나는 전복을 쓴다"는데

종패(새끼전복)를 동해안을 따라 뿌려뒀다가 자라면 해녀나 해남(경북 동해안에는 해남이 있다)이 들어가서 채취하는 식이다.
완전 자연산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양식산도 아니니....
마치 장뇌 산삼과 같은 방법의 전복 채취라고나 할까?

메뉴는 전복회, 전복 물회, 전복 비빔밥, 전복회국수, 해삼 무침.....전복을 이용한 여러가지 음식이 있지만
가장 유명한 전복죽을 시켜보았다.

1인분에 12,000원.....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전복죽을 끓이는 동안 도토리묵이 나왔다. 도토리묵의 맛이 제대로이다.



간소하지만 깔끔한 반찬과 ......



무지 소박한 부추전.....



그리고 커다란 그릇에 한가득 짙은 녹색을 띤 전복죽이 나왔다.
짙은 녹색을 띤 전복죽의 비결은 싱싱한 전복에다 전복 내장을 적당히 으깨어 넣는 특유의 조리법에 있다고 한다. 



전복살이 얼마나 들었나.....하고 숟가락을 넣어 휘저어 보니 제법 큼지막한 전복살이 숟가락에 걸려 올라온다.
큼지막하게 썬 전복살이 대여섯개나 죽 속에 들어 있으니 다소 비싸다고 생각했던 전복죽값이 이해가 된다.




잘게 썰지 않고 큼직하게 썬 전복살이 다른 지역 전복죽과는 모양새가 다르고 한입 떠서 입에 넣으니 전복의 신선함이 입안에 가득하다.
영양가 만점인 전복죽 한 그릇을 다 먹고 나니 포만감에 온 세상이 내것 같고 추운 날씨에도 몸에 따스한 기운이 온 몸으로 퍼져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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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낡았지만, 빛 바랜 정다움이 있는 소박한 마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지금은 인근의 호미곶 해맞이 광장의 명성에 가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어촌 마을이 되었지만 일제 강점기에는 동해안 최대의 항구였던 곳.
아직도 뒷골목길은 3,4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며 구룡포 명동에는 일제 시대의 적산 가옥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서
여명의 눈동자같은 드라마나 마요네즈 같은 영화의 회상 장면이 여기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외지인들은 별로 볼 것 없는 어촌이라며 스쳐 지나가기만 하던 빛 바랜 마을 구룡포.
한번쯤은 차에서 내려 좁은 구룡포 뒷골목으로 성큼 들어가 오래 전 추억 속으로 빠져 들어가 보기도 하고

소박하고 정감어린 부두나 해변에서 싱싱한 회나 과메기, 전복죽을 맛보는 것도 더할 나위없이 좋은 '구룡포의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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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보스와 여의사의 만남.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다른 세계의 두 사람은 위급한 상황에서의 첫만남 이후 안타깝고 위태로운 사랑을 한다.
조금씩 서로의 세계를 무너뜨리며 가까워지는 두 사람 공상두(박신양)와 채희주(전도연).

1998년 상영되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가슴 아픈 사연으로 많은 사람을 눈물짓게 한 영화 '약속'.
당시 전도연과 박신양이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결혼식을 올리는 배경지로 등장했던
화려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아름다운 외관과 고색창연한 분위기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아름다운 성당은 바로 전주 '전동 성당'.
영화 '약속'뿐 아니라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지로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곳이다.



 한옥마을과 풍남문 한 중간에 고풍스러우면서도 편안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는 전동성당은 

조선시대 천주교도의 순교터에 세운 성당이다.


정조 15년(1791년)에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바오로_과 권상연(야고보), 그리고 순조 원년(1801년)에
호남의 첫 사도 유항검(아우구스티노)과 윤지헌(프란치스코)등이
풍남문 밖인 이곳에서 박해를 받고 처형되었다.


이들이 순교한 뜻을 기리고자 1889년 프랑스의 파리 외방 전교회 소속 보두네(Baudounet,尹沙物) 신부가 성당 부지를 매입하고
1908년 V.L.프와넬(朴道行) 신부의 설계로 성당 건립에 착수, 1914년에 완공했으니 100년의 역사를 지닌 건물이다.


성당은 화강석을 기단으로 사용한 붉은벽돌 건물로서 본당과 측랑의 평면 구성에다 내부는 둥근 천장으로 되어 있고


중앙의 종탑을 중심으로 양쪽에 배치된 작은 종탑들은 조화로운 입체감을 창출, 건물의 상승감을 더해 주며
종머리는 로마네스크의 주조에 비잔틴풍이 가미되어 있어 건물 본체와 잘 어울린다.


12개의 작은창이 있는 종탑부와 8각형 기둥에 8개 창을 낸 양쪽 계단형 돔이 있는
로마네스크풍의 독특한 양식은 명동 성당을 설계한 프와넬 신부의 설계이다.



건물의 주춧돌은 풍남문 성벽돌을 일부 사용했으며 벽돌은 공사를 담당했던 중국인들이 직접 구워서 만들었다.


좁고 길쭉한 본당에는 마침 미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앞으로 가까이 가지 못하고 뒷편에서 '살짝' 한컷만 찍었는데...


성당 내부는 외부보다 더 화려하고 고풍스러운데 명동 성당처럼 공중 회랑을 만들고 자연 채광이 되도록 많은 창을 내었다.


바깥에서 보는 창을 보면 스테인드 글라스의 색감을 짐작키 어려운데....


역시 스테인드 글라스는 안에서 보아야 진가를 느낄 수 있다.


바로 옆의 '사제관'은 본당을 세운 뒤 2대 주임 신부였던 라크루(瑟)신부가 1926년에 세운 건물이다.


전체적으로 좌우대칭을 이루는 사제관은 르네상스 양식을 바탕으로 로마네스크 양식을 가미한 절충식 건물로
조형적으로도 아름다운 외관을 유지하고 있으며 당시의 건축기법을 잘 살필 수 있어 본당과 함꼐 역사적 가치가 큰 근대 건축물이다.


2002년 전북도 문화재자료 제178호로 지정돼 현재는 전주교구천주교회유지재단에서 소유, 관리하고 있다.


사람들이 잘 돌아보지 않는 본당 건물의 후면으로 가보면 이 건물의 고고한 아름다움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데 
전면은 성당에 오는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다소 어수선한 느낌도 있으나 후면은 아주 조용해서 사색하기에도 좋다.
1988년에는  10월 원인모를 화재가 발생해 일부 소실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으나 

1992년까지 4년여간에 걸쳐 보수되어 현재는 깨끗한 모습이다. 


이 성당은 호남 지방의 서양식 근대 건축물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것의 하나로 한국 최초의 순교터라는 역사적 의미로 인해 
국가지정기념물 제288호로 지정되었고 인접한 풍남문, 경기전과 더불어 전통 문화와 서양문화 간의 융합의 상징이 되고 있다.


아름다운 외관과 주위 경관 덕분에 전국 사진동호인들이 가장 많이 명소 중 하나이며 
사랑의 서약을 올리고자 하는 커플들이 특히 많이 찾는 전주 전동 성당.
이곳에서 사랑을 <약속>하는 커플들에겐 부디 영화와 같은 <이별>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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