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쿠샤다시에서 배를 타고 다섯 시간......
그리스의 영토인 에게해의 작은 섬 밧모(파트모스, Patmos)로 향한다.
남북 17km, 동서 9km 넓이의 바위와 화산암으로 뒤덮힌 조그마한 섬 밧모는 농사라해야 겨우 밀이나 포도가 자랄 정도의 건조하고 불모지같은 땅인데 이런 조그만 섬에 수만톤 급의 여객선이 수시로 드나들고 휴가 때마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바로 이 밧모섬이 사도 유한이 '요한 계시록'을 집필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에게해를 헤치고 저멀리 밧모가 보이면 항구가 채 보이기도 전에
섬의 정상 부분에 성채와 같이 우뚝 서서
밧모에 오는 사람들을 환하게 반겨주는 건물이 있으니
바로 '성 요한 수도원'이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된 이 아름다운 수도원은 수도사 크리스토둘로스가 동로마 황제로부터 섬 전체를 성지로 하사받아 사도 요한을 기념하여 지은 건물인데 해적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 높은 곳에 요새처럼 건축하였다. 

 

 

하얀 페인트로 칠한 그리스의 집들 가운데 유일하게 화산암으로 건축된 성 요한 수도원은 바다에서 바라보면 약간 검붉은 색으로 두드러져 보이며 마치 거대한 요새같이도 보인다. 

 

밧모섬의 정상 아크로폴리스에 위치한 '성요한 수도원'을 가기 위해선 주차장에 내려서도 하얀 집들이 늘어선 호라 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한참이나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데 한참이나 걸어 올라가다 숨이 차서 멈추어 뒤로 돌아서 본 풍경은 깨끗한 하늘과 눈이 부시게 푸른 바다...거기에 장난감 같은  하얀 집들...그야말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한참을 걸어 올라가면 '성 요한 수도원'의 철문이 순례자를 반갑게 맞이하는데 이곳은 원래 아르테미스 신전이 있던 곳으로
수도사 크리스토둘로스가 성 요한 수도원을 세우면서부터 이 섬에 수도원과 교회의 수가 급증하게 되었다.

 

 

 수도원 입구 문 위에는  사도 요한이 계시록을 들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운 모자이크화로 새겨져 있다.  

 

 

정문을 지나 다시 작은 문으로 들어서니 에는 동방 정교회(그리스 정교회)의 사제가 서 있는데
민소매의 옷을 입은 필자를 보더니 어깨를 가리라고 태양의 문양이 그려진 커다란 검정색 숄을 한 장 주었다.
사진의 모델을 부탁하니 흔쾌히 허락하고는 앉아서 멋진 포즈를 취해 주기도 한다. 

검은 수도복과 검은 모자....그리고 길고 하얀 수염이 정말 멋진 사제. 카리스마도 완전 짱이다...!

정교회 사제의 프로필을 찍은 후에 욕심이 생긴 필자.
함께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으니 그것 또한 웃으며 허락한다.
필자는 
너무나 기쁜 마음에 카메라를 앞에 선 사람에게 부탁하고 사제 옆에 바짝 붙어 서서 어깨를 살짝 감싸 안았더니
깜짝 놀란 이 사제..... 손사래를 거듭 치며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이다. 

덩달아 깜짝 놀란 필자.....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한 후 그냥 옆에 얌전하게 서서 포즈를 취하니
그 할아버지 사제 .....필자의 얼굴은 보지도 않고 옆으로 고개 돌리고 외면한 채 사진 촬영에 임한다.
나이가 아주 많은데도 여자랑 신체 접촉을 하거나 쳐다 보면 안 된다는 계율을 지키던 할아버지 사제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입구에서 수도원으로 가는 통로에도 있던 모자이크 이콘(icon,성화상)들이 장식되어 있다.
가운데는 예수님,왼쪽은 사도 요한,오른쪽은 수도원을 지어 헌납하는 크리스토둘로스이다. 

 

 

먼저 수도원의 옥상으로 올라가 보니 예배당의 둥근 지붕의 붉은 돌이 눈에 들어온다.
화산암의 군데군데가 붉은색이라서 이 수도원이 먼데서 보면 붉은 성채처럼 보이나보다. 

 

 

수도원의 제일 큰 종루에는 종이 다섯개나 달려 있는데 쳐다보면 노틀담 사원의 에스메랄다가 떠오르는 건 웬일인지.....

 

                                                                                                                     

성 요한 수도원 도서관에는 장서 3,000 여권이 소장되어 있는데 장서 중에는 7~8 세기의 성경 희귀 사본들도 있다.
이 도서관은 아토스 수도원 도서관 다음으로 귀중한 자료를 많이 가지고 있는 도서관이라고 한다.  대리석에 쓰여진 요한계시록 사본도 이채롭다.  

이 건물 내에는 8개의 크고 작은 기념 예배당이 있는데 '성요한 교회'는 제일 중심이 되는 예배당이다.
벽과 천정에는 오래 되어 칠들이 벗겨져 가는 성화들로 가득 차 있는데 오랜 세월의 풍상으로 인해 아랫 부분이 다 희미해져 없어져가는 성화들이 무척이나 신비한 느낌을 준다. 

8세기에 비잔티움 제국의 레오 3세는 성상의 숭배를 금하는 이른바 '성상 금지령'을 반포하게 된다.
이에 반발한 서로마 교회는 콘스탄티노플에 보내던 세금 납부를 중지하고 비잔티움 제국의 지배하에서 벗어나기 위해 레오 3세와 대립하게 되었는데 이 사건이 바로 교회가 동방 정교회와 로마 카톨릭으로 분열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동방 정교회와  로마 카톨릭이 분열된 원인이 되었던 성상 금지령으로 인해 이 후 비잔티움 내의 많은 성당의 이콘(icon,성화상)이 무너뜨려지고 지워졌는데 이 곳은 그리스 본토에서 워낙 멀리 떨어진 외딴 섬이라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해 이콘이 파괴되지 않고 그대로 보존되었다고 한다.  1,2차 성상 금지령 이 후 성상 금지령은 점점 시들막해져서 동방 정교회에서 이콘을 앞에 두고 기도하는 예배 형식은 계속 전해 내려 오고 있다.  

동방 정교회의 특징은 성상(聖像)은 거의 없으나 이콘(icon,聖畵)이 주종을 이루고 있음을 알게 된다. 
오랜 세월이 스쳐 간 흔적이 남아 있어 더 아름다운 성요한 수도원의 이콘들을 감상하시길......

 

 

모자이크로 된 이콘도 많은데 왼쪽은 사도 요한, 오른쪽은 수도원을 건립한 크리스토둘로스이다. 사도 요한의 이마를 보면 혹처럼 불룩 튀어나온 곳이 있는데 그 흔적은 사도 요한이 이마를 동굴 암벽에다 대고 하도 오랫동안 기도를 해서 생긴 굳은 살이라고 한다. 예수님의 동생 야고보도 기도를 얼마나 오랫동안 하였는지 그의 무릎은 마치 낙타 무릎 같았다고 전해진다. 

예배당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입구까지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성요한수도원 교회 예배당 안으로 들어간 필자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경험했다.

원래 개신교인은 성상이나 성화에 대해서 그다지 탐탁치 않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십계명의 제 2계명인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아무 형상이든지 만들지 말며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는 계명에  따라서 그것이 비록 예수님의 그림이나 형상이라도 만들거나 그려서 형상을 보고 경배하는 일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마의 성베드로 성당 같은 곳에서도 거기에 그려지거나 세워진 수많은 성경상의 형상들이 미적으로는 심히 아름다웠으나 신앙적으로 형상을 경배한다는 일은 그다지 탐탁지 않게 생각되곤 했다. 

그러나 작은...너무도 작은...조그마한 방 두개 정도를 합친 듯한 성 요한 수도원의 아주 아주 작은 예배당에 들어섰을 때에 필자는 감격에 벅차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조그마한 방의 천정에는 예수님의 모습과 성인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는데 소박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천정화는 형언할 수 없을 만큼의 신비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사면 벽에도 역시 성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일반적인 성당이나 교회처럼 설교를 듣기 위해 성도들이 앉는 의자가 없었고
대신 성화가 그려진 벽 삼면에 앉는 부분이 없는 등이 높은 의자가 대여섯개 붙어 있었다.

동방 정교회에서는 성화 앞에서 기도하는 독특한 습관이 있어서 수도사들이 이 예배당에서 기도할 때에는 앉지 않고 서서 기도하며
서서 기도하던 중에 졸다가 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앉는 부분 대신 팔걸이만 있는 의자였다.

너무나 소박하고 적막할 정도로 조용한 예배당...
할 말을 잃고 그대로 얼어 붙어서 천정만 쳐다 보고 있는데
함께 천정 벽화를 보고 있던 S가 눈물을 계속 흘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깜짝 놀라 왜 우냐고 물어보았더니 한참이나 눈물을 흘리던 S, 더듬거리며 이렇게 말을 잇는 것이었다.

"너무 아름다워요...너무 아름다워요....
언제 다시 이 곳에 와 보겠어요.....너무 아름다워요....
이 모든 것을 내 눈 속에....마음 속에..... 담아갈 거에요..."
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계속 성화를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었다.

너무나 작고 소박한 예배당..... 너무나 경건한 아름다움.....
필자 또한 벅차 오르는 감격에 가만히 서서 그 고요한 아름다움을 피부 깊이 느끼고 있었다. 

그 예배당의 경건함과 아름다움을 필설로나 사진으로써 여러분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만 하고
지금 글을 쓰며 그 곳을 기억해 보아도 동일한 감동이 밀려온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성지 순례를 계획하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밧모섬에 가서 성 요한 수도원의 예배당을 꼬옥 가보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다.

정신을 차리고 아래를 보니 예배당 바닥에는 넓적한 나뭇잎이 많이 흐트러져 있었다.
웬 나뭇잎일까...궁금하게 여기며 오른쪽 문으로 나가려던 중 아주 젊고 잘 생긴 수도사 한 사람과 마주치게 되었다.
필자가 이 나뭇잎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더니 내일이 성모승천일인데 이 수도원을 순례하러 온 사람들이
경배의 뜻으로 나뭇잎(나뭇잎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적어둘걸...ㅠㅠ)을 제단 앞에 뿌려서 봉헌한 것이란다.
제물이 나뭇잎이라니...참으로 소박하기도 하다..
열심히 설명해 주던 수도사는 필자가 작별 인사를 하니 기념으로 나뭇잎을 주겠다며 필자의 손에 나뭇잎을 꼬옥 쥐어 주었다. 

지금까지 내가 본 예배당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배당....
로마의 성베드로 성당같은 화려한 성당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온 몸을 휘감는 전율을 그 곳에서는 경험할 수가 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 자그마한 예배당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그리고 청아한 노래 소리도 함께 들려 온다.

Nulla in mundo pax sincera
Sine felle; pura et vera
Dulcis Jesu est in te

Inter poenas et tormenta,
vivit anima contenta,
Casti amoris, sola spe

이 세상에 고통없는 참 평화는 없어라...
자비로운 예수여, 당신 안에 있는 참되고 순수한 평화
형벌과 고문 속에서도 순수한 사랑의 빛이 비칠 때
내 영혼은 비로소 위안을 얻게 된다네.

 

"Nulla in Mundo Pax Sincera (세상에 평화 없어라)..."
천국에 BGM이 흐른다면 아마 이 노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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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와 그리스 사이에 있는 수많은 섬 중 하나인 밧모(파트모스,Patmos)섬은 남북 17 km,동서 9 km의 넓이의 이 섬은 바위와 화산으로 뒤덮인 조그마한 섬인데 농사라 해야 겨우 밀이나 포도가 자랄 정도의 별 것 아닌 건조하고 불모지 같은 땅이다.
이런 조그만 섬에 수만톤 급의 여객선이 수시로 드나들고 휴가 때마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바로 이 밧모섬이 사도 유한이 '요한 계시록'을 집필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로마시대에 이 곳 밧모섬은 정치범들의 유배지였기 때문에 예수의 열두 제자 중의 하나였던 사도 요한은  도미티아누스 황제의 핍박으로 로마시대 정치범들의 유배지였던 밧모섬으로 유배를 오게 되는데 이곳에 18개월동안 억류되었다가 도미티안 황제의 암살 이후 다시 풀려나 에베소로 가게 된다.

사도 요한은 밧모섬에 있는 동안 '계시의 동굴'에서 지내면서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에베소를 비롯한 소아시아 일곱 공동체에 그들의 신앙을 잊지 말라는 격려의 편지를 보내게 되니 이 편지가 성경의 마지막 책 바로 요한계시록이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계시의 동굴 출입구 옆 축대에는  '계시의 동굴(The Cave of the Apocalypse on the Patmos)'이란 글과 함께 "밧모라 하는 섬에 있었더니(I was on the island of Patmos)" 라는 요한계시록 1장 9절의 말씀이 새겨져 있다.

 

 

요한이 기거할 때에는 바위 동굴만 있었으나 17세기 경에 바위 위에 동굴 보호를 목적으로 성 안나교회와 그리스 정교회 신학교 건물이 세워졌다. 

 

 

신학교 건물은 그리스 건축 양식에 따라 하얀 색으로 칠해져 있고

 

 

문 위에는 요한이 계시의 말씀을 받아 적고 있는 내용의 모자이크 이콘(icon,성화)으로 장식되어 있다. 

 

 

원래 있던 바위 동굴 위에 세워졌기 때문에 건물은 비스듬히 지어져 있는데
아무 시간에나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에 한참이나 앞에서 기다린 후에 개장 시간에 맞춰 입장할 수 있다. 

 

 

동굴로 들어가려면 신학교 건물로 들어가서는 좁은 계단을 다섯번이나 꺾어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내려가는 도중 계단 옆으로 굳게 닫겨 있는 신학교의 붉은 문들은 신비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한참 걸어내려가면 계시의 동굴의 입구로 들어서게 되는데 계시의 동굴을 둘러 싼 공간은 성 안나 교회라고 한다.


성스럽다 못해 신비한 느낌마져 드는 게시의 동굴은 한 20평 정도나 될만한 공간일까...
입구로 들어서서 왼쪽으로 난 바위 창문으로는 산 아래의 정경과 해안이 환히 드러나 보이고
맞은편에는 성안나교회의 벽화들이 천정과 오른 쪽에는 자연적인 동굴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동굴의 머리 위 바위가 크게 갈라진 것이 보이는데
이것은 요한이 계시를 받는 순간  '나팔 소리같은 큰 음성'이 나며 세 갈래로 갈라진 것이라고 한다.

신비감 도는 동굴에서 나와 교회 건물 꼭대기 종루에 올라 푸른 밧모 바다를 내려다 보니
계시의 말씀을 받아 적고 있는 사도 요한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내가 들으니 보좌에서 큰 음성이 나서 가로되
보라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매 하나님이 저희와 함께 거하시리니
저희는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은 친히 저희와 함께 계셔서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씻기시매 다시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라.(요한계시록 21장 3,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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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모(파트모스,Patmos)섬은 터키와 그리스 사이에 있는 수많은 섬 중 하나이다.
남북 17 km,동서 9 km의 넓이의 이 섬은 바위와 화산으로 뒤덮인 조그마한 섬인데
농사라 해야 겨우 밀이나 포도가 자랄 정도의 별 것 아닌 건조하고 불모지 같은 땅이다.
이런 조그만 섬에 수만톤 급의 여객선이 수시로 드나들고 휴가 때마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바로 이 밧모섬이 사도 유한이 '요한 계시록'을 집필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로마시대에 이 곳 밧모섬은 정치범들의 유배지였기 때문에
예수의 열두 제자 중의 하나였던 사도 요한은 도미티안 황제의 핍박으로 이 곳으로 유배를 오게 되는데
밧모에 18개월동안 억류되었다가 도미티안 황제의 암살 이후 다시 풀려나 에베소로 가게 된다.
이 곳에 있는 동안 사도 요한은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에베소를 비롯한 소아시아 일곱 공동체에
들의 신앙을 잊지 말라는 격려의 편지를 보내게 되니
이 편지가 성경의 마지막 책 바로 요한계시록이다.  

밧모섬 여행자들 중에서 한국인을 찾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에게해 한가운데 있는 밧모섬을 가려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이틀은 잡아야 하니
섬을 둘러보는 시간에 비해 오고 가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이유로
인해 
밧모를 방문한다는 것은 상당한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밧모섬으로 가는 길은 보통 두가지가 있는데 그리
스의 피레우스 항구에서 밧모까지는 약 10시간 정도 걸리고
터키의 쿠샤다시 항구에서 밧모로 가는 항해는 약 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필자는 에베소를 둘러 본 후에 쿠샤다시에서 하룻밤 경유한 후 아침 일찍 소형 선박(거의 유람선?)을 타고 밧모로 가기로 했다.
밧모에서는 사도 요한의 유적지와 섬 전체를 돌아본 후 대형 크루즈선을 타고 10시간이 넘게 걸리는 그리스 고린도의 피레우스항까지 가는 여정이다. 

쿠샤다시에서 배를 타면 터키와 그리스 국경을 넘어가게 되므로 항구 내 출국장에서 여권 검사와 짐 검사를 마친 후 배에 올라야 하는데 터키는 이슬람교도가 대부분인 나라여서 밧모로 가는 여행객은 거의 없으므로 소형 선박을 이용해야만 했다. 

 


쿠샤다시항을 출발하니 이내 비둘기섬이 나타난다.
쿠샤다시 여행객들에게 아주 인기가 있는 이 '비둘기섬'은 긴 방죽으로 본토와 연결된 작은 섬이다.
'귀베르진 아다스'라고 불리우는 이 섬은 꽃으로 잘 가꾸어진 정원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데
이 섬을 둘러 싼 14,5세기의 성채가 복구되어서 지금은 터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나이트 크럽으로 변모되었다.
600년이 넘은 오래된 성채를 나이트 클럽으로 변모시키다니....! 
온 나라 안에 이천년 넘는 고대 유적이 차고 넘치는 터키에서는 600년 된 성채 정도는 그저 생활의 일부분일 따름이다.

 

다행히도 날씨가 매우 맑고 파도가 거의 없어서 항해는 순조로왔고 젠틀하게 생긴 선장의 나이 지긋한 모습을 보니 더욱 더 안심이 되었다. 일기가 고르지 못하거나 파도가 높은 날에는 소형 선박은 아예 운행을 안한다고 하니 그리스 여행의 시작은 아주 운이 좋은 출발이다. 

 

 

배는 터키 국적인 유람선인지라 선박 후미에 터키 깃발이 붉게 휘날리고 있다.  

 


쿠샤다시를 떠난지 얼마 안 되어 큰 섬이 나타나길래 벌써 밧모섬? 했더니 사모스섬이다.
터키의 항구를 떠나면 얼마 되지 않아 계속 여기 저기 크고 작은 섬이 나타나는데 터키 바로 옆에 위치한 섬들은 놀랍게도 거의가 그리스의 영토이다.
제법 큰 섬인 사모스(Samos)섬, 또한 터키의 영토였으나 1912년 그리스에 합병된 상당히 큰 섬이다.
터키 사람들은 닭 우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은 코 앞의 섬들이 그리스의 영토라는데에 항상 불만을 가지고 있다.

 

 

강렬한 태양빛을 받아 눈이 시리도록 맑고도 푸른 에게해를 헤치고 5시간을 가니 드디어 저 멀리 목적지 밧모섬이 나타난다. 
오랜 시간 배에 있어 지루해하던 승객들은 모두 갑판에 나와서 멀리 보이는  밧모섬을 향하여 환호성을 지른다. 

 

 

나무도 거의 없이 바위와 화산석으로 뒤덮인 섬에 가까워지니 별것도 아닌 섬이네.....이런 생각이 일순간 들지만 
섬 주변을 유유자적하는 요트들에서 평화로운 느낌이 피부로 전해져 온다. 

 

 

푸른 나무로 뒤덮인 우리나라의 섬들과 달리 밧모섬은 나무가 거의 없는 황량한 섬이라 다소 낯설게 느껴지고
섬의 아랫부분에서부터 높지 않은 정상까지 여기저기 집이 들어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집들은 대부분 하얀 색으로 칠해져 있었는데 섬에 가까워질수록 정상 아크로폴리스에 솟아 있는 붉은 성 요한 수도원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드디어 스칼라 항구가 가까워지고 장난감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의 집들이 정겹게 다가온다.  

 

 

방파제도 제대로 없는 그야말로 작은 항구로 배가 들어가는데....

 

 

이런 작은 항구에 대형 크루즈선도 들어온다니 믿겨지지가 않는 부분이다.

 

 

섬은 지극히 조그마한데 여름에는 유럽 각지에서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찾아와 이 곳에서 휴가를 보낸다. 

 

 

호화 요트에서 소형 요트까지 즐비한 이곳은 유럽 사람들의 꿈의 휴양지이다. 
주민이 2500명 밖에 안 되는 이 섬에 유람선과 요트는 물론이고 수만톤 급의 크루즈선도 정박하니 이 섬의 명성은 크기로 짐작할 일이 아닐 듯 하다. 

 

  

항구 옆 메인 스트리트에는 좁은 섬의 지형에 알맞게 오트바이가 많이 주차되어 있고 다운타운을 거니는 여자들의 자유분방한 차림과 핫한 몸매에서 섬의 분위기를 대충 짐작할 수 있는데 다운 타운 골목의 상가에는 아름다운 보석 및 악세사리 가게가 줄을 지어 있고 기념품 상가도 많이 들어서 눈요기거리를 준다. 

 

 

항구에서는 제일 먼저 끝부분에 자리잡고 있는 '사도 요한의 세례터'를 찾아 보았다.

 

 

AD 96년 이 곳에 도착한 사도 요한이 복음을 전하여 예수를 믿게 된 사람에게 세례를 주었다는 장소이다. 

 

 

바로 옆에는 아주 아주 조그만 기념 교회가 있다. 

 

 

사도 요한의 세례터 앞에서 보면 스칼라 항구의 전경이 그대로 보이고 성 요한 수도원도 멀리 다 보일 정도인데
밧모는 면적은 매우
좁지만 섬이나 해안선이 드나듦이 거의 80km나 될 정도로 구불구불한 섬이다.  



해변의 바닷물은 눈이 시리도록 푸르고 해초도 거의 없어 바닥이 훤히 드러나 보인다.
이 곳은 태양 광선이 너무 강렬하여 플랑크톤이 잘 서식치 못하여 해변엔 고기도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하고
염도가 낮아서 그런지는 알 수 없으나 바닷물에 들어갔다 나와도 몸이 전혀 끈끈하지 않고
몸을 말린 후 손으로 비비면 피부가 보송보송하니......정말 신비롭고 환상적인 바다이다. 

 

 

항구 바로 옆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이 많을 만큼 바닷물의 오염이 적은데 이 섬의 구불구불한 어느 해안 한 구석에는 '누드 비치'도 있다고 하니  밧모에 가시는 분들은 그곳도 찾아본다면 평생 기억에 남을 휴가가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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