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 준령이 높은 줄기가 감싸고 앞으로는 낙동강, 내성천이 흐르는

배산임수의 명당 예천은 물맛이 좋기로 유명한 곳이라 

나라가 태평할 때 단물이 솟는다는 샘인 '예천(醴泉)'으로 불리워왔다.

 

물맛이 좋은 고장의 술맛이 좋은 것은 당연한 이치.

오래전부터 예천에는 수십개가 넘는 양조장이 있었다고 하나 

공장에서 대규모로 제조되어 나오는 각종 주류에 밀려

지금은 3개 정도가 명목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 지난번 1박2일에 나와 유명세를 타게 된 용궁양조장을 찾아 보았다.

 

 

 

 

1958년에 지어졌다는 용궁양조장. 세월의 풍상이 건물에서 진하게 풍겨나온다.

 

 

 

 

붉은 벽돌 건물 옆으로 난 대문을 통해 양조장 안으로 들어가 본다.

 

 

 

 

막걸리 양조장이라 많은 사람이 일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사람의 기척이 거의 나지 않는다.

 

 

 

 

안으로 들여다 보니 시설도 조촐한데 왼쪽으로 난 방에도 막걸리를 양조하는 시설이 있다.

 

  

조금 있으니 나타난 양조장 사장님.

1박2일에서 출연진들에게 다짜고짜로 막걸리를 권하던 바로 그 사장님이다. 

인사를 드리고 양조장을 좀 돌아보아도 되겠냐고 허락을 구하니

혼자 분주하게 일하시던 사장님은 다짜고짜로 '막걸리 한번 맛볼랑교? "하면서 바가지 채로 권한다.

 

 

 

 

소주 한잔만 해도 갑자기 아스팔트가 벌떡 일어나는 특이체질인지라 절대로 술을 못 마시지만

물맛 좋기로 유명한 용궁의 전통 수제 막걸리를 어찌 그냥 지나치랴.

살짝 맛을 보기로 하고 입에 대어 보니 의외로 막걸리 맛이 되게 순하다.

예전에 맛본 적이 있었던 시금털털한 막걸리와는 비교도 안 되게 부드러운 맛이 난다.

같이 간 동료들도 막걸리맛이 너무 좋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양조장인데 분주하게 일하시는 분은 사장님 한분 밖에 보이지 않는다.

혼자서 일해서도 수요를 감당할 만큼 막걸리의 수요가 많지 않은 것일까?

  

소주나 맥주가 인기를 얻으면서 오랫동안 서민들의 술이었던 막걸리는

공사판이나 농촌에서 마시는 술로 인식되어 왔는데

최근에는 그 맛과 효능이 다시 알려지면서 다시금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효묘균이 그대로 살아 있는 우리의 전통 막걸리는 유효 기간이 닷새 남짓이라

이곳의 막걸리는 멀리까지 배달이 안 되고 오직 용궁면내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이곳에 근무한 세월이 45년이 훌쩍 넘었다는 용궁 양조장 사장님.

막걸리병을 들고 포즈를 취한 모습에는 남다른 자부심이 풍겨 나온다.

다른 곳에는 없고 오직 이곳 용궁면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용궁 수제 막걸리.

물맛 좋은 예천에 들리는 여행자가 꼭 한번 거쳐가야 할 곳으로 강력히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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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추억의 타임머신레이스'편은 방영된지 한참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는 방송 중 하나이다.

 

70년대에서 시간이 오롯이 멈춘 듯한 경북 예천 용궁마을은  

가을동화에서 은서와 준서가 어린 시절을 보낸 회룡포마을을 비롯해서

이 시대 마지막 주막인 삼강주막이 110년 세월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예전에는 탄광촌을 오가는 사람들로 연일 붐비었던 역이었지만

지금은 오가는 사람 거의 없는 무배치 간이역인이 된 용궁역 또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게한다.

 

용궁마을 양 옆으로 펼쳐지는 오래된 가게들과 빛바랜 간판들을 읽으며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져 걷다보니

어디선가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풍겨나와 여행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고개를 들어 간판을 보니 고소한 냄새의 근원지는 동부제유소.

바로 1박2일 제작진들이 OB팀과 YB팀에게 참깨를 주며 참기름을 짜 오라고 했던 바로 그 참기름집이다.

 

 

 

 

고소한 내음이 등천을 하는 동부제유소의 문을 살며시 밀고 들어서니 주인 아주머니의 바쁜 손놀림이 먼저 눈에 뜨인다.

장날이라 집에서 수확한 참깨를 가지고 참기름을 만들러 온 손님들의 일거리가 밀린 듯 하여 돌아보기도 조심스럽다.

주인 아주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일 하시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도 되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으니

사진을 찍어도 좋다고 웃으면서 흔쾌히 허락을 해주신다.

 

 

 

 

1박2일 방송에서 YB팀은 시장제유소에서, OB팀은 동부제유소에서 참기름을 짜게 되는데

시장통에서 가까운 시장제유소보다 동부제유소가 유달리 시청자의 기억에 남은 것은

젊었을 때는 용궁에서 한인물 했음직한 주인 아주머니의 환한 미소가 한몫했을 뿐 아니라

현대화된 기계를 쓰지 않고 아직도 수십년전 참기름 짜는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 집이었기 때문에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수십년전으로 돌아간 듯 추억이 맞물려 돌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었고

갓짜낸 참기름을 조르르 부어 비벼낸 나물비빔밥은 강호동을 비롯한 1박2일 멤버들을

평생 잊지 못할 감동으로 몰아가기에 충분했다. 

 

 

 

 

가게를 돌아보니 오래된 물건이 여기저기 눈에 뜨인다.

참깨나 들깨를 담아두었음직한 천 소쿠리는 도대체 그 언젯적 물건일까?

 

 

 

 

손님이 참기름을 짜달라고 맡긴 참깨 대야 옆에 놓인 성냥곽이 눈길을 끈다. 비사표 성냥이라니......!

바닥에 성냥이 놓여 있는 이유는 이 성냥이 참기름집에는 없어서는 안 될 너무나 요긴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참깨를 볶으려면 화로의 열이 충분히 달구어진 후 참깨를 넣어 볶아야 하는데

 

 

 

 

적정 온도를 알려주지 않는 수동 시스템이므로 참깨를 볶을만한 적정한 온도를 가늠하기 위해

이렇게 파이프 위에 성냥개비 하나를 살짝 올려놓는데

 

 

 

 

파이프 위에 놓인 성냥에 갑자기 확 불이 붙어 타오르기 시작하면 화로의 열이 충분히 달구어진 것이므로 

그때 바로 참깨를 부어 볶기 사작하면 되는 것이다.

 

 

 

 

뜨끈하게 달구어진 솥 안에서 두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면 

고소한 냄새와 함께 아련한 추억도 맞물려 돌아가는 듯 하다. 

모든 것이 예전 방식 그대로의 수동 시스템이기 때문에 주인 아주머니는 자리를 떠나지 않고 계속 지켜보는데

 

 

 

 

 

참깨를 볶는 화덕에서 김이 뭉실뭉실 솟아오르고 고소한 냄새가 진동할 때 쯤이면

 

 

 

 

잘 볶아진 참깨를 화덕 아래 나무 상자에 내려 한김을 식히고

 

 

 

 

다시 커다란 체에다 참깨를 옮겨 붓는데 이렇게 참깨를 식힌 뒤에 참기름을 짜야 더 고소하다고 한다. 

그리고는 넓다란 체에서 한김을 날려보내고 식혀진 참깨를 커다란 베보자기에 옮겨담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

 

 

 

 

베보자기에 거두어진 참깨는 참기름틀에 꽁꽁 싸서 넣어지는데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이제 강철참기름틀에 밀어넣고 스위치만 켜면 참기름이 만들어지게 된다.

 

 

 

 

압착기에 스위치를 넣고 조금 기다리니 아! 동그란 구멍 사이 사이로 노란 참기름이 흘러 나오기 시작한다.

그동안 수많은 시간 동안 참기름을 먹어 왔지만 정작 참기름이 짜지는 과정을 보는 건 처음인지라 너무 신기하게 느껴진다.

 

 

 

 

압착기에서 '진짜 참기름'이 조르르 흘러내리니 정말 고소한 내음이 천지를 진동한다.

 

 

 

 

필자도 오랜만에 정말로 고소한 '진짜 국산 참기름"을 한병 손에 넣었다.

이 참기름으로 산나물 팍팍 무쳐 저녁상에 올릴 생각을 하니 절로 신명이 난다.

타임머신을 타고 몇십년전으로 돌아간 듯 여행자의 빛바랜 추억들을 되살려 주신

예천군 용궁면 동부제유소 아주머니께 감사의 말씀을 다시 한번 전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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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경북 예천 '추억의 타임머신 레이스'편에서

멤버들의 허기진 배를 달래어주었던 순대국집.

말도 안 되는 가격과 맛으로 출연진들을 놀라게 했던 순대국집은

경북 예천군 용궁면에 위치한 박달식당이다.

1박2일의 인기를 업어 유명해진 맛집인가 했더니

이집은 1박2일에 방영되기 전에도

용궁면 주민들에게 인기가 많았을 뿐 아니라 

예천 택시 기사님들이 즐겨 추천하는 인기 맛집이라고 한다.

 

 

용궁역 바로 앞에 위치한 박달 식당에 이르니 식사를 마치고 나온 주민들로 식당 앞이 북적거린다.

 

 

식당 문을 밀고 들어가니 입구부터 테이블이 놓여있어 내부가 상당히 협소해 보인다.

 

 

돌아보니 의외로 안에는 여기저기 방이 위치하고 있고 방마다 사람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는 것이 눈에 뜨인다.

 

 

이쪽 방에도 저쪽 방에도 방 마다 손님들로 가득 들어차 있어 놀라움을 자아낸다.

거주민도 많지 않은 면소재지 구석에 위치한 식당에 이렇게 많은 손님들이 들어차 있다니.....!

 

 

1박2일 뿐 아니라 생방송 전국시대, KBS 무한지대 큐 등 여러 프로그램에 소개되었다고 하니 파급 효과가 큰가 보다.

 

 

손님들이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오픈된 주방 안에서는 많은 종업원들이 분주하게 손길을 놀리고 있는데

주방 종사자들의 위생모 착용은 물론 주방 내부도 상당히 청결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일 구석진 방의 빈 테이블을 간신히 하나 배정받아 앉아 메뉴판을 쭈욱 훑어보았다.

딸랑 순대만, 순대랑  수육이랑, 수육, 오징어 불고기는 7,000원선. 따로국밥은 5,000원이다.

2009년에 1박2일 팀이 와서 식사했을 때는 따로국밥이  3,500원 밖에 안 했다고 하는데

식자재 값이 미친 듯 인상되는 요즈음 3,500원 하던 국밥이

3년만에 5,000원으로 오른 것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닌 것 같다. 

무엇을 먹을까? 잠시 고민하다 순대랑 수육이랑, 따로국밥을 주문해본다.

 

 

주문하자마자 기본 반찬들이 후다닥 상 위에 베풀어진다.

김치, 깍두기, 마늘 절임 몇 쪽, 생마늘, 청량고추, 다대기, 된장, 그리고 새우젓 등이다.

 

 

기본 반찬이 나오고 금방 '순대랑 수육이랑'이 나왔다.

그런데 순대의 모양이 영 불품 사납다. 예쁘게 썰어지지 않고 속의 내용물이 다 튀어나왔다.

 

 

순대가 뭐 이래? 하고 자세히 보니 대창을 이용한 진짜 중의 진짜 순대이다.

순대피가 대창이다보니 써는 과정에서 깔끔하게 안 썰어지는 모양이다.

순대를 하나 집어 입 안에 넣어 씹으며 그 맛을 음미해본다.

대창을 써서 질길 줄 알았는데 전혀 질기지가 않고 적당히 꼬들하고 부드러운 식감이다.

거기다 피와 당면 등 순대 속과 조화를 제대로 이루어 씹는 맛이 일품이다.

 

 

수육도 그냥 대충대충 썰어져서 접시에 턱하니 올려져 있다.

 

 

수육도 아주 잘 삶아졌다. 새우젓에 콕 찍어 맛을 보니

비계와 살코기가 적당히 어우러져 퍽퍽하지 않고 목으로 부드럽게 잘 넘어 간다.

 

 

곧 이어 따로국밥이 나왔다. 밥 포함해서 5,000원 짜리 순대국밥이다.

그런데 국물이 진짜 뽀얗다.  마치 사골국물을 대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건더기가 다 가라앉아 보이지 않길래 순대국밥 위에다 청량 고추 썬 것을 듬뿍 얹어 보았다.

이제야 비쥬얼이 좀 그럴싸하게 보인다.

 

 

숟가락을 국밥 그릇에 넣어 건더기 한 숟갈 건져 올려 본다.

 

 

숟가락 위에 올려진 속살이 오동통한 순대는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

 

 

숟가락으로 푸욱 떠서 건져 올려보니 와! 건더기가 정말 많이도 들어있다.

순대 외에도 머릿고기 등 여러가지 부위의 건더기가 푸짐하기도 하다.

 

 

따로 나온 공기밥은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필자는 유명 맛집 조건의 첫째를 밥 맛으로 꼽는데

영업이 잘 안 되는 식당은 밥을 해서 온장고에 보관하다가 내어놓기 때문에 밥이 굳어있는 경우가 많지만

유명 맛집은 식탁 회전이 그만큼 빠르기 때문에 손님이 올 때 마다 새밥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달 식당의 밥도 필자의 맛집 조건에 부합되게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합격이다!

 

 

순대국밥의 국물은 사골 육수처럼 맛이 진하고 고소하기 이를데 없다.

밥을 반 정도 덜어 순대국밥에 투입하고 다대기를 넣은 후 허겁지겁 입 안으로 가져가니

얼큰하고 진한 국물이 속을 확 풀어준다.

 

 

그런데 먹어도 먹어도 국밥 그릇 밑에 가라앉은 건더기가 끝이 안 난다.

아니.....5,000원 짜리 순대국밥에 도대체 순대와 건더기가 왜 이렇게 많이 들어있는 거야!

다 먹어가는데도 그릇 안을 휘저으면 계속 계속 올라오는 건더기 때문에 나중엔 그만 지쳐 버렸다.

 

 

식당에서 상을 받으면 밥과 국은 다 해치우는 것을 나름의 법칙으로 삼고 있던 필자.

이미 순대와 수육을 조금씩 맛보아서 그런지 밥도 국밥도 다 먹지 못하고 남기고 말았다.

1박2일의 인기를 업고 이름만 무성한 맛집인가 했던 예천 용궁 박달 식당.

특허까지 냈다는 진짜 순대와 푸짐한 순대국밥은 멀리 찾아간 여행자의 뱃속을 행복하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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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박2일 경북 예천편 '추억의 타임머신레이스'에서  제시된 한자를 받아 쓰는 '과거시험 미션'을 치를 때

 한자사전에도 없는 엉터리 한자를 써서 시청자들의 폭소와 쓴 웃음를 자아내던 곳을 기억하시는지?

       과거시험을 치르던 바로 그 장소는 11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경북 예천군 삼강 주막이다.

 삼강주막은 사극에서 보던 '주막'가운데서 실제로 남아 있는 최후의 주막이라고 하여 찾아 보았다. 

 

 

예천군 용궁면에서 남쪽으로 조금 가다보면 삼강교를 지나 풍양면에 이르면

세개의 강이 흐르는 가운데 지점에 11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주막이 자리잡고 있다.

 

 

북쪽에서 흘러오는 내성천과 금천, 낙동강이 함께 만나는 마을의 이름은 삼강마을이라 하고

세 강이 만나는 곳에 지어진 주막의 이름을 예로부터 삼강주막이라고 불렀다.

 

 

1900년대에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110여년이 넘은 삼강주막은 아직도 주막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막 내에는 1900년대에 지어진 주막과 함께 사공 숙소, 보부상 숙소, 원두막과 평상이 군데군데 위치하고 있어 

주막을 찾은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도토리묵, 두부 등을 안주로 막걸리 사발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예전에는 주모가 한상 차려서 손님 상에 일일이 가져다 주었던 삼강주막,

요즘은 손님이 직접 음식을 주문해서 가지고 가는 셀프 주막이 되었다는 점이 예전과는 달라진 점이다.

 

 

원래 이곳에는 1900년대에 지은 사공 숙소와 보부상 숙소가 있었다.

당시 삼강은 한양으로 통하는 길목으로 물류 이동이 아주 활발한 곳이었는데

보부상과 길손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고 장날이면 나룻배가 30여 차례나 오갈 만큼 분주한 곳이었다.

밤이 되면 낯 모르는 사람들이 호롱불에 둘러앉아 야담을 나누면서 잠을 청하던 곳이 보부상 숙소이며

 

 

보부상 옆에 있는 작은 오두막은 길손들을 실어나르느라 기꺼이 노를 찹았던 사공이 기거하던 곳이다.

이 두 건물은 갑술년 (1934년) 대홍수로 멸실되었으나

2008년 마을 어른들의 증언과 고증을 바탕으로 2008년 복원하였다.

현재 삼강주막 내의 대부분 건물들은 민박 체험도 하고 있어 이곳에서 민박하는 사람들은

110여년 전 주막에서 하룻밤 묵던 이색적인 체험을 할 수도 있어 좋다.

 

 

강둑을 따라 주막 바로 옆에는 이렇게 커다란 '들돌'이 있는 것이 눈에 뜨인다.

들돌은 일반적으로 농촌의 청년들이 장성하여 어른으로 인정받는 의례에서 생겼다.

나루터와 주막을 중심으로 많은 물류의 이동에 따라 인력이 필요하게 되었으며

이 돌을 들 수 있는 정도에 따라 품값을 책정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고 전해진다.

들돌은 상당히 커서 웬만한 장정들은 들어올리기는 커녕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이다.

이렇게 큰 들돌로 힘을 측정한 것은 예전의 장정들이 힘이 셌기 때문일까?

아니면 오늘날의 장정들이 힘 쓸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일까? 그점이 궁금하다.

 

 

삼강주막 내 많은 건물들은 최근에 복원된 것이지만

다리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이 건물은 11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주막이다.

 

 

경상북도 민속 자료 제 134호로 지정된 삼강주막은 생각보다 그 규모가 작고 다소 초라하기까지 하다.

 

 

건물은 방 2간, 부엌 1간, 마루 1간에 지나지 않는 작은 규모이지만 

주막의 기능에는 충실한 집약적 평면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삼강주막의 중심인 부엌 문으로 안을 살짝 들여다본다.

 

 

안에는 소박한 찬장이 하나 놓여 있고 부엌 아궁이 위에는 커다란 가마솥이 걸려 있는 것이 보인다.

가마솥 하나 가득 끓여진 국밥은 이 주막에 머물다 간 많은 사람들의 속을 따끈하게 덮여주었겠지......

 

 

부엌 흙벽에는 이렇게 주막 주인이었던 유옥연 할머니의 외상 장부로 그은 금이 그대로 남아 있다.

저렇게 금을 그어놓은 것만으로 누가 얼마나 외상으로 먹었는지 어떻게 알아낼까?

아마도 유옥연 할머니 만이 풀 수 있는 신비로운 수수께끼인 듯 하다.

 

 

그런데 주막엔 외부, 내부 할것없이 수많은 낙서들로 범벅이 되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유옥연 할머니의 외상장부였던 흙벽의 수많은 금들도 이렇게 유리를 씌워놓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오래 전에 훼손되어 없어졌을 것 같아 안타까움을 더 한다.

삼강나루의 나들이객들에게 허기를 면하게 해주고 보부상들의 숙식처로, 때로는 시인 묵객들의 유상처로 사용되던 삼강주막.

세월은 흘러 이곳을 기점으로 오가던 행인들은 사라지고 없지만 그들이 스쳐간 흔적은 남아 오래된 발자취를 전하고 있다.

이 시대 마지막 주막의 평상에 걸터앉아 옛 행인들처럼 국수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래고 다음 목적지로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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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 용궁역은 하루 종일 있어도 찾는 사람 거의 없는 이른바 간이역이다.
1928년 11월 1일 보통역으로 역무를 시작했던 용궁역.
바로 이웃한 문경이 탄광으로 호황을 누리던 70년대, 오가는 인파로 북적이던 이곳도 
탄광 산업의 내리막과 함께 이용객이 서서히 줄어들고
2004년부터는 역무원이 없는 무배치 간이역이 되어버렸다.

잠시 잊고 살아온 꿈과 그리움을 간직한 채 오롯이 추억과 벗하고 있는 용궁역.
오가는 사람의 흔적없이 적막감이 감도는 용궁역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문경시 산양면을 지나 예천읍 용궁면의 작은 지방도로 들어서 얼마 안 가니 금방 눈 앞에 용궁역이 나타난다.
여느 역 같으면 오가는 인파로 북적이겠지만 간이역인 이곳은 찾는 사람 없이 적막감만 감돈다.



대합실 안으로 들어서니 매표구가 벽으로 막혀 있고 다른 역의 열차 운행 시간표가 매표구를 대신한다.

 

역 안쪽 문 옆에는 개찰구 대신 이렇게 표 넣는 함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함 안을 들여다보니 언제적 것인지 모를 열차 승차권 몇장이 버려져 있고
쓰레기통인줄 오해한 승객들이 버리고 간 양심도 눈에 뜨인다.



마을의 이름을 따서 지은 역의 이름, 용궁역.
바다에서는 한참이나 떨어진 이 곳의 이름을 왜 용궁(龍宮)이라고 했을까? 
바다가 먼 만큼 바다를 그리워했기 때문일까?
 


어떤 연유에서 지은 이름인지는 모르나 용궁역 구내에는 커다란 용 장식이 세워져 있어 눈길을 끈다.
용궁을 상징하는 용이라지만 조용한 간이역에 서 있는 여의주와 함께 하늘로 승천하는 용 장식은 다소 뜬금없어 보인다.


인적 없는 기찻길 한가운데 서서 저 멀리 점으로 사라지는 기찻길을 바라 보고 있노라니 왠지 가슴이 뭉클해진다.
기찻길을 보면 왜 이리도 애잔한 마음이 드는 것일까? 기차로 떠나보낸 가슴 아픈 사연도 없는데.......



기찻길이 멀리 뻗어가 하나의 점이 되어 시야에서 멀어지는 것처럼
우리들의 추억도 시야에서 점점 멀어져 하나의 희미한 점으로 남기 때문에 애틋함을 더하는 것일까?

 
녹슬어 가는 철로와 함께 오랜 시간 이곳을 지키며 닳고 또 닳아 온 침목은 그 빛이 날로 희미해지고



멀리 공부하러 나갔던 아들을 기다리던,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다리며
가슴 설레이던 벤치도 세월의 수만큼 낡아서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

다시 이 자리에 앉을 그 누군가를 기다리며......



역무원도 없는 간이역, 이제는 이 적막한 역에 머물러 줄 기차가 있을까?



아......! 적막감이 감돌던 간이역에 저 멀리서 기차가 들어온다. 혹시나 잠시라도 정차하지 않을까?

기차가 들어오는 설레임도 잠시, 잠시라도 머물러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저버리고
기차는 무심한 듯 여행자를 스쳐 지나가 버린다.

또 다시 감도는 적막함. 기침 소리마져 크게 울리는 고요함이 사방을 감싼다.


이미 해는 서산에 뉘엿뉘엿 넘어가고 어둠이 사방에 서서히 내려 깔리고 있었지만
잠시 잊고 살아왔던 어린 날의 추억과 그리움 때문에 쉽게 간이역을 떠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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