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순이 김선아와 삼식이 현빈이 알콩달콩 싸우다 연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맛갈스럽게 그려
공전의 히트를 쳤던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기억하시는지?
김선아, 현빈, 다니엘 헤니, 정려원 4명의 훈남 훈녀가 나왔던 이 드라마를
본방 사수하고 재방 보고 다운 받아 보며 푹 빠져 살던 때가 엊그제 같다.

드라마에서 다니엘 헤니가 묵고 있던 멋진 게스트하우스가 대체 어딘가 하고 궁금해했었는데
최근에야 그집이 서울 계동에 위치한 락고재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락고재는 '내 이름은 김삼순'뿐 아니라 '영화는 영화다''비몽'등의 영화촬영지로도 유명하다는데
서울나들이길에 드라마와 영화에서 선보였던 게스트하우스 락고재를 찾아보게 되었다.

 




재동초등학교 뒷편에 위치한 락고재 앞에 이르니 생각 외로 문이 소박하고 단아하다.
입춘서가 붙은 대문의 문고리를 살짝 두드리니 주인 아주머니가 대문 사이로 얼굴을 빼꼼히 내어민다.






락고재를 한번 둘러보고 사진 몇장 찍을 수 있냐고 조심스럽게 물으니 들어와서 잠시 둘러보라고 문을 열어준다.




열어주는 문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서니 발밑에 바로 돌계단이 펼쳐진다.
우리가 많이 보던 여느 양반집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돌계단을 딛고 집안으로 내려서니 뒷뜰이 먼저 펼쳐지고 열린 대청마루 문 사이로 단아한 안뜰의 모습이 엿보인다.





전통 기와가 올려진 담장 아래 옹기종기 놓여진 장독들이 너무나 정겹다.
담장은 황토와 기왓장이 만나서 단아하면서도 세련된 문양을 창조했는데
담장 한가운데 다소곳이 자리잡은 쪽문은 금방이라도 문을 밀고 수줍은 볼을 가진 처자가 얼굴을 살그머니 내어밀 것만 같다.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문양의 커다란 굴뚝은 주변의 소나무, 대나무와 어우러져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하다.





좁은 뒷뜰을 기역자로 꺾어 돌아드니 솟을대문채가 나타난다.
이 솟을대문이 락고재의 정문인 듯 한데 아마도 접근의 편의성 때문에 뒷문을 주출입문으로 쓰는가 보다.





'옛것을 즐기는 집'이라는 뜻의' 락고재(樂古齋)는
130년 역사를 가진 한옥을 인간문화재 정영진 옹이 개조한 한국 전통 문화 공간이다.





이집은 1934년 한국의 역사 문학을 연구하기 위해 조직했던 '진단학회' 건물로 쓰이기도 한 집인데
건물이 헐리고 그 자리에 연립주택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듣고 지금의 주인인 안영환씨가 이집을 구입했다.





이후 2년 동안 세 명의 목수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낡은 집의 골격만 유지하고
기와, 담장, 정자, 연못, 장독대 등 전통의 멋을 살려 새로운 한옥으로 재창조해냈다고 한다.
 




대지 130평에 건평 45평, 방은 다섯 개이니 양반가의 한옥으로서 그다지 크다고 할 수 없는 규모지만
안채, 사랑채, 정자, 정원 등 네 개의 영역으로 구성된 치밀함이 돋보이는 집이다.






건물은 마당을 중심으로 ㅁ자형으로 짜여졌는데 곳곳에 과거 양반들의 풍류가 녹아들어 있는 것이 보인다.
선비들이 즐겼던 정자, 연못, 대청마루 등도 세심하게 되살려 머무르는 이로 하여금 멋스러운 풍류를 자아내게 한다.





특히 대청마루는 한옥이 품은 여백의 미를 더하며 청량감을 가져다주는데
대청문을 열고 시원한 마루에 등을 대고 누우면 한여름 무더위도 무섭지 않을 것 같다.





서울 도심인데도 집 안으로 들어서니 너무나 고요하여 전혀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한 느낌마져 주는 곳이다.





담장과 처마 사이에 곁들어진 구불구불한 소나무, 푸르름을 자랑하는 대나무는 편안함을 더해주고 






댓돌 위에 놓인 검정 고무신은 아름아름 향긋한 추억을 되살려주어 정겹기만 하다.





락고재에서는 숙박 뿐 아니라 풍류를 즐기며 한국 전통 문화를 함께 체험할 수 있는데
전통 한정식과 함께 다도, 찜질방, 궁중한복, 김치 담그기 등
투숙객의 국적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한국 전통의 미를 전하고 있다고 한다.





숙박 예약은 어떻게 받느냐고 물어보니 아쉽게도 락고재는 개인에게는 방을 대여하지 않는단다.
열 명 내외의 팀에게 집 전체를 빌려주는 방식이라고 하는데
이유는 방문객의 국적이나 취향이 다르면 문화 공감대도 줄어들기 때문이라나!
아쉽다!!! 옛스러움이 묻어나는 이런 한옥에서 하룻밤 머문다면 오랫동안 잊지못할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텐데.....



소박하지만 기품과 위엄이 흐르고, 특별히 치장하지 않아도 멋과 풍류가 그대로 묻어나오는 우리의 한옥.
오랫동안 간직해온 우리의 정서가 그대로 스며들어있는 한옥이 잘 보존되기를 바라면서 락고재의 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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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북쪽에는 아름다운 길이 참 많다.
많고 많은 서울의 길 중에서도 창덕궁과 경복궁 사이에 위치한 북촌의 계동길은
찾는 사람들로 하여금 6~70년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곳.
오늘은 계동길을 따라 걸으며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타임머신 여행을 떠나보기로 한다.




계동길에서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은 북촌 한옥에 대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북촌 문화센터이다.
본래 조선 말기 세도가 '민재무관댁'이었던 이 곳은 '계동마님댁'으로도 잘 알려진 곳.
창경궁 후원의 연경당을 본따 지은 이집은 안채, 바깥채, 앞행랑채, 뒷행랑채, 사당 등으로 구성되어 있던 집인데
최대한 한옥 원형을 보존하며 개보수되어 지금은 북촌을 알리는 문화센터로 거듭나게 되었다.





안채 뒤로 마련된 아담한 정자는 원래 사당이었던 것을 휴식공간으로 제공해
단아한 한옥의 정취를 느끼며 차 한 잔 나누는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했고
사랑채 등 부속 건물에서는 북촌 한옥 마을의 전통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북촌 팔경의 포인트와 북촌 가이드북, 북촌의 한옥에 대한 이해를 돕는 안내서도 구할 수 있으니
북촌 한옥마을을 돌아보기에 앞서 북촌문화센터를 먼저 들리는 것은 필수!





문화센터 바로 옆에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본 듯한 빨간 벽돌집의 병원이 자리잡고 있다.
80세의 할아버지 의사가 최근까지 진료를 한 병원인데 이제는 병원이 팔렸다는 후문이다.
그동안 이 병원을 다녀간 아이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수많은 아이들의 추억을 간직한 병원 건물이 헐리지나 않았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가져본다.

관련 포스트 :  타임머신여행에서 만난 북촌 최소아과





계동길에 들어서면  세월의 흔적이 진하게 느껴지는 한옥들과 시골 읍내에서나 본 듯한 건물들이 양쪽으로 펼쳐진다.
마치 6~70년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들어온 듯한 느낌이다.

요즘 동네에서 찾아보기 힘드는 철물, 건재 만물상이 입구에 버젓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눈에 뜨인다.
플라스틱비, 보드라운비....같은 각양각색의 빗자루로부터 먼지털이, 대걸레, 석유 펌프, 호스, 변기솔, 방충망......등
가정에서 필요로 하는 각종 잡동사니들이 다 모여있으니 주민들은 멀리가지 않아도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다 구할 수 있으리라.





바로 옆집에는 참기름집이 아직도 성업 중이다. 미숫가루, 쌀방아, 고추방아, 참기름, 들기름.....
이곳에서 수작업으로 짜서 파는 참기름은 정말로 고소한 내음이 진동하는 <참>기름일 것 같다. 

 




오래된 문구점에는 아직도 아폴로 같은 불량식품을 팔며 옆 골목에는 추억의 뽑기 놀이가 아이들을 유혹한다. 
학교앞 문구점이나 동네 가게 앞에 앉아 뽑기놀이를 하던 시절은 누구에게나 아련하게 남아 있는 빛바랜 추억이다.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에 밀려 동네 서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은 요즈음이지만
이곳에는 아직도 학교 앞 서점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문화당 서점이라고 손글씨로 흘려 쓴 간판과 공테프를 판다는 알림글들이 이 서점의 연륜을 말해 준다.





동네 아주머니들의 헤어스타일을 책임지는 믿음미용실.
뽀글파마를 하고 있는 동네 아주머니와 미용사는 계동길의 새로운 뉴스 리포터이다.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는데 신기할 정도인 양장 양복점. 예전에는 동네 멋쟁이들이 이곳에서 양복이며 투피스를 맞추어 입었겠지?
 




특이한 이름을 가져 눈길을 끄는 왕짱구식당은 25년 이상 전통을 자랑하는 가정식 백반집이다.
된장 우거짓국 맛이 일품이라는 이곳은 어설픈 외관과는 달리 유명 연예인들도 종종 찾아오는 유명한 맛집.

 

 




대형사우나와 찜질방에 대세인 가운데서도 영업을 하고 있는 중앙탕.
모두가 대형 사우나로 발길을 돌릴 것 같은 요즈음에도 이곳에 와서 몸을 담궈야 목욕한 것 같다는 주민들이 의외로 많다나......




중앙탕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도 꽤 있다는데 이날도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며 계동길을 돌아보고 있었다.






그럼 계동길에는 모두가 시골 읍내 필이 나는 이런 집들만 있나? 생각하시겠지만
군데군데 새롭게 리모델링한 분위기 있는 갤러리나 카페도 많이 보인다.





병풍 모양의 쇼윈도우와 기왓장으로 꾸민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이런 이쁜 공방도 보이고......




 
지붕은 비가 새어 천막으로 덮었지만 노란 벽이 너무나 눈부신 이런 소박한 작업실도 골목길에서 만날 수 있다.





저절로 커피한잔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이런 카페도 보이고
 




카페도 갤러리도 많지만 계동길의 자랑은 뭐니 뭐니 해도 여기저기 눈에 뜨이는 한옥들이다.





살림집으로만 쓰이는 한옥들도 물론 많지만 이렇게 카페로 개조된 한옥도 보이고





북촌의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도 군데군데 자리잡고 있다.





특히 130년 된 한옥을 인간문화재 정영진옹이 세심하게 개조한 게스트하우스 락고재는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정자, 연못, 대청마루 등을 세심하게 되살렸고
호텔과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는 숙박시설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에서의 잊지못할 추억을 남겨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이 락고재는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미국에서 온 다니엘 헤니가 숙박한 게스트하우스로 촬영한 곳이라 더욱 인기가 높다.






그리고 골목 안에는 이렇게 무형문화재 소목장 심용식씨가 지은 청원산방이 자리잡고 있다.
국내 유명 사찰과 한옥의 창호를 제작한 심용식씨가 제작한 전통 창호와 그 제작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
청원산방과 소목장 심용식씨에 대해선 다음 기회에 자세히 포스팅하기로 하고......





계동길의 끝에는 이렇게 중앙중,고등학교가 자리잡고 있다.





교문 옆 가게에 웬 연예인 브로마이드들이 즐비하나....?생각이 들겠지만
바로 이곳이 한류의 출발점과도 같은 KBS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 장소라는걸 알면 누구나 "아하! 그곳!"하게 된다.





드라마 속에서 준상(배용준)과 유진(최지우)가 다니던 학교는 춘천이지만 로케이션 장소는 바로 이곳 중앙고이다.
교문에 들어서니 처음 와 본 학교인데도 남의 학교 같지 않고 친근감이 밀려온다.
드라마를 너무 열심히 본 후유증인가?






1908년에 개교해서 100년이 훌쩍 넘은 역사를 가진 중앙고는 교정이 마치 대학 캠퍼스 같은 느낌이다.
석조로 된 이 웅장한 건물은 1937년에지은 것이라고.......

우리나라의 중심은 서울이고 서울의 중심은 종로, 종로의 중심은 계동이지만
이곳은 도심이라기보다는 도리어 시골 동네 같은 느낌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만나면 먼저 반갑게 인사하니 주민들끼리 얼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골목길을 오다가다 보면 사람들과 자주 마주치개 되니 금방 친근해지고 정이 들게 되는 곳이 계동의 골목길인 것이다.





서울의 한복판이면서도 아직도 넉넉한 시골 인심이 남아 있는 동네 계동길.
마지막 남은 
보석같은 이 골목길이 재개발이나 재건축이라는 이름으로 그 모습을 잃어버리지 않고
오래오래 잘 보존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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