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 79호선을 타고 함안으로 향한 여행길. 면사무소 근처에서 '한우국밥촌'이라는 팻말을 만났다.

작은 면소재지에 한우국밥촌이라니......얼마나 국밥집이 많길래? 하고 핸들을 국밥촌쪽으로 돌려 보았다. 

한우국밥촌이라는 거창한 이름에 기대를 걸고 찾아갔는데 국밥집은 겨우 서너개!

옛날 장터의 정취가 느껴지는 허름한 국밥집 세개가 줄줄이 붙어 있는데 의외로 식당 앞 주차장이 제법 너르다.

평일에야 그렇다치고 주말이 되면 너른 주차장이 빈 자리가 잘 없을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하니 놀랄 일이다.

 

 

 

 

국밥집 중에서도 가장 오래 된 곳은 '대구식당'이라고 한다. 

함안에는 큰 우시장이 있어서 약 70년 전부터 함안 오일장터에 국밥집이 들어섰다는데 

수십년 이어오던 국밥집들은 하나 둘 문을 닫고 이곳에 있는 대구 식당이

오일장에 온 상인들의 허기를 달래 준 장터국밥의 명맥을 지금까지 이어왔다고 한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니 펄펄 끓는 한우국밥솥이 먼저 손님을 맞이한다. 이런 특이한 조리 시스템이라니!

출입문 바로 옆에 화덕과 조리대가 있어서 그릇에 고기 덩어리를 얹고 소고기 국물을 붓는 과정을 서서 다 볼 수가 있다.

 

 

 

 

6~70년대 오일장터에서도 이런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었겠지. 

노상 가마솥에서 쇠고깃국 펄펄 끓이던 예전 풍경이 짐작되어 스르르 미소가 띄어진다.

 

 

 

 

쇠고기 뭉터기 옆에는 삶은 국수 사리도 한가득 담겨 있다. 

이곳은 한우국밥 뿐만 아니라 한우국수까지 있다고 하니 재미있다.

 



 

커다란 쟁반에 소고기 국밥을 담고 내어가는 풍경을 옆에서 한참 지켜보다 방으로 들어가 앉았다.

 


 

 

대구식당의 메뉴는 한우수육, 한우불고기, 돼지수육, 돼지불고기, 한우국밥, 한우국수, 한우빰뽕이다.

<가는 곳 마다 그 식당의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싼 음식을 먹어보기>를 나름 <철학>으로 삼고 있는 필자.

한우국밥, 한우국수,짬뽕......중에서 고민하다 가장 기본적인 한우국밥을 맛보기로 했다.

가격은 6,000원. 한우로 만든 국밥인데 6,000원이라니 칼국수값에 지나지 않는 가격이다.

짬뽕은 뭔가 했더니 소고깃국에 밥과 국수를 함께 넣은 것이란다. 참 특이한 메뉴일세.... 짬뽕을 먹을걸 그랬나?


 

 

 

이윽고 나온 한우국밥 한그릇. 커다란 면기에 찰랑거릴 정도로 한가득이다.

 


 

 

국바은 제일 위에 콩나물이 잔뜩 얹어져 있어 숟가락을 넣어보기 전에는 내용물을 확인할 수가 없다.

 

 

 

 

숟가락을 푹 찔러 넣어보니 큼지막한 소고기 덩어리가 제법 많이 들었다.

막 퍼주는 시골장터의 인심일까? 국밥 속 고기는 모두 숟가락 만큼이나 큼지막하게 썰려 있다.

 

 

 

 

고깃덩어리 뿐만 아니라 선지도 엄청 큼지막하다. 한입에 다 먹지 못하고 베어먹어야 할 정도?


 

 

 

국밥 가격이 싸니 질이 나쁜 쇠고기를 쓰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도 했는데 웬걸..... 고기도제법 부드럽다.

국물은 화끈할만큼 얼큰하다. 화끈한걸 먹으니 매우면서도 의외로 속이 개운하다.

다만 경상도 중에서도 남쪽 지방인 함안 음식의 특징 때문일까? 필자의 입맛에는 국물이 약간 짜게 느껴진다.

전국에서 손님이 오는 요즘이니 전국적인 입맛에 맞게 조금만 심심하게 끓여도 될 것 같다.

 



 

한낮 땡볕에 돌아다니다가 배고프고 지쳐서 들어간 대구식당 한우국밥.

6,000원이라는 착한 가격에 전통 오일장에서 먹던 한우국밥 한그릇 땀 흘리며 먹고나니

금새 온몸이 나른해지고 졸음이 스르르 올려고 한다.

국밥을 먹으며 흘린 땀을 에어컨 바람에 잠시 식힌 후 기분좋게 식당 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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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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