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 기슭에 위치한 '서출지'는 
면적 7,000㎡, 못 둘레 약 200m로 규모가 비교적 아담하고 조용한 연못이다.

경주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첨성대, 대릉원, 안압지에 사람으로 넘쳐나는 봄, 가을 주말에도
서출지는 남산을 오르는 관광객들이 스쳐 지나갈 뿐
시내의 유적지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라 늘 한적한 편이다.

이 연못은 사계절 주변 경관이 무척 아름다운데
4월에는 주변을 둘러싼 벚나무에 일제히 벚꽃이 피어 환상적인 경치를 자아내고
7,8월에는 연못 전체에 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사진을 즐기는 애호가들에겐 최고의 출사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또 겨울철 눈이라도 내릴 때면 하얗게 눈을 인 남산 아래 정자 이요당은 가슴이 두근거릴만큼  멋진 풍광을 선사한다.
또한 요즈음은 경관 조명도 멋지게 해 놓아서 연못가 벤치에 앉아 호젓한 야간 데이트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인 곳.

신라 천년 고도 경주야  어느 곳이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지만
서출지는 필자가 특히 좋아하는 장소인지라 자주 가서 조용한 시간을 즐기곤 하는데
오늘은 서출지의 환상적인 야경을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처음 사진을 제외하고는 모두 삼식이(시그마 30mm)로 찍은 사진이라 약간은 답답한 느낌이 드는데
다음 기회에 더 내공을 길러 더욱 좋은 사진으로 보여드릴 것을 약속드리며......





사적 제138호로 지정된 서출지는 삼국시대부터 있던 유서깊은 연못인데 이 곳에는 다음과 같은 신비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신라 소지왕
10년(488)에 왕이 남산 기슭에 있던 '천천정'이라는 정자로 가고 있을 때
까마귀와 쥐가 와서 울더니 쥐가 사람의 말로 이르기를
"이 까마귀가 가는 곳을 쫓아 가보라" 하는 것이었다. 
이에 괴이하게 여긴 왕은 신하를 시켜 따라 까마귀를 따라 가보게 하였다.





신하는 남산 동쪽에 있는 피촌까지 와서는 두 마리의 돼지가 싸우는 것에 정신이 팔려

그만 까마귀가 간 곳을 잃어버리고 길에서 헤매게 되는데 연못 가운데서 나타난 한 노인을 만나게 된다.
노인은 신하에게 글이 써진 편지를 건네 주고 신하는 왕에게 그것을 올리게 된다. 





왕이 편지를 보니 
겉봉에 쓰여 있기를
'이 편지를 떼어보면 두 사람이 죽을 것이고 떼어보지 않으면 한사람이 죽을 것이다'고 하였다. 
왕이 말하기를 '두 사람이 죽게 된다면 차라리 떼보지 말고 한 사람만 죽는 것이 옳다'고 하니 천기를 보는 일관이 아뢰되
'그렇게 하시면 안됩니다. 두 사람은 일반 백성을 말하는 것이요, 한 사람은 왕을 가리키는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왕도 그렇게 여겨 편지를 떼어 보니 그 글에 이르기를 '거문고 집(琴匣)을 쏘라'고 쓰여 있었다.



 

왕이 곧 궁궐에 들어가 무사를 시켜 활로 거문고집을 쏘게 하니

거기에는 궁궐의 내전에서 불공드리는 승려와 궁주(宮主)가 서로 간통하고 흉계를 꾸미고 있는 것이었다.
이에 왕은 두 사람을 처형시켰다.





연못에서 글이 나와 계략을 막았다 하여 그때부터 연못의 이름을
'서출지(書出池)'라 하였고
이런 일이 있은 후로 신라의 풍속에 매년 정월의 첫 돼지날, 쥐날, 말날에는 모든 일을 조심하고 함부로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정월 15일은 까마귀를 기리는 날인 오기일(烏忌日)로 정해서 찰밥으로 제사를 지내게 되었는데
지금까지도 이 풍습은 정월 대보름의 풍습으로 그대로 이어 내려오고 있다.




현재 연못 서북쪽에 소박하면서 우아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정자는 조선 현종 5년(1664)에

임적이라는 사람이 지은 것으로 그는 이곳에서 글을 읽고 경치를 즐겼다고 한다.
정자의 문은 잠겨 있지만 관리인에게 잘 부탁하면 가끔 열어주기도 하여
대청마루에 앉아 서출지와 주변 경관을 보며 시원한 바람을 즐길 수도 있다.


정자의 이름은 이요당(二樂堂)인데 '이요(二樂)'라 함은 '仁者樂山, 智者樂水'란 말에서 두 樂를 따온것이니
산(경주 남산)이 있고 물(서출지)이 있는 서출지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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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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