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강에서 영천으로 가는 길목에 경관이 빼어난 정자가 있다는 친구의 말에
정자의 이름도 제대로 모른채 무작정 차를 몰고 길을 나섰다.
 경주에서 영천 가는 길에 정자와 서당이 있어서 들러보았다는 얘기 외엔
서당의 이름도 정자의 이름도 모르는 친구를 옆에 태우고
시간이 흘러 희미해진 기억에 의지하여 길을 헤매기를 한시간여......


경주 현곡면에서 시작하여 구불구불 산구비를 몇번이고 돌고 돌다보니 
영천호국원을 지나고 고경까지 갔지만 들어가는 입구를 찾지 못한지라

답사를 포기하고 안강 휴게소를 경유하여 다시 경주로 돌아가던 길.
딱실못 입구에 이르니 "좌회전하면 될 것 같은데......"하면서 
드디어 정자로 들어가는 길을 기억해낸다.


좁은 국도를 따라 한참 들어가니 차 한대도 비켜가기 힘든 좁은 마을길이 나타난다.
구불구불구불구불.....드문드문 집들이 있는 있는 마을길을 따라
한참을 가니 드디어 저 멀리 범상치 않은 고택이 눈에 뜨인다.

바로 경주시 안강읍 하곡리에 위치한 성산서당(聖山書堂))이다.




성산서당 앞에는 제법 너른 공터가 있어 차를 주차하고 내려 서당을 멀리서 살펴보았다.
뒤로는 병풍처럼 산을 두르고 발 아래로는 계곡을 두었으니 최고의 명당 자리에 지은 집임이 분명하다.




서당 바로 앞에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군데군데 자라고 있어 경관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계단을 통해 올라가 문을 살짝 밀어보니 아뿔사.....! 서당의 문이 굳게 잠겨 있다.
하는 수 없이 나즈막한 담장 너머로 까치발을 들고 내부를 살펴보는 정도 밖에 할 수 없었다.




성산서당은 조선 중기 학자인 정극후(1577∼1658)를 추모하기 위해 순조 14년(1814년)에 세워진 서원이다.
정극후는 학문에 비범하였으나 60세까지 과거에 응하지 않다가 인조12년(1634년)에 벼슬길에 올랐다.
늦게 오른 벼슬길이었지만 정극후는 곧 사퇴하고 후학양성에 전념하고 문묘사향지, 역년통고, 서악지 등의 저서를 남겼다. 
서원에는 사우와 서사가 있었으나 사우는 대원군 서원철폐령으로 폐사되고 지금은 서사만 남아 있는데
최근에 서원에서 성산서당(聖山書堂)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담장 너머로 서당의 내부를 살펴보고 뒤돌아서니 서당 앞을 흐르는 석천 맞은편에
날아갈 듯 날렵한 정자가 들어 앉아있는게 눈에 들어온다. 정극후가 세운 정자 수재정이다.





건너편 정자로 가기 위해선 계곡을 가로지르는 수재교를 지나야 한다.
무분별한 행락객들의 질서없는 행동으로 인해 평소에는 다리의 문이 잠겨 있다고 하는데
혹시나 하고 내려가 보았더니 다리 입구의 문이 활짝 열려있다.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다!




수재교를 건너 야트막한 둔덕 위로 오르니 정자 위로 오르는 문은 역시 굳게 잠겨 있다.
계곡과 어우러지는 정자의 빼어난 비경 때문에 행락객들이 몰려와 쓰레기를 버리고
시설을 훼손하는 것에
넌덜머리가 난 후손들이 평소에는 문을 굳게 잠궈 버리곤 한다니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정자 위로 올라가 볼 수는 없지만 계단을 통하여 개울 아래로 내려가 정자를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가뭄 탓인지 개울 물이 많이 줄어든지라 앵글에 정자가 다 잡히는 곳으로 다행히 진입할 수 있었다.




광해군 12년(1620년), 정극후는 관직에서 물러나 후학을 교육하기 위해서 이곳에 정자를 세웠는데
성산을 배경으로 석천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자연석을 이용하여 높은 축대를 쌓은 다음 정자를 앉혔다.




정자는 앞면 3칸, 측면 1칸의 건물로 가운데 칸은 마루로 하여 개울을 바라볼 수 있게 하였고 양옆에 온돌방을 두었다.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사람 인(人)자 모양을 한 맞배지붕이다. 




건물 앞면 전체에는 툇마루를 내어 난간을 두른 후 작은 물림을 하여 기둥을 받치고 했는데
건물의 건축 기술에는 조선 중기 양식과 조선 후기 양식이 모두 사용되고 있어 여러차례 중수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의 건물은 영조 4년(1728년)에 중수한 건물이라고 한다.


석천으로 불리우는 앞 개울은 참으로 맑고 깨끗하다.



지금은 오랜 가뭄으로 흘러가는 물이 얼마 되지 않지만
비가 오고 계곡에 물이 불어나면 너럭바위 위로 물이 흐르는 멋진 풍치를 즐길 수 있을 것 하다.





숨겨진 비경이라 할만큼 아름다운 개울가에 자리잡은 성산서당과 수재정.
오늘은 다행히 수재교의 문이 열려 있어 석천과 함께 아름다운 수재정을 사진으로도 담을 수 있었다.
이후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면 부디 조상들이 전해 준 문화재를 아끼고 잘 보존하여
문화재 훼손 우려로 인해 출입구가 폐쇄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조그만 바램을 가져보며 수재정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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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매표소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난 산길로 들어서면 
석굴암 주차장까지 펼쳐지는 토함산 등산로가 시작된다..
석굴암으로 올라가는 아흔아홉구비 차도가 생기기 전부터

옛사람들이 걸어서 오르던 토함산 등산로는
여느 다른 산에 비해 비교적 길폭이 비교적 넓고 경사가 완만하여
가벼운 차림으로도 오르고 내릴 수 있어
사계절 많은 사람들이 찾는 멋진 산책길이다.
경주에 몇년 동안 살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찾아보지 않던 토함산 등산로를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날에 찾아보았다.
 




벚나무 단풍은 많이 떨어졌지만 불국사 담장을 따라서 자라고 있는 단풍나무들은 아직 고운 빛깔이 여전하다.





토함산 석굴암으로 오르는 등산로에 접어들면 바로 앞에 펼쳐지는 단풍나무 터널이 여행자들을 반긴다.





붉은 빛으로 타오르는 단풍에 감탄하며 올라가다 보면 누구나 걸음이 거북이처럼 늦어진다.



 조금 걷다가 올려다 보고 조금 걷다가 사진 찍고......
빨리 정상을 찍고 내려와야겠다는 생각은 이곳에서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어떤 곳은 단풍나무 터널이 너무 무성해서 아래가 어두울 정도로 그늘이 짙어졌다.




단풍이 물드는 색깔도 상당히 다양하다.

 



이렇게 핏빛으로 물드는 단풍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노란 빛으로 물들어있는 단풍나무들도 눈에 많이 뜨인다.



 
붉게 물들었든, 노랗게 물들었든 빛을 받아 반짝이는 단풍들은 가슴을 설레이게 한다.





넓게 뻗은 등산로를 한참 올라가다 보면 길이 조금씩 좁아지고 경사도 가파른 곳이 서서히 나타난다.




한참 오르다 보면 토함산 등산로의 명물인 오동수가 눈 앞에 나타난다.
물맛이 좋고 깔끔하여 불국사 아랫 동네 주민들은 매주 이물을 뜨러 산에 오르곤 한다.


옛날 한 스님이 오동나무 지팡이를 짚고 이곳을 지나다가 이상히 여겨
지팡이로 바위를 젖혀보니 맑고 깨끗한 물이 솟아났다고 해서
그때부터 이 샘물을 '오동수'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오동수로 마른 목을 축이고 다시 숨이 약간 찰 정도의 오르막을 한참이나 걸어 오른다.


 
소나무와 참나무, 단풍나무들이 어우러져 가을산은 알록달록 색동옷을 입었다.



등산로의 경사가 급해질수록 숨은 가빠오지만 
환하게 내려비추이는 빛은 오늘 산행의 목적지인 석굴암 주차장에 가까웠음을 느끼게 한다.





이윽고 석굴암 주차장에 이르니 석굴암 통일대종루가 이고 있는 하늘이 오늘따라 눈이 부시도록 푸르르다.




종루 바로 맞은편에도 단풍나무가 여러그루 있는데 마치 거대한 한그루의 단풍나무 같이 보이기도 한다.

 

석굴암 주차장 한켠에는 노점을 펴놓고 여러가지 특산물을 파는 할머니들이 눈에 많이 뜨인다.
늘어놓은 물건들은 다양하기 이를데 없다. 산수유, 고사리, 도라지,  쑥가루, 고추부각, 은행구이, 군밤......




동글동글한 감과 역전 번개시장에서 볼 수 있는 찐쌀도 있고



 

공해없는 곳에서 자란 국화잎을 말려 차를 끓여먹으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 것 같다.


이곳에서 제일 인기있는 것은 역시 군밤이다.  
"아지매요~~~ 군밤 하나 팔아주소~~"라는 할머니들의 강권에 못 이겨
그만 열개 삼천원 하는 군밤 한봉지를 받아들고야 말았다.
토함산에 올라 저 아래 펼쳐지는 경관을 내려다보며 먹는 군밤은...... 꿀맛이다!



오늘 등산의 목적지는 석굴암 주차장까지!
군밤도 먹고, 시원한 물도 마시고 한참을 앉아쉬다 다시 등산로를 통하여 불국사로 내려간다.



붉게 타는 단풍 터널이 너무나 아름다운 불국사 - 석굴암 등산로.
너무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는데도 게으름으로 자주 찾지 않은 것이 살짝 부끄럽기도 하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다시 한번 토함산으로 올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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