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에 사시는 친척이 정든 시골집을 버리고 이사를 간다고 한다.

30여년 살아온 시골집을 두고 왜 이사를 가는가 의아해 했더니

마을 전체에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서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마을을 버리고 떠나야 한다고......

 

마을 전체를 밀어버리고 세워지게 되는 국가산업단지의 이름은  '포항 블루 밸리 사업'.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 동해면, 장기면 일원 620(187만평)이르는 방대한 면적에 시행되는데

 9926억원을 투입해 의료·정밀·광학기기 등 부품 소재 산업을 유치해

19조원의 생산과 6만명의 고용창출효과를 목표로 하는 사업이라고 한다.

 

하지만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갑자기 떠나게 된 사람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몇백평 안 되는 집과 땅들을 다 팔아서 도시로 떠나봐야 아파트 한채 제대로 살 수도 없고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은 도시로 나가봐도 딱히 할 일도 없는 형편이다.

 

 

 

 

친척이 이사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시골집의 정취를 맛보기 위해

중산리로 들어가던 중 마을 어귀에 있는 중양서원 앞을 지나게 되었다.

 

 

 

 

서원 입구에는 '중양 서원 결코 매몰할 수 없을 것'이란 글귀의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설 부지 마련을 위해서 동해면 중산리 마을 전체가 매몰되는데

마을 가운데 위치한 중양서원도 똑 같이 매몰될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규모는 작지만  220년 역사를 지닌 서원인데 원형 이전하지 않고 그냥 매몰시켜 버린다니......

 

 

 

 

마을 대책위에서  서원 매몰을 막기 위해 LH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를 방문했을 때

LH공사의 답변은 이랬다고 한다. "서원 매몰은 포항시의 생각이다.

성동리 광남서원을 제외시킬 때 중양서원에서는 뭐하고 있었노?

토지 보상 이외에는 어렵다"고 단호하게 대답을 했다고 한다.

중양서원의 매몰은 이제 막을 수 없는 현실이 된걸까?

 

 

 

 

그동안 마을에 올때마다 스치고 지나기만 했을 뿐 한번도 들어가보지 않았던 중양서원.

매몰되기 전에 한번 살펴 봐야 되겠다는 생각에 중양서원 입구로 들어서본다.

 

 

 

 

외삼문의 이름은 망월문이다. 조그만 서원이지만 의외로 단아한 모습이다.

 

 

 

 

닫힌 문틈으로 내부를 들여다보니 강당 위에 중양서원이라는 현판이 선명하다.

혹시나 하고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보니 삐걱~ 하고 문이 안으로 열린다.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동해면 중산리에 위치한 중양서원은

조선 초기 문신 남은(南隱) 서섭(徐涉)을 주벽으로 서시복, 서종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

 1794(정조 18년) 지역 유림이 뜻을 모아 창건한 서원은 현재 당성 서씨 문중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곳에 위패가 모셔진 서섭은 세종 때 벼슬에 올라 자헌대부 이조판서를 지냈다.

집현전 학사들과 함께 세종의 명을 받았으며 단종 때 사육신의 순절을 애통해하며 낙향하여 후학양성에 전념하였다

 

 

 

 

중산리에 살고 있던 달성 서씨 문중의 구심점과 같았던 중양서원.

국가 산업 단지가 들어서게 되면서 매몰되어 흔적 없이 사라지게 되었다.

비록 보잘 것 없는 지방 문화재라지만 옛것을 원형 이전하지 않고 매몰시켜버린다면

이땅에 있는 조상들의 발자취는 다 사라져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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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이 이제 이틀 앞으로 성큼 다가왔는데 여러분은 새해맞이를 어떻게 할 예정이신지 궁금하다.  지난번 소개해 드린 포항 호미곶 상생의 손가락 사이로 2010년의 새로운 해가 떠오르는 감격을 맛보고 싶으신 분들은 안 계신지?  혹시 호미곶에서 <헌>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감격과 행운을 체험하셨다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구룡포에 들려 밤새도록 새로운 해를 기다리며 깔깔해진 위를 죽으로 달래어 보심은 어떠신지....


호미곶에서 남쪽으로 차를 달려 구룡포에 이르면 부두 못 미쳐 나타나는 '구룡포 할매 전복집'.  외지에까지 알려진 상당히 유명한 맛집이고 작년에는 롯데 백화점에 분점까지 개점한 30년 전통의 전복집이라고 해서 아주 크고 화려한 식당인가 했더니 웬걸...살짝 골목으로 들어앉은 2층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이다.  지금은 할매 전복집의 원조가 되시는 '할매'이신 시어머니가 타계하고 며느리인 김정희씨가 2대째 전복집을 하고 있다. 

" 어머니가 하실 때는 자연산 전복이 앞바다에서 많이 났는데,
요즘은 여기 것만으로는 물량이 모자라 동해 전역에서 나는 전복을 쓴다"는데

종패(새끼전복)를 동해안을 따라 뿌려뒀다가 자라면 해녀나 해남(경북 동해안에는 해남이 있다)이 들어가서 채취하는 식이다.
완전 자연산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양식산도 아니니....
마치 장뇌 산삼과 같은 방법의 전복 채취라고나 할까?

메뉴는 전복회, 전복 물회, 전복 비빔밥, 전복회국수, 해삼 무침.....전복을 이용한 여러가지 음식이 있지만
가장 유명한 전복죽을 시켜보았다.

1인분에 12,000원.....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전복죽을 끓이는 동안 도토리묵이 나왔다. 도토리묵의 맛이 제대로이다.



간소하지만 깔끔한 반찬과 ......



무지 소박한 부추전.....



그리고 커다란 그릇에 한가득 짙은 녹색을 띤 전복죽이 나왔다.
짙은 녹색을 띤 전복죽의 비결은 싱싱한 전복에다 전복 내장을 적당히 으깨어 넣는 특유의 조리법에 있다고 한다. 



전복살이 얼마나 들었나.....하고 숟가락을 넣어 휘저어 보니 제법 큼지막한 전복살이 숟가락에 걸려 올라온다.
큼지막하게 썬 전복살이 대여섯개나 죽 속에 들어 있으니 다소 비싸다고 생각했던 전복죽값이 이해가 된다.




잘게 썰지 않고 큼직하게 썬 전복살이 다른 지역 전복죽과는 모양새가 다르고 한입 떠서 입에 넣으니 전복의 신선함이 입안에 가득하다.
영양가 만점인 전복죽 한 그릇을 다 먹고 나니 포만감에 온 세상이 내것 같고 추운 날씨에도 몸에 따스한 기운이 온 몸으로 퍼져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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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낡았지만, 빛 바랜 정다움이 있는 소박한 마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지금은 인근의 호미곶 해맞이 광장의 명성에 가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어촌 마을이 되었지만 일제 강점기에는 동해안 최대의 항구였던 곳.
아직도 뒷골목길은 3,4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며 구룡포 명동에는 일제 시대의 적산 가옥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서
여명의 눈동자같은 드라마나 마요네즈 같은 영화의 회상 장면이 여기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외지인들은 별로 볼 것 없는 어촌이라며 스쳐 지나가기만 하던 빛 바랜 마을 구룡포.
한번쯤은 차에서 내려 좁은 구룡포 뒷골목으로 성큼 들어가 오래 전 추억 속으로 빠져 들어가 보기도 하고

소박하고 정감어린 부두나 해변에서 싱싱한 회나 과메기, 전복죽을 맛보는 것도 더할 나위없이 좋은 '구룡포의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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