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회식이 있어 평소보다 늦게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미 밤늦은 시간이 된지라 지하 주차장이 꽉 차 버려서 아파트 담옆에다 차를 세워 두고

샛문을 통하여 아파트 정원으로 들어섰을 때 어디선가 "냐옹~"하고 가느다란 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렸습니다.

한번도 아파트 안에서 고양이를 본적이 없었는데 고양이 울음소리라니.....

 

주위를 살펴보니 우리 동 앞 벤치 앞에서 잿빛의 조그만 고양이가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냐옹~"하고 인사를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고양이가 도망도 안 가고 사람을 계속 쳐다보고 있다니......!

저도 반가운 마음에 앉아서 "미요~~~ 이리 와~!"하고 고양이를 손짓하며 불러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고양이 참 신기하네요!

개처럼 꼬리를  살래살래 흔들며 제게 다가오더니 제 손에다 머리를 들이밀고 스스로 부비부비를 하지 않겠어요?

그러더니 꼬리와 등을 빳빳하게 세우고 제 주위를 몸을 힘껏 밀착하여 부비부비를 하며 빙빙 도는겁니다.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엉덩이를 팡팡 해주었더니 이번에는 배를 보이며 발라당 들어눕지 뭐에요!

 

원래 고양이란게 개와는 달라서 집고양이라도 모르는 사람은 경계하고 웬만하면 사람에게 배를 드러내지 않는 동물인데

처음 만난 저에게 부비부비를 하는 것도 모자라 배를 드러내며 발라당 누워 애교를 부리다니요!

어두운 가로등 아래였지만 고양이는 우리가 흔히 길냥이라고 부르는 '코리안 숏헤어'는 아니었어요.

한눈에 보기에도 품종고양이임이 분명한 이 아이의 털은 흰색과 회색이 섞여 있고 눈은 노란 빛이 도는 녹색이네요.

그런데 털이 많이 긴데다 그루밍을 안하는 고양이인지 털은 상당히 지저분하고 털끝에 티끌이 많이 묻어있었어요. 

길고양이가 아닌 품종고양이가 아파트를 배회하고 있다니......

누가 잃어버린 고양이일까요? 아니면 어느 집에서 키우다 버린 고양이일까요?

 

한참을 만져주다 집으로 들어가려고 일어서니 이 고양이, 강아지마냥 쫄래쫄래 저를 따라오는겁니다.

따라오던 고양이는 제가 현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파트 공동 현관 문 앞에 얌전히 앉아 저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엘리베이터가 내려왔고 저는 그만 집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그다음날 저녁, 운동하기 위해 아파트 문 앞을 나설 때였습니다.

아파트 상가 커피숍 앞을 지나는데 어제 그 고양이를 또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를 발견한 이 고양이, 보자마자  "냐옹~"소리를 내며 쪼르르 달려오더니 어제보다 더 애교를 부리며 부비부비를 하는게 아닌가요?

 

혹시 고양이가 배가 고픈게 아닐까 생각한 저는 수퍼에서 간식을 사다가 고양이 앞에 놓아주었어요.

그런데 고양이는 간식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계속 제 주위를 빙빙 돌며 몸을 부비부비하는게 아니겠어요.

너무 귀여워 어제처럼 머리를 쓰담쓰담해주고 엉덩이를 팡팡해주었더니 또 좋다고 벌러덩 배를 보이며 드러눕네요.

이 고양이는 먹는 것 보다 사람의 사랑과 관심을 더 갈구하는 고양이인 것 같았습니다.

 

토요일, 일하지 않고 쉬는 날이라 낮에도 고양이가 나와 있을까? 하고 아파트 정원으로 나가보았습니다.

공동 현관을 나서자 마자 게단 앞에 아주머니 몇분과 아이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저희 동 입구 계단 앞에는 고양이가 앉아 있고 주민들은 고양이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 분들의 말씀을 들어본 즉, 한달전 쯤 한집이 이사갔는데 그때부터 이 고양이가 보이기 시작했으니

그 사람들이 이사가면서 버리고 간게 분명하다는 말이었습니다.

 

몇몇 분들은 저와 마찬가지로 고양이에 대해서 많은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그중의 몇분은 고양이를 데리고 가서 목욕도 시켜주고 때때로 먹이도 챙겨주고 물도 갖다놓아주셨다고 하는데

데리고 가서 키우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어떤 분은 애기가 있어서 고양이를 키울 수 없고

어떤 분은 이미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 고양이를 데리고 갔더니 으르렁거리며 싸워서 다시 갖다 놓았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고양이의 품종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길고양이는 아니라는게 공통적인 의견이었어요.

저도 여러 고양이 사진을 봤는데 확실하지는 않지만 '페르시안 친칠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러시안 블루 믹스 종인 네렐룽이라고 합니다.)

 

 

 

 

사진에서 본 '페르시안 친칠라'는 하나 같이 털이 길고 윤기 나며 눈도 반짝반짝하던데

이 고양이는 피골이 상접하다(?)고 할 만큼 바짝 말라있고 윤기있어야 할 털은 거칠기 짝이 없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긴 털 끝에는 여러가지 티끌과 마른 검불 같은 것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네요.

무엇보다 고양이의 표정이 너무 어둡고 어딘지 우울해 보이네요. 

어딘가 병이 들어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을걸까요? 주인을 잃은 외로움에 지쳐있는 상태일까요?

 

 

 

 

저희 아파트 안에는 길고양이조차도 살고 있지 않아서 이 고양이는 주인은 커냥 친구조차 없는 외톨이 신세네요.

아파트의 여러 현관 중에서도 이 고양이는 꼭 저희 동 앞에서만 배회를 한다고 하네요.

혹시 주인이 이곳에 살았던것일까요? 잘은 모르지만 이 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 같습니다.

 

 

 

 

고양이는 매일 혼자 아파트 계단 앞에 앉아 있다가 배가 고프면 커피숍이나 수퍼 앞을 어슬렁거린다고 합니다.

그러면 고양이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먹을 것을 주고 물도 먹여주고 한다네요.

분명히 편안한 집 안에서 주인의 사랑을 듬뿍맏고 키워졌을 집고양이가

이제는 버림을 받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먹이를 얻어 먹고 사는 '각설이 고양이'가 되어 버렸네요.

 

 

 

 

저녁에 나가서 돌아보니 고양이는 아파트 정원 소나무 아래 움푹 파인 곳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 졸고 있었습니다.

외롭게 혼자 지내는 고양이가 애처롭기도 하고 계속 눈에 밟히기도 해서 

마음 같아선 안고 들어와 잘 씻긴 후 집에서 키우고 싶지만 도저히 그럴 형편이 안 되는지라 선뜻 마음을 낼 수가 없네요.

 

저와 마찬가지로 고양이에게 관심을 두고 매일 지켜보시던 어떤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유기동물 보호소로 신고할까 생각도 해봤는데 그곳에서는 일주일 동안 기다려 주인이 안 나타나면 안락사시킨다고 하네요. 

그것보다는 아파트 정원에서 이렇게 지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이 고양이는 누가 잃어버린 고양이일까요? 아니면 주민들의 말처럼 어느 집에서 키우다 버린 고양이일까요? 

혹시 이 고양이를 아시는 분은 안 계신가요? 아니면 불쌍한 각설이 고양이를 입양하실 분은 안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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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를 떠돌던 냥이는 귀한 분이 오셔서 입양해 가셨습니다.

6월 2일 직접 아파트에 오셔서 냥이를 구조해 가셨고

동물병원에 가서 레볼류션 맞추고 미용하러 가신다고 합니다.

혼자 외롭게 지내던 냥이는 이제 주인의 사랑을 마음껏 받게 되었네요.

그간 베풀어주신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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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신성천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안동 길안천으로 합해지는 낙동강의 상류 신성계곡.

하얀 바위 계곡이 신비로운 행성에 온 듯한 백석탄 및 구비구비 비경으로 가득한
신성계곡의 들머리에 날아갈 듯 앉아 있는 정자 방호정을 찾아 길을 나섰다.





방호정으로 향하는 다리 위에 서서 건너편을 바라 보니 뒷산의 바위줄기가 뻗어내리다
물속으로 뛰어들기 직전에 만들어진 절벽에 그림같은 산수정원이 만들어졌다.





다리를 건너서 방호정 옆으로 난 돌계단으로 올라가 본다.
건너편에서 보는 경치도 좋지만 아랫편에서 올려다보는 경치도 너무나 정겹다.





정자로 향하는 계단 아래 오니 어디선지 "냐옹~~~"하고 고양이 울음소리가 난다.

정자 아랫편을 내려다보니 예쁘게 생긴 길냥이 한마리가 가게 옆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아이구...이쁘기도 해라~~ 너무 이쁜 냥이로구나~ "하며 고양이를 부르니
너무나 가늘고 이쁜 목소리로 "냐옹~~~"하고 대답을 한다.





길냥이가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계속 쳐다보며 아는 척 하는게 신기하여
냥이 앞에 쭈그리고 앉아 냥이에게 말을 걸어본다.

"냥이야~~ 넌 이름이 뭐니~~? 냐옹~~~~" 
"냐옹~~~~~"   
"냥이야~~ 넌 사는 곳이 어디니? 냐옹~~~~"
 "냐옹~~~~"          
너 혼자 이곳에 살고 있니? 친구는 없니? 냐옹~~~~"





한참이나 "냐옹~~~~냐옹~~~~~" 하던 길냥이가 슬그머니 방호정 대문 입구 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대문 앞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틀고 앉은 냥이. 다시 한참이나 바라보면서 "냐옹~~~~"하며 말을 걸어온다.
길냥이는 자신에게 보내는 관심을 즐기고 있는 것일까?




한참이나 "냐옹~~~ "하며 소리를 내더니 이제는 무심한듯 쉬크하게 털고르기를 한다.




앞다리를 쭈욱 뻗어 자잘한 털까지 고루고루 핥아주며 털고르기를 하던 길냥이.




몸을 스르르 일으키더니 방호정 축대 아래로 난 개구멍을 지그시 응시한다.
앗! 냥이야~ 들어가지 말고 나랑 같이 놀아~~! 냐옹~~~~!"  




필자의 간절한 바람을 아는지 모르는지 길냥이는 몸을 길게 늘어뜨리더니 유유히 개구멍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한참이나 기다려도 냥이는 소식이 없고 경내를 다 돌아보고 나올 때 까지 길냥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냥이야~~ 추운 겨울날 따스하게 지낼 구멍은 잘 마련해 놓았겠지? 내년 봄에 와서 다시 만나자~"
길냥이가 사라진 개구멍을 바라보며 마음 속으로 인사를 남기고 쓸쓸함만 남은 방호정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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