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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27 마카오 뒷골목에서 맛본 생애 최고의 라면 35


한때 마카오 최고의 홍동가였던 펠리시다테 거리. 그 한켠의 거리 음식점이 슬금슬금 나를 부른다.

좁은 골목길 한켠에 비만 겨우 가리도록 쳐 놓은 차일 아래 펼쳐진, 허름하기 이를데 없는 길거리 식당이다.

 

 

사람들이 쉴새 없이 다니는 골목 한켠에 접이식 테이블을 몇개 펴놓고 플라스틱 의자 몇개 갖다 놓은 것이 전부이다.

 외식을 즐기는 마카오 사람들은 아침 식사 마져도 주로 사먹는 경우가 많아서

외식산업이 발달되어 있고 길거리 음식도 매우 다양하다.

 

 

칼국수집, 비빔밥집, 곰탕집, 냉면집.....처럼 우리나라는 한가지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많지만

홍콩, 마카오 사람을 비롯한 중국 사람들은 음식점에 한두가지 메뉴 밖에 없다는 것을 아주 이상하게 생각한다.

세계 3대 음식으로 손꼽히는 중국 음식은 수십가지의 다양한 메뉴를 준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골목에다 테이블을 놓고 장사하는 길거리 식당조차도 메뉴판의 앞뒤가 빼곡하도록 메뉴가 다양한 것을 볼 수 있다.

 

 

세나도 광장 부근 시장에서 완탕면을 배불리 먹은지 아직 얼마 되지 않은지라 여기서는 차한잔 정도만 하기로 하고

골목 안 남의 집 벽에 기대어 놓은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커피와 라이차, 그리고 파오(包=빵)하나를 주문했다.

커피와 라이차는 각 8 MOP(파타카). 한화로 1,00원 정도이다.

잠시 후 내어놓는 라이차와 커피. 커피는 우리네 자판기 커피와 별반 다르지 않는 맛이었지만 라이차는 제대로이다.

거리 식당에서 우유를 탄 글라스 위에 거름망을 놓고 클래식한 티포트까지 내어 놓다니.......역시나 마카오다.

 

 

티포트를 열어보니 차가 정말 많이 들었다. 한방울의 차도 허투르게 흐르지 않도록 끼워둔 꼭지도 인상적이다.

한참 우려낸 차를 우유가 담긴 글라스에 가득 따르고 그 맛을 보니 음~~~!

제법 제대로 된 영국식 '에프터눈 티(Afternoon Tea')이다.

마카오에 깃든 유럽의 식문화 중에 가장 여유롭고 가장 고상한 것이 에프터눈 티라는데

고급 호텔에서나 맛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 에프터눈 티를 뒷골목 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니......대박이다!

 

 

하나에 6 MOP(820원) 하는 큼지막한 파오는 양손으로 가르면 너무나 부드럽게 결대로 잘 갈라진다.

부드럽게 쭈욱 찢어서 입에 넣고 음미해보니 파오 맛이 정말 부드럽고 쫄깃하다.

 

 

파오 하나와 커피, 라이차로 점심을 대충 때우려다 옆 테이블을 보니 어떤 남자가 라면을 정말 맛나게 먹는다.

남이 먹는 자장면과 남이 먹는 라면은 언제나 맛나게 보이는 법! 갑자기 식욕이 동하여 여주인을 불러

건너편 테이블을 가리키며 똑 같은 걸로 달라고 했더니 알았다고 끄덕이더니 금방 라면을 준비한다.

 

 

보골보골 끓는 라면 옆 프라이팬에서는달걀 프라이와 중국식 햄이 함께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어간다.

 

 

이윽고 다 끓여진 라면을 넓적한 라면 그릇에 붓더니

 

 

라면 위에 육수에 데쳐낸 배춧잎 몇 포기와 함께 중국식 햄, 달걀 프라이를 소담스럽게 올려 테이블애 올린다.

노르스름한 라면 위에 붉은색 햄, 그 위에 하얗고 노란 달걀 프라이, 하얀 숟가락, 연두색 젓가락......

햐~~! 정말 죽이는 색감의 조화이다.

음식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 주인 아주머니는 '腿蛋麵(퇴단면)'이라고 쓰인 메뉴를 손가락으로 짚어준다.

'腿(넓적다리 퇴:중국식 햄),蛋(달걀 단)麵(면)'이니 '햄과 달걀을 올린 라면'이라는 뜻으로 보인다.

가격은 16 MOP(파타카)이니 한화로 약 2,200원 정도가 되겠다.

 

 

퇴단면의 면발을 들어 살펴보니 면발이 오돌오돌~~아주 탄력 있어 보인다.

한 젓가락 들어 맛을 보니 오~~올~~~!! 면발이 정말 탱글탱글하고 쫄깃쫄깃하다.

겨기다 라면 육수는 또 얼마나 진하고 구수한지.....

달걀, 햄 등 동물성 고명으로 인해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부분은 살찍 데친 배추가 산뜻하게 입맛을 다스려준다.

 

 

아침 먹은지 얼마 되지 않았을 뿐더러 라면 먹기 전에 파오(빵)와 차까지 미리 마셨는데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맛보는 퇴단면의 환상적인 맛에 반해 허겁지겁 먹다보니 금새 라면 그릇의 바닥이 보이기 시작한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수백개의 라면을 먹었겠지만 이날 마카오 펠리시다데 거리 뒷골목에서 먹었던 라면 퇴단면은

첫손가락으로 꼽고 싶은 '내 생애 최고의 라면'으로 내 마음의 일기장 한편에 진하게 아로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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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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