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영 박물관(British Museum) 은 고대 이집트, 앗시리아, 그리스, 로마의 유물과 서구 선사시대의 유럽 켈트족의 유물, 로마시대의 영국의 유물,동양세계의 이슬람,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등 동서고금의 문화유산을 모은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으로 세계 제일의 규모의 규모를 자랑한다.
세계 각국의 문화재를 찬탈하거나 헐값에 사와서 자기나라 박물관에 진열해 놓은 것이 약간은 미안했는지 박물관의 입장료는 무료인데 대신 입구에 자발적인 헌금을 받는 통이 있었다. 스스로 돈을 넣는 사람도 있는지 헌금통 안에는 세계각국의 돈이 들어있었는데난 기분좋게 그 앞을 스쳐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박물관의 외부는 이오니아식 열주가 서있는 파르테논 신전의 모양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었지만 실내로 들어가니 밝고 현대적인 건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곳은 만남의 장소이고 오른 쪽의 둥근 건물은 원형 도서관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를 지나 이집트관으로 들어서니 거대한 석상의 윗부분이 전시되어있었다. 이집트 람세스 2세(기원전 1270년경)의 석상인데 테베에 있는 그의 기념 신전에서 출토되었다. 턱에 달린 것은 수염인데 위엄을 나타내기위해 붙였다 한다. 가슴에 뚫린 구멍은 프랑스군이 가져오려고 뚫었지만 운반에 실패하고영국인 벨조니가 인부 수백명을 동원해서 사막을 건너 영국으로 가져왔다.
파라오의 석관과 피라미드. 석실의 벽에 새겨진 글씨들을 그대로 떼어내왔다.
고대 중동 지방의 목동들이 쓰던 물맷돌. 다윗이 골리앗을 때려눕힐 때 이런 물맷돌을 날렸으리라.....주먹만한 돌을 보니 쏜살 같이 날아가서 눈에 박히면 아무리 골리앗이라도 즉사하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르테논 신전은 그 건물이 거의 껍데기만 덩그러니 서있는데 파르테논 신전에도 없던 조각품들이 대영박물관 파르테논 전시실에원래 있던 그 위치대로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미이라 전시실엔 수많은 미이라들이 전시되어있었다.사람은 물론이고 심지어 개나 고양이의 미이라도 있었다.
아주 덥고 건조한 지방에서 죽은 사람인가보다. 방부처리를 하거나 하는 미이라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람의 시체같은데 죽은 당시의 모습 그대로 오랫동안 건조되어 미이라가 된 듯 하다. 옆에는 같이 출토된 부장품들이 놓여있다.
뼈만 남은 미이라들을 보니 인생이 참 덧없다는 것이 느껴졌다.
중국관,일본관,동남 아시아관을 거쳐 가장 마지막엔 한국관을 둘러보았는데 한국관 안은 기와집 대청 마루가 꾸며져 있었고그 안에 실내 소품 몇 가지, 밖에는 부채나 도자기,책 몇 권이 고작이었다. 우리 박물관에서 대여해준 것이라고 하는데우리 문화를 세계만방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이런 큰 박물관에 훌륭한 문화재를 좀 많이 대여전시해주었으면 하는 맘이 간절하였다.
단지 우리 기업에서 기증한 에어콘 하나만큼은 지극히 빵빵하여후텁지근한 여느 전시실과는 많이 비교가 되었는데 우리 전자 제품의 우수성을 영국에도 알리는 듯 느껴져 약간의 위로가 되었다.
주마간산이라고 할까...... 이 큰 박물관을 하루에 후딱 해치우듯이 돌아보았다. 한 달을 둘러봐도 자세히 보지 못한다는 대영박물관은 남의 나라에서 가져온 유물들로 전시 공간이 부족할 만큼 가득히 차 있었는데 우리가 국력도 키워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문화재에 대한 인식을 가지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우리나라가 격동의 기간들을 거치는 동안수많은 우리의 문화재도 이집트처럼 외국의 손에 넘어가 버렸다.그 예로 쿠텐베르크 성경보다 70년이나 앞선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도우리나라가 아닌 프랑스 도서관에 보존되어있지 않는가......새삼스럽게 우리 문화재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뼈저리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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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아침은 고요하다. 하이드 파크에는 조깅을 하는 사람들, 아이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조차도 조용하였다. 한 쪽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서 있길래 가보았더니 약간 높은 단 위에 한명이 서서 연설을 하고 있고 십여명의 사람들이 서서 그냥 조용히 연설을 듣고 있었다. 누구든지 자기 의견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은 하이드파크에 와서 연설을 한단다. 하지만 흥분된 느낌은 없었고 연사도 청중도 너무 조용하기만 하였다. 약한 안개에 싸여 아침의 하이드 파크는 분주함조차도 차분해보였다.
하이드 파크 옆에는 로얄 앨버트 홀( Royal Albert Hall )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이 연주회장은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 앨버트공의 지휘하에 1871년에 완공되었다. 마침 '프롬스(PROMS)' 가 열리는 기간이어서 앨버트홀앞에는 '프롬스'를 알리는깃발이 드리워져 있었다. '프롬스'는 산책을 의미하는 ‘프롬나드(Promenade)’와 ‘콘서트(Concerts)’의 합성어인데 관객들이 공연장에서 음악을 산책한다는 낭만적인 뜻이 담겨 있다. 1895년 시작되었다고 하니 벌써 11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공연이다.
'프롬스'의 공연은 클래식 공연이라 입장권이 비쌀 것 같지만
티켓값은 10~20 파운드(약1만 7500~3만5000원) 선으로 영국 물가로는 저렴한 편이다.
특히 인기가 높은 공연 무대 바로 앞 공터인 아레나(Arena)석 가격은 5파운드(약 8000원)에 불과하다.
입석이어서 서서 들어야하는 단점이 있지만 나라도 싼 값에 그 좌석을 사서 연주를 들을 것 같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 나라 클래식 공연의 티켓 값은 너무 비싸지 않은가......
왠만한 이름난 연주자 티켓 값이 뒷 좌석 값도 10만원이 훌쩍 넘는 이 현실......
우리도 이처럼 싼 값에 유명 연주가들의 연주를 들을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맘 간절하였다.
로얄 앨버트홀 맞은 편 켄싱튼 가든 쪽으론 앨버트 기념비(Albert Memorial)가 서있다.
빅토리아 여왕이 먼저 죽은 남편 앨버트공을 기리기 위해 세운 고딕 양식의 기념탑이다.
유럽에서는 보기 힘들게 기념비 전체가 금으로 도금되어 있는데
가운데 있는 앨버트 공의 금동상 손에는 당시 만국박람회의 카다로그가 들려있고
위의 삼각형 지붕위에는 빅토리아 여왕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금으로 장식된 앨버트 기념비를 보니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 사랑이 눈에 선히 보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기념비의 4면에는 4대륙을 상징하는 조각들이 각각 세워져 있다. 대영제국의 세력이 4대륙에 뻗쳐져 있었던 것을 자랑이라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앨버트 기념비에서 자리를 옮겨 국회의사당(Houses of Parliament)으로 향했다.
런던의 웨스트민스터에 있는 국회의사당은 전세계 모든 의사당 건물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11세기에 왕궁으로 건축되었던 옛 건물은 1834년에 일어난 화재로 대부분 소실되었는데,
고딕 복고 양식의 거대한 건축물로 재건되어 템즈 강 왼쪽 언덕에 우뚝 솟아 있다.
건물은 정면 길이만도 300m가 넘고 천개 이상의 방을 갖추고 있으며
그 유명한 빅벤은 높이가 거의 100m로 아직도 손으로 태엽을 감는 전문적인 시간지기가 있다.
그리고 꼭대기 조그만 방에 불이 켜져있으면 '의회중'이란 것을 나타낸단다.
남의 나라 국회의사당이라 안으로 들어가보진 못하고(하긴 우리 나라 의사당도 함부로 가보지 못하긴 마찬가구나.)
의사당의 전경이 가장 잘 보이는 템즈강 건너편으로 가서 조망하기로 했다.
템즈강변에 서니 의사당의 모습이 한눈에 잘 들어왔고 9시 뉴스에서 런던 특파원이 트렌치 코트를 입고(꼭 트렌치 코트라니까....!)
"지금까지 런던에서 특파원 ***였습니다."하던 자리에 서서 나도 특파원이라도 된 듯 흉내를 내며 사진을 찍었다.
바로 주변에는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 Abbey)이 있다.웨스트민스터는 "서쪽의 대사원"이라는 뜻으로 시 서쪽에 있어서 붙여진 이름인데 참회 왕 에드워드(Eward the confessor) 의해 지어졌으며 프랑스에서 온 노르망디공 윌리엄은 잉글랜드 왕의 정당한 후계자임을 과시하기 위해 1066년에 여기서 대관식을 치렀다 . 그 후 40명이 넘는 영국의 왕이 차례로 대관식을 거행하는 등 영국 왕실의 역사가 응축된 곳이 바로 웨스트민스터 사원이다.
고딕양식의 이 건물에는 가늘고 긴 스테인트 글라스가 장관인데 사원안에는 찰스디킨스, T.S.엘리어트, 윌리엄 워즈워스 대한 인물의 묘가 가득여 관이 너무 많아 바닥에 세워놓았을 정도라고 한다. 바로 옆의 도서관 건물도 역사를 말해주는 듯 고색이 풍겨나왔다.
타워브리지 바로 옆에는 런던 타워가 있다. 초창기 왕실 겸 요새에서 후에는 VIP용 감옥으로 전환되었는데'천일의 앤'이 헨리 8세와 불꽃같은 1000일의 사랑을 나누고 참수형을 당한 곳이기도 하다.
템즈강의 다리를 사이에 두고 국회의사당 건물의 비껴서 맞은 편엔 그 이름도 유명한 런던 아이(London Eye)가 서있다.
일명 Millennium Wheel 이라고 하는데 거대한 자전거 바퀴를 연상케 하는 놀이기구이다.
높이 135m, 무게는 2100 톤이라고 하는데 올라가면 템즈강 주변 일대를 다 관람할 수 있다.
한번 타는데 30분이 걸린다는데 줄이 한도 없이 길게 늘어서 있어서 관람하는데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파리의 에펠탑 처럼 런던도 뭔가 관광과 함께 즐길 거리가 필요했었나보다.하지만
파리의 에펠탑이 주변 경관과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는 것관 달리
런던 아이는 주변의 고풍스런 건물과 어울리지 않게 ' 웬 바퀴?'이런 느낌을 주었다.
국회의사당이나 런던 브리지 같은 자랑거리가 있는데 왜 이런 물건을 만들었을까....하는 생각이 들만큼
흉물스럽기도 한 물건이었지만런던 사람들은 무지 좋아하고 에펠탑에 비견할 만하다고 자랑한다고 한다.
버킹엄 궁전(Buckingham Palace)은 영국 여왕의 공식 런던 거주지이다.
유명한 왕실 근위병 교대식을 보려고 했으나 시간이 잘 맞지 않은 관계로 30분 이상 기다려도 볼 수가 없었다.
생각 외로 버킹엄 궁전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았고 궁전 앞 마당도 좁은 것이 약간 초라하기까지 하였다.
관광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궁전 담 창살에 붙어서서 안을 들여다 보고 있었는데
나도 창살을 부여잡고 안을 들여다 보았으나 한참을 들여다보아도 뭐 별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다.
버킹엄 궁전 바로 정면에는 빅토리아 여왕의 기념비가 위풍당당하게 버티고 서 있었는데 역시 동상은 금 도금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빠뜨리지 않아야 할 곳은 뭐니 뭐니 해도 대영 박물관(British Museum). 고대 이집트, 앗시리아, 그리스, 로마의 유물과 서구 선사시대의 유럽 켈트족의 유물, 로마시대의 영국의 유물, 이슬람,중국,일본,한국 등 동서고금이 문화유산을 한데 아우른 세계 제일 규모의 박물관이다. 대영박물관에 대해선 다시 자세히 포스팅하기로 하고 다운타운으로...
런던 다운타운의 메인 스트리트는 정말 길이 좁았다.2차선 정도 밖에 안 되는 좁은 길에 대형 2층 버스는 얼마나 많이 다니는지......버스가 몇 대 모이면 위 사진과 같이 그야말로 길이 답답하다.우리와 다른 점은 횡단보도가 두길을 직선으로 이어주지 않고 한 쪽 길을 건넌후 가운데 있는 보행자도로에 섰다가 다시 좀 더 가서남은 쪽 길을 건너는 ㄱ자와 ㄴ자를 혼합해놓은 듯한 그런 형태의 횡단보도가 많았다.우리가 학교 다닐 때에는 영국사람들은 신사여서 질서나 규칙을 잘 지킨다고 들었는데런던 사람들은 횡단 보도가 아닌데에도 서있다가 차만 안 오면 아무데서나 마구 건너는 것이었다.사람은 너 나 할 것 없이 어디나 다 똑 같은 듯......
2층 버스 외에도 관광객들을 위한 2층 투어버스도 많이 다녔다.2층이 오픈되어있어서 걸어다니는 것보다 더 쉽고 편안하게 런던 관광을 할수 있는 버스이다.다운 타운은 다양한 백화점, 자그마한 기념품 가게 들이 빼곡이 자리잡고 있어서 여행객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다.먼저 근처의 캐시미어 전문 판매점에 들러서 보고 있으니 점원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난 그냥 둘러보러왔다고 하니 그래도 점원은 친절하고 상세하게 영국산 캐시미어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가게를 나와 백화점 몇 군데를 들려보았는데 상품의 상태는 우리와 별반 다를것이 없었고 우리나라 백화점보다는 훨씬 소박한 느낌이 들었다.거리 곳곳에 1인 거리 공연을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중에는 스코틀랜드 전통 백파이프 연주, 온몸에 흰페인트를 칠하고 동상처럼 움직이지 않는 사람도 있어 그 주변에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어 구경하고 있었다.
거리 여기저기의 노점에는 이쁜 기념품이 참 많았는데 2파운드 짜리 열쇠고리 2개, 역시 2파운드 짜리 냉장고용 자석 서너개를 샀다. 비록 이름난 명품이 아니더라도 타워브리지나 버킹검 근위병,2층 버스들이 새겨진 냉장고용 좌석은 아직도 우리 집 냉장고 문에 붙어서 문을 열 때마다 런던에서의 추억을 되살리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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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떠나 런던으로 가는 유로스타를 타기 위해 파리 북역 (Gare du Nord)에 도착했다.
어디서나 역 근처는 약간 어수선하고 너저분한데 파리도 예외는 아니었고
그것이 도리어 약간의 친근함마저 가져다 주었다.
기차를 타기에 앞서 역 주변 약간 허름한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달팽이 요리를 먹었다.
파리에서 먹는 달팽이 요리는 분명 최고의 것이어야 하는데
역 근처의 레스토랑이라서 그런지 맛은 그럭저럭이었다.
도리어 경주의 현대 레스토랑 '피사'에서 먹은 것이 더 훌륭한 맛이었다. 음식을 먹은 후에는 꼭 화장실은 사용하고 나온다. 우리 나라에서 후한 것 중에 하나는 화장실 인심과 물 인심일 것이다. 어느 식당을 가든지 앉으면 먼저 물부터 주고 '뭘 드실래요...'하고 물어보지 않는가....
그런데 유럽이든 미국이든 가는 식당 마다 물은 절대 주지 않는다.
자기 물을 가지고 가서 먹든지 아니면 물을 주문해서 먹고 꼭 돈을 지불해야 한다.
공짜로 물을 주면 물을 남기게 되는데 돈 주고 산 물은 어찌 그리 빨리 병이 비워지는지....ㅠㅠ
물이 먹고 싶어도 꾹 참고 목이 마른채로 다니기가 일쑤였다.
거기다 유럽에는 화장실 인심이 어찌 그리 고약한지.....
다니는곳 마다 화장실 입장료를 치뤄야 하는 곳이 많았다.
이 화장실 인심은 이탈리아가 제일 지독한데
어디서든 화장실 앞에 관리인이 버티고 앉아 25센트나 50센트를 받는다.
제일 황당한 것은 잔돈이 없는 경우.....
거스름돈을 내주기도 하는데 어떨 땐 울며 겨자먹기로 1유로를 내고 볼일을 보기도 했다.
돈을 주고 화장실에 가야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가는 곳 마다 화장실은 어찌 그리 자주 가고 싶은지......^^
게다가 길거리에 있는 유료화장실중에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문이 저절로 열리는 화장실도 있다지 않는가.
6분이라던가?....지나면 스르르 문이 열려 지극히 황당했다는 사람의 얘기도 생각이 난다.
레스토랑을 나와 바로 옆에 있는 파리 북역으로 향했다.
파리에는 "파리'라는 이름이 붙은 역은 없고북역,동역,생라자르역, 리옹역,몽빠르나스역.....이런 이름의 역들이 있는데
북역은 보통 프랑스 북쪽의 벨기에나덴마크,네덜란드,독일,영국으로 가는 기차들을 탈 수 있는 곳이다.
역 앞에는 쓰레기도 널부러져 있고 노숙자들이 퀘퀘한 냄새를 풍기며 누워있기도 했다. 역 안은 매우 넓었으며 안은 현대식으로 되어있었다.
'아멜리에' 영화에서는 기차역 안의 즉석 사진을 찍는 부스에서 찢어진 사진들을 주워 앨범에 붙이는 장면이 여러번 나오는데
그게 북역이었던가...어디서 많이 본 듯한 친근한 건물이었다.
기차표를 받아서 보니 파리 북역에서 런던 워터루역이라고 적혀있었다. 이제 유로스타를 타는 것이다!
국경을 지나기 때문에 검색대도 지나서 플랫폼에 내려가니 수려한 모습의 유로스타가 서 있었다. 유로스타는 우리의 KTX랑 내부 구조나 시트가 거의 비슷하다. 좌석간 길이나 좌석의 넓이나 가운데 마주 보고 있는 것,입구의 짐칸까지 모두 닮은 꼴이다.
기차는 서서히 움직이더니 이윽고 아주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하였다.
차창 뒤로 날아가는 전원의 풍경.....평화롭고 고즈녁한 프랑스 농촌의 풍경이다.
서서히 집들이 줄어들더니 갑자기 차창 밖이 시커매졌고 기차의 굉음이 우리의 귀에도 전해졌다.
터널로 들어선 것이다.
이제 도버 해협을 지하 터널로 건너는 것이다.
파리와 런던 간을 운행하는 유로스타는 이렇게 구간의 대부분을 해저 터널로 운행한다.
옛날 같으면 배로 오랜 시간을 풍랑과 싸우며 건너가야할 뱃길을기차 안에 편안하게 앉아서 담소하며 건너가고 있는 것이다.
유로스타는 이윽고 워터루역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려 개찰구를 나오니 모든 표지판의 글씨가 <영어>로 되어있었다.영국이니 영어가 쓰인 것이 당연한 일인데 왜 그리 신기한지......사실 독일,스위스,이탈리아,프랑스를 거쳐오는 동안
영어는 구경도 못하고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독일어,이탈리아어,프랑스어만 봐왔던 터이다. 우리 나라는 모든 표지판이 한글,영어,심지어 중국어로 친절하게 표기되어있는데
독일엔 독일어로만, 프랑스엔 프랑스어로만, 이탈리아는 이탈리아어로만 표지판에 표기되어있었다.우리 나라 언어가 제일 우수하니 답답하면 너희가 배워서 와라....이렇게 말하는 듯이 보였다. 제각기 자기 민족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여행객으로써는 지독히 불편한 부분이었다.
그래서 표지판이나 다른 안내 문구를 볼 때마다
이것이 무슨 뜻인가....하고 영어와 비교해서 생각하느라 머리가 아팠던게 사실이다.
이탈리아어는 그나마 영어가 유추되는 단어가 많았지만 불어란....@.@ 학교 다닐 때 불어를 공부하기는 했지만 생각나는건 "봉 쥬르 무슈~"와 "메르시 보꾸" 뿐이었으니....ㅋ
우리 나라 사람에게 영어는 거의 제2 국어라는 우스개 소리를 듣고 웬 희한한 소리가 다 있나....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워터루역에 내려 영어를 보는 순간 갑자기 모든 글자가 눈에 들어오며 그 뜻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영어를 보면서 그렇게 눈이 시원했던 때는 그 때 뿐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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