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 준령이 높은 줄기가 감싸고 앞으로는 낙동강, 내성천이 흐르는

배산임수의 명당 예천은 물맛이 좋기로 유명한 곳이라 

나라가 태평할 때 단물이 솟는다는 샘인 '예천(醴泉)'으로 불리워왔다.

 

물맛이 좋은 고장의 술맛이 좋은 것은 당연한 이치.

오래전부터 예천에는 수십개가 넘는 양조장이 있었다고 하나 

공장에서 대규모로 제조되어 나오는 각종 주류에 밀려

지금은 3개 정도가 명목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 지난번 1박2일에 나와 유명세를 타게 된 용궁양조장을 찾아 보았다.

 

 

 

 

1958년에 지어졌다는 용궁양조장. 세월의 풍상이 건물에서 진하게 풍겨나온다.

 

 

 

 

붉은 벽돌 건물 옆으로 난 대문을 통해 양조장 안으로 들어가 본다.

 

 

 

 

막걸리 양조장이라 많은 사람이 일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사람의 기척이 거의 나지 않는다.

 

 

 

 

안으로 들여다 보니 시설도 조촐한데 왼쪽으로 난 방에도 막걸리를 양조하는 시설이 있다.

 

  

조금 있으니 나타난 양조장 사장님.

1박2일에서 출연진들에게 다짜고짜로 막걸리를 권하던 바로 그 사장님이다. 

인사를 드리고 양조장을 좀 돌아보아도 되겠냐고 허락을 구하니

혼자 분주하게 일하시던 사장님은 다짜고짜로 '막걸리 한번 맛볼랑교? "하면서 바가지 채로 권한다.

 

 

 

 

소주 한잔만 해도 갑자기 아스팔트가 벌떡 일어나는 특이체질인지라 절대로 술을 못 마시지만

물맛 좋기로 유명한 용궁의 전통 수제 막걸리를 어찌 그냥 지나치랴.

살짝 맛을 보기로 하고 입에 대어 보니 의외로 막걸리 맛이 되게 순하다.

예전에 맛본 적이 있었던 시금털털한 막걸리와는 비교도 안 되게 부드러운 맛이 난다.

같이 간 동료들도 막걸리맛이 너무 좋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양조장인데 분주하게 일하시는 분은 사장님 한분 밖에 보이지 않는다.

혼자서 일해서도 수요를 감당할 만큼 막걸리의 수요가 많지 않은 것일까?

  

소주나 맥주가 인기를 얻으면서 오랫동안 서민들의 술이었던 막걸리는

공사판이나 농촌에서 마시는 술로 인식되어 왔는데

최근에는 그 맛과 효능이 다시 알려지면서 다시금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효묘균이 그대로 살아 있는 우리의 전통 막걸리는 유효 기간이 닷새 남짓이라

이곳의 막걸리는 멀리까지 배달이 안 되고 오직 용궁면내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이곳에 근무한 세월이 45년이 훌쩍 넘었다는 용궁 양조장 사장님.

막걸리병을 들고 포즈를 취한 모습에는 남다른 자부심이 풍겨 나온다.

다른 곳에는 없고 오직 이곳 용궁면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용궁 수제 막걸리.

물맛 좋은 예천에 들리는 여행자가 꼭 한번 거쳐가야 할 곳으로 강력히 추천해 본다.

 


Copyright 2012. 루비™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원작자의 사전 허가 없이 사진이나 글을 퍼가는 행위는 저작권법에 위반됩니다.

Posted by 루비™

,



토요일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샤워를 하고 부산을 떨어본다.
여느 토요일 같으면야 밀린 잠을 보충하려고 이불 속에서 밍그적거리기가 일쑤겠지만
오늘은 지인 몇사람과 부산 금정산성 트레킹을 하기로 약속되어 있는 날인지라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 후 들고다니기 가벼운 NEX-5를 배낭에 챙겨넣고 집을 나선다.

여기저기 다니길 좋아하는 필자이지만 그동안 산에는 제대로 올라본 적은 없었는데
평소에 특별한 운동도 하지 않고 숨쉬기 운동만 열심히 해왔던 구제불능 저질 체력으로 인해
그리 높지 않은 동네 산이라도 조금만 오르면 금방 헉헉거리다 중도 포기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필자인지라 지인들이 금정산에 가보자고 했을 때도 물론  단호히 거절했다.
"아......난 등산 정말 싫어하거등....올라가기도 힘들고 내려오기도 힘들어서....."하니
금정산은 케이블카 타고 올라갈 수 있는데 완만한 산등성이를 산책하듯 걸으면 되는 트레킹 코스라고
어린아이들도 쉽게 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산 위에서 부산 시내가 훤히 보여 너무 좋은 곳이라고 한다.
부산 시내가 훤히 보인다는 말에 혹한 필자.
"그래? 힘들여 높이 올라가야 하는게 아니라면 한번 가보지 뭐......부산 전경도 사진 찍을 겸....."

금정산에서 내려보며 부산 전경을 찍을 것을 생각하니 출발부터 기분이 좋아진 필자.
황성공원에서 지인들을 만나 차에 태우고 네비게이션을 금강공원 주차장으로 찍은 후
가벼운 마음으로 차를 고속도로로 올리니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도로는 막힘없이 시원하게 잘 뚫린다.
요즘 대세인 나가수 노래를 모두 같이 흥얼거리며 운전하기 한시간 여.
금강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아직 오전인지라 주차할 공간도 넉넉하다.

 




부산 시민이 자랑하는 금강공원에 들어서니 입구부터 싱그러운 숲이 등산객들을 반기고 
입구에는 이렇게 임진왜란 때 동래부사 송상현과 함께 동래성을 지키다 순절한 분들의 유해를 모신 '동래 의총'도 만날 수 있다.





좀 더 쉽게 산에 오르기 위해 케이블카를 이용하기로 한다.
금정산 케이블카는 '로프웨이'라고 하는데 케이블카라는 이름보다는 뭔가 있어보이는 느낌이 든다.
요금은 편도는 3,500원 왕복은 6,000원이다.




로프웨이를 타고 아래에 펼쳐지는 부산 전경을 멋지게 담어보려 벼르고 왔건만.....!
아침부터 도시를 감싸고 있던 안개는 당최 걷힐 줄 모르고 저멀리 부산 전경은 고사하고 발 아래 건물조차 희미하고 몽롱하다.




로프웨이 스테이션 바로 앞에 보리밥집이 있기에
아직 점심 먹기는 이른 시간이지만 브런치(?)로 보리밥 한그릇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5,000원 짜리 보리밥을 받아들고 보니 꽁보리밥에 가까운 수준의 밥이 카다란 그릇에 담겨져 나왔다.




콩나물, 취나물, 무나물, 열무 김치, 파김치 등을 보리밥에 올란 후 된장찌개 두어 숟가락 놓고 슥슥 비벼먹으니 가히 꿀맛이다.




보리밥으로 배를 불리고 자판기 커피 한잔 나눠 먹은 후 본격적으로 산길을 걷기 시작한다.
해가 나지 않고 흐린 날이라 사진 찍기에는 조건이 좋지 않지만 대신 자외선이 강하지 않을 것 같아 조금 안심이 된다.


                                                                                  지도를 클릭하시면 더 큰 사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적 215호인 금정산성(金井山城)은 총 길이가 17,336m에 면적은 약 251만평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방대한 규모의 산성이다.

성곽은 내.외성으로 되어 있고 성벽은 1.5~3m로 쌓았으며 동,서,남,북 네곳에 성문을 거느리고 있다.




금정산에 언제 처음으로 성을 수축하였는지 문헌상으로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의 산성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고 난 후인 조선 숙종(肅宗) 29년에 축성된 것이라고 한다. 




남문을 지나니 다시 돌로 덮힌 평탄한 산길이 시원하게 뻗어있다. 그야말로 노인들도 걸을 수 있는 무난한 코스이다.
 



산길이라기보다 공원 산책로 같은 길을 한참이나 걷다보면 이렇게 조그만 연못도 보이고......




숲길 좌우에는 많은 사람들이 운동도 하고 식사도 할 수 있는 커다란 식당들도 있는데 폐업해서 버려진 식당들도 간간이 보인다.
산길을 한참 가다보니 느닷없이 도로가 나오고 버스가 사람들을 토해놓는다.
산꼭대기로 올라오는 버스라니.....! 이런건 정말 부산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닐까?
버스가 오가는 길을 지나 숲길로 들어서니 갑자기 오르막길이 나타나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자니 등에는 금새 땀이 흘러내린다.

 



한참 오르막을 오르니 다시 문하나가 나타난다. 문의 이름은 동문이라고......




동문의 홍예 아래로 보이는 숲이 나무 아름답다. 가을에 오면 정말 경치가 좋은 것 같은 금정산성이다.





동문 아래에는 마침 금정산 막걸리 축제가 벌어지고 있어 등산객들에게 금정산의 명물 '산성 막걸리' 시음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줄만 서면 모두 산성 막걸리 한잔씩 얻어먹을 수 있는 좋은 기회지만 필자는 비주류인지라 아쉽지만 그냥 통과......




동문을 지나서도 한참이나 솔숲이 우거진 산길의 연속이다.
가도가도 소나무숲......비슷비슷한 풍경인지라 사진 찍기에 대한 애착을 버리고 느긋하게 산길에 펼쳐지는 풍경을 즐기며 걸으니
새소리도 잘 들리고 공기도 더욱 신선하게 느껴진다. 한시간을 그렇게 걸었다.....사진도 안 찍고 묵묵히.....





한참을 그렇게 말없이 걸어오다보니 사방이 탁 트인 지대가 나타나고 너무나 멋진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쉬다가 걷다가 하며 천천히 걸어왔더니 로프웨이 스테이션에서 이곳까지 거의 2시간이나 걸렸다.
높이 올라가거나 험난한 코스가 거의 없지만 방대한 넓이의 산성을 끼고 걷는 코스라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산의 정상이 가까워지니 예사롭지 않는 바위들이 줄줄이 눈앞에 펼쳐진다.






돌을 떡 주무르듯 뭉쳐서 올려놓은 듯한 바위들.




저멀리 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바위들.




톱으로 잘라낸 듯 넓고 반듯한 바위들이 이리저리 포개어져 있는 기이한 모습을 보니
금정산이 그저 동네 뒷산인줄 알고 올라온 필자가 그만 부끄럽게 느껴진다.





산성 위에 올라서서 아래를 보니 저 아래 부산 시가지가 다 보였고 자세히 보니 해운대 앞 바다도 가물가물하게 보인다.
카메라로 찍어보기도 했지만 엷게 끼인 안개 때문에 사진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아쉽지만 삭제해버려야 했다.





안개가 끼어 시계가 불분명하니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어렴풋이라도 보이는게 어디냐.....
언젠가는 맑고 청명한 날 올라 제대로 된 사진 한번 찍어보리라.....하며 다음날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산 위에 앉아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사람들의 뒷모습은 정말로 여유로워보인다.
이런 맛 때문에 사람들은 힘든데도 불구하고 산으로 산으로 올라오는건가 보다.




 

북문을 지나면 해발 801m의 고당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북문에서 빤히 보이는 고당봉까지는 올라가야 금정산을 다녀왔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미 너무 오랜 시간을 걸어온지라 더 이상 무리하지 않고 돌아서는 길을 택하기로 한다.





고당봉을 가려면 우리 일행처럼 금강공원에서 시작하지 말고 범어사를 통해서 바로 올라오는 길을 택하는 것이 더 좋을 거 같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올 때 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렇게 산성 위에 앉아 작은 휴식을 취하는 노부부들을 만나기도 하고
동문 근처 술숲에서 친구들 몇명밖에 없는 관중 엎에서 열심히 연주하는 대학생들의 어쿠스틱 기타 콘서트도 한참이나 듣고......
쉬며.....놀며.....걸어서 로프웨이 스테이션까지 오니 시각이 어느덧 다섯시.
금강공원에서 남문, 동문을 지나 북문까지 트레킹하는데 걸린 시간이 무려 여섯 시간 남짓 걸린 셈이다.
등산을 자주 다녀 근육이 많이 단련된 지인도 발바닥이 너무 아프다고 하고 필자 또한 살짝 무리한 듯 하나 기분만은 한없이 좋다.




로프웨이를 타고 아래로 내려오며 보니 아침보다는 안개가 많이 걷히었다.
완전히 선명하지는 않지만 아침보다는 시계가 확실히 많이 트여 저멀리 전경까지 제법 잘 보인다.






처음으로 올라보았던 부산 사람의 마음의 고향 금정산.
비록 금정산성 전체를 다 돌아보지도 못했고 고당봉 바로 직전에서 발걸음을 돌리긴 했지만
도시 한가운데 있는 금정산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고

동네 바로 뒤에 마음의 고향과도 같이 아름다운 산을 가진 부산 시민이 또 한번 부럽게 느껴진 하루였다.



Copyright 루비™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원작자의 사전 허가 없이 사진이나 글을 퍼가는 행위는 저작권법에 위반됩니다.

Posted by 루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