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달이 솟아오르는 보름날이 되면 언제나 마음에 작은 파도가 인다.
바다 위로 솟아오른 둥근 달, 바다 위로 부서지는 달빛이 눈 앞에 자꾸 어른거려
서둘러 일을 마치고 구비구비 산길을 돌아 바다로 향한다.
이미 날은 어두워지고 달 뜨는 시간이 가까워오니 조급한 마음에 속력을 높여 본다.





무속인들의 굿판이 벌어지는 대왕암을 뒤로 하고 찾는 이 없는 한적한 어촌에 이르니 
이미 보름달이 바다 위로 휘영청 떠오르고
저멀리 수평선엔 고깃배들의 불빛이 가물거린다.

아직 달빛이 바다까지 이르지 않아 달빛이 바닷물에 떨어지는 시간을 기다려본다.
알싸한 바닷바람이 귀와 볼을 세차게 스치며 옷깃을 여미게 한다.





아! 머리 위 달 그림자가 바다 위로 떨어져 부서진다.
검푸른 바다 물결 위로 일렁이며 춤추는 달의 은빛 부스러기.





은빛 달 부스러기들이 파도를 따라 반짝이며 내 발 밑으로 다가온다.
조각조각 부서지는 달빛 따라 바다로 한걸음 내디디고 싶다.
저 은빛 달 부스러기들을 따라가면 보름달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바다로 부서져내리던 달빛은 더욱 환하게 바다를 비춘다.
고요해진 바다 위로 수평선 너머 불빛들도 반
짝임을 더해준다.
차디찬 겨울바람에 손과 발은 점점 감각을 잃어가는데 
언제까지나 서서 바라보고 싶은...... 달빛 부서지는 동해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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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경인년, 새해 새날이 밝아왔다.

부지런한 분들은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잠도 안 자고 기다리며
새해 첫 일출의 시간을 맞이하고 멋진 사진도 찍어 블로그의 탑을 장식하는데
난 편안하게 거실의 창문을 열고 '명활산성'위로 찬란하게 떠오르는 새해를 맞이했다.

 원래 번잡한 곳을 가는 것을 좀 안 좋아하는데다 예전에 동해안으로 해맞이를 가는 길에
엄청나게 밀려 있던 차 안에서 신랑이랑 사소한 일로 대판 싸우고 차를 되돌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온 이후로  해맞이 알러지가 좀 생겼기 때문....^^
그 이후론 1월 1일의 번잡합을 피해 그 다음날이나 다른 조용한 날에
동해안으로 가서 늦은 해맞이도 하며 여유를 즐기곤 한다. 


 동해안 7번 국도는 부산에서 시작해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지는 국토를 종단하는 국도.
그 길이도 대단하지만 7번 국도길의 풍광은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경치이다.
많은 구간의 도로가 바다와 나란히 뻗어있어서 눈부시게 푸른 바다와 함께 차를 모는 맛은 정말 운전의 피로를 잊게 해 줄 정도이다.
바닷길 어디든지 가다가 세우기만 하면 해맞이를 할 수 있다는 것도 7번 국도의 장점.


 7번 국도의 수많은 해맞이 명소 중에서도 베스트에 꼽히는 망양정에서 바다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울진군 근남면에서 왕피천을 옆으로 끼고 바다를 향해 해안도로를 달린다.

실직국(悉直國)의 왕이 이곳으로 피난해 숨어 살았다고 하여 마을 이름은 왕피리,
마을 앞에 흐르는 냇물은 왕피천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곳은 특히 은어의 서식지로 강태공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낚시 명소로
어느 지인은 여
름 휴가 때만 되면 왕피천에서 은어를 잡느라 휴가를 다 보낼 정도..
또 바로 근처에는 천년기념물 155호인 성류굴이 있어서 함께 돌아보면 금상첨화이다.



 해변에 위치한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상가 뒤쪽으로 난 소나무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야트막한 야산 정상에 바다 위로 날아갈 듯이 정자가 앉아 있다.


 이름하여 '망양정(望洋亭)'이니 이는 바다를 바라보는 정자란 뜻이다.


망양정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옆으로는 왕피천이 흐르고 앞으로는 푸르른 동해바다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드넓은 해변은 맑고 오염이 없는데다가 해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모기떼를 전혀 볼 수 없는 곳이라
여름밤에 텐트를 치고 해변에서 밤을 새워도 모기에 물릴 걱정이 전혀 없는 것이 이 곳의 장점이다.



 본래 강원도의 동해안지방에는 명승지가 많기로 유명하지만
강원도 동해안에 있는 여덟 곳의 명승지를 일컬어 관동팔경이라 부르는데 



 강원도 통천의 총석정, 고성의 삼일포, 간성의 청간정, 양양의 낙산사, 강릉의 경포대, 삼척의 죽서루,
경상북도 울진의 망양정, 평해의 월송정이 이에 해당하고 간혹은 월송정 대신 시중대를 넣기도 한다. 
 


특히 이들 팔경에는 정자나 누대가 있어 많은 한량들이 이곳에서 풍류를 즐겼으며
이에 얽힌 전설과 문학등이 가사로 전해져오고있다.


 

망양정은 고려때는 현재의 기성면 망양리 현종산 기슭에 있었다고 하는데 1860년 철종11년에 현재 위치로 옮겼다.

 


 그 이후 허물어 무너진 것을 1958년에 다시 중건하였고



 2005년에 심하게 낡은 것을 다시 해체하여 새로 지었으므로 아직도 단청을 비롯하여 모든 것이 산뜻하다.



 조선 숙종은 관동팔경중 이 곳이 가장 뛰어나다고 하여 손수 어제시(御製詩)를 지어 하사하기도 하였고
 '관동제일루(關東第一樓)'라는 글자를 써보내 정자에 걸도록 했으며



 정조대왕의 어제시(御製詩)의 흔적도 현판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외 망양정을 그린 그림으로는 정선의 '백납병(百納屛)' '망양정도(望洋亭圖)가 유명하다.


 

강호에 병이 깁퍼 듁님의 누엇더니  관동 팔백니에 방면을 맛디시니,  어와 셩은이야 가디록 망극하다.

(중략)

쳔근을 못내 보와 망양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날이니 하날 밧근 무서신고.
갓득 노한 고래, 뉘라셔 놀내관대,  블거니 쁨거니 어즈러이 구난디고. 
은산을 것거 내여 뉵합의 나리난 닷,  오월 댱텬의 백셜은 므사 일고.

(하략)

각중에(갑자기) 왠 사설인고...하시겠지만
우리들이 고교 시절 국어 시간에 누구나 한번씩은 들어본 적이 있는 싯귀일 것이다. 

바로 송강 정철이 읊은 관동별곡에서 망양정에 대한 구절이다.


선조의 명을 받아 관찰사로 강원도에 가게 된 정철이 금강산과 관동 팔경의 아름다움을 연시조로 읊어쓰는데 이것이 바로 관동별곡.
시조에선 한양에서 출발하여 철원,금강산,총석정,삼일포,경포호,촉서루를 거쳐 망양정에서 달맞이를 하고 신선을 만나는 것으로 끝맺는데
관동 별곡에서 많은 구절이 망양정의 묘사에 치중된만큼
망양정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경관은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하고 아름답다.


망양정에  처음 오른 기억은 대학 때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울진 성류굴을 돌아보고는
망양정 바로 아래 살던 선배 집에 무작정 찾아간 것이 망양정에 처음 오르게 된 때.
처음 보았던 망양정 앞 바다는 무서울 만큼 짙푸르고 맑았으며 바람이 불면 파도 또한 거세게 밀려와서
30분 정도 바닷물에서 놀아도 수영복 안에 모래가 가득 차 있었던 황당한 기억이 떠오른다.



망양정은 해맞이 뿐 아니라 보름날 달맞이 하기에도 안성맞춤인 곳.
바다로 떠오르는 보름달을 정자에서 보는 것은 해맞이보다 더 감동적인데
보름달이 떠오르면서 주변 바다가 금빛으로 반짝이며 파도치는 장관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달빛에 부서지는 금빛 바다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그 장면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되는데
새해 해맞이를 제대로 못 하신 분은 동해안 정자 위에서 대보름 달맞이를 해보심은 어떠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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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추석에 '송편'을 먹는다면 중국인도 중추절음식으로 '월병(月餠)'을 즐긴다.
중국의 중추절에는 가족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월병을 나눠 먹으며 무병 장수를 비는데
옛 문헌에 '중추절 달을 깨물어 먹듯 작은 떡을 먹는다(小餠如嚼月)'는 기록이 남아 있어서 그 역사가 짐작된다.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이 원나라 전복을 위해 최후의 일전을 준비할 때다.
그는 8월 15일을 결전의 날로 잡았다.
문제는 원나라 감시망을 피해 각 지역에 어떻게 군령을 전하느냐였다.
고심 끝에 '8월 15일 밤 봉기(八月十五日夜起義)'라고 적힌 쪽지를 '월병(月餠)'속에 넣어 선물이라며 돌렸다.
군령은 신속하게 전달됐고 봉기는 성공했다.
이것이 중국인이 중추절 때 월병을 선물로 돌리게 된 유래다.



송편이 반달 모양인 데 비해 월병은 보름달 형태이다.
월병의 둥근 모양은 다 비슷하지만 지역에 따라서, 맛과 재료에 따라 수백여 종으로 나뉘고 그 가격 또한 천차만별이다.
속을 넣어서 만든다는 점은 송편이나 월병이나 비슷한 점인데
월병의 속으로는 팥, 복숭아, 살구, 땅콩, 깨, 연밥, 야자 열매, 오리알, 계란 노른자 등 다양하기 이를데 없으며
최근에는 과일, 야채, 아이스크림, 초콜릿, 해산물 등을 넣은 신개념 월병들까지 생산되고 있다.



중추절에 월병을 주고 받는 문화는 중국인들에게는 이제 관습처럼 되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반 서민들에게는 그렇게 보편화된 풍습이 아니었다.
중추절의 월병 문화는 상업주의에 의해 부활됐다고 볼 수 있으며 현재의 월병 문화는 중국의 부정 부패의 단면을 비춰 주기도 한다.
황금으로 만든 월병이 등장하는가 하면 월병 세트에 보석을 끼워 돌리기도 하는 등.... 모두 다 청탁이 그 목적인데......
과거 이민족 타도라는 애국적 대의를 위해 봉사했던 월병 선물은 이젠 중국 사회를 갉아먹는 뇌물로 전락해 버렸다.
개혁,개방 이후 '돈이 최고의 가치'인 중국인들의 씁쓸한 자화상이 월병에서 배어난다.  



인천 차이나타운에 갔을 때 중국제과점에서 월병을 팔기에 몇 개 사서 먹어보았다.
여러 가지 채소가 다져진 채로 들어있는 월병이었는데 처음 접해 보는 월병은 의외로 맛이 별로였다.
너무 물기가 없고 파스락하여 한 개를 제대로 씹어 넘기기가 힘들었고 다른 사람들도 먹기가 힘들다고 했다.
역시나 우리네 입맛에는 우리 송편이 최고의 추석 음식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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