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유적지인 신라 천년고도 경주.
수학여행 때 경주에 와서 대표적인 유적지 불국사, 석굴암, 안압지, 첨성대, 반월성을 돌아보신 분들은
경주의 볼만한 곳은 이미 다 보았는데 뭘 보러 다시 경주에 가지? 하고 말하기도 하지만
경주에 둥지를 틀어 몇년째 살고 있는 필자도 아직 못 가본 명소가 너무나 많다.

경주라고 하면 떠오르는 불국사, 안압지 등.....
이름만 들어도 떠오르는 유명한 경주 유적지에 조금은 식상하신 분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경주의 마지막 오지가 있으니 
그곳은 바로 경주 보문단지에서 8km 정도 떨어진
첩첩산중 고원지대에 위치한 구 도투락 목장터이다.


경주 보문단지 물레방아에서 좌회전하여 꼬불꼬불한 산길을 한참 들어가면 나타나는 암곡 마을.
암곡마을은 가을이면 물결치는 억새로 장관을 이루는 무장산으로 올라가는 입구이기도 하다.
무장산은 여느 산보다 비교적 코스가 평탄하여 등산 초보자나 가족 단위 등산객도 무난히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곳.

무장산 등반을 선택하신 분들은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직진하여 산길로 들어서면 되는데
필자는 무장산행을 택하지 않고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차를 꺾어 왕산마을길로 들어선다.
산촌마을 좁은 길을 조금 달려 마을을 벗어나니 이내 눈 앞에 나타나는 비포장 도로.

울퉁붙퉁, 덜컹덜컹, 우당탕탕.......
SUV차량이라면 좋으련만......차체가 낮은 승용차로 좁고 험한 산길을 오르려니
차바닥이 울퉁불퉁한 길바닥에 끌리기도 하고 무성한 나뭇가지들이 차 옆을 부욱 긁어대기도 한다.
'가다가 마주 오는 차를 만나면 어떻게 비키지.....'?하는 고민이 들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인적이 드문 산길이라 목적지에 갈 때까지 마주오는 차를 만나지 않으니 안심이다.






한참을 운전해가니 자그마한 사찰이 나타나고 그 앞에 차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난다.
차를 세우고 조금 걸어가니 녹슨 철문이 눈 앞을 가로막는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이곳은 태영건설의 사유지이니 관계자 외에 출입을 통제한다."는 경고문이다.

철문이 열려 있기에 '차를 몰고 들어가도 되는가 보다. 차를 가지고 들어가봐?'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차를 아래에 두고 철문을 통과했다.
엄청나게 넓은 지역을
몇시간이나 걸어다니다 해거름에 다시 입구로 돌아오니 헉! 철문이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철문 옆에 한사람 정도 통과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비집고 나올 수가 있었지만 모르고 차를 몰고 들어갔더라면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산속에 갇혔을 생각을 하니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철문을 통과하면 입구에서부터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간간히 산새 소리만 들릴 뿐 사방은 적막하기 이를데 없다.
숲길에는 아카시아와 찔레꽃이 만발하여 꽃향기는 진동하고 벌들은 제 세상을 만난 듯 윙윙거리며 날아다닌다.






산길을 한참 오르니 갑자기 너른 고원지대가 나타난다.
끝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광활한 지역에 펼쳐진 밀밭이라니....!
해발 600m 높이에 면적이 200만평이 넘는 고원지대가 펼쳐지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다.

이곳은 예전에 도투락 목장이 있던 곳인데 십여년 전에 
폐쇄되어 지금은 군데군데 밀밭과 옛 축사의 잔해들만 남은 상태이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보니 숲은 가꾸지 않아도 울창하게 우거지고 천연의 대지가 그대로 보존되게 되었는데
이곳을 찾는 이들은 "대한민국에 이런 곳도 있다니.....! 정말 신비롭다!"하며 감탄을 마지 않는다.

                               
도투락 목장터는 해발 600m의 능선임에도 불구하고 평탄하고 원만한 능선을 갖고 있어 
대규모  촬영을 하기에 아주 적합하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배경 처리가 필요없을 뿐 아니라 
여기저기 폐건물이 남아 있어서 전쟁의 느낌을 살리기에는 최적의 장소이다.
이곳에서 태극기 휘날리며, 전우, 꿈은 이루어진다, 선덕여왕 전투신.....등이 촬영되었으니 
이곳은 그야말로 전쟁 영화 촬영지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 장소가 암곡 탐사의 최종 목적지이지만 잠시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본다.
멀리서 보아도 자태가 범상치 않은 소나무 한그루가 눈에 확 들어왔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고 가까이 가보았더니 역시나.....!
MBC 드라마 선덕여왕 초반에 국선 문노가 앉아서 북두팔성(?)을 보던 바로 그 소나무이다.






마치 잘 다듬어진 분재같은 소나무는 밀밭 한가운데 고고하게 서 있는데 풍기는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문노 소나무를 보고 다시 원래 가던 길로 다시 접어드니 군데군데 버려진 폐가들이 눈에 뜨인다.
모두가 도투락 목장 시절에 일하던 목부들의 숙소이라고 한다.




여기저기 폐건물과 폐자재들이 을씨년스럽게 버려져 있지만 치우는 사람은 없고 거의 방치된 상태이다.




조금 더 가다보니 역시 폐가 하나가 나타난다. 바로 '태극기 휘날리며'를 찍었던 세트장이다.
폐가로 들어가는 길은 키 높이로 웃자란 밀밭이 가로막고 있어서 손으로 이리저리 헤치면서 조심스럽게 들어가야 한다.




갈라진 벽 위에 US 8th Army.......라고 쓰인 글이 글이 인상적이다.
세트장이라지만 금새라도 꼭꼭 숨어있던 미군이 총을 들고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전투신을 찍고 버려진지 이미 오래된 세트인지라 지붕도 다 부서지고 문이며 창은 성한 곳이 하나도 없다.




좁은 복도 바닥에는 폐자재가 널부러져 있고 대낮인데도 안은 어둡고 습기가 가득하여 마치 귀신이라도 출몰할 것 같다.




음침한 실내, 산산조각이 난 유리문들은 따사로이 비추이는 햇살과 싱그러운 신록과 대조되어 묘한 느낌마쳐 자아낸다.





비록 영화 촬영 세트에 지나지 않지만 벽에 여기저기 갈겨 쓴 문구들은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미 8군 세트장을 나와 한참 걸으니 멀리 가파른 언덕 위에 집 한채가 서 있는 것이 보인다.
한참을 헉헉거리며 걸어올라가 아래로 내려다 보니
목장의 일부 전경과 멀리 겹겹이 둘러싸인 산들이 보여 이곳이 첩첩산중 고원지대란게 새삼 실감이 난다.





언덕 위의 집은 그랜드호텔이다. 
역시 영화 세트장으로 쓰인 곳인데 지금은 이곳을 호기심으로 다녀간 사람들이 먹고 버리고 간 오물들만 구석에 쌓여있다.





그랜드 호텔을 나와 뙤약볕 속에서 온몸에 흐르는 땀을 닦고 닦으며 한참이나 걸어가니
저멀리 야산 등성이에 범상치 않은 한무리의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200mm 렌즈의 줌을 땡겨 사진을 찍고 확인해보니 역시 '태극기 휘날리며'를 찍었던 세트가 분명하다.
 



야산 등성이를 향해 한참이나 걸어가니 여러채로 되어 있는 세트가 나타난다.
국군의 기습 침투전을 촬영한 이곳은 '태극기 휘날리며'의 로케이션 장소 중 빼놓을 수 없는 백미이다.
 





원래 한천공장 부지인 이곳을 제작진은 한달 동안 포크레인과 인력을 동원해서 크고 작은 건물들을 제작했다고 한다. 





길게 자란 목초들과 스산한 폐건물들의 조화는 흡사 전쟁의 포화가 방금 휩쓸고 지나간 자리처럼 느껴진다.





치열했던 전쟁의 상황을 알려주는 듯 세트장 주변은 아직까지 폭격의 잔해들로 가득하다.





그을린 벽들과 무너져 쌓여 있는 벽돌들은 바로 며칠 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처럼 생생하고 처절하게 다가온다.




세트장 벽 여기저기에 써져 있는 낙서에는 온통 마릴린 먼로에 대한 동경이 가득하다.
한국전쟁이 치열했던 당시 마릴린 먼로는 미군들을 위문하기 위해 머나 먼 한국에까지 왔다고 한다.





필자가 돌아본 곳 말고도 이 산중에는 전쟁 영화 촬영지와 버려진 세트가 더 있다고 하지만 
이미 더위 속에 너무 많이 걸었던지라 더 돌아보지 못하고 그만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필자의 암곡 순례길은 전쟁 영화 촬영지를 위주로 돌아본 탐사지만 
꼭 영화 촬영지가 아니더라도 이 지역은 오프로드 라이딩에는 최적의 장소.
올레길처럼 걸어서 돌아보아도 좋고 산악자전거나 사륜구동차를 이용해서 돌아보기엔 안성맞춤이다.

200 여만평이나 되는 너른 고원지대에 오르면 맑은 공기와 함께 시계가 탁 트여 가슴까지 후련해지는데
맑은 날에는 덕동댐, 보문단지, 포항 시가지까지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다고 한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않았던 경주의 마지막 오지, 숨겨진 보석과도 같은 이곳도 그 모습을 간직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경주 보문단지에 새로 개장한 블루원 리조트의 부속시설인 식물원과 골프장이 이 일대 120 만평 부지에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올해 이후 공사가 시작된다면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이 신비로운 대지는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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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그 어느 계절이든 경주에서 아름답지 않은 계절은 없다.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벚꽃, 유채꽃, 이팝나무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는 화사한 봄,
푸르른 신록과 함께 붉고 흰 연꽃들의 자태로 정신 못 차리게 하는 여름,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와 붉게 타오르는 단풍들의 사열로 환희에 젖어드는 가을,
그리고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 눈이라도 쌓이게 되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는 겨울.

어느 한계절이라도 아름답지 않은 계절은 없지만

그 중에서도 경주를 찾는 여행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뭐니뭐니 해도 봄철이다.

앙상하던 가지에는 파릇파릇 새순이 돋고 화사한 꽃들이 폭죽 터지듯 만발하는 요즈음.....

낮시간의 경주도 아름답지만 밤시간에 돌아보는 경주는 낮보다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대부분 짧은 시간을 쪼개서 경주를 방문하시는지라 저녁이 되면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지만

경주의 화려한 봄날은 해가 지면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압지, 첨성대, 반월성, 서출지, 대릉원......

가는 곳마다 환한 불을 밝히며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경주의 찬란한 봄밤을 몇장의 사진으로 소개해 드린다.




경주에 오시는 분들은 누구나 빠뜨리지 않는 첨성대,
밤에 본 자태는 한마디로 '무지 섹시하다'.

 



벚꽃이 만개한 반월성, 너무 넓어서 앵글에 다 잡히지도 않는다.

밤중에 올라가 보면 엄청 무섭기는 하지만 전혀 새로운 기분을 맛볼 수 있다.




반월성 앞 유채밭. 벚꽃과 유채가 같이 피는 풍경은 환상 그 자체이다.
 작년과 올해는 아쉽게도 벚꽃이 지고 나서야 유채가 피었다.





물왕릉 옆에 있는 동부사적지구 고분들.
밤이 되면 등골이 오싹할 것 같지만 의외로 데이트하기에 아주 딱인 곳이다.





계림의 멋들어진 나무들.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온 모습은 꽃보다 더 아름답다.





경주 야경의 백미, 안압지 야경. 모든 진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소에서 찍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던 어느 고요한 봄밤. 안압지 연못에 비친 나무들.

어느것이 실경인지 어느 것이 반영인지 구분 안 될 정도이다.





연못물이 미동도 않지 않아 마치 거울 같은 반영에
보는 이들마다 탄식을 금치 못했던 어느 봄밤의 안압지이다.
  




안압지에도 벚꽃은 핀다. 아름드리 벚꽃 나무 아래서 본 안압지 전각의 아름다운 자태.





진사들이 추천하는 보문단지 최고의 사진 포인트 보문정. 언제 가든지 진사들이 진치고 있는 곳이다.





보문단지 입구의 벚꽃길. 오색찬란한 조명이 벚꽃의 색깔을 더욱 화려하게 만들어준다.





보문호숫가의 능수벚꽃.

일반적인 벚꽃에 비해 꽃이 작고 성기지만 물가로 뻗어 자라는 그녀의 자태는 너무나 우아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벚꽃 터널이 이어진 산책로로 걸어다니지만 이렇게 물가로 걸어다녀야 보문 벚꽃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그리고 김유신 장군묘로 들어가는 진입로인 흥무로도 경주 야간 벚꽃의 명소.
이곳은 오색조명이라 더욱 야경이 화려하다.





그리고 고요한 야경을 원하시는 분은 통일전 앞에 위치한 서출지를 가보시길 권한다.

서출지는 신라 소지왕 때부터 있던 작은 저수지로 정월대보름 풍습의 기원이 된 저수지이다.





아름드리 벚나무와 소나무들이 둘러싸 운치를 더하는 서출지는
연잎이 자라기전인 봄날에 가야 정자의 반영을 즐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감은사지를 환상적인 야경 명소로 추천한다.

시내에서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감은사지의 일몰과 야경은 빠뜨려서는 섭섭한 곳이다.


간략하나마 허접한 사진 몇 장으로 경주의 봄날 야경을 소개해 드렸다.

이번에 미쳐 소개해 드리지 못한 경주 야경은 다음 기회에 한번 더 올려 드릴 것을 약속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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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 눈이 참 많이 내렸다고 한다.
강원도 산간 지역에선 내린 눈이 녹지도 않았는데 또 눈이 내려 뒤덮이고......눈이 정말 지긋지긋할 법도 하다.
하지만 경주에선 지난 2월에 눈이 살짝 내렸다가 금방 녹아버린 것 외엔 겨우내내 거의 눈이 내리지 않았다.
9일 아침에도 역시 아침에 눈이 조금 내리다간 언제 내렸냐는 듯 금방 다 녹아버려 모두를 실망시켰다.
그런데 10일 아침, 이상하게 창 밖이 환하여 평소보다 눈이 빨리 떠지길래 혹시나 하여 창을 열어보았더니
이런 놀라운 일이 있나.....온 세상이 눈으로 뒤덮였다.....! 경주를 하얗게 뒤덮어버린 춘설(春雪)이라니....

 그러나 기쁨도 잠시, 도대체 어떻게 출근을 해야 하나.....하는 걱정이 먼저 앞선다.
경주는 워낙 눈이 오지 않는 곳이라 스노체인은 물론 눈 오는 날 운전한 경험조차 없으니 말이다.
할 수 없이 많은 경주 사람들이 차를 버리고 버스, 도보로 출근하느라 정말 북새통인 하루가 되었다.

오후가 되니 길에 쌓인 눈도 많이 녹아서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며 담은 춘설 사진 몇 장을 소개해 드린다.
내년에도 경주의 아름다운 설경을 보여드린다고는 절대 장담할 수 없으니까.....^^


 
한창 눈이 내리던 아침 8시의 경주 한전 사옥. 경주는 이렇게 한옥으로 된 공공건물이 많다.


동네 한가운데 위치한 사적 328호 용강동 고분. 쌀밥처럼 눈으로 하얗게 뒤덮였다.


황성 공원에 위치한 경주 도서관, 역시 한옥이라 너무나 멋지다.


경주 시민의 휴식처 황성 공원, 눈이 덮힌 숲은 더할 나위없이 아름답다.


반월성 앞 초지 뒤로 멀리 보이는 숲은 계림. 4월이 되면 이 넓은 초지가 노란 유채꽃으로 가득해진다.


반월성 앞에 위치한 첨성대. 들어가지 않고 멀리서 찍다.


 4월이면 벚꽃과 유채로 아름다운 반월성도 하얀 눈으로 뒤덮였다.


안압지 입구에서 본 세 전각. 아무도 밟아보지 않은 눈은 하얀 눈은 너무나 정결하다.


장소를 바꾸어서 담아 본 안압지의 전각들. 호수 주위에 눈꽃이 피었다.


눈사람 만드는 연인의 모습은 한폭의 그림이다.


바람이 부니 나무에 쌓였던 눈들이 우수수 연못으로 떨어진다.


남산 자락에 자리잡은 서출지의 설경도 일품. 남산에 올라 설경을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여름엔 연꽃이 아름답게 피는 곳이지만 겨울에는 이렇게 정자의 반영을 볼 수 있는 멋진 서출지.


보문단지로 들어가다 신호 대기 중에 담은 명활산. 비담이 난을 일으겼던 역사적인 산성에 눈꽃이 만발했다.


보문단지 입구 벚나무길이 너무 아름다워 운전 중에 노파인더로 셔터를 눌렀다!  나 미친거 아님...?


보문 단지 전경, 유람선 선착장이 보이고 멀리 엑스포 공원과 경주 타워, 경주 월드가 보인다.


호숫가 산책길이 아래로 보인다. 걸으면 뽀도독 뽀도독 소리가 날 것 같은 길.


호텔, 콘도가 보이는 보문 전경. 경주 시내보다 눈이 더 많이 내린 보문단지는 전체가 하얀 세상이 되었다.


한옥으로 된 보문 상가 대부분이 폭설로 인해 문을 닫아 길에 사람 하나 없다.


 오후 햇살을 받아 지붕 위의 하얀 눈이 반짝 반짝 빛이 난다.


상가길을 걸어서 돌아다니는데 사람 한명 만나기가 힘이 든다.


보문단지 안에 있는 국악 공연장도 지붕에 이쁘게 눈을 이고 있다.


사람들로 가장 많이 붐비던 선착장 앞 광장도 인적 없이 고요하기만 하고 호텔들도 너무 심심해 보인다.


산책길에서 본 유람선 선착장엔 유람선도 오리배도 모두 폐업이다.


한국 관광 개발 공사가 위치한 육부촌. 직원들이 나와 열심히 눈을 치웠다.


역시 육부촌의 위엄있는 전각 지붕을 배경으로 한 컷...


진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출사지인 보문정이 춘설 여행의 종점이다.

사람 가슴 설레이게 하는 춘설(春雪).....
이 밤, 자고 일어나면 가버린 님처럼 다 녹아버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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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엔 무엇이 있을까.... 영국 여왕이 한국 방문 때에 방문한 하회 마을이 떠오른다.
그리고 안동댐, 안동 민속 마을, 안동 소주, 안동찜닭.....들이 생각나겠지만 
안동을 대표하는 최고의 문화 유산이라면 역시 '도산 서원'을 꼽지 않을까.... 



도산서원 주차장에 내려 수려한 경관의 안동호를 옆에 끼고 한참을 걸어가면

야트막한 야산의 지형을 그대로 살려 고즈녁하게 앉아 있는 서원의 전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도산서원은 1574년(선조 7년)에 퇴계 이황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서원으로써 
도산서당의 뒤편에 창건하여 이황의 위패를 모셨고 1575년 선조로부터 한석봉이 쓴 '도산'(陶山)이라는 사액을 받았다.
수백년 동안 영남 유림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으며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 때에도 훼철되지 않고 존속된
47개 서원 중의 하나였던 도산서원은 현재 사적 제170호로 지정되어 있다.  

                                                                                                       


도산서원 마당 맞은편 안동호 쪽을 보면 물 속에 덩그렇게 솟은 비각이 보이는데 바로 시사단(試士壇)이다.
정조 16년(1792)에 정조 임금이 평소 흠모하던 퇴계 선생의 학덕을 기리고
지방 선비들의 사기를 높여주기 위하여 어명으로 특별 과거인 '도산별과'를 보인 장소이다.
이 때 총 응시자가 7228명이었는데 임금이 직접 11명을 뽑아 시상하였다고....
지금은 안동댐 수몰로 인해 주변 송림은 없어지고 단이 있던 곳에 10m높이로 축대를 쌓고 그 위에 과거 장소를 표시해 두었다. 



 서원 앞 마당의 특이한 전나무가 눈에 뜨인다.
한 몸에서 자라서 두 나무가 된 이 나무는 금슬 좋은 부부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바로 옆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땅 넓은 줄만 알아서 옆으로만 뻗어 자라는 수령 400년이 넘은 왕버드나무는 더욱 눈길을 끈다.
 

 

서원 바로 앞에는 도산 서당의 식수로 사용하던 우물인 열정이 있다. 
 

 

우물이 항상 제 자리에 있어서 누구나 그 물을 퍼서 마실 수 있듯이 주인없는 무궁한 지식의 샘물을
자신의 노력으로 즐겨 마셔서 인격과 지식을 쌓아 사회에 꼭 필요한 인물이 되라는 교훈을 주고 있는 우물이다.

 


 정문의 계단을 거쳐 도산서원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아래 도산서원 경내 배치도를 보면
도산서원이 기존 지세를 거스르지 않고 잘 지은 건물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정문을 들어서면 경사면을 따라 계단이 이어지고 계단 끝에 진도문이 보인다.
왼쪽 건물은 기숙사인 농운정사와 관리건물인 하고직사이다. 



 정문을 들어가서 오른 쪽에는 도산 서당이 위치해있다. 


 

이곳은 퇴계 선생께서 4년에 걸쳐 지으신 건물로 몸소 거처하시면서 제자들을 가르치던 곳이다.

 


 서당 안의 샘인 몽천은 산골에서 솟아나는 바가지 샘이다.
몽매한 제자를 바른 길로 이끌어가는 스승의 도리와 한방울 샘물이 솟아나와
수많은 어려움을 거쳐 바다에 이르듯이 끊임없이 노력하여 자신의 뜻을 이룩하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도산 서당에는 서당 기둥에 작고 보잘 것 없는 현판이 붙어 있을 따름이다.

 

 

선생이 거처하시던 자그마한 방은 '완락재'라 이름하고  


 

넓지 않은 마루는 암서헌이라 한다.  

 

 

반들반들한 문고리를 잡고 열면 퇴계 선생께서 잔기침을 하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이 보일 것만 같다.
 

 

긴 계단의 제일 위에 위치한 진도문은 정문을 거쳐 전교당으로 들어가는 중문인데 진도문의 양옆에는 광명실이 자리잡고 있다.

 

 

광명실은 책을 보관하는 서고인데 동,서 두 곳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습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누각식으로 지어졌다.

서쪽에 위치한 서고는 서광명실이고 동쪽의 서고는 동광명실인데 현판의 글씨는 퇴계 선생 친필이다. 


광명실 누각에 오후 햇살은  따사롭게만 느껴지고....


문의 푸른 색과 녹슨 장석의 붉은 색이 조화를 잘 이룬다.

 


서고의 무슨 책이 있나 보고 싶었는데 문은 굳게 잠기고 인봉까지 되어 있다. 


서고의 문살 구멍으로 들어다 보았더니


 고서는 안 보이고 현대 서적이 보관되어 있다.

 


진도문 안 쪽에 걸려 있는 북에서 세월의 풍상이 느껴진다.  

 

진도문을 거쳐 안으로 들어서면 도산 서원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 전교당(보물 210호)이 나타난다.

 

 

전교당이란 도산서원의 강당에 해당되는 건물인데 조선 선조 7년(1574)에 건립되었다.
건물의 구조는 매우 간소하며 강당인 대청과 거실인 온돌방으로 구성되었는데 정면 4칸,측면 2칸의 팔작집이다. 



 대청의 전면에 전교당이란 현판이 걸려 있고... 



 왼쪽은 온돌방으로 된 거실인 한존재이다.  


 

서원의 축대 아래는 제를 올릴 때 등불을 밝히는 대인 정료대가 자리잡고 있다.

 


 전교당 마루 위에 '도산서원'이라는 선조 임금이 내리신 사액현판이 걸려 있는데 이 멋들어진 글씨는 한석봉 친필이다.


주춧돌은 전혀 다듬지 않은 돌을 사용하였고 주춧돌과 벽 사이에는 이렇게 구멍을 내어 연기가 쉽게 빠져나오게 하였다, 

전교당 앞의 건물은 유생들이 거처하면서 공부하는 집으로 동,서재가 서로 마주 보고 지어졌다. 


 

동재(東齋)·의 이름은 박약재라고 하고  

서재(西齋)의 이름은 홍의재로 역시 유생들이 거처하며 공부하는 건물이다. 



동재에서 협문을 지나 동쪽으로 나가면 장판각이 나오는데 이곳은 서원에서 찍어낸 책의 목판본을 보관하던 장소이다. 
 


이곳에는 선조 어필, 퇴계 선생 문집, 유묵,언행록,병서,도산십이곡 등의 목판 2790장이 보관되어 있었는데 
2003년에 한국국학진흥원으로 다 이관되고 지금은 아무 것도 보관되어 있지 않는 빈 창고이다.
안을 들여다 보니 쓰레기가 널부러져 있고 건물의 보존 상태가 엉망인 것이 숭례문 사건이 떠올려져서 씁쓸하기만 했다.

 


 전교당 바로 뒤에 있는 상덕사 삼문은 퇴계 선생의 위패를 모셔 놓은 사당인데 둘러싼 담장과 함께 보물 211호로 지정되었다. 


 상덕사 옆의 진사청으로 들어가는 협문으로 올라본다. 


 

진사청은 상덕사에서 퇴계 선생의 향례를 지낼 때 재물을 보관하고 
평소에는 묘지기로 하여금 사당을 수직케 하던 곳이다.

 


 제수청과 주고(酒庫)가 나란히 마주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고직사는 서원을 관리하던 수호인들의 살림집으로 상,하 두 고직사가 있다.



고직사 건물은 사방이 둘러막힌 ㅁ 자형의 건물이다.

 

 

유생들의 끼니를 책임졌을 듯한 커다란 솥이 다소곳이 걸려 있어 방문자의 관심을 끈다.

 

 

상고직사에서 나와 유물전시관 앞에서 보면 위 왼쪽이 상고직사,
가운데 문은 전교당으로 들어가는 쪽문, 가운데 건물은 서광명실, 아래 건물은 하고직사이다. 



담장으로 서당가는 길과 격리가 되어 있는 농운정사는 제자들이 공부하던 기숙사이다.

 


 선생께서 제자들에게 <열공>하기를 권장하는 뜻에서 한자의 <工>모양으로 집을 짓도록 하였다고 한다. 


 

공부하던 동편 마루는 시습재이다. 아마도 논어 학이편에 나오는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 때때로 배우고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구절에서 이름을 딴 듯....  



휴식하던 서편 마루를 관란헌이라 하였다.

 

 

휴식하던 서편 마루보다 공부하던 동편 마루가 더 높이가 높은데 이는 학업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다.
 


 방문 옆의 작은 봉창은 아주 작은 문이라는 뜻으로 '코딱대기문'이라고 한단다. 

 

정문 바로 옆에 위치한 역락서재는 선생 생전에도 있던 건물이다. 


 

퇴계 선생의 제자 정지헌의 부친이 지헌을 취학시킬 때에 특별히 지어준 집으로 현판은 퇴계 선생 친필이다.

그 당시에의 유력한 부모들은 학교 측에 특별 기부금을 많이 냈나보다.

어쨌건 간에 사학의 진흥을 위해 매우 좋은 일이라 생각되는데......
공부하는 아이들은 이 곳에 앉아서 퇴계 선생의 정기를 받으면
특별히 공부를 잘 하게 된다는 안내인의 말에
아이들은 물론 할머니들까지 다 마루에 앉아서 휴식을 취한다.

 퇴계 선생의 정기를 받아 정말 공부를 잘 하게 된다면
강남의 열성 엄마들이 다 이 역락서재로 유학을 시켜
이 도산서원의 땅값이 천정부지로 상승하지 않을까...? 
잠시 싱거운 생각을 해보며 도산 서원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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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이란 마을이나 절 입구,길가에 세운 사람 머리 모양의 기둥의 통칭인데
일반적으로 지킴이(수호신), 이정표, 경계표시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승은 벅수, 법수 , 벅시, 수살막이, 수살목, 장승, 장신 등 여러가지로 불리웠으나
이 가운데 가장 많이 부르는 이름이 장승이며 그 다음이 벅수이다.

우리네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는 속담에서도 장승과 관련한 말들이 많은데
키가 멋없이 큰 사람을 '구척 장승 같다'라고 표현하고
멍청하게 서 있는 사람은 '벅수같이 멍하니 서있다'고 표현했다.

신라밀레니엄파크에는 여러가지 특이한 모양의 장승들을 모아둔 '담목원'이 있는데
흔히 볼 수 있는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같은 장승이 아니고 새로운 형태의 장승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나무 뿌리 부분이 하늘로 향하게 해서 조각한 장승, 신랑 신부가 마주보고 뽀뽀하는 장승,
혀를 날름거리는 장승, 팔을 길게 뻗은 장승.....생긴 모습도 가지가지이다.

사람들은 담목원의 장승을 만져보거나 사진 찍으러 가까이 다가가다가 깜짝 놀라곤 하는데
그것은 장승들이 말을 하거나 노래를 하기도 하고 혀를 길게 뻗어 날름거리든지
입술을 딱딱거리며 소리를 내거나 길게 내민 팔을 흔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신기한 장승들로 인해 이 담목원은 토우공원과 함께 어린이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곳으로 유명하다.
전통을 잘 계승하면서도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신라 밀레니엄 파크의 장승들을 몇 장의 사진으로 소개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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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오후, 보문 호수가 보이는 발코니에 선다.

 


푸른 하늘과 오색의 단풍이 어울려 호수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멀리 놀이동산과 경주 타워도 한눈에 들어온다.

 

 
기와 지붕의 무채색과 나무들의 화려한 빛깔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호수에 반영된
유람선 선착장은 더욱 아름답다.
 

 


다양한 오리배가 승객을 기다리며 무료함을 달래는 동안
 

 

작은 오리배 하나는 시원스레 물살을 가르며 호수를 헤엄친다.
 

 

오리배가 가른 물살은 잔잔한 파도가 되어 호숫가로 번지어 간다.
 

 

호숫가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
  

 

 벤치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 
 

 

오묘하게 푸르른 물빛.
 .

.

모두 다

눈부시게 아름답다.
 

 

서쪽으로 눈을 돌리니 더욱 가을이 더욱 깊어졌음이 느껴진다. 
 

 

벚나무는 그 잎이 생명을 다해 가지만
 

 

아직도 느티나무들은 찬란한 빛을 자랑한다.
 

 

아.... 깊어가는 가을이 내 가슴 속으로 들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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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금강산을 옮겨 놓은 것 같다' 하여 이름 붙여진 경주 '소금강산'.

4월 10일, 소금강산 줄기 보문단지 진입로에서 시작된 불은 사흘 내내 타들어가
아름드리 나무들이 우거졌던 소금강산 10ha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관련글: 경주 보문단지에 산불 났어요!




산불 진화가 완전히 마무리 되고 타버린 북천 강변의 나무들도 정리가 된 휴일 아침에 산불 현장을 다시 찾아보았다.


벚나무와 소나무로 장관을 이루던 보문단지 입구 소금강산은 새카만 숯산으로 변해버렸다.


산불이 난 곳은 산 속 깊은 곳도 아니고 바로 보문단지 진입로 도로 변이다.


운전자들이 무심코 창 밖으로 집어 던진 담배 꽁초 하나가 불씨가 되어 사흘 밤낮 타올랐던 것이다.


소나무는 화기에 약하여 조금만 불기운이 스쳐도 금방 다 말라버리는데
이 소나무들은 아예 밑둥치부터 새카맣게 타버렸다.


도로변에서 시작한 불은 소금강산 산등성이로 타올랐고
 맞은 편 북천 강변의 나무들을 모두 태우고 강 양쪽의 갈대밭도 모두 태워 버렸다.


가을날 보문을 찾는 사람들에게 멋진 추억을 남겨주던 갈대밭은 재만 남았다.


산책로의 돌들도 새카맣게 그을리고


작은 나무들은 물론....


십여년 이상 애써 가꾸어 왔던 나무들이 숯덩이인 채로 나뒹굴고 있다.


아예 다 타버려 밑둥치를 베어버린 아름드리 나무들도 부지기수.


완전 숯화석이 된 나무도 보인다.


이런....내가 산책할 때 앉아서 쉬곤 하던 나무 벤치도 시커멓게 그을렸다.
 

산책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도 예전처럼 밝아보이지 않는다.


휴일을 즐기러 보문단지로 가는 사람들은 입구에서부터 얼굴이 찌푸려질 듯...


그나마 그을린 돌과  흙 사이에서 생명력 강한 풀들이 머리를 밀고 올라오고는 있지만....


다시 예전처럼 울창한 숲이 되려면 적어도 30년은 기다려야 할 것이다.
담뱃불을 던진 그 운전자는 자신이 던진 담배가 소금강산을 새카맣게 태워먹은지 알고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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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친 휴일 아침..오랜만에 나가는 아침 산책이다.


가뭄 끝 촉촉히 내린 단비로 꽃과 풀들이 오랜만에 생기가 가득하다.


아....북천 둔치가 온통 영산홍과 좀씀바귀꽃으로 뒤덮였다.


가도가도 끝없이 꽃길이 되었다.


곧게 뻗어 있는 길에도....


구불구불한 길에도 온통 영산홍으로 뒤덮였다.


하얀 꽃,빨간 꽃,분홍 꽃...색깔도 다양하다.


지난 밤 내린 비로 꽃이파리 마다 대롱대롱 물방울이 달렸다.


비에 젖어서 이파리 빛깔이 더욱 더 선명하고 싱그럽다.


대롱 대롱 매달린 물방울은 금방이라도 발등 위에 똑.... 떨어질 것만 같다.


이렇게 큰 물방울 안에는 꽃도 하늘도 다 들어 있다.


찍어주어서 고맙다고 양팔을 벌리고 반갑게 인사하는 영산홍.


새로 돋아난 연둣빛 이파리들도 비에 젖어 한층 더 싱그럽다.


힘차게 양팔을 휘저으며 걷는 동네 아저씨의 뒷모습이 오늘 따라 더 경쾌해 보인다.


걷는 이도 앉아 쉬는 이도 다 꽃향기에 취하는 기분좋은 휴일이다.


떨어진 꽃잎마져 싱그러운 비온 후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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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하게 맑은 하늘이 오후가 되니 뿌옇게 흐려진다.
황사 때문인가 싶어 창을 열고 보니 창밖 하늘이 심상치 않다.
밖에 나와서 보니 산 너머에서 뭉게 뭉게 연기가 피어오른다.

보문단지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와의 약속에 늦을까봐 퇴근하자마자 부랴부랴 차를 몰고 보문 입구 샛길로 들어서니
경찰들이 교통을 통제하며 차들을 돌려 보내고 있다.

"아저씨....무슨 일인데요? 보문 쪽으로 못 가나요..?"
"지금 보문에 산불이 났기 때문에 교통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불편하더라도 우회해 주시기 바랍니다..!"

헉....보문 단지에 산불이....!
도시 전체가 세계 문화 유산이고 국립 공원 지구인 경주,
그것도 가장 아름다운 보문에 불이 났다고...?

 

차에서 내려서 보니 보문 입구 천군동 쪽에서 시꺼면 연기가 뭉게 뭉게 피어오른다.

알아보니 보문 단지 입구 북군동에서 불이 났다고 한다.
보문 단지를 들어가다 보면 벚나무가 터널을 이룬 멋진 길이 나오는데
그 옆의 순두부집을 비롯한 여러 식당가와 펜션들이 즐비한 동네가 천군동이다.

보문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시내로 핸들을 돌렸다.
소방차와 한전 응급처리반이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고 머리 위엔 대형 헬기가 쉴 새 없이 날아 다닌다.

할 수 없어 친구랑 연락을 하고 반월성 쪽으로 핸들을 돌려서 유채밭 쪽으로 갔다.
유채밭에서도 보문에서 나는 연기가 훤히 다 보인다.

친구의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유채밭을 돌아보고 있는데도 마음이 전혀 편하지가 않았다.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걱정이 되어 자꾸만 산불난 쪽으로 시선이 가고 화사하게 핀 유채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친구와의 시간을 제대로 보내는 둥 마는 둥 하고 헤어져서 집으로 왔다.
집 옥상에 올라가서 보니 산 너머에 아직도 타고 있는 불길이 뻘겋게 보인다.

보문 쪽으로 저녁 산책을 나간 신랑에게서 전화가 왔다.
북천 강변까지 불이 번져  산책로의 벤치도 불에 그을려 있고
나무들에도 불이 붙었다가 꺼진 것으로 보아 그 일대의 나무는 곧 다 죽을 것 같다고...

경주시에서는 소방 헬기 16대와 소방차 17대를 총동원해서 진화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제대로 진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날이 어두워져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고 있는 상태이다.
밤 동안 산불이 얼마나 더 번져 큰 피해를 가져올지...

건조한 날씨로 인해 전국 곳곳에 산불이 번지고 있다.
인근 포항시 대보면에서 난 산불도 아직 잔불이 제대로 진화되지 않은 가운데
이곳 저곳에서 난 산불 소식은 참으로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손쉽게 버린 불씨 하나가
수십년 동안 키워 온 아름드리 나무들을 순식간에 태워버리고 있는 것이다.

산불 조심....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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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곳곳에 봄이 난리가 났다. 

 황성 공원, 대릉원에서 시작한 벚꽃이 흥무공원, 동부 사적지구를 돌아

이제 보문까지 화사하게 물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곳 보다 먼저 벚꽃이 피는 우리집 앞엔 이제 벚꽃 이파리가 눈같이 날리기 시작했고
우리집보다 일주일 정도 늦게 벚꽃이 피는 보문은 이번 주간이 최고의 벚꽃철이다.


 

집에서 보문쪽을 내다 보니 보문 진입로가 온통 벚꽃길이 되었다.


 

작년 벚꽃 절정에는 자전거를 타고 보문을 여러 바퀴 돌았는데
보도에 인파가 많을 때에는 자전거가 통행에 많은 방해가 되기 때문에
차를 운전하여 보문에다 주차를 하고 걸어서 한바퀴 돌아보기로 하였다.


 

평일에도 사람이 몰리는 벚꽃철의 주말이니 차가 엄청나게 밀릴 것은 각오하고 나서야 한다.


 

느긋하게 벚꽃을 구경하며 차 안에서 사진도 찍을 수 있으니 이럴 땐 차가 밀리는 것도 싫지는 않다.

 

먼저 보문 호수의 전경이 제일 잘 보이는 대명 콘도에 올라 본다.
12층에 스카이 라운지가 있어서 식사나 차를 즐기면서 보문호의 전경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선 보문단지의 전경을 잘 살펴 볼 수 있는데 인근의 호텔들과 경주월드,
멀리 황룡사 구층목탑의 형상을 본뜬 경주타워와 엑스포 공원 등이 한 눈에 보인다.


 

시선을 아래로 하니 호반으로 길게 이어진 벚꽃길 사이로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호반에 서 있는 멋진 메타세콰이어는 이제 막 물이 오르기 시작한다.

 

큰 오리배,작은 오리배가 지나가는 물살이 호반에 물결이 되어 전해 진다.

 

바로 아래 내려다보이는 벚꽃길은 마치 폭신한 핑크 카페트 같다. 

콘도를 나와 걸어서 산책로를 걸어서 돌아 본다. 


 

보문정길로 들어서 본다.

 

멋진 정자 보문정이 물에 비친 반영을 찍기 위해 진사들이 항상 진치고 있는 곳이다.

 

호수에 떨어진 벚꽃잎이 푸른 물 위에서 더욱 하얗게 보인다.

 

보문호 한가운데는 이렇게 분수가 쏘아 올려지는데
높이 쏘아올려지는 분수라는것 외에 별다른 멋은 없다.

 

호반을 한바퀴 돌면서 보면 보문호 주변의 물가에는 다른 곳과는 달리
능수버들처럼 벚꽃 가지가 아래로 드리워진 벚나무가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이 벚나무는 '능수벚나무'라고 부르는 '처진개벚나무'인데
다른 벚나무와는 달리 가지가 아래로 쳐져서 자란다.

 

또 벚꽃잎도 다른 벚꽃과는 달리 작고 듬성듬성하지만
유달리 색깔이 발그레한 것이 특징이다.

 

보문에서 최고로 좋아하는 풍경은 벚꽃이 떨어져서 이렇게 호반의 물 위에 동동 떠 있는 모습인데
이 핑크색 벚꽃 카페트는 그 위로 밟고 올라서고 싶은 충동을 매번 들게 한다.


 

요즘은 관광 위주의 여행에서 체험 위주의 여행으로 흐는 추세이니
그냥 벚꽃 구경만 하는 것은 피가 끓는 젊은이들에겐 심심하기만 한 일...
보문 곳곳에 있는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쌩쌩 달리는 일은 너무나 즐겁다.

 

때로는 경주 역이나 터미널에서 자전거를 대여하기도 하는데
경주는 시내 전역에 걸쳐 자전거 전용 도로가 너무나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보문과 기타 유적지를 돌아보면 더 세세히 돌아볼 수 있어 좋다.


 

좀 더 다이나믹한 체험을 원한다면 사륜 오트바이 전용 체험장에서 신나게 달려볼 수 있다.
단....전용 체험장이 아닌 산책로에서 오트바이를 타는 행위는
많은 상춘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 있으니 조심하실 일.....
전동 오트바이는 오트바이를 타보지 않은 여자들도 쉽게 탈 수 있는데
배터리 소모 시간이 짧아 1시간 이상 타면 배터리가 방전되어
무거운 오트바이를 낑낑거리며 끌고 제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난감한 체험도 해 볼 수 있음...^^

 

보문에 왔으면 명물 오리배를 안 타 볼 수 없다.


 

어른,아이,온 가족이 큰 오리배를 타고 호수를 한바퀴 휘~돌아보면 가슴이 탁 트인다.
호반으로 사열하듯 늘어선 벚꽃 감상도 확실히 할 수 있어서 좋다.

 

큰 오리배가 심심하신 분들은 커플용 작은 오리배를 타면 금상첨화.
순전히 다리힘으로 밟아서 노를 젓기 때문에 다리힘이 모자라는 분은 도전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남자들끼리 오리배를 타면 심히 쪽팔릴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길.....^^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헬륨 기구를 타고 하늘에 올라보는 것이 아닐까....

 

150 미터 상공까지 올라가서 보문단지 일대와 그 너머까지 구경할 수 있는데
이용료는 15,000원 상당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헬륨 기구는 우리나라에 제주와 경주 두 곳 밖에 없는데
15억의 설치비 중 풍선값이 5억, 헬륨값이 1억이나 된단다.

 

조용한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호수 주변에 이렇게 자리를 깔고 따스한 봄 햇살을 즐기거나

 

친구들끼리 모여 점심을 나눠먹고 호수를 바라보며 담소를 즐긴다.

 

호수는 생각보다 깊어서 익사 사고도 간혹 일어나니 이렇게 위험한 일은 삼가야 한다...^^

 

주말의 보문 단지는 완전히 연인들의 천국이다.

 

호반의 데이트는 사랑을 더욱 무르익게 하는데


 

가끔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렇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여기저기서 봄날이 무르익어가듯 사랑이 무르익어 간다.

 

활짝 핀 벚꽃 아래서 연인들의 사랑도 활짝 피어나고

 

반짝이는 호수는 별이 되어 연인들의 가슴에 들어와 박힌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지금의 행복을 문자로 전하고.....


 

연인의 천국인 보문에서 혼자 걸어가시는 노인의 뒷모습은 쓸쓸해 보이기만 한다.

 

보문의 저녁이 돌아오면 호수에 떨어진 벚꽃에도 어둠이 젖어들고...

 

내년을 기약하며 돌아가는 사람들의 뒤편에서도 벚꽃은 환하게 웃음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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