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왈츠'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4.01 죽음조차도 아름다운 곳 비엔나 중앙묘지 31
  2. 2011.01.28 밤이 되면 변신하는 비엔나 뮤지엄 쿼터 50


몇년전인가......분당에 장애인종합복지관이 들어선다고 했을 때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했던 일이 기억난다.

장애인종합복지관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이유인즉 장애인 집단 시설이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지고
무엇보다도 장애인들이 주변에 많으면 아이들에게 정서적,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장애인들이 아이들에게 정서적 폐해를 끼친다고 생각하는건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이렇듯 전혀 위험하지도 피해를 주지도 않는 장애인 복지시설 건립에도 주민들의 반대가 대단한데
만일 우리 지역 한복판에 화장장이나 공동묘지를 세운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결사항쟁하는 것도 모자라서
삭발을 하거나 극단적인 결정을 하는 열혈지사도 생길지도 모른다.
장례의 모습을 아이들이 보는 것이 정서상으로 좋지 않다는 주장을 하는 학부모들이 많겠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자기 동네에 혐오시설이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는게 가장 큰 이유일 듯 싶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비엔나(빈, Wien) 사람들은 자기 마을에 공동묘지가 들어서는 것을 환영한다.
우리와 장묘 문화가 확연히 틀리는 이곳의 시민들은 자기 집 뒷마당에 공둉묘지가 있는 것도 별로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23개구로 구성된 비엔나 시내에는 무려 46개소의 공동묘지가 있어
비엔나를 방문하는 관광객들 중 많은 사람들이 한두군데 이상의 공동묘지를 찾아 돌아보고 간다고 한다.





46개소의 공동묘지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뭐니뭐니 해도 1874년에 조성된 '비엔나 중앙묘지(Wiener Zentraltriedhof)'이다.
이곳은 빈 11구 짐머링에 위치한 시립묘지인데 시내 중심가에서 대중교통으로 30분 내외 거리이다.





묘지 입구에 들어서면 양쪽으로 아름답게 줄지어선 가로수길 저 뒤로 묘지들이 펼쳐지고 제일 가운데 뤼거 교회(Lueger Kirche)가 보인다.





중앙묘지의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이 교회는 중앙묘지 건립 추진 당시 시장이었던 칼 뤼거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뤼거교회다.
이곳은 영화 '제3의 사나이'와 베토벤의 일생을 주제로 한 '불멸의 연인'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고......





매년 200만 명의 순례자들과 관광객이 즐겨 찾는 중앙묘지가 오늘날처럼 유명하게 된 것은 순전히 비엔나 시의회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건립 초창기에 묘지가 시민들에게 큰 인기를 얻지 못하자 시장 칼 뤼거는
'유명인들의 젠트랄프리드호프 명예묘지 이장 추진법'을 통과시켜
각처에 흩어져 있는 예술인들의 묘지를 이장, 통합키로 하고
1881년 베토벤과 슈베르트를 필두로 음악가, 학자, 정치인, 건축가 등과 역대 대통령들의 무덤을 한자리에 모은 것이다.





비엔나 시민들은 유명 인사들의 무덤이 있는 중앙묘지에 점차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들의 장례식에도 참가하는 등 호기심과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유명 인사들이 속속 이 중앙묘지에 묻히게 되자
시민들은 그들 자신도 죽은 후에 좋아하던 예술인들과 함께 묻히고자 묘지 구입이 쇄도하였고

중앙묘지는 늘어나는 주문으로 몇 번에 걸쳐 묘역을 확장하고 또 확장을 거듭하게 되었다.





현재는 비엔나 시민들의 무덤까지 통합 5개의 공동묘지까지 추가되어 묘소가 약 33만기에 달하는데 
대부분 가족 묘지이므로 한 묘소에 4기까지 합장할 수 있으니 무려 120만기 이상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의 묘지이다.





안내도를 보면 중앙묘지의 규모가 짐작이 되는데 
제일 가운데 1번이 뤼거교회, 2번이 베토벤, 모짜르트, 슈베르트 등 음악가들의 묘역인 32A 구역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묘지란 그리 유쾌한 곳이 못 되는데 
대부분의
묘지들이 깊은 산속에 위치한데다 밤이 되면 볼록볼록한 봉분 속에서 원혼들이 일어나 
머리를 풀고 피를 흘리며 쫒아올 것 같은 으시시함으로 인해 누구나 가기를 기피하는 곳이 우리나라의 묘소이다.

하지만 봉분 없이 평토장을 한 비엔나의 묘소들에는 예술작품 같은 묘비 조각들이 놓여 있어 보는 이들을 감탄케 한다.
섬세하고 사실적인 묘비 조각으로부터 현대미가 우러나는 추상 조각까지.....
단순한 묘비명에 그치지 않고 고인들의 과거와 그들의 재주를 상징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이미지를 묘비에 조각하여 고인을 그리며 회상하게 하며
묘비의 조형적인 아름다움과 주위 경관으로 인해 묘지가 아
니고 마치 조각공원에 온 듯한 느낌마져 들게 한다.









 
많은 유명인사들의 묘소 가운데서도 제일 인기 있는 곳은 역시 32A구역에 위치한 음악가들의 묘소.
사진에서 가운데는 모차르트의 묘소, 왼쪽은 베토벤, 오른쪽은 슈베르트의 묘소이다.


 


사실 모차르트의 묘소가 어딘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이 묘비는 기념비라고 할 수 있다.
가난에 시달리다 죽음을 맞이한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
모차르트 사후 슈테판 대성당에서 장례식을 거행하고 공동묘지에 매장되었지만 돌보는 사람도 없던 묘지는 곧 잊혀지게 되었다.
후에 시 당국이 모차르트 무덤 자리를 조사했지만 확증을 잡지 못해 무덤이라 추정되는 자리에 1859년에 기념비를 세웠고
1891년에 이 자리로 옮겨 왔다고 한다.

기념비 위의 조각상은 그의 아내 콘스탄체의 모습이다.



악성(樂聖)이라 불리운 베토벤은 비엔나에 35년간 살았다.
말년에 귓병으로 거의 듣지 못하게 된 베토벤은 매우 신경질적이 되어 이웃과도 마찰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장례식에는 2만명이 넘는 비엔나 시민들이 몰려 그의 죽음을 애통해했다.





가곡의 왕 슈베르트는 생전에 베토벤을 몹시 존경하여 베토벤 사후 관을 운구하기도 했는데
베토벤 곁에 묻히길 원했던 그의 유언대로 그의 묘소는 지금도 베토벤의 바로 옆에 있다.




비엔나를 사랑하고 노래한 음악가들은 갔지만
그들의 묘소는 음악도들을 비롯한 많은 관광객들이 놓고간 꽃들과 양초로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다.

누가 묘지를 혐오 시설이라고 했던가......
문화 명소이자 비엔나의 또다른 관광 상품으로 떠오른 비엔나 중앙묘지는
자기의 삶을 성찰하고 남은 인생을 객관적으로 관조할 수 있는 사색의 장소가 아닐까.....


역사를 주도한 명사들과 불멸의 음악가들의 흔적과 조우할 수 있는 곳,
죽음조차 아름다울 수 있는 그곳은 바로 비엔나 중앙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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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짜르트와 왈츠의 본 고장, 음악의 도시로 알려진 오스트리아 비엔나.
비엔나 시내에는 미술 전시를 알리는 시설물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시선을 끈다.

13세기 후반 이후 600년간 합스부르크 왕가는 비엔나(빈,Wien)을 황제의 도시로 삼고
비엔나를 기점으로 유럽 대부분의 영토를 지배하였는데
권력의 척도가 얼마나 많은 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가로 결정되던 시대에
유럽 최고의 미술 작품들이 비엔나로 몰려든 것은 당연한 결과.

이와 같이 유럽 최고의 화려한 미술 문화를 지니고 있는 비엔나에는 
빈 미술사 박물관, 벨베데레 궁전, 알베르티나 미술관 등 셀 수 없이 많은 미술관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클림트, 에곤 쉴레 등 '빈 분리파'의 작품을 마음껏 관람할 수 있는 곳은 
비엔나 자연사 박물관과 미술사 박물관 건물의 길 건너편에 위치한 
박물관 지구 뮤지엄 쿼터(뮤제움스 콰르티에,Museums Quartier,MQ)이다.





2001년 6월 미술관 단지로 개관한 이곳은 미술을 축으로 다양한 예술 장르가 망라된 복합 문화 공간이다.
약 일만평 가량의 부지인 뮤지엄 쿼터는 놀랍게도 예전에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굿간이었다고 하는데
전체 틀을 둘러싼 마굿간의 형태를 그대로 남겨둔 채로 전시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젊은 복합 문화 공간인 이곳 뮤지엄 쿼터에는 레오폴드 미술관, 현대 미술관 무목(MUMOK), 쿤스트할레 빈,
줌 어린이 미술관과 담배 박물관 같이 전시 위주 공간과 함께 건축 전시 및 공연 이벤트 공간인 건축 센터, 무용 이벤트 공간인 탄츠 콰르티에,
실험적인 뉴 미디어 전시 공간인 퍼블릭 넷 베이스, 어린이 전용극장과 영화관, 디자인 숍, 카페테리아 등
10 여개의 독립적인 공간이 유기적으로 커다란 단지를 이루고 있어 관람객들의 다양한 문화 욕구를 채워주고 있다.





이 복합 미술 단지에서 필자가 돌아 본 곳은 레오폴드 미술관이다.
미술관 앞에 이르러 건물을 바라보니 아니! 이게 그 유명한 레오폴드 미술관이란 말이야?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고전적인 건축 양식이 시내 건물의 주를 이루고 있는 비엔나의 미술관 건물이 이리도 썰렁할 수가 있나.....
아무런 장식도 없고 마치 상자처럼 네모 반듯한 기능성 위주의 미술관이라니!
도무지 예술성도 없어 보이고 그렇다고 현대적이지도 않는 황당한 미술관 건물 외관에 약간은 실망감이 앞선다.


레오폴드 뮤지엄은 2001년 개관했다고 하니 정말 역사가 짧은 미술관이다.
하지만 루돌프 레오폴드와 그의 아내가 수집해 온 5,000점 이상의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레오폴드 미술관은 현대 오스트리아 회화 작품 중 가장 훌륭한 컬렉션을 자랑하는데 
쿠스타프 클림트, 에곤 쉴레 등 '빈 분리파'의 작품을 특화 전시하여 
10년이 안 되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진주 같은 미술관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220점이나 되는 에곤 쉴레 작품을 소장하고 있어 세계 최고의 에곤 쉴레 미술관으로도 불리우기도 한다.





필자가 갔을 때에는 클림트, 에곤 쉴레, 콜로먼 모저 등 빈 분리파 작품 외에 세잔느, 피카소, 쟈코메티  특별전도 열리고 있었는데
에곤 쉴레 마니아라면 꼭 들려보아야 할 레오폴드 미술관과 소장 작품 소개는 다음 기회에 올려드리기로 하고......





레오폴드 미술관의 멋진 작품 세계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미술관 문을 나서니 어느새 저녁 시간.
미술관 문을 나서니  어.....! 아까와는 바깥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동행한 분들의 "우와~!!!!"하는 감탄 소리에 뒤를 돌아 미술관을 보니 세상에나~!
창고 같이 밋밋하고 심심하기만 하던 레오폴드 미술관 벽에 아름다운 영상이 그려져 있다.





MQ로고를 새긴 비행기가 날아가며 떨어뜨린 수많은 선물 상자가 미술관 벽에 가득 하다.
아름다운 광경을 보는 사람마다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기가 바쁘다.
필자도 질새라 무한 셔터질을 반복했다.
이런! 이런 멋진 야경을 위해서 삼각대가 필수인데....!
무거운 삼각대를 가지고 올 수가 없어 손각대로만 이런 풍경을 담은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화려한 PIGI 쇼는 미술관 벽 뿐만이 아니었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돌아보니 레오폴드 미술관 뿐 아니라 뮤지엄 콰르티에 마당 바닥 전체가 화려한 영상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낮에는 미술관 마당에 웬 비닐 하우스인가? 어울리지 않게.....! 라고 생각했던  가건물들도 모두 화려한 색색의 전구들로 치장을 했다.





대체 뭐하는 곳이지....?하고 들어가 보았더니 비닐로 둘러싸인 가건물들은 음식물과 주류등을 파는 가건물들이다.
안에는 비트가 강한 음악 속에서 흔들거리며 대화를 나누는 비엔나 젊은이들로 열기가 가득했다.





낮과 밤의 모습이 이리도 다를 수가 있다니.....!
죽어 박제된, 격식만 차리고 있는 미술관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숨쉬고 즐기는 뮤지엄 쿼터의 모습들은 못내 부럽기만 했다.





이곳에서 비엔나의 젊은이들과 함께 음료를 나누며 비엔나의 예술과 낭만을 만끽해보고 싶었지만
느긋한 밤시간을 보내기엔 너무나 여유가 없는 여행자인지라
새로운 얼굴로 변신한 뮤지엄 쿼터의 야경을 뒤로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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