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주말 오후 한시경...
띠리릭....
울리는 전화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음성...
경주대학 뒷산에 산불이 났다고 한다.



헉.....또 산불...?
급히 창가에 가서 보니 소방서 뒷편으로 보이는 산이 연기로 가득 싸여 있는 것이 보인다.
산불이 나도 크게 난 듯....경주 시내 전체가 연기로 가득하다.



시내 전역에서 산불 난 산이 보이고 연기가 구름처럼 피어 오른다.



경주대학에서 멀지 않은 시내 충효동에서는 탄 나뭇가지가 날아 와서 길가에도 떨어지고
주차해 둔 차에는 재가 날아와서 새카맣게 변한다고 한다.



몇 주 사이에 우리집 뒷산과 앞산이 다 타버리는 셈이니 이 어찌 된 일인지.....
지금도 쉴새 없이 헬기가 날아다니면서 진화 작업을 하고 있는데
불의 규모로 보아 크게 산 전체로 불이 번진 듯 하니 걱정되어 가슴이 두근거리기만 한다.
오랫동안 정성들여 가꾼 아름드리 나무들이 잿더미로 변하기 전에
얼른 빨리 산불이 진정되어야 할텐데....



산불이 난 경주대학교 뒷산은 '선도산'이라고 하는데
바로 삼국유사에서 김유신 장군의 동생 보희가 서악(선도산) 꼭대기에서 오줌을 누었더니
온 서라벌이 물에 잠기더라는 꿈을 꾸었다는 그 산이다.
이 때 보희는 꿈 꾼 것을 부끄러워 하며 동생 문희에게 지난 밤 꿈 꾼 내용을 이야기했는데
문희는 그 꿈이 길몽이라고 여기고 고운 비단 치마를 주고 그 꿈을 사게 된다.
그 이후 김유신은 김춘추를 자기 집에 초대하여 공놀이를 하게 되는데
김유신은 짐짓 김춘추의 옷고름을 밟아 뜯어지게 한 후 보희에게 달아주라고 했으나
보희는 거절하고 문희가 김춘추의 옷고름을 달아주게 된다.
그로 인해 문희는 김춘추와 정분을 맺어 그의 아이를 잉태하게 되고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룬 태종 무열왕의 왕비가 되게 되었다는 얘기.

김유신과 김춘추가 처남,매부간이 되어 신라가 삼국통일을 하게 만든 역사적 배경이 있는 산인데....
삼국통일의 역사가 어린 선도산에 큰 산불이 나게 되니 
가뜩이나 보문 단지 입구 소금강산의 산불로 인하여 심히 놀란 경주 시민들의 가슴에
또 한번 큰 생채기를 안겨 주지나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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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카메라가 수리로 인하여 출장 중이라
현장 사진은 마침 현장에 있던 직장 동료가 폰으로 찍어 전송해 준 것입니다.
감사를 드리며....



오후 6시 경 상황이다.
산불이 많이 진화가 된 듯.....연기가 점심 때보다 훨씬 잦아 들었다.


선도산에서 제법 떨어진 동네에서도 매캐한 연기 때문에 숨쉬기가 불편할 정도니
바로 인근 선도산 아래 주민들은 불이 확산될까...하는 불안과 함께 심한 호흡 곤란을 느낄 것 같다.


쉴새 없이 날아다니는 헬기 등 119 의 활약으로 인해 많이 진화가 되어 가고는 있지만
잔불을 완전히 말소시키지 않으면 소금강산의 전례처럼 밤사이 또 불씨가 되살아날지도 모르는 일....
연이는 가뭄으로 바싹 말라있는 대지.....실낱 같은 불씨에도 산 하나를 다 태워먹을 수 있으니
 모두 모두 산불조심 좀 해주었으면.....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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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금강산을 옮겨 놓은 것 같다' 하여 이름 붙여진 경주 '소금강산'.

4월 10일, 소금강산 줄기 보문단지 진입로에서 시작된 불은 사흘 내내 타들어가
아름드리 나무들이 우거졌던 소금강산 10ha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관련글: 경주 보문단지에 산불 났어요!




산불 진화가 완전히 마무리 되고 타버린 북천 강변의 나무들도 정리가 된 휴일 아침에 산불 현장을 다시 찾아보았다.


벚나무와 소나무로 장관을 이루던 보문단지 입구 소금강산은 새카만 숯산으로 변해버렸다.


산불이 난 곳은 산 속 깊은 곳도 아니고 바로 보문단지 진입로 도로 변이다.


운전자들이 무심코 창 밖으로 집어 던진 담배 꽁초 하나가 불씨가 되어 사흘 밤낮 타올랐던 것이다.


소나무는 화기에 약하여 조금만 불기운이 스쳐도 금방 다 말라버리는데
이 소나무들은 아예 밑둥치부터 새카맣게 타버렸다.


도로변에서 시작한 불은 소금강산 산등성이로 타올랐고
 맞은 편 북천 강변의 나무들을 모두 태우고 강 양쪽의 갈대밭도 모두 태워 버렸다.


가을날 보문을 찾는 사람들에게 멋진 추억을 남겨주던 갈대밭은 재만 남았다.


산책로의 돌들도 새카맣게 그을리고


작은 나무들은 물론....


십여년 이상 애써 가꾸어 왔던 나무들이 숯덩이인 채로 나뒹굴고 있다.


아예 다 타버려 밑둥치를 베어버린 아름드리 나무들도 부지기수.


완전 숯화석이 된 나무도 보인다.


이런....내가 산책할 때 앉아서 쉬곤 하던 나무 벤치도 시커멓게 그을렸다.
 

산책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도 예전처럼 밝아보이지 않는다.


휴일을 즐기러 보문단지로 가는 사람들은 입구에서부터 얼굴이 찌푸려질 듯...


그나마 그을린 돌과  흙 사이에서 생명력 강한 풀들이 머리를 밀고 올라오고는 있지만....


다시 예전처럼 울창한 숲이 되려면 적어도 30년은 기다려야 할 것이다.
담뱃불을 던진 그 운전자는 자신이 던진 담배가 소금강산을 새카맣게 태워먹은지 알고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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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하게 맑은 하늘이 오후가 되니 뿌옇게 흐려진다.
황사 때문인가 싶어 창을 열고 보니 창밖 하늘이 심상치 않다.
밖에 나와서 보니 산 너머에서 뭉게 뭉게 연기가 피어오른다.

보문단지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와의 약속에 늦을까봐 퇴근하자마자 부랴부랴 차를 몰고 보문 입구 샛길로 들어서니
경찰들이 교통을 통제하며 차들을 돌려 보내고 있다.

"아저씨....무슨 일인데요? 보문 쪽으로 못 가나요..?"
"지금 보문에 산불이 났기 때문에 교통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불편하더라도 우회해 주시기 바랍니다..!"

헉....보문 단지에 산불이....!
도시 전체가 세계 문화 유산이고 국립 공원 지구인 경주,
그것도 가장 아름다운 보문에 불이 났다고...?

 

차에서 내려서 보니 보문 입구 천군동 쪽에서 시꺼면 연기가 뭉게 뭉게 피어오른다.

알아보니 보문 단지 입구 북군동에서 불이 났다고 한다.
보문 단지를 들어가다 보면 벚나무가 터널을 이룬 멋진 길이 나오는데
그 옆의 순두부집을 비롯한 여러 식당가와 펜션들이 즐비한 동네가 천군동이다.

보문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시내로 핸들을 돌렸다.
소방차와 한전 응급처리반이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고 머리 위엔 대형 헬기가 쉴 새 없이 날아 다닌다.

할 수 없어 친구랑 연락을 하고 반월성 쪽으로 핸들을 돌려서 유채밭 쪽으로 갔다.
유채밭에서도 보문에서 나는 연기가 훤히 다 보인다.

친구의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유채밭을 돌아보고 있는데도 마음이 전혀 편하지가 않았다.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걱정이 되어 자꾸만 산불난 쪽으로 시선이 가고 화사하게 핀 유채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친구와의 시간을 제대로 보내는 둥 마는 둥 하고 헤어져서 집으로 왔다.
집 옥상에 올라가서 보니 산 너머에 아직도 타고 있는 불길이 뻘겋게 보인다.

보문 쪽으로 저녁 산책을 나간 신랑에게서 전화가 왔다.
북천 강변까지 불이 번져  산책로의 벤치도 불에 그을려 있고
나무들에도 불이 붙었다가 꺼진 것으로 보아 그 일대의 나무는 곧 다 죽을 것 같다고...

경주시에서는 소방 헬기 16대와 소방차 17대를 총동원해서 진화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제대로 진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날이 어두워져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고 있는 상태이다.
밤 동안 산불이 얼마나 더 번져 큰 피해를 가져올지...

건조한 날씨로 인해 전국 곳곳에 산불이 번지고 있다.
인근 포항시 대보면에서 난 산불도 아직 잔불이 제대로 진화되지 않은 가운데
이곳 저곳에서 난 산불 소식은 참으로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손쉽게 버린 불씨 하나가
수십년 동안 키워 온 아름드리 나무들을 순식간에 태워버리고 있는 것이다.

산불 조심....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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