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가볼만한 곳, '가끔 혼자이고 싶어라, 훌쩍 떠나는 힐링 여행지'로 선정된 동해 논골담길.

논골1길, 논골3길, 등대오름길......어느 골목을 선택해도 논골담길의 끝은 묵호등대에 이르게 된다.

 


 

 

 

놀골담길이 끝나는 언덕배기, 묵호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남쪽 언덕에 자리잡은 묵호등대.

파아란 하늘 아래 떠 있는 하얀 구름을 머리에 이고 서 있는 묵호등대를 보니 오르기도 전해 약간이 흥분감이 온몸을 휘감는다.

 

 

 

 

등대 입구로 들어서니 모닥불이 피어오르는 형상의 조형물 너머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동해 바다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빼어난 전망에다가 등대 앞 광장이 해양문화공간으로 잘 꾸며져 있어 

사계절 이곳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등대 앞으로 펼쳐지는 탁 트인 바다는 황홀하리 만큼 색감이 곱다. 

 

 

 

 

1968년 개봉한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과 이승기가 주연했던 SBS 드라마 '찬란한 유산'등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바로 아래서 등대를 올려다 보니 규모가 상당히 크다.

 

 

 

 

높이는 21.9,m이지만 높은 언덕배기에 자리잡고 있어 상대적으로 높이가 더 높아보인다.

 

 

 

 

1963년 처음 불을 밝혔다니 여느 등대에 비해서 역사는 그다지 오래 되지 않은 동대이다.

 

 

 

 

등대 바로 아래에 가서 올려다 보니 목이 아플 정도다.

등대 마당 벽에 완전히 붙어서서 카메라에 담아도 등대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크롭바디 18mm의 화각으로는 등대의 위용을 제대로 담을 수 없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등대는 누구나 다 올라가서 살펴볼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어 좋다.

21.9m라지만 나선형의 계단을 꼬불꼬불꼬불꼬불 올라가려니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등대 위 전망대에 이르니 와아......!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아래서 보던 것보다 시야가 더욱 확 트였고 파아란 바다가 너무나 시원스럽게 눈 앞에 펼쳐진다.

그런데 전망대가 플라스틱 투명창으로 둘러싸여 있어 시야가 약간 어른거리고

사진을 찍으니 뒷면이 반사되어 재대로 담기지가 않는다.

안전상의 이유로 꼭 필요한 투명창이지만 사진이 제대로 담기지 않으니 아쉬운 부분이다.

 

 

 

 

남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묵호방파제가 오른쪽으로 펼쳐지고

 

 

 

 

방파제 너머 묵호항구의 모습도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가깝게는 묵호마을이 눈 아래 보이고 멀리로는 두타산, 매봉산 등 백두대간 자락도 그림처럼 펼쳐진다.

 

 

 

 

북족으로  보이는 길은 등대로 올라오는 해맞이길이다.

승용차로 등대를 오르려면 묵호항을 지나 해안으로 이어지는 일출로에서 좌회전하여 해맞이길로 올라오면 된다.

 

 

 

 

 등대 맞은편 언덕배기에 있는 동화같은 집은 '등대 불빛 아래'라는 펜션이라고 한다.

시간 여유를 있다면 전망이 죽이는 저런 멋진 펜션에서 1박하고 가면 좋으련만......

 

 

 

  

등대 광장 계단 아래는 아기자기 예쁜 펜션이며 카페도 자리잡고 있어 그림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이렇게 멋진 풍경을 두고 커피 한잔 안 하고 가면 섭섭하다.

산토리니가 연상되는 예쁜 카페 탁자에 앉아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하니

이마에 송골송골 맺혔던 땀도 금새 식고 옷깃으로는 시원한 바닷바람이 살랑살랑 스친다.

이런 곳이 바로 힐링 여행지가 아닐까......

 

등대 북쪽으로 찬란한 유산을 찍은 출렁다리가 있어 잠시 살펴보고 그냥 돌아서 왔는데 

알고 보니 출렁다리를 건너 조금만 직진하면 서울 남대문의 정동으로 알려진 까막바위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묵호등대까지 가서 바로 옆에 있는 까막바위를 보지 못하고 돌아오다니......

여행 떠나기 전에 꼼꼼히 사전 정보 검색을 하지 못하고 온 것이 실수이다.

 

해질녁 묵호등대에 오르면 어둠이 깔리는 밤바다에 불빛을 뿌리는 하얀 등대가 장관이라고 한다.

하지만 돌아올 길이 너무나 멀다.

밤바다의 불빛을 밝히는 등대의 진면목을 보지 못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너무나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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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날 아침, 문득 차를 몰고 봉화로 향했다.

영화 '워낭소리'의 주인공 최원균 할아버지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일어났기 때문이다.

 

경주에서 출발, 탁 트인 7번 국도를 시원하게 달리다가 영해면에서 영양으로 가는 918번 지방도로 들어서니

간간히 오고 가는 몇대의 차가 눈에 뜨일 뿐 오고 가는 길이 너무나 한가롭다.

2차선으로 된 좁고 구불구불한 도로를 한참이나 달려 숨가쁜 고개를 넘어서니 드디어 봉화읍이다. 

 

읍내라고 하지만 내려쬐는 뙤약볕 아래 지나가는 행인조차 눈에 잘 뜨이지 않는 시장 앞 거리.

기웃기웃 요기할 곳을 찾다 식당 하나를 발견하고 문을 밀고 들어섰다. 식당 안 역시 한산하다.

식사를 시켜놓고 봉화읍 지도를 펴 살펴보고 있으려니 친절한 주인이 어디를 가보실 예정이냐고 묻는다.

워낭소리 할아버지댁을 가보려 한다고 하니 주인이 난색을 표하며

"거기 가 봤자 별로 볼 것도 없을텐데요. 그 할배 지금 집에도 없고 병원에 계시는데 오늘 내일..... 한다던데요?"한다.

이런 난감한 일이 있나! 3시간 반이나 차를 몰아 봉화까지 온 것은 단지 최원균 할아버지를 만나보기 위함이었는데

지금 현재 병환으로 병원에 입원해 계셔서 집에는 아무도 없다니......

음료수라도 한통 사 들고 찾아가서 영화 정말 감동적으로 보았다고 인사라도 드리고 근황을 살피고 오려고 했는데......

안 계신다니 발걸음을 돌려야 하나.....생각하다가 그래도 영화에 나왔던 집이라도 먼발치에서 한번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에

원래 계획대로 경북 봉화군 상운면 하눌리로 차를 몰았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란 네비 아가씨의 목소리를 듣고 주변을 살펴보니

<워낭소리 주연 최원균, 이삼순 부부의 집 200m>라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한국 다큐멘터리 사상 최대인 300만의 관객을 모은 영화 '워낭소리' 주촬영지인 이곳. 봉화군에서 가만히 놓아둘 리가 없다.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친 이후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명소가 되어 버린 할아버지의 집 앞은 워낭소리공원으로 변모되어 있었다.

 

 

 

 

워낭소리공원은 영화 장면을 담은 포토월이 반원 형태로 둘러져 있고

공원 가운데에는 할아버지와 늙은소 누렁이의 조형물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눈에 뜨인다.

 

 

 

 

포토월에는 영화의 스틸 사진과 함께 영화 '워낭소리'를 보지 않은 분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까지 곁들여져 있다.

스쳐 지나가는 관광객들이야 "아이구....번듯하게 잘 해놨네.."하고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도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워낭소리 영화의 여운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드는 부분이다.

 

 

 

 

 

 

 

다리가 불편하신 최원균할아버지는 항상 늙은소 누렁이가 끄는 달구지를 자가용으로 타고 다녔는데

달구지 조형물에 앉으신 할아버지는 낡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가락이 흥겨운지 흐뭇한 미소를 띄고 있는 모습이다.

 

 

 

 

워낭소리공원을 뒤로 하고 할아버지댁으로 가기 위해 약간 경사진 언덕으로 올라가본다.

누렁이가 할아버지를 태운 달구지를 힘겹게 끌고 올라가던 장면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집 입구 길에는 이렇게 워낭소리 영화 이후 세워진 것으로 보이는 장승들도 눈에 뜨인다.

영화 촬영지를 관광지로 만들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여기서도 어김없이 나타나 보인다.

 

 

 

 

그런데 집앞에 이르니 영화에는 안 보이던 녹색 철문이 새로 생겼다. 영화 이후 새롭게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철문에는 '부모님 건강상 이유로 집을 당분간 개방 못 함.이라는 팻말이 붙여져 있다.

식당 주인의 말대로 할아버지께서 정말 많이 편찮으신 것이 분명한 것 같다.

 

 

 

 

문 앞에 서서 철문 안을 슬쩍 들여다보니 집 내부는 영화에 나왔을 때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집안에 늙은소 누렁이의 동상도 세워져 있고 장승도 세워져 있는 등 집의 모습이 많이 변했다.

영화 성공 이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니 여기도 관광객을 위한 포토존으로 변모시켜 버린 것일까?

 

 

 

 

질퍽하고 어수선하던 마당은 번듯하게 포장이 되고 사시던 집도 일부 보수를 한 듯한 모습이다.

 

 

 

 

철문 앞을 떠나 경사진 길로 내려오니 눈에 많이 익은 나무가 앞에 서 있다.

누렁이가 죽은 후 할아버지께서 누렁이와 항상 함께 하던 워낭을 들고 앉아 허탈하게 들판만 바라 보던 바로 그  나무이다.

 

 

 

 

주변의 모습은 많이 변했지만 죽은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는 영화에 나오던 모습 그대로여서 마음을 짠하게 한다.

 

 

 

 

그런데 할아버지 집 앞 밭의 꼴이 말이 아니다. 수백평에 이르는 밭 전체가 수박밭인데 수박이 모두 말라죽어가고 있다.

 

 

 

 

따지도 않은 수천개의 수박은 가지에 달린채로 말라 비틀어져 죽어가고 있고 한곳에는 깨지고 터진 수박들이 썩어가고 있는 중이다. 

올여름 남부지방을 강타한 최악의 가뭄으로 수박들이 다 말라죽어 버린 것일까?

아니면 수박을 가꾸던 할아버지께서 병환으로 쓰러져 입원하셨기 때문에 돌볼 사람이 없어 폐기된 것일까?

잘 자라던 수천개의 수박이 전부 내동댕이쳐져 썩어가는 모습은 할아버지의 병환 소식 만큼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할아버지댁을 나와 워낭소리공원에서 600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누렁이의 무덤을 찾아보았다.

포크레인으로 파서 매장한 후 둥그렇게 봉분을 해놓았던 누렁이의 무덤은 기념비와 함께 꽃밭처럼 단장되어 있었다. 

 

 

 

 

'누렁이(1967~2008)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농부 최노인이 30년을 부려온 소.

소의 수명은 보통 15년, 이 소의 나이는 무려 40살까지 살다 갔다.

소와 인간의 교감과 진심이 빚어낸 울림은삶의 아름다운 기적을 만들었던 소, 누렁이 여기에 잠들다.'

 

 

얼마전까지도 시간만 나면 누렁이의 무덤 앞에서 한참이나 앉아 있다 갔다는 최원균 할아버지.

"이 소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거여...."하던 할아버지는 이제 그토록 사랑하던 누렁이를 따라 갈 준비가 되신걸까?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며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나도 모르게 먼산을 바라보았다.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 종이던 최원균 할아버지께서

2013년 10월 1일 향년 85세로 임종하셨습니다.

고인의 빈소는 봉화해성병원 장례식장이고 발인은 10월 4일 오전 9시입니다.

할아버지는 본인의 뜻에 따라 먼저 간 누렁이의 곁에 나란히 묻힌다고 하는데

누렁이는 별세 3일전 9월 28일 워낭소리 공원 묘지로 이장되었습니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삼순 씨(82)와 9남매가 있습니다.

 

비록 할아버지는 영면에 드셨지만 워낭소리 영화와 함께

최원균 할아버지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할아버지는 영원히 기억될 것 입니다.

사랑하던 누렁이와 함께.....

삼가 최원균 할아버지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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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에서도 가장 남쪽 끝부분에 자리잡은 작은 어촌 마을 꼴로안 빌리지(Coloanne Village)는

호젓하고 운치있게 산책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좋아할 만한 장소이다.

꼴로안 빌리지 해안가 도로를 여유롭게 걷다보면 눈에 뜨이도록 예쁜 성당 하나가 눈에 들어오는데

비로 드라마 '궁'에서 윤은혜와 주지훈이 결혼식을 올렸던 바로 그 곳, '프란시스 자비에르 성당'이다.

 

 

 

2012년 7월에 개봉해서 1,298만명이라는 기록적인 관객수를 기록한 영화 '도둑들'도 이곳에서 촬영을 했다.

영화 '도둑들'은 세나도 광장 주변의 펠리시다테 거리, 크라운 호텔 등을 비롯하여 마카오의 여러곳을 주무대로 촬영했는데

이곳 프란시스 자비에르 성당에서는 마카오 박과 펩시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촬영되었고

성당 바로 앞에 있는 유명한 노천 카페 응아팀 카페에서는 

한국에서 공수된 가짜 태양의 눈물 다이어몬드를 펩시와 예니콜이 넘겨 받는 장면이 촬영되기도 했다.

 

 

 

 

크림색과 흰색으로 칠해진 외벽과 동그란 창문, 조그만 종탑이 잘 어울려 마치 동화 속의 집 같은 이 성당은

일본에 기독교를 전파한 '성 프란시스 자비에르'의 유골을 안치하기 위해서 1928년에 세워진 바로크식 성당이다.

 

 

 

 

현재 프란시스 자비에르의 유골은 다른 곳으로 이장되었으나 순례자들은 아직도 이곳을 많이 찾아오며

특히 일본에 기독교를 전파한 프란시스 자비에르를 기억하기 위해 일본인 순례자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 보면 여느 성당과는 달리 의자 몇개만 놓여 있을 뿐 너무나 소박하기만 한 공간이다.

이곳엔 우리나라 신부인 김대건 신부의 초상화도 모셔져 있어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남다른 감회를 전한다.

 

 

 

 

동화처럼 아름다운 프란시스 자비에르 성당. 사람들은 이곳에서 웨딩 촬영을 하기 위해

마카오 뿐 아니라 멀리 홍콩에서 웨딩 촬영을 하러 오기도 한단다.

 

 

 

 

성당 앞 포르투갈식 광장에는 조그마한 분수가 솟구치는 탑이 있어 볼거리를 더한다.

이 탑은 1910년의 해적 소탕을 기념하기 위해서 세운 탑이라고 한다.

 

 

 

 

성당을 떠나 꼴로안 빌리지의 해변에 한참을 앉아 있다 저녁시간에 다시 프란시스 자비에르 성당 광장으로 돌아와 보았다.

햇빛이 비치던 한낮의 분위기와는 또 다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커다란 반얀나무 아래 양쪽으로 늘어선 아케이드에 자리잡은 노천 카페들도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성당 앞 광장을 물결치듯 흐르는 포르투갈식 바닥돌인 깔사다도 밤에 만나니 더욱 운치가 있다.

 

 

 

 

연이어 찾아오는 관광객으로 인해 다소 시끌적적하던 낮시간의 프란시스 자비에르 성당.

해가 넘어가고 하늘이 검푸른 빛깔로 서서히 물들어가는 저녁나절이 되니 성당 앞 광장도 평정을 되찾고

형언할 수 없는 엄숙함이 동화속의 집 같은 프란시스 자비에르 성당의 종탑을 고요히 감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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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모처럼 맞이한 여유를 즐기며 이불 안에서 뭉그적거리고 있는데

머리 맡에 둔 휴대전화에서 윙~~~하며 진동이 울린다.

"뭐 하세요? 오늘 계림초등학교에서 영화 촬영이 있대요~"하는 지인의 목소리.

내용을 들어보니 최강희, 봉태규 주연의 '미나문방구'라는 영화를 찍는데

그 배경이 바로 계림초등학교 앞이고 오늘 그 영화의 운동회 씬을 찍는다는 것이다.

 

근처에 있는 학교에서 영화 촬영이 있다니.....보기힘든 구경거리임에 분명하다!

아침을 대충 대충 차려먹고 카메라를 챙겨들고는 서둘러 계림초등학교로 향했다.

 

 

 

 

계림초등학교 앞 골목에 이르니 골목이 뭔지 모르게 고색창연하게 탈바꿈했다.

105년 역사를 지닌 계림초등학교는 경주 구 중심가에 위치한지라 원래부터 오래된 건물이 근처에 많지만

간판이나 근처 상점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80년대로 돌아간 듯 그 모습이 더욱 바래어졌다.

 

 

 

 

학교 앞 벽에 붙은 광고판엔 추억의 SKC 비디오 테이프 광고가 붙어 있고 

 

 

 

 

썩은자는 유흥가로 애국자는 일터로.......라는 입간판도 80년대를 연상케 한다.

 

 

 

 

아! 계림초등학교 정문 바로 앞에 미나문방구 오픈세트가 만들어졌다.

원래는 계림문구사였다는데 미나문방구로 새옷을 갈아 입었다.

그런데 완전 낡아빠진 간판에 붙은 이름은 '미나 문방구'가 아니라 '미나 방구'!

간판 이름부터 웃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미나문방구의 내부에는 각종 오래된 학용품과 장난감들이 그득했는데

스텝이 지키고 앉아 철저히 촬영을 막는 바람에 내부 촬영은 하지 못했다.

 

 

 

 

계림학교로 들어가니 색색의 깃발이 하늘 높이 내걸리고 그 아래 체육복, 태권도복을 입은 아이들이 대기 중인데

완전히 초등학교 가을운동회 현장의 모습이다.

 

 

 

 

"아자아자! 할 수 있다!" 등의 구호가 쓰인 개선문 아래 청백기를 든 아이들의 응원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운동회에서 먹거리가 빠지면 서운한 법. 피자와 치킨 등 먹거리 난전들이 벌어졌다.

하지만 피자나 치킨이나 다 속에는 아무 것도 없는 빈통.

 그래도 완벽한 장면을 위해 소품 하나하나까지 손질하는 손길이 분주하다.

 

 

 

 

영화에서도 이 학교의 이름은 계림초등학교인가 보다.

"계림초등학교 가을대운동회", "아자아자! 화이팅! 계림 화이팅!" "푸른 꿈을 펼치는 계림한마당" 등

계림초등학교 가을 대운동회를 알리는 플래카드들이 차양막마다 내걸린 것이 보인다.

 

 

 

 

선덕여왕이나 대왕의 꿈 촬영하는 것을 지척에서 여러번 보기도 했지만 영화 촬영은 처음 보는 일.

촬영 장비들이 정말로 많고 카메라도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운동장 한가운데에서는 운동회의 꽃인 계주 씬 촬영을 위해서 아역배우들에게 연기 지도가 한창이다.

 

 

 

 

뽀사시한 얼굴을 위해 반사판이 높이 들려지고 붐마이크도 세팅이 완료되었다. 드디어 계주 씬 레디~~~~액션!

 

 

 

 

배턴을 받아든 아역들이 전력질주하면 운동장에 둘러선 아이들은 "이겨라~ 이겨라~"하면서 목청 돋우어 응원을 한다.

 

 

 

 

하지만 한컷에 OK 싸인이 떨어지는 법은 없는 법. 똑 같은 씬을 수십번 촬영하기도 하니 지루한 기다림dms 계속된다.

 

 

 

 

이날 운동회 씬 촬영을 위해 약 200명 정도의 아동들이 운동장에 모였는데

주조연급의 아역배우를 제외한 대부분 출연 아동들은 계림학교와 인근학교에서 일시조달한 보조출연 아동들이다.

 

 

 

 

그런데 보조출연하는 아이들의 모습들이 뚱뚱해도 너~~~~무 뚱뚱하다.

가을운동회 촬영이 아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초겨울에 이루어지는 것이라

아이들이 추울까봐 학부모들이 체육복 안에 내의를 겹겹이 입힌 것이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패딩을 체육복 안에 입기도 해서 꼭 눈사람이 굴러가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촬영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들은 통제가 안 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니 스텝들은 아이들을 모으느라 정신이 없고......

따라온 학부모들은 추운 날씨에 빨리 안 찍고 아이들 고생시킨다고 여기저기서 푸념을 하니

영화 하나 찍기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게 실감 나는 현장이다.

 

 

 

 

경험 삼아 보조출연으로 참가한 계림초등학교 아이들은

아침 7시부터 저녁 5시까지 추운 날씨에 바들바들 떨며 운동장에 서 있었는데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고생하는 것이 안쓰러워 따스한 물을 먹이고 연신 담요를 둘러주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긴 기다림과 추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겐 마냥 신나고 즐거운 경험인 영화 출연.

 

 

 

 

영화 '미나문방구'에서 운동회 씬은 두번 나온다고 한다.

한번은 어릴적 추억의 운동회로 80년대 풍의 운동회인데 지난번에 이미 촬영을 마쳤다고 하며

오늘 찍는 두번째 운동회는 미나와 강호가 어른이 되어서 만나는 2012년 현대의 운동회 모습이다.

 

 

 

 

32살 처녀가 고물문방구를 새 단장하면서 소중한 추억과

잊혀진 사랑을 파는 문방구로 바꾼다는 로멘틱 휴먼 드라마 '미나문방구'.

32살 처녀 미나역엔 최강희가, 계림학교 선생인 강호역에는 봉태규가 열연한단다.

 

그런데 도대체 주연인 최강희와 봉태규는 어디에 있는거야?

하도 출연진이 많은지라 주인공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기가 힘들다.

 

 

 

 

어! 드디어 최강희가 나타났다. 날씨가 너무 추워진지라 커다란 패딩코트로 중무장을 했다.

 

 

 

 

오버사이즈의 패딩을 입었지만 뽀얀 피부가 빛이 나는 최강희.

 옆 모습이 특히 이쁘다. 최강희 팬들은 강짱이라 한다지?

 

 

 

시골 문방구 주인에 어울리게 화장도 거의 하지 않았다. 연이는 촬영으로 인해 약간은 피곤해보이는 최강희.

 

 

 

 

아역배우들의 계주 씬 촬영이 끝나고 이제 드디어 최강희가 등장할 차례이다.

패딩을 벗고 약간의 메이크업을 한뒤 촬영을 위해 기다리는 최강희는

머리를 질끈 묶고 운동화에 촌스런 옷차림을 했지만 너무 날씬하고 이쁘기만 하다.  

 

 

 

 

"강호야~!"하고 부르면서 군중 속으로 달려가는 씬을 찍는 최강희.

한컷을 찍기 위해 몇번이고 달리가며 똑 같은 씬을 찍는 것을 보고 촬영장을 나섰다.

 

안강, 영천 등에서도 촬영이 진행되었다지만 주촬영장소는 역시 계림초등학교 앞 미나문방구이다.

촬영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기는 했지만 앞으로 얼마 동안은 이곳에서 촬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내년 설날에 개봉할 예정이라는 '미나문방구'. 어떤 영화가 되어 개봉될지 참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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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서 새재(조령,鳥嶺)으로 불리웠던 문경새재.

경상도 선비가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갈 때면 꼭 넘어야했던 문경새재는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한 아웃도어차림의 등산객들로 발디딜 곳 없이 붐빈다.

 

 

문경새재가 위치한 주변 주흘산, 조령산의 가을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고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 등 3개의 관문을 비롯하여 정자와 주막 터, 각종 비석 등이  

선비들이 과거보러 가던 옛길을 따라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어서

마지막 가을의 향취를 조금이라도 느껴보려는 분들이 이곳으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문경새재에는 국내최대규모의 드라마 오픈세트장도 있어 찾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KBS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세트장으로 처음 출발한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은

처음 세워질 당시에는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세트장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고려시대 세트장을 완전히 허물고 새롭게 조선시대로 모두 탈바꿈한 것을 볼 수 있다.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을 방문하시는 분들은 이곳에서 새로 태어난 

광화문, 경복궁, 동궁, 서운관, 궐내각사......등을 실물처럼 만나보실 수 있다.

세트장을 둘러보는 사람들은 새재옛길을 걷기 위한 본래의 계획도 잊게되기가 일쑤인데

궁궐 건물과 양반집, 초가집 등 130여동에 이르는 건물을 돌아보는데도 제법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단풍이 절정에 이른 10월의 마지막날에 찾아본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의 모습을 사진으로 소개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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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의 끝자락에 문득 차를 몰고 달려간 곳은 안동이다.

안동에서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드는 하회마을과 도산서원은 그냥 지나치고

한적한 비포장도로를 한참이나 털석거리며 달려간 곳, 병산서원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아서 더 귀한 곳.

마지막 숨겨둔 무릉도원과도 같은 병산서원은

언제 찾아가도 여행자를 배신하지 않고 그 신비함을 조심스럽게 드러내준다.

 

 

 

 

서원 입구에 이르니 겨울에 왔을 땐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던 배롱나무들이 진분홍 꽃망울을  화사하게 꽃 피웠다.  

 

 

 

 

서원 입구 복례문 양쪽에도 배롱나무(백일홍나무)들이 붉은 꽃망울을 터뜨리고

 

 

 

 

만대루로 오르는 돌계단 위에도 진분홍 꽃망울이 등불을 화사하게 켰다.

 

 

 

 

서원의 중심 건물인 입교당과 동재, 서재 사이에는 배롱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선비들이 배롱나무의 붉은 색에 현혹되지 않도록 강당 바로 앞에 배롱나무를 심지 않았던 것일까?
 

 

 

 

입교당 돌계단을 올라 마루에 걸터 앉아 잠시 쉬고 있으니 갑자기 먼지가 휘이.....일어나며 돌풍이 일어난다.

돌풍과 함께 어디선가 물내음이 묻어오기 시작한다. 소나기 한자락 하려는 것일까? 

 

 

 

 

불어오는 돌풍과 함께 물내음이 비릿하게 묻어오더니 피할 사이도 없이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긋기 시작한다.

 

 

 

 

쏟아붓듯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에 같이 사진 찍던 외국인들도 황급히 서원 마루 위로 올라 비를 피한다.

 

 

 

 

바람과 함께 묻어온 소나기는 서원 마루까지 적시며 한자락 시원하게 내리퍼붓더니 

이내 빗줄기가 약해지고 점점 개이기 시작하더니 끝내는 동쪽 하늘에 아스라한 무지개까지 만들어준다.

 

 

 

 

한차례 세찬 소나기가 지나간 서원 안 마당은 금세 뱀이 기어가듯 구불구불 물길이 만들어졌다.

참으로 신기한 자연의 조화들이다.

 

 

 

 

비 그치고 나니 배롱나무꽃과 이파리들이 물을 함빡 머금어 더욱 화사하게 빛난다.

슥슥 오려내어 액자에 넣어 집에다 걸어두고 오래오래 바라보고 싶은 풍경이다.

 

 

 

 

입교당 뒷쪽 열린 문 사이로 보는 만대루의 모습도 한폭의 펼쳐진 그림이 되었다.

 

 

 

 

입교당 뒤로 돌아가보니 더욱 크고 오래 된 배롱나무들에도 꽃들이 만발했다.

구불구불 길게 드리워진 배롱나무 가지들은 존덕사 삼문의 붉은 빛과 어우러져 더욱 운치를 더해준다.

 

 

 

 

진사청 문 옆에도 엄청나게 자란 배롱나무가 담장을 붉게 물들였다.

 

 

 

 

'비단 같은 꽃이 노을빛에 곱게 물들어 사람의 혼을 빼앗는 듯 피어 있으니 품격이 최고이다.' 라고 한

강희안의 '양화소록'의 싯구처럼 처연하도록 붉은 빛은 보는 이의 혼을 다 빼앗을 기세이다.

 

 

 

 

진사청 좁은 안마당의 하늘도 온통 배롱나무 꽃들로 뒤덮였다. 

 

 

 

 

 갑자기 내린 소나기로 후두둑 떨어진 꽃들이 마당 안을 붉게 물들였으니 이게 바로 진정한 꽃 카페트로구나.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아니더라도 저 붉은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서야 이곳을 떠날 수 있으리라.

 

 

 

 

진사청을 나와 다시 만대루 아래를 거쳐 복례문으로 향한다. 

 

 

 

 

비를 머금은 복례문의 기와 지붕은 더욱 빛이 나고 배롱나무 너머 펼쳐지는 산의 나무들도 더 싱그럽게 다가온다.  

 

 

 

 

비를 머금은 만물은 마치 오월의 신록인양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고 푸르르니

열린 문을 통해 바라보는 여행자의 마음도 더욱 화사함이 더해진다.

 

 

 

 
'지난 저녁 꽃 한 송이 떨어지고, 오늘 아침에 한 송이 피어 서로 백일을 바라보니,

 너와 더불어 한 잔 하리라' 라는 성삼문의 싯구처럼

한여름을 수 놓는 배롱나무의 처연한 붉은 빛은 참으로 곱디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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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동안 손꼽아 기다리던 바캉스의 계절이 돌아왔다.
산으로, 계곡으로, 바다로, 혹은 워터 파크로......
길지 않은 여름 휴가를 어디에서 보내야 최고의 바캉스가 될지 고민부터 하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많이 찾는 피서지는 뭐니뭐니 해도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그렇게 사람이 많고 물도 더러운 곳에 뭐하러 가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들도 있지만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하고 비키니녀들의 터질 듯한 몸매와 함께
젊음이 살아 펄떡이는 해운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사람을 끄는 흡입하는 매력이 있는 곳임이 분명하다.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구별 안 될 정도로 자유롭고 화려한 해운대에서 즐길거리야 차고 넘치겠지만
오늘은 해운대 피서객들이 꼭 한번 경험해봐야 할 해운대 유람선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해운대 유람선은 해운대 해변의 동쪽 끝부분인 미포에 위치하고 있다.




입구에는 '관광 유람선'이라는 간판보다 '마라도 횟집'이라는 간판이 훨씬 더 크게 눈에 뜨인다.
유람선 선착장 2층에 자리잡은 마라도 횟집은 영화 '해운대'에서 설경구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횟집으로
영화의 여러 장면에서 너무나 많이 등장하여 눈에 익은 곳이다.

  



유람선 선착장 내부는 그다지 넓지 않고 내부 시설도 그저 그런 편이다. 




승선권을 사려고 개찰구에 가서 보니 승선료가 의외로 무지 비싸다.
대인이 18,000원, 소인이 11,000원이니 결코 만만한 가격이 아니다.

이렇게 비싼 승선료를 지급하고 유람선을 탈 만한 가치가 있을까? 잠시 고민하다 승선권을 구입했다.
승선표에는 이름과 전화번호를 꼭 기입해야 하는데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서 승선객들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관광 유람선의 일주 코스는 두가지이다. '해운대 -  롯데백화점 광복점' 코스와 '해운대 - 오륙도' 코스.
필자는 해운대에서 출발하여 오륙도를 돌아오는 코스를 선택했다.
유람선은 2층으로 되어 있는데 뜨거운 여름 햇살을 피해 대부분 아랫층에 앉아서 유람하는 자리를 선택한다.






이렇게 작은 배로 바다 한가운데 나가면 위험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조금 들었지만
선장님의 든든한 뒷모습을 보니 약간 안심이 된다.





배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조그마한 미포 항구가 서서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한다.
영화 '해운대'에서 하지원이 운영하던 포장마차 횟집은 사진 속의 빨간 등대와 노란 크레인 사이의 지점인 듯......

 



이윽고 속력을 내기 시작한 유람선, 하얀 물살을 흩날리며 부두를 떠나자 해운대가 뒤로 물러나고 달맞이 언덕이 한눈에 훤히 들어온다.




달맞이 언덕이 뒤로 물러나면 해운대 해변에 위치한 호텔과 아파트 들이 차례로 시야에 나타나고

 



이윽고 동백섬이 눈 앞에 펼쳐지면서 둥근 지붕의 누리마루 에이팩 하우스가 그 멋진 모습을 보인다.
누리마루 뒤로 병풍처럼 둘러쳐진 해운대 마린시티는 얼마나 높은지 숨이 턱 막힐 정도이다.
지난번 엄청난 화재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우신골든스위츠도 깔끔하게 새단장을 했다.





해운대 마린시티의 위용은 정말 대단하다. 여기가 도대체 한국인가.....의심될 정도로......
지금까지 마린시티의 스카이 라인을 뽐내던 더샵 아델리스나 대우월드마크콘도, 우신골드스위츠를 눈 아래에 두고
새롭게 들어선 해운대 아이파크나 대우 트럼프 월드 마린은 해운대의 스카이 라인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유람선이 속력을 더 높이니 해운대 서쪽에서 동쪽까지 한눈에 다 들어오고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는 답답하던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이런 맛으로 비싼 돈을 지불하고 유람선을 타는거로구나!





마린시티가 뒤로 서서히 물러나니 이젠 광안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멀리 보이는 광안대교의 자태는 정말 수려하다. 광안대교 야경투어도 있다는데 다음번에는 꼭 밤에 유람선을 타봐야겠다.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하고 유유자적 항해하는 요트는 마치 한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다.

유람선 2층에 서 있는 사람들이 새우깡을 던지니 갈매기가 전속력으로 유람선을 따라온다. 





인천대교 유람선에는 수많은 갈매기가 새우깡을 받아 먹으려고 전속력으로 유람선을 따라 온다는데
해운대 유람선을 따라오는 갈매기는 의외로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해운대 갈매기는 까칠한 도시 갈매기인가 보다.




한참을 가니 이윽고 저 멀리 오륙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오륙도와 함께 엄청나게 높은 고층 아파트가 눈 앞에 나타난다. 언덕 위의 성곽처럼 우뚝 서 있는 아파트는 오륙도  SK뷰이다.




오륙도가 보이기 시작하자 선장님은 마이크로 오륙도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질 낮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은 유람선의 엔진 소리에 묻혀서 소음으로만 들릴 뿐이고......



 
유람선이 북쪽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돌리니 드디어 하나 하나 갈라진 섬들이 그 모습을 나타낸다.

 



오륙도는 부산 북쪽 육지인 승두말로부터 가지런히 들어서있는 바위 섬들로
오륙도란 이름은 1740년에 편찬된 동래부지 산천조(東萊府誌 山川條)에
“오륙도는 절영도 동쪽에 있다. 봉우리와 뫼의 모양이 기이하고 바다 가운데 나란히 서 있으니
동쪽에서 보면 여섯 봉우리가 되고 서쪽에서 보면 다섯 봉우리가 되어 이렇게 이름한 것이다.
(五六島在絶影島東 峯巒奇古列之海中 自東視之則爲六峯 自西視之則爲五峯 故名之 以此)”라 기록된 바와 같이
 보는 사람의 위치와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데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승두말에서 가까운 섬부터 우삭도(밀물시에는 방패섬과 솔섬으로 나눠짐),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의 순서로 늘어서 있는데
각 섬마다 수직에 가까운 해안절벽과 짙푸른 바다가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여주고 있다.





오륙도는 섬의 수가 5개 또는 6개로 보인다는 신비감과 함께
명실상부한 부산을 대표하는 섬으로 그 상징성이 너무나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유람선으로 오륙도를 한바퀴 돌아보니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노래가 저절로 입 안에 흥얼거려진다.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형제 떠난 부산항에 갈매기만 슬피우네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목메어 불러봐도 대답없는 내 형제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





노래를 흥얼거리다 보니 작곡자 황선우씨가 해운대 유람선을 타고 영감을 받아 이 노래를 작곡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해운대 - 오륙도 유람선에서 보는 풍경과 조용필의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너무나 많이 닮아 있다.




오륙도를 돌아봤으니 아쉽지만 이제 출발지인 해운대로 돌아갈 시간이다.

유람선 선착장이 가까워지니 벌써 다왔나 생각이 들며 내리기가 너무 아쉽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유람선을 타고 부산 앞바다를 돌아보는 기분은 유람선 투어를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밤에는 광안대교와 부산 야경을 즐기는 야경 유람선도 있다는데 다음번에는 광안대교 야경투어에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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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유채가 노란 얼굴을 내어밀 때 쯤 의례히 반월성을 찾는다.





유채밭을 지나 반월성 넓은 궁궐터에 서니 저 멀리서 초딩 수학여행단이 한떼로 걸어온다.
'오.....경주에 수학여행 와서 반월성에까지 올라오는구나. 아이들에게 또 다른 추억이 되겠는걸?" 생각하며
옆으로 지나가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아하니 생각 외로 얼굴이 불만들이 가득하다.
선생님 뒤를 따르며 자기들끼리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아.......씨.....! 아무 것도 없구만.....! 여기 뭐 있다고 여기까지 올라와! 더워 죽겠는데 이런데 오고......"
선생님은 듣는 둥 마는 둥 갈길을 가고 아이들은 끌려가듯 발을 질질 끌며 간다.

아이들에게는 그저 놀이동산 가는 것 밖에 관심이 없으니 유적지 따위야 관심이야 있으랴......
아이들의 불만 가득한 목소리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반월성에 오시는 분들 중 이런 실망을 안고 돌아보시는 분이 많다.
신라 궁궐터라고 하기에 뭔가라도 있을까...해서 올라오지만
보이는 것은 휑......하니 넓은 잔디밭 뿐, 가운데 궁궐 초석 몇개만이 눈에 뜨이기 때문이다.


'


잔디밭이 넓게 펼쳐져 있고 가운데 위험한 지형지물이 없기 때문에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소풍 장소로는 제격이지만......





드넓은 반월성엔 고작해야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석빙고 하나 달랑 있을 뿐 볼만한 것은 사실 별로 없다.





하지만 사실 반월성은 신라 천년의 역사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이니.......





보통 반월성이라고 불리우는 이곳의 정식 명칭은 월성(月城)이다.
반월성(半月城)을 한자 그대로 뜻풀이하면 반달 모양의 성이라는 뜻인데, 스카이뷰에서 보시는 것처럼

반달 모양의 언덕 위에 성곽을 둘러 지어진 성이기 때문에 그런 애칭으로 불리우게 되었다.





재성()이라고도 불리웠던 월성은 삼국사기에 보면 성의 주위가 1,023보()이며
자연적인 언덕 위에 반월형으로 흙과 돌을 혼용하여 쌓았고 여기에 신라 역대왕들의 궁성이 있다고 기록되었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월성터는 원래 충신인 호공의 거주지였다고 한다.
BC 19년 박혁거세, 석탈해가 금성의 지리를 살펴본 뒤에 가장 좋은 길지로 호공의 집터를 지목하여
거짓 꾀를 부려 호공의 집을 빼앗아 월성을 쌓았다고 한다.
이 공으로 석탈해는 남해왕의 맏사위가 되었고 그 후에 신라 제4대 왕위에 오르게 된다. 

사적 제16호라는 
역사적인 의미를 제쳐두더라도
봄날의 반월성은 경주를 찾는 이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멋진 추억을 남겨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반월성 앞 너른 초지에는 각가지 야생화를 비롯하여 노란 유채꽃이 화사하게 피어 가족과 연인들을 향해 손짓하고

반월성 언덕을 돌아가며 흐드러지게 핀 벚꽃들은 꽃에 취한다는게 어떤 것인지 가슴으로 느끼게 해준다.

 

 


반월성 언덕 뿐 아니라 반월성터 안쪽에도 이렇게 수령이 오래 된 벚나무들이 우거져있어 벚나무 그늘에서 쉬어갈 수 있고





일반 관광객들이 잘 가지 않는 반월성 남쪽으로는 이렇게 남천이 고요하게 흘러 색다른 정취를 자아내기도 한다.





신라 역사의 산 증인인 반월성은 사극 영화 촬영지로도 많은 러브콜을 받는 곳이다. 




서라벌을 무대로 한 MBC드라마 '선덕여왕'을 비롯하여 '동이''김수로' 등....많은 사극들이 반월성을 배경으로 촬영되었는데

영화 촬영이 있는 날엔 어둡고 조용하던 반월성의 밤도 생기가 넘치게 되고 주변 나무들도 환한 색깔로 다시 살아난다.




천년의 영화를 누린 신라의 궁성인 반월성,
옛 노래처럼 지금은 비록 빈 터만 남아 있을 뿐이지만 반월성 곳곳에는 그곳을 거닐던 신라인의 숨결이 살아 있다.

비록 드라마의 주인공은 아니더라도 천년고도 신라의 흔적이 남아 있는 반월성을 찾는 이들은
누구나 이야기 속의 왕자와 공주가 되어 이 고즈녁한 황성옛터를 거닐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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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포시타노 마을과 흡사한 마을이
부산 태종대 부근에 자리잡고 있다기에 휴일을 이용해 찾아가 보았다.



 

깎아지른 듯한 해변 언덕 위에 옹기종기 몰려 있는 마을.

이름도 너무나 아름다워 <흰여울길>이다.
여울이란 강이나 바다의 바닥이 얕거나 폭이 좁아 물살이 세게 흐르는 곳을 이름이니
태종대 앞 바다가 바다가 훤히 바라보이는 흰여울길이란 이름이 원래 동네 이름인 영선동 보다는 훨씬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2003년에 개봉한 영화 '첫사랑 사수대회'가 촬영되어 사람들에게 더 알려지게 된 흰여울길.
부산테크노과학고를 지나 영선동 산북도로가 갈라지는 삼거리 부근에 주차를 하고 길 오른쪽으로 내려다 보니
다닥다닥 붙은 지붕 사이로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흰여울길이 시작되는 시점, 바다 쪽으로 경사져 내려가는 골목으로 들어서 본다.





퇴락한 벽들과 녹쓴 철대문, 그 위로 언제 열어보았는지 가늠도 안 되는 삭아버린 자물쇠.....
한눈에 보아도 주인이 이사 간 후 찾는 이 없이 방치된 집들이 좌우에 늘어선다.





약간의 경사를 내려가 골목 끝에 이르니 지중해 해변과 못지 않는 시원한 풍광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제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만들어진 흰여울길을 따라 걸으며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다와 아기자기한 골목 정경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두 사람이 비켜 지나갈 정도의 골목 왼쪽에는 문만 열면 바로 집안이 되는 마당 없는 집들이 옹기종기......





오른쪽으로는 허리 높이로 둘러쳐진 담장 너머로 푸르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뒤로 돌아보면 다대포 쪽으로 이어지는 남항대교가 그림같이 펼쳐지고





망망대해에 떠 있는 엄청난 크기의 컨테이너선들도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마당이 없는 이곳의 집들은 골목 앞이 곧 이집의 마당이다.





장독대는 물론이고 의자 등......마당에 있어야 할 세간살이들은 모두 골목에 나와있다.





집안에 있어야 할 속옷 빨래들도 모두 밖으로 나와 바닷바람을 받아 시원스럽게 펄럭인다.





한참 가다 나타난 전봇대 위에 매달린 조그만 거울.

이 집의 주인은 골목에 나와서 면도를 하거나 옷 매무새를 가다듬는걸까?
아니면 이 길을 지나던 행인들의 세찬 바닷바람에 흐트러진 머리칼을 다듬으라는 주인장의 따스한 배려일까?
골목 옆에 마련한 조그만 텃밭과 옹기종기 내어놓은 화분들이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듯 하다.





언제부터인가 사진 애호가들에게 소문이 난 흰여울길.

골목을 걷다 보면 마을 주민보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되기도 한다.





이곳에서 통영의 동피랑이나 재개발 달동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벽화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그린 그림보다 더욱 아름답고 조화로운 그림은 흰여울길 도처에서 만날 수 있다.


















흰여울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렇게 조그만 밥그릇들이 담 옆이나 대문 앞에 다소곳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골목에는 하얀 종이 위에 갖가지 음식물이 조금씩 담겨 있기도 하다.
무슨 밥그릇일까? 길을 걷다 보면 곧 의문은 풀리게 된다.





이 밥그릇들은 길냥이들을 위한 것! 흰여울길에는 유난히 길냥이가 많다.
이곳 사람들은 길냥이에게 자기들의 음식을 나누어 주고....
그렇게 길냥이와 흰여울길 주민들은 공존하며 사는 방법을 터득했나 보다.






한참이나 이어지는 골목을 따라 걸어갈수록 퇴락한 집들은 점점 더 많이 나타난다.





언제 칠한지도 모를 정도로 오래 된 페인트들은 벗겨질대로 벗겨져서 제 구실을 못 하고 있고
사람이 살고 있을까.....싶을 정도로 삭은 집들 안을 들여다 보다 조용한 인기척에 발걸음을 돌리기도 한다.
집안에서 밖을 내다보거나 골목을 걸어다니는 분들은 거의 노인들.

젊은이들은 이 마을을 떠나 살기 편한 아파트로 떠나고
오래 전부터 살던 노인들만이 이 마을에 남아 흰여울길을 지키고 있다.


 


흰여울길을 한참이나 걸으면 눈 앞에 그림과도 같은 해변이 펼쳐지고 





아찔하게 내리꽂히는 계단을 한참이나 내려가면 해안에 펼쳐진 산책로로 연결이 된다.





절영 산책로라 부르는 흰여울길 아래 해안은 부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로로 꼽히고 있다.





해안 산책로를 따라 한참이나 걸어가서 건너편 아파트에 이르면 비로소 흰여울길 전체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다.
흰여울길을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집들은 비록 퇴락했지만
마을길을 포근하게 품어주는 봉래산과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지는 부산 앞 바다는 이태리 포시타노 마을도 부럽지 않는 절경이다.





빛 좋은 어느 겨울날에 찾아본 흰여울길.
새봄이 되면 어른들이 돌보던 자그마한 화분들에는 예쁜 꽃들이 피어나 골목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말없이 반기겠지?
화분에서 꽃들이 피어나고 골목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질 즈음.
흰며울길로 다시 찾아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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