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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5.28 경주 황남빵 원조 중의 원조, 최영화빵을 아시나요? 33


 

 

경주 여행 오시는 분들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은 "웬 빵집이 이렇게 많지?"라는 말이다.

황남빵, 경주빵, 찰보리빵, 주령구빵, 곤달비빵....... 

경주 유적지 근처엔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전통 빵집의 간판들이 늘어서 있어 진풍경이다.

 

이렇게 많은 빵 중에서 경주를 대표할 수 있는 가장 유명한 빵은 무엇일까?

경주를 대표하는 빵이니 그 이름은 경주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오산.

경주사람들은 경주를 대표하는 빵으로 대부분 <황남빵>을 손꼽는다.

경주 시내 수많은 <경주빵>집은 오리지날 <황남빵>의 모양과 반드는 방식을 따라한 아류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명실상부하게 경주를 대표하는 빵인<황남빵>의 유래는 지금부터 75년전인 193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상대대로 팥으로 떡이나 빵을 만들어먹던 것을 자기만의 비법으로 빚어낸 사람은 최영화옹.

당시 열악한 환경으로 가게 상호없이 빵을 만들어 팔았고 학교를 마치고 돌아가던 학생과 동네 주민들이 

빵을 즐겨 사먹으면서 간판도 없는 가게에 동네 이름을 붙여 <황남빵>이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황남빵>은 일찌감치 상표등록을 하였기 때문에 최영화씨의 자손이 아닌 사람들은 <황남빵>이란 상호를 사용할 수 없는데 

경주 시내에서 <황남빵>이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빵집은 두군데 있다.

한곳은 경주시 황오동 347-1에 위치한 <황남빵>이고 또 한곳은 경주시 황오동 307번지에 위치한 <경주황남빵>이다.

 

 

 

 

 

대릉원에서 대각선으로 마주보이는 대로인 황오동 347-1에 있는 <황남빵>은 목하 성업 중이다.

수많은 직원들을 거느리고 있으며 커다란 주차장까지 완비되어 있어 경주에 오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이곳으로 몰려 드는 통에

주말에 3~4시간 기다려야 함은 물론이고 주중에도 한참 대기하지 않고는 빵을 손에 넣을 수 없는 형편이다..

현재는 황남빵집을 더 크게 확장하기 위해 대대적인 재건축을 하고 있고 지금 보이는 건물은 임시매장이다.

 

 

 

 

황오동 307번지에 위치한 <경주황남빵>은 작고 아담하다.

<황남빵>이 눈에 잘 뜨이는 대로변에 위치한 것과 반대로 눈에 잘 뜨이지 않는 골목길에 위치하고 있고

가게는 좁고 협소하며 가게의 개별 주차장도 갖추어져 있지 않다.

 

이 정도 되면 어느 집이 진짜 <원조 황남빵>일지 아리송할 정도인데

골목에 위치한 <경주황남빵>은 형님이 운영하는 매장이고 길가에 있는 커다란 <황남빵>은 동생이 운영하는 매장이니

다양한 사업을 하다가 형님보다 늦게 황남빵 제조에 뛰어든 동생이 사업을 더 크게 키워 발전시킨 것이다.

 

두 가게 대표가 다 최영화옹의 자손이니 두 가게가 다 황남빵의 원조라고 할 수 있겠지만

최영화옹으로부터 직접 팥소 만드는 방법을 전수받은 큰며느리가 아직도 빵을 만들고 있는

작은 가게인<경주황남빵>이야말로 <원조 중의 원조 황남빵>라고 할 수 있겠다.

 

 

 

 

황오동 307번지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경주황남빵>을 찾아보니 간판 위에 못보던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70년 전통 3대를 이어온<경주황남빵>에서 <최영화빵>으로 새롭게 상호를 바꾼다는 내용이다.

<황남빵>으로 상표등록 특허를 낸 동생네 점포와 <황남빵>이란 상표 사용에 마찰을 빚고 있는 모양이다.

형제간의 일이니 알 수는 없지만 분명히 원조인데도 <황남빵>이란 상호를 사용하지 못하고

잘 알려지지않은 최영화빵이란 이름으로 상호를 변경해야 할 형편이라니! 뭔가 모를 안타까움이 전해진다.

 

 

 

 

매장은 작고 협소하다. 매장의 규모를 말해주는 듯 카운터 위에 옹기종기 놓인 화분이 앙증스럽다.

작업대에서 4~5명의 사람들이 열심히 빵을 빚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만드는 과정이 모두 오픈되어 있어 인상적이다.

반죽에 팥소를 넣어 빚어낸 빵에 문양을 찍은 후 두대의 오븐에서 쉴새없이 따끈한 빵을 구워낸다.

데스크 아래를 보니 안내 플래카드에 가족 사진이 붙어 있다. 창업주 최영화옹을 모시고 3대가 함께 찍은 사진이다.

사진을 보고 작업하시는 분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2대 최창국씨의 부인 이영순씨가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하고 있다.

 

 

 

 

직접 계란물을 만들고 팥소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데 모든 것은 창업주 최영화옹에게서 직접 전수받은 것이다.

팥소를 반죽으로 감싸는 일은 3대인 최주환씨가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할아버지가 시작하고 큰아들인 아버지에 이어 큰손자에 이르기까지 3대를 이어온 

황남빵의 자존심을 4대까지 이어가겠다는게 이분들의 사명감이다.

 

 

 

 

빵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며 한참을 기다리니 주문한 <경주황남빵>이 나왔다.

금방 구워낸 따끈한 빵이 얇디얇은 껍질끼리 들러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포장상자의 뚜껑을 연 채로 쇼핑백에 담아준다.

빵이 뜨거우니 한김이 나가고 좀 식은 후에 뚜껑을 닫으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포장상자에는 <경주 최초 황남빵>이라는 이름과 함께 <최영화인>이라는 도장이 새겨져 있어 빵이 황남빵의 원조임을 알려준다.

 

 

 

 

구워낸 빵들은 상자에 모로 누워서 차곡차곡 담겨있다. 경주황남빵은 10개, 20개, 30개 들이 상자로 판매되는데

10개는 8,000원, 20개는 16,000원, 30개는 24,000원이니 개당 800원인 셈이다.

 

 

 

 

빵의 껍질은 얇디 얇아서 안에 거무스럼한 팥소가 밖으로 다 비쳐 보일 정도이다.

국산팥 한무더기를 겨우 덮을 정도의 빵 반죽만 사용해서 빵을 구워냈기 때문이다.

빵껍질이 얼마나 얇은지 빵반죽 안에다 팥소를 넣었다는 표현보다 빵반죽으로 팥소를 둘렀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잘 구워진 <경주황남빵>은 참 모양이 아담하다.

국산 팥소를 듬뿍 넣고 밀가루 반죽으로 팥소를 감싸다시피 얇디 얇게 빚어낸 빵에

문양을 찍고 계란물을 입혀 오븐에 정성껏 구워낸 <경주황남빵>.

모양만 보아도 75년 전통의 향기가 고스란히 배어 나온다.

 

 

 

 

고소한 향을 느끼며 황남빵을 입으로 가져가 살포시 베어물어 맛을 음미해본다.

동생이 경영하는 <황남빵>과 형님이 경영하는<경주황남빵>은 모양과 맛이 비슷하면서도 무언가 다른 느낌이다.

포장상자도 비슷하고 모양새는 거의 비슷한 두 빵의 차이점을 말하라면 

형님 가게에서 만든<경주황남빵>껍질이 훨씬 더 얇고 동생네 <황남빵>보다 훨씬 덜 단맛이라고 할까?

창업주이신 할아버지 때에는 먹고 살기가 힘든 시기여서 빵의 당도가 높았으나

건강에 많은 관심을 갖는 요즈음에는 당도를 내리고 아주 달지도 않고 그렇다고 달지 않지도 않은 팥소를 만들어낸단다.

황남빵이 너무 달아서 싫어하는 분들에게는 딱 안성맞춤인 빵이 <경주황남빵>인 것 같다.

 

 

 

 

 

크고 넓은 매장을 가진 <황남빵>앞은 언제나 사람과 차로 북적거린다.

경주 관광을 하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돌아가는 길에 황남빵을 사가지고 돌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황남빵을 맛봐 온 본바닥 경주사람들은 번듯하게 지어진 동생네<황남빵>집에서 황남빵을 사먹기보다는

주차장조차 없는 작은 가게인<경주황남빵>으로 찾아와 황남빵을 사가지고 간다.

어릴 적부터 황남빵으로 길들여져 오랜 전통의 맛을 입맛이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제 형님네 가게인 이곳에서는 <경주황남빵>의 이름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동생이 먼저 낸 상표권 특허로 인해 더 이상 <황남빵>이란 이름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황남빵을 만들어온 가게이지만 이제는 최영화빵이란 이름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상표가 <최영화빵>이 된다해도 이름만 바뀔 뿐이다. 만드는 방법도 만드는 사람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름은 <최영화빵>으로 바뀌지만 이 가게의 빵은 언제나 <원조황남빵>의 맛으로 경주사람들에게 기억될 것이다.

 

 

여기에 올려드린 맛집에 대한 평가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모든 리뷰는 전혀 댓가를 받지 않고 작성되었음을 밝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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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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