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주인으로부터 버려져 저희 아파트를 맴돌며

주민들에게 음식과 사랑을 구걸하던 고양이(이후로 냥이) 얘기를 올려드린 적이 있습니다.

 

관련 포스트 : 주인 잃고 버려져 아파트 떠돌던 각설이 고양이, 입양할 분 안 계신가요?

  

길냥이가 아닌 품종 고양이가 확실한  그 냥이는 일반적인 길냥이가 사람들의 손길을 피하는 것과는 달리

사람들이 나타나면 쪼르르 달려와 사람들의 손에 제 머리를 부비부비하고 사람 주위를 돌며 온몸을 비비는 것도 모자라

걸핏하면 강아지처럼 배를 보이고 벌러덩 드러누워 만져 주길 바라는 보기드문 냥이였지요.

마치 "저 이렇게 귀여운 냥이에요. 저 얼른 집으로 데리고 가 주세요~"라고 무한 애교를 떠는 듯 하였습니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애교를 부리고 벌러덩 드러눕기도 하는 냥이의 표정은 언제나 우울하고 불안해 보였어요.

 

 

 

 

코리안 숏헤어로 불리우는 대부분의 길냥이들은 자기 혀로 자기 털을 고르는 이른바 '그루밍'을 스스로 잘 하는데

사람 손에 곱게 키워진 것이 분명한 이 냥이는 그루밍을 잘 하지 못해서 반드르르해야 털은 거칠고 엉키었을 뿐 아니라

긴 회색 털에 온갖 낙엽 부스러기와 풀떼기를 달고 다녀 마치 각설이와 같은 모양으로 어슬렁거리곤 했어요.

 

 

 

 

블로그에 냥이에 대한 포스팅을 한 후 더 많은 사람이 불 수 있도록 다음 아고라에도 똑 같은 글을 올렸습니다.

아고라의 특성 상 많은 사람들이 그 글을 봐주었고 냥이의 눈빛이 너무 마음에 담기네요......

기관에 신고하면 안락사 시키는데 그것만은 막아주세요.......저렇게 예쁜 아이를 왜 버렸을까......

아이 표정이 너무 슬퍼 보이네요.....등 다양한 댓글을 올려주셨는데

이틀 후 한분이 입양하시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전화 번호를 남기셨습니다.

 

"길냥이 입양하시겠다구요? 제가 지금 근무 중이라서 퇴근하면 가서 찾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거주지가 어디신지요?"

하고 전화번호를 남긴 분에게 얼른 문자를 드렸더니 댓글을 남기신 분은 같은 경주에 사시는 분이었습니다. 

그분은 예전에 페르시안 친칠라를 키웠었는데 그만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나봐요.

이분은 제가 올린 냥이의 사진을 보고 하늘나라 냥이 생각에 밤새 고민하다 연락드렸다고 하시네요.

 

문자를 받고 바깥 날씨를 보니 곧 비가 올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냥이가 비 맞기 전에 새로운 주인에게 안겨드려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연락을 드렸습니다.

"제가 퇴근하기 전에 혹시 시간이 되시면 저희 아파트로 미리 가보시겠어요?

ooo동 앞 현관이나 자전거 거치대 근처에 늘 배회하고 있구요. 배 고프면 수퍼나 커피숍 앞에도 종종 가곤 해요.

 ooo동 아주머니들이 물도 주고 먹이도 챙겨주고 있으니 물어보면 아실거에요."하고 문자를 드렸더니

"네~ 제가 조금 후 가볼께요. 고마워요^^ 도착해서 냥이 찾으면 연락 드릴께요!"하고 기분좋은 답문이 왔습니다.

 

'냥이를 제대로 찾았을까? 냥이가 그새 혹시 다른데 가버렸으면 어떡하지?"

이런 저런 생각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무렵 다시 문자가 왔습니다.

"동네 분들 도움으로 지금 데려갑니다~ 동물병원 가서 레볼류션 맞추고 미용하러 데려갈려고 합니다."

 

몇달 동안 아파트를 전전하며 먹이를 얻어 먹으며 주인의 사랑을 갈구하던 냥이가

이제야 키워주실 분의 품에 안겼다니 너무 기뻐 다시 새 주인에게 감사 문자를 보냈습니다.

"너무 감사드립니다. 너무 기분 좋구요. 예쁘게 미용하신 후 사진 찍어서 몇 장 좀 보내주실래요?

블로그에 근황을 올려 궁굼해 하시는 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이름도 짓게 되면 알려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럴께요^^"

 

그동안 고양이의 처지를 안쓰럽게 여기면서 "저 아이를 내가 데리고 키워? 말어?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면 데려와서는 안 되는데......"하던 여러가지 생각이 사라지고 너무나 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매일 현관에서 만나던 고양이를 이제 다시 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가슴 한편이 짠하기도 했습니다.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냥이의 새 주인에게서 사진이 왔습니다.

주인의 무릎에 안긴 냥이는 긴털을 시원하게 미용을 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네요. 

 

 

 

 

주인의 말로는 진드기가 있어서 미용 후 심장사상충과 진드기 약 처방했다고 하며

미용하느라 조금 예민해져서 친해지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말씀도 함께 전해주셨습니다.

"냥이가 시원하게 미용을 햇네요......몰라보겠어요.

저도 키우고 싶었지만 형편이 안 되어 보냈는데 보내고 나니 너무 서운하네요.

냥이의 소식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으니 다음에도 사진 부탁드립니다^^"

"네~ 자주 사진 보내드릴게요~

이름은 <냥이>라고 하기로 했어요~

혹시 나중에 보시고 싶으면 말씀하세요~

언제든지 만나게 해 드릴게요^^!"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데려가기를 간절히 갈구했던 냥이는 이제 새 주인의 품에 편안히 안겨 있네요.

 

2주 후, 냥이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여 입양자분께 다시 문자를 드려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냥이 사진 올렸던 사람이에요. 냥이는 이제 적응 잘 하고 잘 지내고 있나요?"

문자를 보낸지 얼마 안 되어 금방 답문이 왔습니다.

"네~ 제가 키우는 여자 고양이 따라다니느라 요즘 바빠요^^ 제가 사진 보내드릴게요~!"

 

 

 

 

한참 후에 보내온 사진의 냥이는 훨씬 더 활발해진 모습이네요. 저희 아파트에 있을 때 보다 훨씬 활기찬 모습입니다.

 

 

 

 

그리고 페르시안 친칠라인 줄 알았던 냥이는 병원에서 말하기는 바에 따르면 '러시안 블루' 믹스종인 '네벨룽'이라고 하네요.

녹색인 눈 색깔은  러시안 블루와 비슷하지만 단모종인 러시안 블루와는 달리 네벨룽은 장모를 자랑한다고 합니다.

엉키고 더러워져 짧게 깎은 털이 다시 잘 자라면 멋진 네벨룽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겠지요. 

냥이의 나이는 아마도 4~5세 정도 된 것 같다고 하며 이번 주에 다시 예방접종을 한다고 합니다.

 

 

 

 

새로운 가정에는 냥이와 함께 까만 코리언숏헤어도 같이 살고 있었네요.

까만 고양이는 이름이 '깜찍이'인데 길냥이 새끼였던 때부터 인연이 되어 함께 지낸다고 합니다.

주인 잃고 버려져 사랑을 갈구하던 냥이. 이제는 새 주인의 사랑 뿐만 하니라 새로운 친구까지 생겼네요.

입양자분은 시간 나실 때 냥이의 근황을 자주 알려주시겠다고 합니다.

마치 각설이처럼 온몸에 낙엽 부스러기와 풀떼기를 달고 다니던 냥이,

앞으로는 주인과 다시는 이별하지 않고 늘 행복하게 지내는 생활만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Copyright 2014. 루비™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원작자의 사전 허가 없이 사진이나 글을 퍼가는 행위는 저작권법에 위반됩니다.


Posted by 루비™

,



오랜만에 시부모님을 만나뵈러 시골에 내려갔다.
아버님은 큰 수술을 하신 후라 아직도 건강이 안 좋으신데도
바쁜 일을 핑게로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것이 못내 죄송스럽기만 하다.

집 앞에 차를 세우니 저 멀리서부터 강아지 유순이가 꼬리를 부산하게 흔든다.
자주 보지 못해도 자기 식구는 용하게 알아보는걸 보면 정말 신기하게 생각이 든다.

시댁 마당에서 기르는 강아지 유순이는 유기견을 입양하여 키운 개인데

처음에 시댁에 왔을 때 제대로 먹지 못해 꺼칠하던 털도 보들보들해져서
이제야 제대로 된 강아지 꼴이 나는 것 같다. 



(포스팅에 인용한 독거견 발바리의 사진은 지난 2월의 사진인데 지금도 별로 자라지 않았다.)


현관에 들어가기 전에 마당에 주저 앉아 유순이 머리부터 쓰다듬어 주고 있으려니
앞집 개가 쪼르르.....달려와 마당 앞에 우두커니 서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
쯧쯔쯔.......손짓을 하며 불러도 겁먹은 표정으로 경계하며 좀체로 사람의 손에 자신을 맡기지 않는다.

마당에 서 계신 아버님께 "아버님, 앞집 개는 이름이 뭐에요?" 하고 물으니
"개가 개지.....무슨 이름이 있나....."하신다.
하긴 시댁의 개도 이름도 없이 그동안 "워리~ " 라고만 불리웠는데
유기견이란 뜻으로 손자들이 '유순'이란 이름을 붙여준 정도이니 앞집 개 이름을 아실 리가 만무하다.





앞집 개 발바리는 사람도 없는 빈집에서 혼자 살고 있는 이른바 <독거견>이다.
지난 설날에 왔을 때 개 혼자 앞집에 살고 있다는 말을 처음 듣고 듣는 귀를 의심했는데
아직도 발바리는 주인이 없는 빈집에서 혼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발바리가 혼자서 빈집을 지키고 사는 사연은 이러하다.

올해 64세가 되는 앞집 아저씨는 가족도 없이 발바리와 단 둘이 살고 있었다.
하나 뿐인 아들은 초등학교 때 가출해 버려 오랫동안 연락이 두절된 상태일 뿐 아니라
불화를 거듭하던 부인과도 마침애 이혼한 후 오랫동안 혼자서 살아오던 아저씨는 
농사를 짓거나 노동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작년 추석 지나 얼마 되지 않아 오트바이를 타고 가던 중에 그만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찾아오는 사람도 없이 병원에서 한달 가량 투병하던 아저씨는 그만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는데
이 와중에 아저씨와 단 둘이 살던 발바리는 그만 영문도 모르고 빈집에 혼자 남겨지게 된 것이다.





주인이 어느날 갑자기 죽어버리자 발바리는 영문도 모르는 채 그만 빈집에 혼자 버려지게 되었다.
시골에는 한집 건너 한집 꼴로 빈 집이 늘어가는 추세인지라 주인이 비명횡사한 집에 새로운 사람이 이사올리가 없으니.....
발바리는 주인 없는 빈집에서 혼자 혹독하게 추웠던 지난 겨울을 이겨내어야 했다.





개 주인이 죽고 혼자 살고 있는 발바리를 불쌍히 여긴 동네 주민들이 먹고 남은 밥을 간혹 갖다주기는 했지만
제대로 돌봐 주기가 힘든지라 개밥을 책임지는 것은 거의 우리 어머님의 몫이 되어 버렸다.
당신이 드시는 것 보다 남 도와주는 걸 더 즐거워하시는 천성을 가지신 우리 어머님은
하루에 한번씩 앞집에 들려 개밥을 챙겨주고 개가 잘 있나 보고 가곤 했는데
올해 음력설이 지난 어느날 이 발바리는 귀여운 강아지를 7마리나 낳게 되었다.

주인없는 앞집 개의 출산을 본 아버님은 개가 추울까봐 집에 있던 헌 담요를 개집 안에다 둘러주기도 하고
어머님은 "사람도 자식 낳으면 몸을 추스리고 음식을 잘 먹어야 회복되는데
개도 새끼를 낳았으면 음식을 제대로 먹어야 젖도 잘 나지....."하시면서 
출산한 발바리가 굶주리지 않도록 매 끼니 개밥을 더 챙겨 먹이는 등 잘 돌봐 주었다고 한다.

발바리가 낳은 강아지들은 한마리 두마리....다른 곳으로 입양되어 가고 이제는 제일 비루먹은 강아지 한마리만 남았다.
사람이나 개나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매한가지인지
어미 발바리는
절대로 저 먼저 밥을 먹지 않고 새끼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남은 밥을 먹는다고 한다.





주인 없는 빈집에서 혼자 지낸지 이제 8개월 여..... 
집에서 기르는 개 유순이의 개밥 챙기기에도 버거운데 앞집 개밥까지 챙겨먹이기가 너무 힘에 겨웠던 어머님은
개의 목줄을 풀어놓아 자유롭게 다니도록 했다.
봄이 된 지금 발바리는 온 동네를 쏘다니며 주민들이 던져주는 음식물 찌꺼기도 얻어먹고
남의 개밥도 슬쩍슬쩍 훔쳐먹으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이른바 <각설이 발바리>가 된 것이다.





주인 없는 빈집에서 혼자 지내는 이 발바리를 보면 정말 기운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인다.
개들이 가장 우렁차게 짖을 때가 주인이 개들과 함께 있을 때라는데

발바리는 주인과의 행복했던 지난 날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을까?
이 발바리는 주인이 죽은 것을 알고나 있을까?
아니면 저녁 마다 주인이 올까.....하여 오늘도 동구 밖에 나가 주인을 기다리지는 않을까?
오늘도 빈집 벽에 기대어 멍하니 문밖을 응시하고 있는 발바리의 모습을 보면 너무나 측은하고 보는 사람의 가슴마져 찡해진다

혹독하게 추웠던 겨울을 혼자서 이겨내고 살아남은 독거견 발바리.
주인 잃고 홀로 살며 이겨내야했던 아픈 상처를 한시바삐 치료받을 수 있도록 
발바리를 입양해서 잘 보살펴줄 수 있는 새로운 주인이 한시바삐 나타나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

얼마전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 발바리가 산에 올라가서 무엇을 주워 먹었는지
아침에 보니 구토를 하고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산짐승을 잡기 위해서 약을 친 음식물을 잘 못 먹고 탈이 났나 봐요.
좋은 집으로 입양되어 갔더라면 죽지 않았을텐데.....
주인 옆으로 간 발바리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프네요.



Copyright 루비™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원작자의 사전 허가 없이 사진이나 글을 퍼가는 행위는 저작권법에 위반됩니다. 

Posted by 루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