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운(雲), 문 문(門)......
찬란한 가을빛이 스르르 사라져가고 있을 때 쯤 청도 운문사를 찾았다.

언제나처럼 변함없는 돌담길을 지나니 '호거산운문사라'라는 현판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호랑이가 사는 산(虎居山)이라......!
운문사를 둘러싼 산들을 보면 정말로 호거산이라 불릴만큼 산세가 높고 험악하다.
그리고 너무나 아름답다. 


 

여승들이 수도하는 절, 청도 운문사.
이곳 여기저기에서는 이렇게 일하고 있는 여승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커피 자판기 청소를 하고 있는 여승들도 볼 수 있어 약간의 충격을 안겨주기도 한다.


 

너무 늦게 간 것일까? 이미 오색찬란한 단풍은 다 떨어지고 겨울색이 완연하다.


 

경내의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만을 드러내고 감나무 끝에 매달린 까치밥 몇개만이 앙상한 나무에 노란빛을 입혀준다.


 

아......이파리가 다떨어지고 남은 나무에 탐스러운 모과가 주렁주렁 달렸다!
탐스러운 모과 앞을 지날 때에는 누구나 발걸음을 멈추고 감탄하며 한참이나 바라보게 된다.



 

비가 오락가락하다...... 구름이 짙게 드리우다...... 변덕스런 날씨가 계속되던 중에
잠시 구름 사이로 햇살이 나니 다소 을씨년스럽던 경내에도 따사로움이 감돈다.



 

비로전 뒤 계곡 쪽으로 발길을 옮겨 보았다. 
비로전 뒷쪽 계곡 위에는 건너갈 수 있는 다리가 놓여있지만 자그마한 문과 함께 출입을 삼가한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려고 하니 일행 중의 한명이 능청스럽게 손을 뻗어 문 안쪽 빗장을 열더니 다리 위로 올라선다.
"들어가면 안 되는 구역이라는데요?" 하고 물으니 괜찮다고 하며 씨익 웃으며 앞길을 인도하길래 
자신도 모르게 살그머니 뒤를 따라 다리 위로 발걸음을 옮겨 보았다.



 

다리 위에서 경내를 바라보니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지금까지 여러본 와 보았던 운문사지만 새로운 각도에서 보니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다리를 건너니 경사진 길이 나타난다. 계단 대신에 놓여진 돌이 비로 인해 촉촉하게 젖어있다.


 

경사진 언덕을 올라가 뒤로 돌아보니 소나무 가지 아래로 펼쳐지는 다리와 계곡의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일반인들은 들어오지 못하는 금단의 구역으로 들어서니
사람으로 북적거리는 운문사 경내와는 또 다른 고요함이 불시에 찾아온 침입자를 반긴다.


 

어.....! 여기는 작은 연못도 있고 그 옆에 팔각정도 자리잡고 있어 그림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군데군데 놓여진 아기자기한 모양의 탁자와 의자들.
의자들은 놓여있지만 그 어디서도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너무나 조용하다.



팔각정을 지나고 숲길을 지나 내리막길로 조금 걸어가니 작은 돌다리가 나타나는데
넓은 공간이 나타나도 고요만이 감돌 뿐 사람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군데군데 이렇게 귀여운 동물의 모양으로 키운 조경수들도 많은데 봐주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안타까울 뿐이다.


 

드넓은 경내 군데 군데에는 정자나 암자가 세워져 있고 여러가지 돌 조각들이 놓여 있어 눈이 심심치 않다.
비가 많이 내리면 저 작은 다리 아래도 개울물이 졸졸 흐르겠지.


 

걸어가다 뒤돌아보니 뒤로 보이는 산에는 아직도 늦가을의 기운이 남아 있다.
얼마 있지 않아 나무들은 빛바랜 낙엽들도 다 떨구어 버리겠지.


 

금단의 구역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다 여승들을 만나 눈총을 받으면 어떻게 하지 하고 조바심이 나기도 했지만
한바퀴 다 돌아보고 나오는데도 다행히 한사람의 여승들도 만나지는 못했다. 


 

작은 문으로 나서니 다시 주차장으로 가는 다리가 눈 앞에 펼쳐진다.
여기서부터는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리라.

 

 

운문사 돌담길을 지나 사리암으로 가는 길에서 우산을 쓰고 가는 여승을 만났다.


 

한참을 걸어가더니 마주 오던 여승을 만나 한참이나 담소를 나눈다. 무슨 얘기를 하고 있을까? 

서서 오랫동안 담소를 나누는 그들 옆을 스쳐 지나가면서
허락없이 금단의 구역에 발을 들여놓았던 것이 괜스레 미안하여 빠른 걸음으로 그들 곁을 지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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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밥 하기도 귀찮은데 오늘 오랜만에 뭐 시켜먹어볼까?
현관에 붙어 있던 외식 스티커북을 찾아와 첫페이지부터 하나 하나 살펴본다.
교촌치킨, 굽네 치킨, 네네 치킨, BBQ 치킨, 페리카나 치킨, 호식이 두마리 치킨, 파닭......
브랜드 치킨으로부터 동네 치킨까지 몇 페이지를 넘겨보아도 치킨....치킨...... 치킨의 연속이다.

치킨 시켜먹어볼까? 무슨 치킨 시켜먹어보지?
스티커북을 이리저리 뒤적거려도 당최 눈에 들어오는 치킨이 없다.
"아......옹치기 치킨 먹고 싶다. 그런데 너무 머네......"
갑자기 이곳에서 한시간 이상 운전해서 가야 먹을 수 있는 청도의 '옹치기 치킨'이 떠오른다.




스펀지 치킨로드에 소개되었던 옹치기는 경북의 작은 마을 청도에 위치한 오경통닭집의 주 메뉴이다.





통닭집이라면 동네의 번듯한 번화가 상가에 자리잡아야 하겠지만
오경통닭집은 녹색 철문을 밀고 들어가는 일반 주택에 위치하고 있다





스펀지에 소개되어 유명해진 집이라기에 기대를 하고 들어갔는데 눈앞에 나타나는 집 안의 광경은 혼돈 그 자체이다.




냉장고, 김치 냉장고 등이 놓여 있고 음료수 냉장고는 썰렁하기 그지없다.




마당 한쪽에는 통닭 주문이 많을 때 조리하는 커다란 조리대가 여럿 놓여있어 눈길을 끈다.




전화기 위 벽에는 박철, 서수남 등 이집을 다녀간 연예인들의 사진이 자랑스럽게 걸려 있어 이집이 유명맛집인 것을 짐작케 한다.




마당 평상 위에 놓인 '20년 전통의 맛 오경통닭' 스티커를 보니 이집 역시 365일 신속배달하는 전형적인 통닭집임이 분명하다.
메뉴는 매콤한 옹치기, 달콤한 옹치기, 반반, 야채 찜닭, 양념 치킨 등이 있는데 매콤한 옹치기를 주문했다.
"공깃밥도 추가할까요?"아주머니가 되묻는다.
통닭집에 엉뚱하게 공깃밥이라니? 의아했지만 공깃밥도 추가해본다.






현관에서 주문을 하니 아주머니께서는 "방에 들어가서 기다리이소~"하신다.
신을 벗고 현관으로 들어서서 보니 좁고 긴 복도가 있고 좌우로 방들이 늘어선 것이 오래 된 시골 여관같은 분위기이다.
어두침침한 복도 좌우로 늘어서있는 나무 문들은 뭔가 음침한 분위기까지 자아내는데
이방 저방 문을 살짝 열어보니 장롱 등 살림살이가 있는 방에도 식탁이 놓여 있고 살림살이없이 식탁만 여러개 놓여있는 방도 있다.


옹치기 나오기를 앉아서 기다리기가 심심한지라 주방에서 일하는 주인 아주머니께 사진 한장 찍어도 되겠냐고 물어 보니
"아이구.....이렇게 어수선한데 사진을 찍으면 우짜노....."하고 수줍어하신다.




실례를 무릅쓰고 아주머니가 서 있는 조리대 옆으로 가서 살펴보니 커다란 프라이팬 안에서는 이미 닭이 한참 졸여져가고 있다.




진간장으로 지글지글 조려지고 있는 옹치기는 색깔이 진하고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청량고추를 넣어 조려서 그런지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냄새가 솔솔 풍겨온다.





이윽고 다 조리된 옹치기가 식탁으로 나왔다.
이집 옹치기는 다른 집 통닭과 달리 공깃밥을 추가하면 반찬도 함께 나오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곁들여진 반찬은 지극히 평범하다. 열무김치, 배추김치, 양파 절임, 그리고 나물 한가지.





포일이 씌워진 사각접시에 담긴 옹치기를 보니 이집 통닭을 왜 옹치기라고 하는지 그 이름의 유래가 궁금해진다.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름을 가진 청도의 치킨 '옹치기'는 '닭이 웅크린 모습'을 보고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붙인 이름이다.
오직 경북 청도 오경통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옹치기는 '한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입만 먹은 사람은 없다'는 마력의 맛이다.
스펀지 녹화 도중 스튜디오에 차려진 옹치기와 해물치킨을 맛본 출연자들이 허겁지겁 달려들어 먹느라 한동안 촬영이 중단되었고
당시 다이어트 중이던 2AM 창민조차도 유혹을 참지 못하고 식사를 해버렸다고 한다.
스펀지 옹치기편이 방영되던 날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이 한꺼번에 '옹치기'를 검색해서 네이버 검색위 8위까지 오르기도 했다는 소식.




식탁 옆에 놓인 일회용 장갑을 손에 낀 후 닭다리 하나를 집어 들고 천천히 탐색을 해 본다.
대체 무얼 넣고 조렸는지 옹치기의 빛깔은 진하고 맛깔스러워 보일 뿐 아니라 윤기까지 자르르 흐른다.
조심스럽게 한입 베어 물어보니 육질이 정말 부드럽다.
첫맛은 부드럽고 달콤한데 씹어보면 입안에서 매콤한 맛이 나고 퍽퍽한 가슴살조차도 제법 부드러워 거부감없이 목으로 잘 넘어간다.




옹치기를 먹으며 함께 공깃밥과 반찬도 먹어본다. 통닭과 함꼐 먹는 공깃밥이라니....!
당최 줄이 그어지지 않는 조합이지만 의외로 밥과 반찬과 함께 통닭을 먹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육질, 진하고 매콤하게 조려진 옹치기의 맛은 기존 통닭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고
한번 먹기 시작하면 그만두지 못하고 자꾸만 먹게 되고 많이 먹어도 느끼하지 않아서 좋다.




옹치기를 먹고 나니 바닥에 남은 양념이 많이 남았다.
밥도 제법 많이 남아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보았더니 제법 윤기가 돌며 그럴싸한 모양이 난다.
한 숟가락 떠서 먹어보니 밥도 매콤 달콤하다.
그런데 계속 먹으니.....너무 달콤하다!  비벼 먹지 말고 그냥 따로 먹을껄.....^^;;

 



밥과 비벼먹기엔 단맛이 너무 강했지만 맛보기 힘든 옹치기인지라 비빔밥도 깨끗이 그릇을 다 비웠다.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프라이드나 양념 치킨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형태의 맛을 경험하게 해준 청도 오경통닭 옹치기.
오늘도 주인 아저씨는 청도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며 신나게 옹치기를 배달하시겠지.
오직 경북 청도에서만 먹을 수 있는 옹치기 치킨. 우리 동네에 분점 하나 내면 안 될까?


올려드린 맛집에 대한 평가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모든 리뷰는 전혀 댓가를 받지 않고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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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전문 블로거도 아닌 필자가 요즘에 와서는 본업인 여행 관련 포스트는 제쳐 두고
며칠 연이어 뷰 맛집 채널에 <폭풍 업뎃>을 하는 이유는
바로 '티스토리 맛집 블로그 이벤트'에 한번 참여해보기 위함이다.

언제나 섬세한 미각과 침이 질질 흐르는 음식 사진으로 보는 이들의 미각을 유혹하는
맛집 전문 블로거들께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야 감히 꿈도 못 꾸니
뷰 맛집 채널 TOP 5 에 들어 상금을 획득할리는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고
다만 도전자 150명에게는 깜짝 선물을 준다는 말에 혹하여
별다방 이용권이나 영화 예매권이나 하나 얻어보려는 다소 치졸한 몸부림이라고나 할까...?

맛집 폭풍 업뎃의 또 한가지 이유를 들자면
여기저기 여행 다니면서 틈틈이 찍어 하드에 짱 박아 놓은 음식 사진들이
제발 숨쉬게 해달라고 필자에게 늘 아우성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먹는 것이야 연탄재 빼고는 다 먹을 수 있다는 우스개 소리를 하며 
여행지에서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이라도 밑바닥을 다 비워버리는 강한 식욕을 가지고 있는지라
음식이라는 귀한 존재에 대해 섬세한 평가를 내리는 걸 평소에 거부해 온 필자.
맛진 블로그 이벤트를 계기로 이렇게 하드에 짱 박아둔 음식 사진을 폭풍 업뎃하게 되었으니
루비의 정원이 맛집 리뷰어가 됐나...하는 우려는 떨쳐버리시길 간곡히 바라오며......

한동안 서울, 부산,청송.... 등 타지의 맛집 리뷰를 계속했으니
오늘은 필자가 머무르고 있는 터전인 천년고도 경주의 맛집을 소개해 볼까 한다.

경주 동천동에 자리잡고 있는 대게장 순두부 금성관은
경주 보문단지에서 포항으로 가는 7번 우회 도로 서편에 자리잡고 있는 맛집이다.
식당이 길가에 위치하고는 있으나 도로 바로 옆에는 큰 화단과 숲이 가로 막고 있어서
길가에서 식당이 잘 보이지도 않는데도 언제나 찾아 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고
의외로 외지 사람이나 외국인들도 있어서 어떻게 찾아 왔나...신기할 정도이다.





이집의 메뉴는 꽃게 간장 게장, 꽃게 양념 게장, 전복 해물 뚝배기 등이 있으나

가장 보편적인 메뉴인 대게장 순두부(8,000원)를 시키고 잠시 기다려 보았다.
종업원이 주문을 받고 가더니 금방 뜨끈뜨근한 김치전을 가지고 와서 상에 올려 놓는다.
김치를 채 썰어 전을 부쳤는데 특이한 점은 군데군데 박혀 있는 가래떡이다.
솥뚜껑 위에 구워진 채로 나와 상 위에서 지글거리는 가래떡 김치전을 보니 침이 절로 넘어간다.





곧이어 밑반찬들이 베풀어진다.
밑반찬들은 정갈하고 깔끔하며 간도 적당하여 이집 메인 요리인 대게장 순두부의 맛도 짐작케 한다.





밑반찬들은 모두 리필이 가능하여 식욕이 왕성한 사람들은 몇번이나 리필을 하기도 한다.





곧이어 메인 메뉴인 대게장 순두부가 나온다.





근대 대게장이라는데 대게는 대체 어디에 있는거지...??하고 유심히 살펴 보았다.
이집의 대게장순두부는 영덕 대게 속살과 대게장을 믹서기에 갈아 순두부를 넣고 함께 끓여내었기 때문에 잘게 갈린 상태로 들어 있다.





숟가락을 넣어 한번 휘...저어 보니 순두부가 몽글몽글하게 뭉쳐지는 것이 아주 아주 부드럽게 보인다.





같이 나온 밥을 보니 밥 색깔이 녹두빛으로 푸르스름하다.
영덕 칠보산 약수를 길어와 돌솥에서 지은 밥이라 밥 색깔도 푸르스름하다고 한다.
고슬고슬 잘 지어진 풍미나는 밥을 숟가락으로 푹 떠서 대게장 순두부에 넣고 비벼 본다.
비벼 놓고 보니 그림으로는 그다지 맛나 보이지는 않는다.
한숟갈 떠서 먹어보니.....음....참 오묘한 맛이 느껴진다.
이래서 이집에 손님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것이었구나...





밥을 넣어 비빈 대게장 순두부를 허겁지겁 먹는 까닭은 한가지가 더 있다.
다름 아니고 이집의 특별 후식인 얼린 청도 반시를 먹기 위함.
씨가 전혀 없는 청도 반시는 그대로 먹는 것도 제맛이지만
얼린 청도 반시는 디저트 중의 최고가 아닐까.....?
청도 반시까지 먹고 식당을 나서니 배가 부르고 기분이 너무 좋다.

맛집 블로거.....이거 해볼만 한데 이번 기회에 맛집 리뷰어로 확 전향해 버려...? '
기분좋은 대화를 나누며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도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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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출발하여 산내면을 지나 구비구비 운문사로 향하는 산길은
'운치있다'는 표현이 떠오르게 하는 곳이다.





아침나절 내린 비로 인해 멀리 보이는 산허리에는 안개 구름이 낮게 걸리고

모퉁이를 돌 때마다 마주하는 아름드리 숲들은 싱그러운 얼굴로 여행자를 반긴다.





운문사 입구로 들어서니 아름드리 숲과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한데 어우러져

가슴을 활짝 펴고 심호흡을 하니 도시 생활에서 찌들었던 스트레스가 일순간에 씻겨지는 듯 하다.





일반적인 사찰은 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어서 걸어서 올라가다보면 숨이 차고 땀이 나기 마련인데
운문사는 계곡 주변에 자리잡고 있는지라 차량으로도 사찰 입구까지 바로 진입이 가능하다.





아름드리 나무가 터널처럼 이어진 평탄한 길을 기분좋게 걷다보면
금방 사찰 입구에 다다라 요즘 같이 더운 날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호거산 운문사...호랑이가 살았던 산이라고 해서 호거산이라고 하나보다.





호거산이란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둘러싸인 산세는 예사롭지 않고 높은 산허리에 안개가 걸리니 더욱 운치 있는 풍경을 연출한다.



범종루를 거쳐 들어선 사람들의 시선을 제일 먼저 모으는 것은 바로 입구에 자리잡은 엄청나게 커다란 소나무이다.
마치 커다란 표고버섯처럼 가지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 거의 땅을 뒤덮으며 자라고 있는 이 소나무는 처진소나무라 불리운다.





높이는 9.4m, 줄기의 둘레는 3.37m 정도의 이 아름다운 소나무는 천년 기념물 180호로 지정되었는데 
처음에는 나무의 모습이 낮게 옆으로 퍼지는 모습 때문에 반송이라고 부르기도 했으나
가지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밑으로 처지기 때문에 처진 소나무로 분류한다.

처진 소나무 관련 상세 포스트 : 막걸리 먹고 자라는 운문사 처진 소나무





운문사는 560년(신라 진흥왕 21)에 신승이 창건한 절로 608년(진평왕 30)에는 원광법사가 이곳에 머물면서 크게 중창했다고 하고

1690년(숙종 16) 설송이 임진왜란 때 폐허화된 절을 다시 중건하여 어느 정도 옛 모습을 되찾게 된 곳이다.






경내에는 우리나라 사찰 중 가장 규모가 큰 만세루를 비롯하여
대웅보전(보물 제835호)·미륵전·작압전(鵲鴨殿)·금당·강당·관음전·명부전·오백나한전 등 조선시대의 많은 건물들이 남아 있다.
중요문화재로는 금당앞석등(보물 제193호)·동호(보물 제208호)·원응국사비(보물 제316호)·
석조여래좌상(보물 제317호)·사천왕석주(보물 제318호)·3층석탑(보물 제678호) 등이 있다.




운문사를 돌아보다 보면 한 사찰에 대웅보전이 두군데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는 운문사의 가장 중심에 웅장하게 자리잡은 신 대웅보전인데 석가모니불이 봉안된 이 대웅보전은 1994년에 건립되었다.





운문사 신 대웅보전의 너무나 아름다운 꽃살문은 무형문화재 제 26호 소목장 심용식님의 작품이다.




















다른 하나의 대웅보전은 신 대웅보전의 앞쪽에 약간 다소곳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신라 시대에 건립한 운문사는 4번 크게 중창하였는데 이 대웅보전은 조선 숙종 44년(1718년)에 지어진 것이다.
정면 3칸, 측면 3칸이지만 기둥의 간격을 넓게 잡아 칸수에 비해서 건물이 규모가 큰 것이 특징이다.
1994년에 새롭게 대웅전을 지은 후에  비로자나불을 봉안했으므로 비로전으로 불리우다가
문화재청에서 보물 835호로 지정한 이후에 원래의 이름인 대웅보전이란 현판을 다시 찾게 되었다.





2007년에 해체 보수하였으므로 단청이나 꽃살문이 너무 산뜻하여 세월의 흔적이  도리어 느껴지지 않는 점이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대웅보전 앞에 있는 삼층석탑(보물 제 678호)은 높이 5.4m의 쌍탑으로 9세기 통일신라시대 석탑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상층 기단에는 앉아 있는 8부중상이 세련되게 조각되어 있으며 한돌로 된 탑신에는 모서리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우리나라 사찰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건물인 만세루는 학승들의 교육을 위한 강당으로써 주요 행사 때만 사용하는 곳이다.





운문사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이 사찰에
전국 5대 비구니강원 중에 학풍이 가장 엄격하기로 소문난 운문승가대학이 있기 때문이다.

 



사찰의 경내가 대부분 관광객들에게 개방이 되어 있지만
승가대학은 학승들의 수행을 위해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으므로 그 내부를 짐작할 수 없다.


다만 승가대학 건물 바로 옆의 공양간의 문이 열려 있기에 살짝 들여다 보니
비구니스님들이 공양 준비를 하고 있었고 반들반들 윤이 난 엄청나게 큰 무쇠솥이 눈에 확 들어왔다.

240명의 학승들은 공부와 노동을 병행하고 있어 운문사 경내에서는 이처럼 청소를 하거나 농사일을 하는 여승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사찰 경내는 드넓고 쾌적하며 대웅보전 뒤에는 야생화 단지까지 갖추어져 있으니
가족 단위 나들이나 데이트하는 커플에게는 안성맞춤의 장소이다. 





더구나 사찰의 바로 옆 계곡에서는 시원하다 못해 차가운 바람마져 불어오니 
요즘 같이 후텁지근한 날, 무더위를 식히기에는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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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높고 물 맑은 청도가 자랑하는 천년 고찰 운문사의 일주문을 들어서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모으는 엄청나게 커다란 소나무가 있다.
소나무의 크기도 거대하지만 그 단아한 모습에 감탄을 금하지 못하며
방문객들은 너도나도 소나무를 배경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기에 바쁘다.


마치 커다란 표고버섯처럼 가지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 땅을 기어가듯 뒤덮으며 자라고 있는
이 거대한 소나무는 천년기념물 180호로 지정된 '처진 소나무'이다.

 높이는 9.4m, 줄기의 둘레는 3.37m 정도인 이 소나무는 
처음에는 낮게 옆으로 퍼지는 나무의 모습 때문에 반송이라고 부르기도 했으나
가지가 자라면서 아래로 처지기 때문에 처진 소나무로 분류한다고 한다.
 



수령이 4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이 소나무는 어느 고승이 시들어진 나뭇가지를 주워서 심었다는 전설이 전하고
임진왜란 때도 운문사 대부분의 절집이 소실되는 가운데서도 화마에서 살아남아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푸르고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는 희귀한 나무이다.


운문사에 있는 비구니 승가대학에는 약 240명의 여승들이 수행을 하고 있는데
이곳의 스님들은 이 처진소나무를 스승으로 섬긴다고 한다.
다른 나무들은 자랄수록 가지를 위로 펼치는데 이 노송은 자랄수록 가지를 아래로 낮추기 때문에
스스로를 낮추는 하심(下心)의 겸허한 자세를 본받자는 것이다.



이 처진 소나무가 더욱 유명하게 된 것은 이 소나무가 '막걸리를 먹고 자라는 소나무'라는 것이다.
강남 갔던 제비가 오는 삼월 삼짇날은 운문사 처진소나무가 막걸리 공양을 받는 날인데
승가대학에서 교육을 마친 비구니 스님들이 막걸리 열두 말에 물 열두 말을 섞어 이 노송에 부어준다고 한다.


막걸리 공양은 30여 년 전, 쇠약해진 이 소나무를 살리고자 선대 스님들이 고안한 지혜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처진 소나무는 오랜 수령에도 불구하고 마치 어린 나무처럼 가지의 제일 말단까지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이는 막걸리가 나무에 좋은 비료의 역할을 한다고 믿기 때문인데

토양학자들 의 말로는 과학적으로 꼭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알코올농도가 5-6%에 불과한 막 걸리에 물을 타서 뿌리에 부어 준다면
알코올의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고 들어 있는 전분도 크게 비료역할 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막걸리의 성분이 물에 녹지 않은 토양속의 여러 비료성분을 녹여내어 나무에 이롭다는 주장도 한다.
다만 물탄 막걸리는 한참 가뭄이 심한 봄철에 나무에 물을 주는 효과와도 같아서
나무의 해갈에 도움이 되리라는 주장은 다소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임진왜란의 화마 가운데서도 지금까지 살아남아 운문사를 지키고 있는 처진 소나무....
운문사 천년 세월의 살아 있는 증인은 이 처진소나무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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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일 먼저 청도 소싸움 축제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청도 반시...정도?

경북 에서도 조그만 소읍에 불과한 청도에는
의외로 오래된 고택, 읍성, 서원 등을 비롯한 문화재가 산재해있다.
소읍이라고는 하지만 볼거리를 찾아다니다보면 하루에 다 돌아보기도 벅찬 청도 여행..
그 중에도 요즘 여행객들에게 특별히 각광받고 있는 장소가 있으니 바로 '청도 와인 터널'이다.



경북 청도군 남성현 송금리에서 문을 연 와인 터널은 부부, 연인, 가족, 친지의 즐거운 데이트 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 터널은 실제로 열차가 다니던 터널을 개조해서 와인 저장고 및 카페로 문을 연 것이다.


 열차가 운행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던 오래된 터널을 청도 와인(주)에서 감 와인 숙성고와 카페로 탈바꿈시켰다.


'와인'이라고 하면 당연히 포도로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감 와인이라는 것은 생소하게 들리실 것이나
청도 특산품인 '반시(감)'을 이용하여 만든 감 와인은 100% 감즙으로 만든 것으로
산업자원부 지역 특화 산업으로 선정되어 3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완성하여 2004년 10월에는 전통 식품 Best5 에 선정됐고
2005년 11월에는 부산 APEC 정상회의 참가대표단 리셉션 만찬주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반시 모양같기도 하고 와인 저장통같기도 한 출입구를 들어서면 갑자기 시원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고
어두움에 눈에 익숙해지면 천정에 쓰인 와인 터널-감그린이라는 글씨가 눈에 잘 들어온다.


그리고 입구엔 여러가지 감 와인(감그린) 샘플과 더불어 감 와인에 대한 소개글이 벽면에 적혀 있어 방문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와인 터널과 인근 세트장에서 SBS 월,화 드라마 '떼루아'가 촬영되었다고 하는데
김주혁(강태민), 한혜진(이우주) 주인공으로 열연했던
 떼루아는 
와인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한국의 전통주와 프랑스의 와인을 둘러싼 주인공들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이 터널은 일제 제국주의 시절에 한반도를 침탈하고 대륙 진출의 교두보를 구축하기 위하여 건설되었으니
우리 민족에게는 뼈아픈 과거를
 간직하고 있는 역사의 현장 이라고도 할 수 있다.


대한제국 말기인 1898년에 완공된 이 터널(구 남성현 터널)은 
육면체의 화강암과 적벽돌을 3겹의 아치형으로 조적하여 건설하였는데
천정은 붉은 벽돌로 쌓고, 벽면은 자연석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초기에는 단선으로 열차가 운행 되었으며  터널은 지형적으로 산중턱에 위치하고 있어서 경사가 급하여
당시의 증기 기관차로는 힘이 부쳐 시꺼먼 연기를 내뿜으며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면서 숨을 헐떡이며
이 고개를 
오르내렸을것으로 추정되며, 인근 남성현역과 삼성현역에서 기차를  회차하며 운행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노선은 개통 초기부터 구조적으로 경사도와 먼 운행거리가 문제시되어서 
1937년 평탄한 직선 노선의 터널이 개통됨에 따라 최근까지  특별한 용도 없이 방치되어 왔다가
(주)청도 와인이 감 와인(감그린)을 개발 후 숙성 저장고를 물색하던 중 이 터널을 활용하기로 결정하고
내부 정비를 마친 후 2006년 2월 부터 숙성 저장고 및 카페로
바꿈시킨 것이다.


청도 와인(주)의 하상오 대표는 감 와인을 만들기 전 대기업 식품 회사에 식혜를 납품했다고 한다.
그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던 중 청도 특산물인 청도 반시로 만든 감 식초의 기능성에 착안, 와인 생산을 시도했다.
감이 삭아서 일순간 술로 변했다가 식초로 바뀌는 과정을 포착한 것이다.
2001년부터 2년여 동안 수십 차례에 걸친 실패에도 불구하고 와인 제조시험을 통해
그는 미생물까지 걸러내는 감 와인의 여과법과 발효법을 터득했고, 마침내 2003년 5월 감그린으로 출시하게 되었다.



청도는 납작하면서도 씨가 없는 감, 즉 반시로 유명한데 감 와인은 재료로 씨앗이 없는 청도감만 사용한다.
씨는 기름기와 약간의 독성을 함유하고 있어 씨가 있는 감을 이용해 술을 만들 경우
일일이 씨앗을 골라 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청도감은 씨앗이 없는지라 공정을 줄일 수 있고 특유의 높은 당도 또한 와인을 빚는데 더 없이 좋은 소재가 된다.

감 와인의 우아하고 깊은 맛은 감나무의 수명과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와인의 재료인 포도나무 수명은 고작 10년 안팎이지만 감은 10년이 지나서야 제대로 된 감이 열린다.
감나무의 수명은 포도나무와 비교도 안될 만큼 길기 때문에 떫은 맛을 내는 탄닌(Tanin)성분이 포도에 비해 20%나 더 많아서

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심장병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며 숙취 해소에도 그만이라고 한다.



이렇게 재탄생한 와인 터널은 현재 1.01km 길이에 높이 5.3m, 폭 4.5m규모로 15만병이 넘는 와인을 저장, 숙성하고 있다.


바깥 온도가 영하에 달하더라도 터널 내부는 연중 14~16도의 온도와
60 ~ 70% 의 습도를 유지해 와인 숙성 및 보관에 최적지로 꼽히고 있고

특히 여름철엔 최고의 피서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어서 이곳을 방문하려면 따로 긴 팔 셔츠 정도는 준비해서 가는 것이 좋다.


 터널 중 200m만 시음 공간과 와인 저장고로 활용해 오다가 터널 전체를 100~200m단위로 나누어
역사 기행 박물관, 빛이 없는 어둠의 공간, 와인 맛 감별 공간 등으로 새롭게 개발하였다.


특히 터널 벽에는 개인용 와인 진열장을 마련하여 방문객들이 자신의 와인을 이곳에서 전시, 숙성하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110년의 역사가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내부가 완벽하게 보존되어 와인 숙성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국내 최대의 와인 터널.
가족 단위 여행객들은 물론이고 연인들끼리 들린다면 감 와인 시음과 함께 색다른 분위기 체험도 해볼 수 있는 곳이니
이 터널은 감 와인의 숙성 뿐 아니라 방문하는 분들의 사랑과 추억을 숙성시키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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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군 금천면 신지리에 위치한 청도 운강고택과 만화정(萬和亭)을 찾아가는 길......
경주에서 출발하여 미스 네비가 인도하는대로 건천을 넘어 운문댐을 돌아 한참을 가니
 동창천을 옆에 낀 울창한 숲 언덕에 서남향으로 앉아 있는 운치있는 정자가 보인다.



급히 차를 돌려 정자 앞 빈터에 세우고 담 옆에 세워진 안내판을 읽어 보았다.


그리고 만화정의 대문을 손으로 살짝 밀어보니 아뿔사....문이 잠겨 있었다.


잠시 망설이다 정자 담 옆에서 잡초를 제거하시던 분께 문의하니
마침 그분이 운강고택,섬암고택,만화정 등을 관리하고 계시는 분이셨다.


퇴직 교사이시면서 밀양박씨 후손으로 인근의 여러 고택들을 관리하고 계시는
박성규 선생의 뒤를 따라 만화정의 행랑채 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행랑채가 파란 철대문인 것에 마음이 걸렸다. 나무 대문으로 복원하면 좋을텐데...


볕 좋은 아침...행랑채와 곳간에 비치는 햇살이 눈이 부시게 따사롭다.


건물은 정자인 만화정과 함께 행랑채, 하당 ,곳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류주택 답게 곳간의 모양새 하나하나에도 신경쓴 것이 눈에 뜨인다.


행랑채 섬돌 아래서 보니 정자로 들어가는 문이 보인다.


행랑채에서 정자쪽 문에 서니 안뜰과 함께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진 정자가 보였다.


정자 바로 옆쪽으로 물빛이 고운 동창천이 흐르고 있는데 
바로 앞에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막지 않았을 때는 더욱 기막힌 경관이었을 듯...


대문 안쪽에 서서 우러러 보니 하늘을 이고 있는 만화정은 마치 입으로 불면 날아갈 둣 가벼워 보인다.


주변 산수의 아름다운 풍광과 잘 어울리게 섬세하게 설계된 이 만화정은
 100m 정도 떨어져 있는 운강 고택(별도 포스팅 예정)의 부속건물인데
운강 박시묵 선생(1814~1875)선생이 조선 철종 7년(1856년)에 지은후 공부하면서 강론하던 집이다.


정자는 한칸 마루를 중심으로 서쪽에 방 1간, 동쪽에 2간의 통방을 배치하고


막돌을 쌓은 기단 위에 장대석 테두리를 두른 2중 기단을 두었다.


처마는 길게 내밀고 네 모퉁이에는 활주를 세웠으며 누마루에는 삼면에 헌함을 돌려 바닥을 확장하였다.


마루는 한간이라 그다지 넓지 않고


부채처럼 넓게 조각한 판대공 아래


정자를 거쳐간 수많은 시인 묵객들의 글귀가 새겨져 있다.


도리(기둥과 기둥 위에 건너지르는 굵은 나무)와 섬세하게 조각된 화반대공(대공:마룻대를 받는 짧은 기둥)이 눈길을 끌고


도리의 모서리에도 이렇게 꽃 문양을 새겨져 있으며


용두가 받쳐져 있기도 하는 등 섬세한 장식이 인상적이다.


정자를 돌아 후원으로 가 보니


안뜰보다 넓은 후원에는 운강 박시묵 선생의 비가 서 있었다.


푸르른 강물과 어우러진 주변의 경관은 너무나 아름다워 더운 날씨에 등에 고인 땀을 식히기엔 안성맞춤이다.


만화정은 특히 6.25 때 이승만 대통령이 피난민을 격려하기 위해 종창천에 왔을 때
이곳 방에서 숙식하였던 곳이기도 해서 더욱 유명한 정자가 되었다.


운문 들판의 이름은 원래 만화평(萬花坪)이라고 하는데
만화평을 굽어 보는 위치에 있는 이 집을 만화정(萬和亭)으로 지은 것은 운강선생의 큰 뜻이 있지 않을까.

안민영(安玟英)의 주옹만영(周翁漫英) 한 구절처럼 
모든 일이 화평하라는 뜻이리라....

이 하나의 마음이 화하면 기운도 화한 법 (這箇心和氣亦和)

나의 마음과 기운을 화하게 하여야 중화를 이루리라 (和吾心氣致中和)
냇물이 사해로 귀의함이 모두 살아 있는 것 같고 (川歸四海渾如活)
온 산에 꽃 핌은 모두 함께 화의 기운 얻음이라 (花發千山共得和)
풍채와 운치는 다 같이 삼대(夏殷周)의 순후한 학풍으로 돌아가리 (風韻同歸三代學)
공부는 요컨대 한 덩이 화에 있음이로다 (工夫要在一團和)
세간 만사 화가 귀한 것이니 (世間萬事和爲貴)

일마다 오직 화하면 모든 만사가 다 화하리라 (事事惟和卽萬和)


만사가 어수선한 이때에 만화정(萬和亭)에 올라 온갖 시름을 잊고 화평함을 누려보심이 어떠하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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