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11월 중순인데 날씨가 예사롭지 않다.

예전 같으면 꺼내입지도 않을 패딩 옷과 털부츠를 벌써 꺼내 입다니......

갑작기 내려간 기온으로 바깥 나들이도 움츠려 드는 날씨지만

남쪽나라 경주는 이제 와서야 가을 단풍이 한창 아름답다.

11월 초순까지도 은행잎이며 단풍잎이 제빛을 내지 못했는데

경주의 단풍은 11월 중순이 최고의 절정기인 것 같다. 

 

 

 

햇빛이 따사로운 어느날 오후. 오랜만에 교촌마을을 찾아보았다.

마을 어귀의 은행잎이 이제서야 은행잎이 샛노랗게 물들었다.

 

 

 

 

작년말에 완공된 교촌마을 정비사업이 이제 겨우 제자리를 찾았다.  

 

 

 

 

기존에 있던 한옥들은 잘 정비되고 한옥이 아닌 가옥들은 철거되고 새로운 한옥으로 탈바꿈했다.

 

 

 

 

새로 지어진 한옥들에는 몇개의 음식점과 한옥 카페, 여러가지 체험장, 국악원....등이 들어섰다.

 

 

 

 

최부잣댁 중 유지(?)가 거하던 으리으리한 기와집은 높은 담장과 곳곳에 설치된 CCTV로 위화감을 주던 건물인데

이젠 새롭게 최가밥상이라는 음식점으로 개점을 하고 그 문턱을 낮추었다.

 

 

 

 

 

신라시대 요석공주의 집터였던 요석궁은 마지막 최부자 최준의 동생 최윤의 집인데

지금은 최부잣집 가정식의 전통을 잇는 고급식당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관련 포스트 : 최부잣집 요석궁의 300년 전통 요리 맛보니....

 

 

 

 

한국판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표본인 '최부잣집(최씨고택)' 앞에 이르니

어느 커플이 세워놓은 자전거가 햇볕 아래 고운 빛깔을 자랑하고 있다.

 

 

 

1970년에 불타서 주춧돌만 남아 있던 사랑채는 근래에 복원한 것이지만

주줏돌의 연륜으로 인해 새로 세운 건물조차 중후해 보인다.

관련 포스트 :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표본 경주 최부잣집

 

 

 

 

안채는 ㅁ모양인데 할머니가 거주하시는 방에는 신발만 나란히 놓여 있어 조용 조용히 돌아보아야 했다.

꼬리가 하트 모양인 고양이도 할머니의 사랑을 받고 있었는데 오늘은 방 안에 있는걸까?

 

 

 

 

고방 옆 감나무에 남은 까치밥이 파란 하늘 아래 더욱 붉은 빛을 띤다.

 

 

 

 

12대 300년 이상을 만석군으로 살아온 최부잣집의 수백석을 쌓아둘 수 있는 고방(창고)가 인상적이다.

고방 앞에 적힌 최부잣집의 <가훈>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큰 교훈을 준다.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말아라.(큰 벼슬을 하면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어 큰 화를 당할 수도 있다)

재산을 모으되 만석 이상은 모으지 말아라.(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른다)

나그네에게는 후하게 대접하라.(신분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집에 온 손님은 융숭하게 대접하라)

흉년에는 남의 논밭을 사지 마라.(남들이 어려울 때 재산을 모으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가문의 며느리 들이 시집오면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가난을 체험해 보아서 어려운 사람을 이해해라)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가진 자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 

 

 

 

 

이 교훈을 마지막까지 이어 받은 마지막 최부자인 최준은 임시정부에 평생 자금을 지원한 독립운동가였다.
독립운동 사실이 왜경에게 발각되어 만석꾼 재산을 거의 날려버린 최준은
남은 전 재산과 살고 있던 경주 및 대구의 집까지 처분하여
대구대학과 계림학숙을 세웠는데 이 두 학교가 합해져서 후일 영남대학교가 되었다. 

'부불 삼대(富不三代)'라고 부자가 3대를 이어가기 힘든 세상에

12대를 부를 누린 최부자집의 가훈에서 받은 교훈보다더 감동적인 것은

그렇게 지켜 온 재산을 아낌없이 사회에 환원시켰던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이다.

 

 

 

 

골목 안에 자리잡은 이집은 최준의 동생 최완의 집이다.

독립운동을 하다 중국으로 망명하여 상해임시정부에서 재무부위원으로 일하다

일제에게 체포되어 갖은 고문을 당하다가 결국 38세의 일기로 사망했다고 한다.

 

 

 

 

최부잣집에서 향교 쪽으로 가다보면 자주 만나게 되는 진풍경.

교촌마을에서 유명한 교리김밥을 사기 위해 줄지어선 풍경이다.

관련 포스트 : 경주맛집 교리김밥, 요정아가씨도 반했다.

 

 

 

 

교촌마을에 자리잡은 경주향교로 발걸음을 옮겨 본다.

 

 

 

 

 

향교 뒷뜰에 자리잡은 커다란 은행나무가 반 정도 물들었다.

다음 주 쯤 되면 노란 은행잎이 비오듯 흩날리겠지?

 

 

 

 

향교문을 나와 향교 바로 옆으로 난 계림 후문으로 들어가 본다.

 

 

 

 

여기도 역시 이제 단풍이 절정이다. 눈부신 햇살 아래 반짝이는 단풍이 고운 색깔을 자랑한다.

이제 곧 이 단풍도 다 떨어지고 찬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되겠지?

교촌마을에서 보낸 경주의 마지막 가을, 아쉬움에 한참을 서성대다 발걸음을 옮긴다.

 


 Copyright 2013. 루비™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원작자의 사전 허가 없이 사진이나 글을 퍼가는 행위는 저작권법에 위반됩니다.

Posted by 루비™

,


문경의 호산춘, 서천 한산의 소곡주, 경주 교동 법주를 일러
애주가들은 대한민국 3대 명주로 꼽는다는데

오늘은 그중 하나인 경주 교동 법주를 소개하고자 한다.

술이라고는 한방울도 입에 못대는 필자가
감히 술에 대한 얘기를 펼치느냐고 물으시면 할말이 없지만

경주교동법주는 조선 숙종때 사옹원 참봉을 지낸 최국선이 
최씨 종가집 안마당 우물물에 찹쌀과 누룩을 넣어 빚기 시작한 전통 곡주이므로
경주 최부잣집을 논하면서 교동법주를 빠뜨릴 수는 없을 것이다.





교동법주는 경주 최부잣집과 담장을 경계로 이웃하고 있으며 대문도 나란히 하고 있다.





종가인 최부잣집의 가옥 규모에는 못 미치지만 마당을 전부 뒤덮고 있는 화단에는 사철 아름다운 꽃이 피어난다.





산수유, 목련, 박태기, 철쭉, 꽃잔디......





봄날의 교동법주집은 울긋불긋 꽃잔치가 한창이다.





350년 동안 대대로 이어온 교동법주는 사실 아무나 접할 수 있는 술은 아니었다.
일반 사람들은 흔히 ‘경주 교동법주’와 ‘경주법주’를 같은 술로 잘못 알기도 하는데
전통 방식으로 제조되는 경주 교동법주와 대량생산되는 경주법주는 그 맛과 품질이 전혀 다르다고 한다.

교동법주는 찹쌀과 밀로 만든 누룩 그리고 뜰 샘물로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뜰의 샘물 옆에는 100년이 넘는 구기자 한 그루가 서 있는데 이 구기자 뿌리가 샘에 닿아 물맛이 좋다고 한다.
그래서 이집에서는 교동법주의 술맛을 좌우하는 구기자 나무와 샘물을 아주 소중히 다룬다고 한다. 



최부잣집을 찾는 귀한 손님들에게만 내놓던 가양주였던 교동법주는 1992년에야 일반인에게 판매되기 시작했는데
특유의 향긋한 냄새와 혀끝에 감기는 달큰하면서도 부드러운 맛, 노르스름하면서도 투명한 빛깔,

그리고 과음한 후에도 뒷탈이 없는 '법도에 맞는 술'로 인정받아 1986년에 중요무형문화재 제86-다호로 지정되었다. 



교동법주를 방문하시는 분들은 마당을 거닐거나 툇마루에 앉아 있는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를 자주 만나실 수 있다.
이분은 바로 교동법주의 기능 보유자인 배영신 할머니.
1939년에 최씨집안에 시집왔으니 교동법주를 빚어온 세월이 어언 72년이다. 

여자들은 보통학교도 다니기 힘들던 1930년대에 여고를 졸업한 재원이었던 배영신 할머니는
시집와서 시어머니로 부터 술빚기를 배우면서 밤을 새우기가 일쑤였다고 하며
"내가 이래도 학교 다닐 때 흰 칼 차고 다녔어~
(흰칼 찼다는 표현은 교복 치마 옆선에 하얀 선이 있었던 경북여고 출신이란 뜻)
그때 내가 육상 선수도 하고.....날렸지....."라고 여고시절 이야기를 늘어놓으시며 환한 웃음을 웃으신다.

90이 훌쩍 넘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건강하실 뿐 아니라 고운 자태가 여전하신 배영신 할머니.
지금은 아들 최경에게 경주교동법주 보유자를 불려주고 일선에서 물러나셨지만
배영신 할머니의 환한 미소는 교동법주를 방문하는 분들의 마음을 언제나 환하게 밝혀준다.


Copyright 2011. 루비™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원작자의 사전 허가 없이 글이나 사진을 퍼가는 행위는 저작권법에 위반됩니다. 

Posted by 루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