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 살며 1시간 거리인 부산으로 당일치기 여행하기에 재미를 들인 필자.
이번에는 
오래전부터 연인들과 가족들에게 식지 않는 사랑을 받고 있는 태종대로 향해본다.

부산 영도 최남단의 해안인 태종대는 높이 250m의 삼면이 암벽으로 이루어진 해식애로서
한국의 해안지형 가운데 관광지로 개발이 가장 잘 된 명승으로 
부산을 비롯한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이 1년 내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태종대라는 이름에서 조선 3대왕이며 이성계의 아들인 태종 이방원을 떠올렸는데
신라 태종 무열왕이 삼국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전국의 명승지를 다니던 중
이곳 영도의 절경에 도취되어 쉬며 활을 쏘던 곳이라고 하여

이곳을 태종대라 부르게 되었는데 조선시대에는 동래부사가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고 한다.

태종대는 54만평이 넘는 광범위한 지역이므로 걸어서 돌아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예전에는 승용차나 관광 버스 등으로 태종대 일주가 가능했다고 하나 요즘은 태종대 안으로 개인 차량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으므로
차를 가지고 온 사람들은 태종대 입구에 주차를 한 후 '다누비'라는 순환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태종대 유원지의 자연 경관을 보호하고 이용객의 편의를 위하여 운행하는 이 열차는 
태종대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는 의미로 '다누비'로 지었다고 한다.

코스는 광장 → 태원자갈마당 → 구명사 → 전망대 → 영도등대 → 태종사 → 광장입구로써 
순환도로 4.3km를 운행하는 다누비 열차가 태종대 입구를 출발하여 정류장 5개소를 거쳐 돌아오는데 약 20 여분이 소요된다.
각 정류장에서 자유롭게 다누비 열차에서 내려 경치를 감상한 후 다음 열차에 탑승하면 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는데
이용 요금은 1,500원으로 약간 비싼 편이나 광범위한 태종대를 걸어서 돌아보기란 다소 무리이므로
다누비 열차를 이용해서 돌아보기를 권하고 싶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다누비 열차 위에서 왼쪽으로 펼쳐지는 태종산의 싱그러운 수풀 내음과
오른쪽 아름드리 해송 사이로 펼쳐지는 푸르른 바다를 앉은 자리에서 편하게 보는 것은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아닐까.....





자갈마당, 구명사, 태종사......등을 다 돌아보는데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지라
다누비 코스 중에서도 제일 인기있는 전망대와 등대 코스를 선택하고 입구에서 
2㎞쯤 되는 곳에 위치한 전망대에 내려본다.





전망대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여러 가지 모양의 바위와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숲이 푸른 바닷물과 잘 조화되어 마치 해금강을 연상하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저 바위에서 자신의 생을 마감했기 때문일까?
전망대 바로 아래에 위치한 바위는 이름이 자살바위이다.

저곳에서 뛰어내린다면 시신도 찾을 길 없이 깊은 바다 속으로 빠져들 것 같아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려온다.



전망대 앞에 펼쳐진 바다를 보니 정말 속이 시원하게 탁 트여있다.
전망대 바로 앞에 보이는 조그만 섬의 이름은 생도. 주전자같이 생겨서 주전자섬이라고도 불리운단다.
이곳에서 청명한 날에는 대마도(쓰시마섬)이 보인다기에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았다.
이날 약한 구름이 끼어 있었는데도 자세히 보니 저멀리 기다랗게 누워 있는 대마도가 보인다.
56km 떨어진 대마도인데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저기도 우리 땅이면 얼마나 좋을까!




바다 끝에 서서 보니 지구가 둥글다는게 실감이 난다.
작은 카메라의 앵글 속에서도 이렇게 바다가 둥그렇게 나타나다니.....

고개를 돌려 전망대 오른쪽으로 보니 저멀리 거제도도 눈에 들어온다.
시야가 청명한 날이면 더욱 깨끗하게 조망할 수 있을텐데......




앞바다에는 쉴새없이 유람선들이 오고간다.
유람선을 타고 아래에서 위로 본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멋진 풍경을 보고 느낄 수가 있겠지.

다음번에 오면 유람선을 타고 바다에서 태종대를 바라보고 싶다.





전망대 기념품점 앞 바구니에 담긴 조개들이 참 이채롭다.
각가지 모양을 하고 있는 하얀 조가비들을 보니 이쁜 조개를 찾아서 하염없이 해변을 걷던 어린 시절이 문득 떠오른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다누비열차를 타고  등대가 있는 곳에서 내려본다.
나무로 된 계단을 한참이나 내려가야 등대에 이를 수 있다.
울창한 해송과 상록활엽수가 우거져 있어 도시 속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태종대에는 
60여종의 새들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좁은 지역에서 이렇게 많은 종류의 새가 서식하는 것은 보기 드문 현상이라고.....




계단을 한참 내려가면 바다 헌장이 새겨져 있는 조형물 뒤로 하얀 등대가 눈 앞에 나타난다.
여느 등대와 비교해서 상당히 규모가 큰 등대이다.




 

태종대를 대표하는 신선바위, 망부석, 태운암 등을 보려면
바다를 향해 뽀죡한 손을 내밀고 있는 아취와 등대를 지나 또 한참이나 계단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






등대 아래에는 이와 같이 연인들의 사랑의 흔적을 남길 수 있는 낙서벽이 따로 만들어져 있는 것도 이채롭다.
영원히 변치 않을 사랑의 흔적을 남기고 싶은 연인들은 이곳에 갈 때 꼬옥 화이트를 챙겨가시도록......






등대 바로 아래에 횟집들이 몇군데 성업중인 것이 보인다.
무허가인 것이 분명한 횟집들인데 얼른 내려가서 회 한접시 맛보고 싶은 유혹이 슬그머니 일어난다.

하지만 회를 먹고 느긋하게 있다 보면 다누비열차 운행 시간에 늦어
3km 정도 떨어진 입구까지 걸어가야 할 것 같아 유혹을 뿌리치고 선선바위로 향한다.





등대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자 나타나는 엄청나게 큰 너럭바위. 왼쪽은 태종바위, 오른쪽은 신선바위이다.





깎아 세운 듯한 절벽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진 해안이 
푸르른 바다, 굽이치는 파도와 더불어 가히 절경을 이루니 신선이 놀고 가기엔 정말 딱인 곳이다.






벼랑 끝에 앉아 탁 트인 바다와 하나가 되어 셔터 누르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 이야말로 신선놀음이 아니고 무엇이랴......





태종바위 건너편 신선바위 위에 마치 사람 형상 같이 우뚝 선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신라 눌지왕의 동생 미사흔을 구하기 위해 왜국으로 떠난 남편 박제상을 그리워하여 바다 건너편을 보고 통곡하던
박제상의 부인이 죽어 그만 돌이 되어버리고 말았다는 전설이 깃든 망부석이다.

박제상과 그의 부인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두번에 걸쳐 기술한 적이 있으므로 아래 링크를 꾸욱 눌러서 확인하시기 바라며.....
관련 포스트 : 대마도 어촌에 있는 신라 충신 박제상 순국비 
                
  박제상 부인이 다리뻗고 통곡했다는 벌지지 
                  




태종대 바위들의 단애를 자세히 보니 정말 살아있는 과학 교과서이다.
아이들이 지층에 대해 궁금해할 때 여기 와서 보여주면 일일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듯.......




어떤 화가가 이렇듯 아름다운 색감으로 그림을 그릴 수가 있으랴......마주치는 단층마다 색감의 조화가 오묘하기 그지없다.





벼랑 끝에 서서 아래 바다를 내려다 보니 아찔해지며 살짝 현깃증이 나기도 한다.
수백만이 사는 대도시 안에 이렇듯 환상적인 절경이 자리잡고 있다니...... 부산사람들은 축복을 받았음이 분명하다. 





점심 때에 태종대에 도착했는데 여기저기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바다 위에도 어스름한 기운이 감돈다.




노을지는 모습이야 어디서 보아도 아름답지만
태종대 바다 끝 절벽에 서서 등대와 바다를 배경으로 붉게 물드는 저녁노을을 볼 수 있다는 건 쉽게 만날 수 없는 행운이다.





 
신선도 놀고 갈만한 절경에 심취하여 태종 무열왕도 쉬어 갔다는 부산 태종대.
하룻동안 신선이 되어 여유자적하다 어스름이 밀려오는 태종대를 뒤로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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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포시타노 마을과 흡사한 마을이
부산 태종대 부근에 자리잡고 있다기에 휴일을 이용해 찾아가 보았다.



 

깎아지른 듯한 해변 언덕 위에 옹기종기 몰려 있는 마을.

이름도 너무나 아름다워 <흰여울길>이다.
여울이란 강이나 바다의 바닥이 얕거나 폭이 좁아 물살이 세게 흐르는 곳을 이름이니
태종대 앞 바다가 바다가 훤히 바라보이는 흰여울길이란 이름이 원래 동네 이름인 영선동 보다는 훨씬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2003년에 개봉한 영화 '첫사랑 사수대회'가 촬영되어 사람들에게 더 알려지게 된 흰여울길.
부산테크노과학고를 지나 영선동 산북도로가 갈라지는 삼거리 부근에 주차를 하고 길 오른쪽으로 내려다 보니
다닥다닥 붙은 지붕 사이로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흰여울길이 시작되는 시점, 바다 쪽으로 경사져 내려가는 골목으로 들어서 본다.





퇴락한 벽들과 녹쓴 철대문, 그 위로 언제 열어보았는지 가늠도 안 되는 삭아버린 자물쇠.....
한눈에 보아도 주인이 이사 간 후 찾는 이 없이 방치된 집들이 좌우에 늘어선다.





약간의 경사를 내려가 골목 끝에 이르니 지중해 해변과 못지 않는 시원한 풍광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제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만들어진 흰여울길을 따라 걸으며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다와 아기자기한 골목 정경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두 사람이 비켜 지나갈 정도의 골목 왼쪽에는 문만 열면 바로 집안이 되는 마당 없는 집들이 옹기종기......





오른쪽으로는 허리 높이로 둘러쳐진 담장 너머로 푸르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뒤로 돌아보면 다대포 쪽으로 이어지는 남항대교가 그림같이 펼쳐지고





망망대해에 떠 있는 엄청난 크기의 컨테이너선들도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마당이 없는 이곳의 집들은 골목 앞이 곧 이집의 마당이다.





장독대는 물론이고 의자 등......마당에 있어야 할 세간살이들은 모두 골목에 나와있다.





집안에 있어야 할 속옷 빨래들도 모두 밖으로 나와 바닷바람을 받아 시원스럽게 펄럭인다.





한참 가다 나타난 전봇대 위에 매달린 조그만 거울.

이 집의 주인은 골목에 나와서 면도를 하거나 옷 매무새를 가다듬는걸까?
아니면 이 길을 지나던 행인들의 세찬 바닷바람에 흐트러진 머리칼을 다듬으라는 주인장의 따스한 배려일까?
골목 옆에 마련한 조그만 텃밭과 옹기종기 내어놓은 화분들이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듯 하다.





언제부터인가 사진 애호가들에게 소문이 난 흰여울길.

골목을 걷다 보면 마을 주민보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되기도 한다.





이곳에서 통영의 동피랑이나 재개발 달동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벽화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그린 그림보다 더욱 아름답고 조화로운 그림은 흰여울길 도처에서 만날 수 있다.


















흰여울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렇게 조그만 밥그릇들이 담 옆이나 대문 앞에 다소곳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골목에는 하얀 종이 위에 갖가지 음식물이 조금씩 담겨 있기도 하다.
무슨 밥그릇일까? 길을 걷다 보면 곧 의문은 풀리게 된다.





이 밥그릇들은 길냥이들을 위한 것! 흰여울길에는 유난히 길냥이가 많다.
이곳 사람들은 길냥이에게 자기들의 음식을 나누어 주고....
그렇게 길냥이와 흰여울길 주민들은 공존하며 사는 방법을 터득했나 보다.






한참이나 이어지는 골목을 따라 걸어갈수록 퇴락한 집들은 점점 더 많이 나타난다.





언제 칠한지도 모를 정도로 오래 된 페인트들은 벗겨질대로 벗겨져서 제 구실을 못 하고 있고
사람이 살고 있을까.....싶을 정도로 삭은 집들 안을 들여다 보다 조용한 인기척에 발걸음을 돌리기도 한다.
집안에서 밖을 내다보거나 골목을 걸어다니는 분들은 거의 노인들.

젊은이들은 이 마을을 떠나 살기 편한 아파트로 떠나고
오래 전부터 살던 노인들만이 이 마을에 남아 흰여울길을 지키고 있다.


 


흰여울길을 한참이나 걸으면 눈 앞에 그림과도 같은 해변이 펼쳐지고 





아찔하게 내리꽂히는 계단을 한참이나 내려가면 해안에 펼쳐진 산책로로 연결이 된다.





절영 산책로라 부르는 흰여울길 아래 해안은 부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로로 꼽히고 있다.





해안 산책로를 따라 한참이나 걸어가서 건너편 아파트에 이르면 비로소 흰여울길 전체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다.
흰여울길을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집들은 비록 퇴락했지만
마을길을 포근하게 품어주는 봉래산과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지는 부산 앞 바다는 이태리 포시타노 마을도 부럽지 않는 절경이다.





빛 좋은 어느 겨울날에 찾아본 흰여울길.
새봄이 되면 어른들이 돌보던 자그마한 화분들에는 예쁜 꽃들이 피어나 골목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말없이 반기겠지?
화분에서 꽃들이 피어나고 골목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질 즈음.
흰며울길로 다시 찾아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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