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경주엔 정말 정말 많은 눈이 내리고 있어요.

어제 방송에서 남부지방에 눈이 올거라는 일기예보를 슬쩍 보긴 했지만

겨우내내 눈 한번 오지 않고 지나가기도 하는 남쪽 나라 경주인지라

다른데는 와도 여기는 눈이 안 오겠지......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답니다.

 

그런데 새벽에 잠시 눈이 떠져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내다보니

우와......눈 앞에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는게 아닌가요.

희미한 어둠 속에서도 눈송이가 하늘에서 송이 송이 떨어지고

아파트 아래 화단이 눈속에 포옥 파묻혀 있는게 눈에 들어왔답니다.

 

 

 

 

 

 

'눈 예쁘게 내리면 이번 기회에 불국사 설경 한번 찍어봐야지.'

마음 속으로 단단히 벼르면서 다시 따스한 잠자리로 들어갔는데......

아침이 지나고 11시가 넘은 지금도 눈이 그치기는 커녕 점점 많이 쏟아지고 있네요.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불국사 진입로를 비롯한 경주 시내 많은 지역의 도로가 이미 통제되었다고 합니다.

평소에 눈이 거의 오지 않는 지방인지라 이곳 사람들은 폭설에 대해선 거의 무방비상태인 정도라서 그런가 봅니다.

차를 가지고 밖으로 나갈 수 없는 형편이라 하는 수 없이 집 밖의 동네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 보았습니다.

 

 

 

 

 

 

언제나 든든히 눈앞에 버티고 있는 남산이 오늘은 모습을 완전히 감추었네요.

집 앞 도로만 간신히 보이는 정도입니다.

 

 

 

 

 

 

집 앞 4차선 도로는 거의 하얀 눈으로 뒤덮였고 차들은 엉금엉금 기어서 가고 있네요.

경주 사람들은 "스노우 체인이 먹는거에요?"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월동장구를 갖춘 차는 거의 전무한 지경입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추수가 끝나 허허벌판이던 논들이 하얀 이불을 덮었네요.

영화 철도원의 한 장면처럼 기찻길도 하얗게 눈으로 뒤덮였습니다.

 

 

 

 

 

 

집 앞 단독주택들의 지붕에도 새하얀 눈이 쌓였습니다.

옥상 위 장독 위에 소복소복 쌓인 눈이 어릴 적 추억들을 떠오르게 하네요.

 

 

 

 

 

 

이런 날에는 집안에만 있을게 아니라 밖에 나가서 사진도 찍고 눈사람도 만들어봐야 하는데......

발이 묶여 집안에만 있게 되니 조금 답답하기도 하네요.

눈이 그치고 해가 나면 보석같이 빛나게 될 눈세상을 기대하며 눈이 그치길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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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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