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타임머신을 타고 70년대로 돌아간 듯한 곳, 계동길.
지난 여름, 계동길을 걷다가 세월의 흔적이 진하게 느껴지는 2층 양옥집을 만났다.

붉은 벽돌로 견고하게 지어진 2층 양옥집의 이름은 '최소아과'





요즘 보기 힘들게 검은 글자를 반듯하게 새겨넣은 하얀 너무 간판.

마치 60년대 시골 읍내 병원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집이다.





오래 된 병원이라 간판만 남아 있을 뿐이거니 생각했는데 웬걸......
80세 할아버지 의사선생님께서 진료하는 병원이란다.





진료과목은 내과와 소아과.
내부가 궁금하여 병원 문을 살짝 밀고 들어가 본다.
1930~40년대에 지어졌다는 집은 2층으로 올라가는 좁은 계단이며 창틀, 마루바닥들이 모두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문을 열고 살펴보니 진료실이라고 쓰여진 1층 현관 앞에 가지런히 놓여진 슬리퍼들.

진료받는 사람들의 기척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지금도 진료를 하고 있는 병원이 분명하다.
현관에서 머뭇거리고 있자니 문 소리를 듣고 간호사 한분이 나와 어떻게 왔느냐고 묻는다.
"저.....내부를 한번 구경할 수는 없나요?" 했더니 죄송하다는 말을 하면서 살며시 문을 닫는다.

맘 같아서는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을 만나 인사드리고 대화라도 나누어 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돌아서면서
대부분의 병원이 현대화되어 내부 인테리어를 화사하게 꾸미고 무한경쟁을 하고 있는 요즈음.
연세 많은 할아버지 의사선생님께서 진료하는 오래된 병원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을까......하는 걱정을 해보았다.

그런데 얼마전에 이 건물이 매물로 나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북촌마을에 소아과 진료를 받을 아이들이 많지 않아서 병원 운영에 지장을 받았던 것일까?
아니면 할아버지 의사선생님이 이제 더 이상 진료를 하지 못할만큼 기력이 쇠하신 것일까?


오랜 세월 그자리를 지켜온 많은 건물들이 개발, 또는 신축이라는 미명 하에 헐려

식당이 되고, 카페가 되고, 휴대폰 가게가 되는 요즈음
그동안 수많은 아이들의 건강을 담당했던 이 유서깊은 소아과 병원이 없어진다면 너무나 서운할 것 같다.
혹시 할아버지 의사선생님께서 진료를 그만 두고 이 병원이 또 다른 주인을 만나더라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저 건물을 밀어버리고 새로운 신식 건물을 짓는 미련한 짓은 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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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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