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하 성당, 릴라우광장, 만다린 하우스, 아마 사원을 돌아보고
바라 광장에서 지친 다리를 쉬며 한참의 휴식을 하고 나니
벌써 서산에 해가 넘어가고 주변이 어둑어둑해져 간다.
헨리스갤리에서 배를 두드리며 매케니즈 요리를 먹었지만 여러곳을 돌아보느라 벌써 허기가 진다.
아마 사원에서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식사를 하려고 생각했지만
처음의 계획과는 달리 막상 근처에 가서 보니 가게가 문을 닫은 상태이다.
길목의 다른 작은 식당들도 마찬가지. 일요일인데다 이미 많이 어두워져서 문을 연 식당이 거의 없다.
이 골목, 저 골목.......한참을 헤매어 봐도 문을 연 식당은 커녕 노점도 하나 없다.
다리는 아프고......배는 등에 붙었고.....지친 다리를 질질 끌며 걷다 보니
저멀리 골목 중간에 문을 연 식당이 하나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걸음을 재촉하여 식당 앞에 가 보니 그야말로 자그마하고 평범한 동네식당이다.
우리나라 김밥천국같은 동네분식집인 듯.....
문을 밀고 안에 들어가니 의외로 실내가 매우 깔끔하다. 인테리어를 비롯해서 식탁도 상당히 청결하다.
마카오는 모든 식당이 5개 기관의 점검을 거쳐야 영업을 할 수 있고 기준에 어긋나면 당장이라도 영업정지라더니 정말 그런 듯......





중국 사람들은 일류 식당일수록 메뉴가 많고 수많은 메뉴를 다 요리할 수 있어야 최고의 요리사이기 때문에
한국 식당 중에서 곰탕집, 국수집, 북엇국집....처럼 한가지 메뉴만 있는 집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더니
동네에 위치한 자그마한 분식집인데도 메뉴의 수가 정말 정말  많다.

그런데 무얼 먹어야 하나.....?
짧은 한자실력을 총동원해서 읽어보아도 도대체 메뉴에 적힌 음식을 유추하기가 힘들다.
거기다 주인은 영어를 한 마디도 할줄 모르고 우리는 광동어를 한마디도 모르고.....
보다 못한 아기와 함께 와서 식사를 하고 있던 옆 좌석의 젊은 새댁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새댁은 굴러가는 듯 유창한 영어로 메뉴에 대한 설명을 상세하게 해주어
 고민 끝에 양고기, 버섯 탕면, 배추 작채 등을 시켰다.





음식을 주문하고 돌아서기가 무섭게 버섯 탕면 한그릇이 나왔다.
우리나라 같으면 표고버섯을 곱게 채썰어 국수에 넣었을텐데 여기서는 커다란 표고버섯 6~7개가 통째로 들어있다....ㄷㄷㄷ




버섯 탕면은 보기에는 라면 같은데 훨씬 더 면발이 가늘고 고들고들하다.
이렇게 큰 버섯을 어케 베어 먹어?라고 생각했던 버섯도 의외로 먹을만 하다.




그 다음에 나온 배추 작채는 배추를 그냥 고깃물에 데친데다 위에 소소를 슬쩍 뿌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음식의 비쥬얼은 불쌍하기 짝이 없는데 먹어보니 이것 또한 신기하게 맛이 있다.
단순한 요리에서 이런 맛이 나다니!





그 다음에 주요리로 시킨 양고기가 중간 정도 크기 냄비에 양고기 한가득 담겨나왔다.
우리나라 샤부샤부같이 얇게 저민 양고기를 예상했는데 이건 고기 토막 하나가 완전히 주먹만 하다.




처음에 탁자에 올려졌을 때 약간은 식은 듯하던 냄비가 탁자 위에 올려놓고 조금 있으니 바글바글 끓기 시작한다.
어! 이거 웬일이지? 자세히 보니 검정유리처럼 되어 있는 탁자가 알고보니 인덕션(induction)이다.
언뜻 보기에는 일반적인 검정색유리탁자인줄 알았는데......
숯불화덕이 내장되어 있거나 휴대용버너를 올리는 우리나라 시스템보다 훨씬 있이는 시스템이다.




바글바글 끓고 있는 양고기토막을 꺼내어 살펴본다. 갈비 사이로 보이는 골수며 살코기들이 푸짐해 보인다. 




앞접시에 몇점 덜어서 맛을 본다. 야채는 거의 없이 양고기만 넣고 삶은 것이라 역시나 많이 느끼하다.

거기다 고기토막 하나는 얼마나 큰지 베어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고......
뱃속 깊은 곳에서 '참을 수 없는 느끼함'이 마구마구 밀려온다.




느끼함을 참으며 양고기 몇점 베어먹으니 금방 배가 불러 그만 먹을까? 생각도 되었지만

'언제 또 마카오 동네 식당에 와서 이런거 먹어보겠어?' 하는 마음에 주문한 음식은 다 해치우기로 마음먹고 열심히 먹어본다.




냄비 속에 살코기 외에 이렇게 정체모를 부위(?)도 몇개 들어 있는게 보인다.

'대체 이게 뭐지?' 앞접시에 덜어서 먹어보니 혐오스럽게 생긴 외관과는 다르게 상당히 쫄깃쫄깃한 맛이다.




양고기 샤부샤부 한 냄비, 탕면과 데친 배추 한접시......역시 두 사람이 다 먹기엔 양이 너무 많다.

'나온 음식 다 먹기'가 도전과제였지만 여자 두명이 다 먹기엔 역부족이라 접시 비우는 목표는 부득이 수정을 해야했다.




배터지게 먹고 나서 계산대에서 가격을 물어보니 
양고기는 68파타카, 배추 작채는 15파타카, 버섯 탕면은 17파타카로 합이 100파타카가 나왔다.

우리나라 환율로 치면 약 15,000원 정도이다.
식당의 문을 밀고 나서니 참을 수 없는 느끼함이 마구마구 밀려와 김치찌게 생각이 간절하기도 했지만
간만에 푸짐하게 먹은 양고기의 힘으로 호텔까지 힘있는 발걸음으로 걸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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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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