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사이 숭례문이 속절없이 다 타 버렸다.
설마 설마..... 했는데 다 타서 무너져 내린 것이다.
아.연.실.색....... 

 

임진왜란, 병자호란, 한국전쟁을 다 견디고
꿋꿋이 살아서 육백년을 건재해 온 국보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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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숭례문에 사진 찍으러 갔을 때에 그 수려함과 장엄함에 반하여
아무런 제재도 없이 누구나 그 근처를 다 오갈 수 있다는 점에 놀랐고
또 저녁이 되어도 지키는 사람 하나 없다는 점에 내심 놀란 적이 있었다.

무방비 상태인 것이 비단 숭례문만은 아니다.
우리의 문화재들이 하나같이 화재에는 취약한 데도 불구하고 대부분 화재 진압 장비 하나 번듯하게 없이
달랑 소화기 몇 대 비치되어 있는 것이 정말 불안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하루 밤 사이에 속절없이 타서 무너져 버리다니..... 

                                                                                              

조선 시대에 화재가 났다 하더라도 대처하는 것이 이보다는 나을 듯 하다.
자기 집,자기의 재산이면 이렇게 안일한 대처를 했을까.....
정말 어이없는 화재로 인해 우리의 국보 1호를 몇 시간 만에 홀랑 태워먹었다.
이렇게 참담한 기분이 있을까....
눈물이 나고 목이 메인다....
선진국으로 도약한다는 우리 나라의 자존심은 과연 어디에 있는건지...
 

이런 일이 있기 얼마 전에 담은 숭례문의 모습을 쓰라린 심정으로 공개할까 한다.
지난 달 남대문 카메라점에 부속품을 사러 갈 때에 숭례문 바로 옆에 차를 주차했기 때문에
늘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숭례문의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가 있었다.

원형대로 복원하는데에는 거의 5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니
이제 당분간 보기 힘든 아름다운 숭례문의 모습을 몇 장 여러분 앞에 올려 드린다. 

 

 

평소에 그 옆을 지나쳐도 힐끗 올려다 보기만 했지...자세히 살필 생각을 별로 안 했는데
가까이에서 본 숭례문은 그 위엄과 수려한 자태가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다. 

 

 

 

비둘기들이 휘...날아서 숭례문 지붕으로 모여 앉는 모습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다. 

 

 

숭례문은 서울 성곽의 정문이다.  또한 도성의 남쪽에 있어 남대문으로도 불린다. 

 

  

태조 7년(1398년)에 처음 건립한 후 세종30년(1448년)에 크게 고쳐 지었다.  

 

 

현존하는 우리 나라 성곽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건물이다.   

 

 

 숭례문 중앙 현판의 글씨는 지봉유설에 의하면 양녕대군이 쓴 것이라고..... 

 

 

석축 중앙에 무지개 모양의 홍예문이 있어 일반 백성들이 드나 들 수 있게 하였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석축과 새로 보수하여 끼워넣은 석축이 혼합되어 있다. 

 

 

홍예문 위에 정면 5 칸,측면 2 칸인 2 층 문루를 세우고 문루 위에 다시 처마를 4 면에 두는 우진각 지붕을 얹었다.   

 

 

처마 끝은 여러 개의 나무로 짜 맞추어 댄 전형적인 다포(多包) 양식의 건물이다. 

 

 

숭례문의 잡상(雜像)은 모두 아홉인데 잡귀를 물리치기 위한 잡상 뒤에 비둘기가 잡상의 일부분인 것 처럼 앉아 있다. 

건물 내부의 2층 바닥은 널빤지로 깐 나무이고
아래층 바닥은 홍예의 윗면인 중앙칸 만이 우물정(井)자 모양으로 깐 우물 마루일 뿐 다른 칸은 흙바닥으로 되어 있다. 

 

 

 

성곽 흔적의 일부분이 보존되어 있다. 

 

 

 숭례문의 육중한 철문 안으로 들어가 본다. 

 

 

 

 

 엄청난 무게가 느껴지는 문갈고리들도 장중한 대문의 위세에 한 몫을 한다. 

 

 

 

 홍예문 안 쪽에서 위로 올려다 본 모습이다. 

 

 

 

오랜 세월을 말해주는 석축들의 흔적.... 전란이 스쳐 간 상처들이 곳곳에 있었고.... 

 

 

 

 

천정화는 세밀하고 화려하여 목이 아프도록 오래 쳐다 보게 만든다. 발이 넷 달린 청룡의 모습. 마주 보고 있는 황룡의 모습. 구름의 모습이 단순화, 회화화되어 있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숭례문 안 쪽의 사진을 찍고 나오니 웬 청년들이 나와서 주변에 꽂혀 있던 깃발을 거둔다. 

 자세히 보니 아까 퇴근하던(?) 수문장과 수문군이다.
숭례문 근처 어디인가에서 복장을 갈아입고 나와 깃발을 수거해서 다시 일반인의 모습으로 퇴근하는 것이다.  

 

 

 

웬 여자가 촌스럽게 남대문 사진을 찍고 난린가...하는 표정으로 흘깃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
수많은 사람들이 숭례문 앞을 지나가는데 대부분 한번 올려다 보지도 않고 지난다.
그들에게 숭례문은 매일 생각없이 스쳐 지나는 길가의 전봇대나 다른 바 없이 느껴진다.

 언제나 바로 옆에서 늘 있어온 그림자 같은 숭례문.....
너무나 가까운 곳에 편안하게 있어서 우리에게 그 귀중함을 전해 주지 못하였나 보다.
우리의 유산,우리의 귀한 문화재는 다른 이가 와서 지켜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문화재를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지켜볼 때에 우리 것은 보존되어지는 것이다. 

  

 

숭례문의 편액이 여느 문과는 달리 세로로 쓰여 있는 것을 본다.
숭례(崇禮)의 두 글자가 위 아래로 있을 경우 불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로써 경복궁을 마주 보는 관악산의 불기운을 누르게 하기 위해서 라고 하는데
현판의 그 불꽃이 숭례문을 한순간에 태워버릴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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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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