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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에 인천에서 출발하는 에어 마카오편은 일찍 도착하기 때문에
하루 일정을 짜투리 시간 없이 그대로 소화할 수 있어 참 좋은 것 같다.
마카오에서의 첫날! 하루 일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식사부터 해야 할 일.
이번 여행에서의 식사는 호텔에서 해결하지 않고
모두 현지식으로 해결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먼저 호텔 밖으로 나서본다.
펜하 언덕 위 리베라 호텔에서 5분 정도 걸어서 내려오니 사이반 호수가 바로 눈 앞에 펼져진다.
크지 않은 호수이지만 주변엔 아름드리 나무들이 심겨져 있고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너무 쾌적한 느낌을 준다.
호수 바로 맞은 편엔 마카오 타워가 위엄있게 버티고 있고 그 뒷편으로는 사이반 대교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낮에는 약간의 박무로 인해 하늘이 뿌옇게 보이지만 밤에 호숫가에서 보는 주변 야경은 정말 환상 그 자체인 곳이다.
호수 앞길 '민국대마로(民國大馬路)' 앞에 마카오 맛집으로 유명한 '헨리스 갤리(Henri's Galley)'가 있다.
가이드북과 지도에도 빠짐없이 나와 있는 '헨리스 갤리'는 매케니즈 요리로 유명한 레스토랑이란다.
벽에는 갤리선의 그림들이 걸려 있고 닻과 키, 배의 핸들......등 모든 인테리어는 바다와 항해를 주로 한 컨셉이다.
36년간 마카오 사람들과 여행객들의 입맛으로 검증을 거친 이 레스토랑은
지금은 '헨리'의 아들 '레이몬드'가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손님들이 불편한 점은 없는지 하나 하나 물어보고 있다.
허락을 구한 후 레스토랑 내의 사진을 여기저기 찍고 있으니 훈남 직원이 손짓을 하며 문 입구에 걸린 종도 찍으란다.
사진을 다 찍고 생각하니 줄을 흔들어 종을 한번 쳐 보지 않은 것이 약간 아쉬운 부분이다.
'매케니즈(Macanese)'란 포트투갈인과 중국인의 피가 섞인 혼혈인들을 이르는 말인데
1500년대 명나라 군대를 도와준 대가로 마카오 거주권을 얻게 된 포르투갈 사람들은 고향 음식을 마카오로 가져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열악한 운송 여건 탓에 재료들은 마카오에 도착하기도 전에 썩어버렸는데
이들은 구하기 어려운 재료를 마카오에서 구하기 쉬운 것으로 대체하고 요리법까지 마카오의 것과 혼합했다.
이들은 중국의 재료를 비롯해 대양을 누비며 가져온 인도의 후추와 칠리, 아프리카의 피리피리 고추,
말레이의 고수와 코코넛 밀크, 브라질의 고구마와 땅콩 등을 자유롭게 적용해서 새로운 맛을 창조해 내었다.
세대를 거듭하며 포르투갈 요리를 자연스럽게 즐기게 된 마카오 사람들까지 가세해서
마카오 만의 독특한 음식인 매케니즈 푸드(Macanese Food)가 완성되었다.
오직 마카오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매케니즈 푸드는 그야말로 '퓨전'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최상의 요리이다.
여행의 동반자인 B양과 필자의 이번 마카오 여행은 '처묵처묵 로드'라고 명명할 만큼 '먹는데 주력한 여행'이므로
매케니즈 요리의 대표적 메뉴인 바칼라우 수프, 커리 크랩, 아프리칸 치킨, 샐러드를 다 주문했다.
도대체 이 많은 음식을 다 먹기나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하면서......
커리 크랩을 주문했더니 살아서 움직이는 게를 테이블까지 가져와서 보여준다.
커리 크랩은 보통 280파타카(MOP) 정도의 시세이나
오늘 게는 크기가 작은 것이라 210파타카를 받는다고 하길래 요리를 부탁했다.
제일 먼저 빵이 나왔다. 우리나라 말 '빵'은 바로 포르투갈어 '빠오(pão)'에서 온 것.
마카오에서도 역시 빵을 빠오라고 부르는데 원조의 맛 답게 따스하고 부드럽기 이를데 없는 맛이다.
빵과 함께 제일 먼저 '바칼라우 수프(Bacalhau Soup)'가 나왔는데 '바칼라우'는 우리나라로 치면 김치 같은 재료이다.
포르투갈에는 '꿈을 먹고 살고, 바칼라우를 먹고 생활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바칼라우는 포르투갈의 국민요리로 통한다.
바칼라우는 소금에 절인 대구를 2~3일 동안 물에 담가 소금기를 뺀 것인데 수백가지의 요리에 사용되고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 등의 특별한 날에는 절대 빠지지 않고 식탁에 오르는 음식이기도 하다.
곁들여져 나온 고수를 적절히 투입한 다음 수프의 맛을 보았다.
우리 나라 레스토랑의 야채 수프와 비슷한 맛이 나는데 말린 대구인 바칼라우가 수프 안에 듬뿍 들어있다.
바칼라우는 짭쪼롬하면서도 쫄깃쫄깃한 식감이 좋았는데 대구 가시가 들어 있으므로 주의해서 먹어야 한다.
스프를 해치우고 나니 드디어 주요리인 '커리 크랩(Curry Fresh Crab)'이 나왔다.
핸리스 갤리의 베스트 메뉴인 커리 크랩은 신선한 대게 한 마리를 넣고 볶은 후
커리 소스에 마늘, 고추, 양파를 섞고 후추로 간을 한 음식이다.
소스 특유에 향에다 매콤한 맛이 가미된 커리 크랩은 2인 정도가 함께 먹으면 알맞은 양이다.
작은 대게라고 하지만 생각보다 양이 많은 커리 크랩은 스푼과 포크로 집어서 개인 접시에 덜어 먹으면 된다.
자! 이젠 우아하게 나이프나 포크를 쓸 때가 아니다.
엄청나게 많이 비치된 물수건으로 손을 닦은 후 게 딱딱하게 무장한 게껍질을 집게로 부스러뜨리고 해체한 후
그 속에 꼭꼭 숨은 게살을 하나 하나 발라먹을 차례이다.
마카오의 해산물은 모두 다 신선하기 그지 없다더니 커리 소스와 어울린 게살은 부드럽고도 쫄깃한 것이 맛이 일품이다.
과연 헨리스 갤러리의 대표 메뉴라 할만한 음식 다워서 게딱지 속까지 싹싹 긁어서먹고 나니 테이블 위는 전쟁터가 되었다.
남은 커리 크랩 소스에 빵을 찍어 먹으면 그 맛 또한 일품이다!
커리 크랩을 다 해치우고 나니 이번에는 '아프리칸 치킨(Galinha Africana)'이 나왔다.
너무 매워서 이 요리를 먹으면 마치 아프리카에 있는 것처럼 더워진다든지 아니면 처음 이 요리를 만든 사람이
모잠비크 사람이라서 아프리칸 치킨으로 이름 붙었다든지 이름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고 한다.
치킨이 매워도 괜찮느냐고 물어보길래 많이 매운걸 예상했는데 매운 맛에 강한 한국 사람에겐 새발의 피 정도이다.
이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불닭 같은 걸 먹여보면 단번에 두 손 들고 항복하게 되지 않을까?
10여 종의 향신료를 넣어 구웠다는 아프리칸 치킨은 맵싸한 향과 달콤 쌉싸래한 맛이 치킨의 질감과 잘 어우러진다.
그런데 치킨의 양이 너무 많다. 이미 수프와 빵, 커리 크랩으로 배가 어느 정도 찬지라 다 먹을 수나 있을른지.....
치킨이 매우 부드러워 보여서 나이프와 포크로 먼저 해체를 시도해 보았지만.......
역시 치킨이란건 손으로 뜯어 먹어야 제 맛인 것!
영국 사람들도 치킨을 먹을 땐 꼭 손으로 뜯어 먹으면서
"빅토리아 여왕께서도 이렇게 손으로 뜯어 먹었어!"하고 자랑스럽게 먹는다니 말이다.
한참 아프리칸 치킨을 뜯어 먹다 보니 주문한 샐러드가 빠진 것을 알게 되었다.
샐러드는 안 주냐고 했더니 아차! 실수로 빠뜨렸다고 황급히 주방으로 뛰어간 종업원. 금방 신선한 샐러드 접시를 가지고 왔다.
매케니즈 요리에서 가장 일반적인 '그린 샐러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야채 샐러드라고 생각하면 된다.
식초와 찬 물에 담가 놓아 식감을 잘 살린 양파, 토마토, 피망, 오이, 양상추, 올리브 등의 재료에
올리브 오일과 레몬 주스를 뿌려 놓은 너무나 신선한 샐러드이다.
아삭거리는 식감과 함께 상큼한 맛의 샐러드는 치킨으로 다소 느끼해진 위장을 다시 산뜻하게 마무리해 주었다.
주문한 메뉴를 다 먹었지만 후식으로 커피 한잔 빠뜨릴 수는 없는 법.
필자는 에스프레소 한잔을, B양은 아이스 카페 한잔을 주문했다. 커피 맛도 역시 기대 이상이다.
식사가 끝나면 제 자리에서 계산서(bill)을 갖다 달라고 하면 된다.
샐러드, 수프, 아프리칸 치킨, 커리 크랩, 커피에 10% 봉사료를 포함해서 합이 546.7파타카(MOP)가 나왔다.
1MOP가 150원 정도이니 한화로 치면 82,000원 정도의 금액이다.
이곳의 종업원들은 하나 같이 친절하고 항상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는게 특징이다.
필자와 B양이 음식을 먹으며 사진을 찍고 음식 이름을 수첩에 적고 하는 동안
너무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고 있다가 눈길이 마주치면 금방 환한 웃음으로 웃어주곤 했다.
마카오 유명 맛집이라기에 다소 형식적으로 손님을 대할 줄 알았던 필자에게는
맛과 서비스에서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던 헨리스 갤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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