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 갔을 때 울란바타르 인근 투브(Tov) 초원에서 일정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초원에서 생활하는 유목민들의 생활을 일부분이나마 체험한 일이 있었다.

  

  투브에서 체험한 유목민의 생활은 게르짓기, 말타기, 염소젖짜기,

양잡기, 말똥 모으기, 그리고 전통 음식인 호르헉과 아롤 만들기 등이었는데 

그 모든 과정을 열심히 사진으로 담아 왔으나 너무 방대한 사진양으로 인하여 

사진 편집의 엄두를 내지 못하고 하드에 묵혀 놓은지 오래이다.

     

그동안 산발적인 포스팅을 통하여 몽골의 이모저모를 소개해 드리긴 했지만  

막상 몽골 여행의 핵심이라할 초원의 삶에 대해서는 미쳐 소개해 드지 못한지라 

여름이 다 가기 전에 몽골 초원 유목민들의 삶에 대해서 단편적으로나마 소개해 드릴까 한다. 

 

 

 

 

초원 생활 편에서 가장 먼저 소개해 드릴 것은 게르짓기이다. 

많은 몽골인들은 아직도 천막집 게르에 살고 있는데  

그것은 게르가 몽골인의 유목 생활 양식과 순탄치 않은 날씨에 가장 적합한 주거 형태이기 때문이다. 

추위, 바람, 햇볕에 잘 견딜 수 있는 게르는 1시간 이내에 세우고 분해할 수 있어서

  가축이 먹을 풀을 찾아서 이주하는데 불편이 없는 이동식 주택이다.

       

몽골 게르의 중요한 구성요소는 '카나(khana)'라 불리는 나무벽(외관)과  

나무기둥 윗부분인 '유니(uni)', 중간 지지대 부분인 두 기둥으로 이루어진 '바가나(bagana)',  

그리고 가장 위에 있는 원형으로 된 굴뚝 '터너(toono)'이다. 

  게르를 지을 때는 먼저 터를 잡고 그 위에 아코디온처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 만들어진 벽인 카나를 세운다. 

카나를 몇개 세우는가에 따라 게르의 규모가 정해지는데

  일반인들은 보통 카나 5개 정도의 집을, 귀족들은 카나 10~12개를 사용해서 짓기도 했다고 한다.

 

 

 

 

 

   맨처음 카나와 문을 동그랗게 똑바로 세워 긴 줄로 묶은 후

바가나와 두 나무 기둥을 터너에 묶고 원의 중심에 똑바로 세운다.

 

 

 

 

 

터너는 직경이 약 약 1~1.5m로 흡사 우산을 펼쳐 놓은 것 같은 형태인데 

터너가 놓이는 곳이 게르의 중심이며 아래는 난로가 놓여 음식을 만들고 난방도 하게 된다. 

원형 굴뚝인 터너와 아코디언벽인 카나를 연결하는 막대기를 유니라고 하는데  

유니는 게르의 규모가 작으면 45개 정도, 규모가 크면 12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게르의 골격을 다 만들었으면 양모를 압축시킨 펠트로 카나의 겉을 덧대어 비와 눈으로부터 집을 보호한다.

 

 

 

 

 

  그리고 내부에도 나무골격인 카나를 천으로 가리는데 이 게르는 유목민의 주생활공간이 아니라  

보조 생활 공간이라서 세심한 인테리어(?)도 없고 부자재도 심히 소박하다.

 

 

 

 

   

벽을 가린 후에 게르의 지붕을 여러겹으로 감싸는데 이는 몽골 초원의 매서운 추위를 막기 위함이다. 

 

 

 

 

   

제일 먼저 커다란 낙하산같은 하얀 천을 게르 지붕에 올리고 

 

 

 

 

 

끝을 맞추어 게르에다 잘 고정시킨다.

   

 

 

 

 

긴 막대기인 유니의 끝에도 묶어서 흘러내리지 않게 고정시킨다.

 

 

 

 

   

그리고는 하얀 속덮개 위에 다시 양털을 넣어 누빈 덮개를 씌우는데 마치 두터운 누비 이불같은 느낌이다.

 

 

 

 

   

덮개가 크고 바람이 불면 펄럭거리기 때문에 혼자서 덮개를 덮는 것은 불가능하여 

아이를 포함해서 온 가족이 함께 힘을 모아 게르를 세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쪽에서 덮개를 씌우고 장대로 잘 펴고 하는 동안에 좀 떨어진 곳에서 놀러온 이웃들도 이렇게 일을 도와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덮개의 한쪽을 잡고 있는 것만 해도 큰 힘을 보태주는 일인 것 같다.

 

 

 

 

 

  마지막 남은 부분의 누비 덮개를 펴기 위한 손길도 분주하다.

이미 오래 써서 그런지 너덜너덜해진 덮개가 인상적이다.

 

 

 

 

  

많이 헤어져서 너덜너덜해진 덮개지만 비바람을 막고 온기를 더해주는데는 그만이다.

 

 

 

 

   

제일 윗부분에 덮는 펠트커버는 하얀 색인데 가장자리에는 푸른색천이 덧대어져 있어 깔끔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는 바람에 날리지 않게 3개의 끈으로 펠트와 천막 커버를 꽉 묶는다.

지금은 여름이라 통풍이 잘 되게 게르 아래를 들추어 놓지만 여름이 지나면

게르 아랫 부분을 길고 가는 펠트 벨트(30cm)로 묶어 바람이 게르안으로 못 들어가게 한다.

 

 

 

 

   

가장 위쪽의 굴뚝 구멍은 직사각형 펠트 커버로 부분적으로 덮이게 한다.

이 구멍은 평상시에는 하늘이 보이게 열어놓지만 날이 추워지거나 밤이 되면 전체를 다 덮을 수 있게 한다.

게르의 천은 여름에는 외부의 열기를 차단하고 태양빛을 가려 시원함을 유지하는데

게르의 아랫쪽을 걷어올리면 바람이 들어와 시원하고 밤에는 추위마져 느껴질 정도이다.

또 게르는 낮고 둥글어서 강한 바람을 잘 이겨내는데 외부가 눈비에 젖어도 게르의 천은 금방 마른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채 1시간도 안 되어 게르 하나가 후딱 지어졌다. 

사진에서 바로 앞에 있는 게르는 투브 초원에 거주하는 유목민 가족이 실제 거주하는 게르이고 

방금 세운 뒷편의 게르는 식량등을 넣어두는 보조생활공간으로 쓰이는 게르이다.

 

  두 게르의 문은 모두 남쪽으로 내었는데 이는 햇빛을 잘 받고 북쪽으로부터 불어오는 찬 바람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몽골사람들은 꼭 바람 때문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오랜 관습 때문에 문을 남향으로 내기도 한다.

 

  지금은 현대적이고 서구적인 주택이 대도시에 지어져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기도 하지만 

아직도 초원에 사는 유목민의 대부분은 전통적인 게르에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울란바타르같은 대도시의 외곽지역에도 게르가 빼곡이 들어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몽골의 전통 천막집인 게르를 세우는 과정을 소개해 드렸는데 

다음에는 유목민들이 살고 있는 게르 내부와 초원에서의 생활을 소개해 드릴 것을 약속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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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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