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이 알고 있는 몽골 음식은 무엇입니까?"
이런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징기스칸(칭기즈칸) 요리?"라고 대답하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몽골 음식으로 알고 있는 '징기스칸 요리'는 사실 몽골 요리가 아니다.
몽골에는 양고기를 삶아서는 먹어도 끓이거나 구워먹지는 않기 때문이다.
징기스칸 요릿집에서는 몽골인들이 초원에서 먹었던 방식이라며
부족한 비타민을 섭취하기 위해 고기와 야채를 함께 끓여 먹었다 하고
징기스칸이 전쟁 중 철모에 양고기를 구워 맛있게 먹은 데서 유래했다 하기도 한다.
하지만 몽골 사람들은 자신들이 야채를 먹기 시작한 것도 오래되지 않았는데
그것을 몽골 전통요리처럼 소개하는 것은 정말 우스운 일이라고 말한다.
사실 징기스칸요리는 일본 홋카이도 지방에서 유래한 양고기 요리로
몽골이나 역사적 인물 징기스칸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퓨전 일본 요리이다.
징기스칸 요리의 기원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구 일본군의 군복을 만들기 위해
홋카이도에 양목장을 설치하면서 양털 자급을 했던 것이 발단이라고 한다.
본래 육식하는 습관이 없었던 일본은 육식을 해야 유럽인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메이지 유신이후로 일본화한 육식 요리를 속속 개발하고 있었는데
양털로 군복을 만들고 남는 대량의 양고기로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내었다.
양털로 군복을 만들고 남은 양고기는 일본전통요리인 나베와 결합하여 요나베가 되었는데
이 요나베((羊鍋))가 징기스칸 요리(일본어: ジンギスカン)라는 이름으로 둔갑한 것은
기마민족인 몽골의 식량인 양과 유럽까지 진격해 들어간 정복군주 징기스칸의 이미지가 맞아떨어져
당시 일본의 만주 침략등 대륙 진출을 정당화하기 위해 억지로 갖다 붙인 이름으로 볼 수 있다.
몽골을 여행하는 동안 여러가지 형태의 몽골 음식을 대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전해내려오는 전통적인 형태로 나오는 몽골 음식도 맛보긴 했지만
도시에서는 전통 음식이 현대식으로 변모된 음식을 많이 대할 수 있었다.
여행 중 몽골에서 맛본 음식 몇가지를 사진과 함께 소개해 드리자면......
몽골에서 자주 먹은 음식은 '코릴타슐'인데 이것은 국물 있는 양고기 칼국수이다.
양고기와 국수를 넣고 끓이는 코릴테슬은 우리네 칼국수 미는 방법과 비슷하다.
밀가루 반죽을 둥글고 얇게 밀어낸 다음 반죽을 난로에 살짝 구운 후 칼로 썰어 면발을 만드는데
물을 끓으면 양고기를 넣고 다 익을 때쯤 국수를 넣어 끓이는 간단한 요리이다.
'초이방'은 넓적하게 썰어낸 손칼국수와 고기, 야채를 함께 볶아 양념을 쳐서 먹는 볶음국수이다.
코릴타슐보다 다소 느끼하고 국물이 없어서 먹기에 상당히 뻑뻑하지만
고기 삶은 국인 하르슐과 같이 먹으면 제법 먹을 만 하다.
하르슐(Har shul)은 양고기만 넣고 끓인 국이다.
야채는 양파 몇 조각 들어갔을 뿐인데 약간 느끼하지만 후춧가루를 뿌려 먹으면 제법 먹을 만 하다.
몽골 전통 음식을 파는 식당에서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음식은 '호쇼르'와 '보츠'이다.
'호쇼르'는 한국의 튀김만두와 비슷한 형태로 속은 주로 양고기가 들어가는데
요즘은 만두호쇼르, 김치호쇼르 등 다양한 종류의 호쇼르가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몽골인들이 점심에 차와 함께 먹는 종요한 음식인 호쇼르는 한국인들의 입에도 제법 잘 맞다.
우리나라 고기만두와 비슷한 '보츠'도 속에 주로 양고기가 들어가는데
기름기가 굉장히 많아 한번 베어물면 기름이 주르르 떨어질 정도이다.
보츠는 몽골에서 귀한 손님이 오거나 명절이 되면 만들어 먹는 음식인데
몽골의 설날인 차강사르에는 보츠를 1,500~3,000개 정도 빚기도 한다고.......
언뜻 보면 피자 조각같이 생긴 이것은 '감비르'라고 하는데 한국식 호떡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속에는 기름, 설탕, 소금을 넣거나 아니면 따로 양념해서 밀가루를 치대어 양념을 한다.
패스츄리처럼 따로 따로 떨어지는 것이 특징인데 고소하고 제법 맛나다.
울란바타르 시내에 위치한 유명 음식점 '알타이'에서는 '몽골리안 바베큐'를 맛 볼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고기와 야채를 접시에 담아가면 둥글고 넓적한 철판 위에서 순식간에 볶아서 내어주는데
볶는 동안 뒤집개를 위로 던지거나 빙글 돌면서 볶는 등 여러가지 묘기를 부리기도 한다.
이름은 몽골리안 바베큐이지만 몽골 전통 요리라기 보다는 퓨전에 가까운 요리인데
울란바타르 현지에서 아주 인기있는 음식이다.
몽골 요리 중에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것은 바로 '허르헉'이다.
허르헉은 양 한마리를 통째로 잡아 내장은 순대로 만들고 고기는 잘라
뜨겁게 달구어진 돌과 함께 압력솥 안에 넣고 끓이는 몽골의 대표적인 요리.
야채를 거의 넣지 않고 만들어낸 허르헉은 상당히 느끼하고 고기도 질기지만
몽골의 전통 음식을 체험하기에는 허르헉 만큼 좋은 음식이 없을 것 같다.
몽골의 휴양지에서는 아저씨들이 모여 염소를 잡아 요리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염소의 털을 가스불로 그을린 다음에 고기를 하나 하나 분해하여 요리하는데
불에 그을린 채로 누워 있는 염소가 너무 불쌍하게 느껴지던 현장이었다.
몽골인들의 주식은 고기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들은 서구인처럼 고기를 많이 먹지 않는다.
그대신 유제품을 많이 섭취하는데 몽골인은 가축의 젖으로 무수한 음식과 유제품을 만든다고 한다.
몽골에서 가장 보편적인 유제품은 우리들이 '마유주(馬乳酒)''라고 부르는 '아이락(Airag)'인데
아이락은 말젖을 가죽 부대에 넣고 나무 막대기로 밤새 저어 발효시킨 술이다.
마유주라고 불리우기도 하지만 사실 알코올 성분은 약 6~7도 정도여서
몽골인들은 아이락을 술의 개념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암말의 젖은 젖소의 우유보다 비타민C가 세배 이상 들어있어서
식사 대용이나 최고의 영양식으로 사랑받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여름에는 한 사람당 매일 3~5리터 정도의 아이락을 마신다고 하는데
아이락의 맛은 첫맛은 약간 비릿하고 시큼한 것이 마치 우리나라 막걸리와 비슷하지만
자꾸 마시면 고소함이 입에 배어 자꾸 찾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소나 양, 염소젖으로 만든 '타라크(Tarag)'는 요쿠르트와 같은 발효식품인데
설탕이나 방향제, 과일 등의 첨가제를 사용하지 않아 천연 그대로의 발효맛 요쿠르트 같은 맛이 난다.
'으름'은 서구식 버터인데 우유를 윗부분이 엉겨붙을 정도로 진하게 끓여
윗부분만 떠내 응고시켜 덩어리에서 물기만 빼고 뭉친 것이다.
으름은 가축이 오줌보나 가죽 주머니, 나무통 등에 넣어두고 겨우내내 먹는다고 한다.
우유나 양유를 윗부분이 엉겨붙을 정도로 진하게 끓여
물기가 빠진 우유덩어리를 눌러서 잘라낸 우유과자를 '아롤'이라고 한다.
탈지분유보다 기름기가 많아 더 끈적하고 찰진 아롤은
식량이 부족한 겨울을 위한 장기 비축 식량으로 훌륭한 역할을 하며
몽골인의 보양식으로도 한몫을 톡톡히 하는 영양 간식이다.
'수테차(Suteychai)'는 발효차를 끓여서 우유와 소금을 넣은 것으로 설탕 대신 소금을 넣은 밀크티라고 할 수 있다.
수테차는 물 5~6리터에 마른 찻잎 한 국자 정도를 넣어 차를 끓이는데 찻잎을 건져내는 시기는
마시는 사람의 기호에 따라 다르고 떫은 맛을 좋아하는 집안에서는 찻잎을 건져내지 않는다고 한다.
그 후 마유나 우유를 국자에 담아 눈 높이까지 들어올린 뒤 끓고 있는 찻물에 서서히 쏟아 붓는데
한꺼번에 부으면 찻물이 갑자기 차가와져 맛이 변하기 때문이고 또 우유가 엉겨 멍울이 생기기 때문이다.
제일 마지막에는 소금을 넣는데 몽골 초원에서는 염분 보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수테차는 짭쪼롬하고 비릿한 맛이 나긴 하지만 입안의 누린내와 뱃속의 기름기를 제거하는데 도움이 된다.
슬퍼도 술, 기뻐도 술인 몽골인들은 국민 1인당 연간 26리터 이상의 보드카를 마신다고 한다.
몽골에서 술을 마실 때에는 만취하는 것이 예의이므로 꼭지가 돌도록 마시는 것이 몽골의 음주 풍습이고
알코올 농도 39도 이상의 보드카를 마셔대다 보니 늘 취해 있는 것처럼 보이고
거리에는 만취해서 비틀거리거나 주사를 부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양고기만 먹을 것 같은 몽골에도 인스턴트 음식이 엄연히 존재한다.
미스터 치킨을 테이크 아웃하면 이렇게 몽골판 맥심같은 남성전문잡지도 끼워서주는 것이 재미있다.
맛은 생각보다 훨씬 훌륭한 편인데 몽골에서 닭고기 값은 쇠고기의 무려 5배나 된다고 한다.
몽골에서 가장 비싼 고기는 닭고기이고 그 다음으로 돼지고기, 쇠고기, 양고기, 염소고기, 낙타고기 순이다.
생닭 한마리에 한국돈으로 무려 18,500원 정도 한다고 하니
몽골에서 치킨은 한번 먹으려면 엄청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고급 음식이다.
몽골에서는 귀한 손님이 오면 곡식이 들어간 음식을 장만해준다.
농산물 생산이 거의 없어 유목 생활을 햐야만 했던 몽골에서는 곡물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몽골인들은 야채도 거의 먹지 않았는데 야채는 가축들이 먹는 초원의 풀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울란바타르의 호텔이나 고급 식당에서는 각가지 채소가 테이블 위에 올라오는걸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의 야채는 중국에서 수입해오기 때문에 상당히 비싼 음식이다.
비싸고 귀한 야채를 흔쾌히 대접해주었던 몽골의 친구들에게 감사드리며
간략하게나마 몽골 음식 소개를 마칠까 한다.
Copyright 2012. 루비™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원작자의 사전 허가 없이 사진이나 글을 퍼가는 행위는 저작권법에 위반됩니다.
'지구촌 산책.......................... > 몽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란 하늘을 닮은 몽골의 전통신앙 라마불교와 샤머니즘 (18) | 2012.10.15 |
---|---|
몽골인의 웰빙음식 아이락(마유주)과 우유과자 아롤 (20) | 2012.10.10 |
몽골이 한국을 '무지개 뜨는 나라(솔롱고스)'라고 부르는 이유 (26) | 2012.09.24 |
새마을 한류바람이 부는 몽골 탄광촌 울란바타르 날라이흐 (16) | 2012.09.21 |
소와 양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몽골 울란바타르 골프장 (16) | 2012.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