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시겠지만 터키 중부 아나톨리아 지역의 카파도키아에는 지하 도시가  400 여 곳이나 산재해있다.
이런 지하 도시는 대개 그리스도인들이 여러 시대에 걸쳐 이용해 왔는데 
이 지하 도시들의 역사는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카파도키아 지역은 응회암과 용암층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기암 괴석에 동굴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지상의 맹렬한 더위와 짐승의 습격을 피해 사람들이 이 곳에 살기 시작했는데
기독교인들은 이미 만들어져있던 지하도시를 이용해 자신들의 신앙을 지키는 공간으로 사용했다.

이 지하 도시 중 유명한 곳은 카이막클리, 데린구유, 오즈크낙 등인데
그 중 '깊은 우물'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데린구유'는 가장 놀라운 도시다.
이 지하 도시는 1960 년대에야 발견되었는데 데린구유의 한 마을에 있는 닭이 조그만 구멍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생긴 주인이 당국에 신고를 한 것이 지하 도시를 발견한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카파도키아를 떠나 찾아간 데린구유는 여느 관광지같이 북적대지도 않고 찾아오는 사람도 그다지 없는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 마을.
한낮의 더위를 피해 동네 가게 앞 그늘에만 몇 사람이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눌 뿐...... 광장 앞 풍경은 잠이 올 만큼 조용한 분위기다.



마을의 둥근 광장 주위에 자리잡은 관광 상품점은 들여다 보는 사람도 가게 주인도 보이지 않고 조용하기만 하다.



허물어지다 만 듯한 2층 건물의 옥상에 사다리가 심심하게 걸려있고 앞의 하얀 건물의 옥상에는 잡초만 무성한데
그런 가게에는 알록달록한 카페트를 옥상에 척 걸쳐 놓기도 하고 빨래줄에 주렁주렁 매달아 놓기도 한다.
하얀 벽에 못을 쳐서 아무렇게나 걸어놓은 카페트들이 거의 다 그 지방에서 짠 수공품 카페트들인데
오랜 옛날부터 명성이 자자한 터키 카페트의 색감이 얼마나 화려하고 이쁜지 하나 사갖고 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가게 옆에는 허름한 천막이 쳐져 있는데 역시 천막 앞에도 카페트들이 주렁주렁 걸려있다.
가게 자리를  얻지 못한 상인의 소규모 점포일까.....?
도자기 공예품이나 작은 기념품을 팔고 있는데 거기 또한 들여다 보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가게 주인들은......햇빛을 피해  건물의 그늘에 모여 앉아 간식을 먹으며 수다를 떨고 있다.
킬림(평직 카페트) 조각을 땅에 깔고 둘러 앉아 신문지 위에 빵,포도,차이를 베풀어 놓고 둘러 앉아
계란을 까고 있는 모습은 우리 나라 아저씨들의 모습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사진을 찍으니 다정하게 쳐다보며 말을 거는데  "여기 와서 같이 차이나 한 잔 할려우...?"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카페트 뿐 아니라 저울이나 램프, 항아리같은 토산품등도 같이 팔고 있던 가게 안에 들어가서 매우 흥미로운 물건을 발견했다.



데린구유 발굴 현장에서 흘러나온 출토품인데 놀랍게도 히타이트 시대의 인장이었다.



왼쪽의 네모난 인장은 사자가 표효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아랫부분에는 구멍이 뚫려 있고
삼각형으로 된 뒷부분에도 길게 홈이 파여져 있어 간편하게 끈을 꿰어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오른쪽 원형의 인장 역시 둥근 아랫부분에 끈을 꿸 수 있는 구멍이 뚫려 있는데
오랜 세월 동안 사용하여 많이 마모되기는 했으나 말의 형상이 새겨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하도시의 흙 속에서 잠자고 있던 4,000년 된 유물을 손에 넣으니 감격으로 손이 덜덜 떨릴 지경이었는데
이 인장들은 지금까지 여행 다니면서 손에 넣은 기념품 중에 가장 귀한 물건으로 남아 있다.



지하도시로 내려가는 입구에는 아기를 안은 아줌마가 좌판에 인형 몇개를 팔고 있는데 완전 수공예품 인형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인형은 데린구유 지방의 특산품이라고 할 수 있는 너무나 유명한 인형.
하얀 무명 옷에 무늬를 싸인펜으로 그리고 인형의 눈,코,입도 싸인펜으로 그려 놓은 너무나 소박한 인형이다.
어디에서도 살 수 없고 단지 데린구유에서만 살 수 있는 이 인형은...단돈 2달러이다....^^



동네 구경을 다하였으니 이제는 지하도시 데린구유로 내려가볼 차례.
지하 도시로 들어가는 입구는 미나레(이슬람 사원의 첨탑)가 하나 있는 작은 '자미(이슬람 사원)'의 바로 옆에 있는데
오른 쪽에 나 있는 조그만 문을 통해 지하도시 데린구유로 내려가게 된다. 



지하층으로 내려가는 입구의 문은 둥근 돌문인데
외부의 공격을 받았을 때 돌을 굴려 통로를 막는데 사용했기 때문에 돌문은 안 쪽에서만 여닫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곳은 가이드의 도움없이는 길을 찾기가 매우 어렵게 되어있어서 반드시 가이드를 앞장 세워서 들어가야 한다. 



이 곳의 지하는 방,부엌,곡물 저장소,동물 사육장,첩자들을 다루는 형틀, 교회,성찬이나 세례를 베풀던 장소,신학교,
그리고 지하 공동 묘지 등이 다 있어 지상의 생활과 비교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완전한 도시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지하 도시는 총 20층으로 지하 120m까지 내려가는 거대한 규모인데 현재는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8층까지만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있고  
데린구유의 터널은 이 곳에서 9km가 떨어진 카이막클리 지하 도시와도 연결되어 있어 
지상의 도시보다 더 큰 규모를 자랑한다고 하니 그 규모에 가히 입이 쩍 벌어지지 않을 수 없다.  



지하 도시의 통로는 한 사람이 서서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넓이이며 어떤 곳은 허리를 굽혀야 간신히 지나갈 수 있다.



어둡고 좁은 이곳에서 폐쇄 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호흡 곤란과 가슴의 압박감을 느낄 수 있으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동굴 속의 방과 방들은 좁은 통로로 연결되어 있고 상당히 넓은 공간도 있는데 기둥도 세워져 있는 이런 넓은 공간은 대부분 집회 장소로 이용되었다.



초대 교회 당시 박해를 피해온 기독교인들이 지하에 숨어서 예배했던 십자가 형태의 교회 흔적도 찾아볼 수 있고 신학교의 흔적도 있다. 



물이 흘러나와서 아래로 떨어지게 되어있는 이곳은 세례를 베풀었던 장소로 추정된다. 

가이드가 후래쉬로 비추는 곳은 에어컨디셔너 기능을 하는 통기 구멍이다.
이 구멍은 지하도시의 각 층을 꿰줋고 지상까지 연결되어 있어서 지하 도시에 신선한 공기를 공급해 준다.



카파도키아 지방에 수많은 사람들은 이곳에서 나서 죽을 때까지 한번도 바깥으로 나가보지 못한 사람도 많았다고 하니 그 얼마나 답답했을까..
동굴 벽의 갈라진 틈에 손을 넣어보며 그 당시 사람들의 숨결을 함께 느껴 보았다. 



지하도시 데린구유의 이곳 저곳을 돌아보고 계단을 통해 지상으로 빠져나오니 
다시 맞이하게 된 밝은 햇빛이 너무나 눈이 부셔서 한동안 눈도 제대로 뜨지 못 하고 길을 걸어가야 했다.
단 몇 시간 동안이지만 암흑의 지하도시를 체험하고 나오니 바깥 세상의 공기는 달콤하기 그지 없었고 
밝게 비춰주는 햇빛도 태어나서 처음 맞이하는 햇살인 것 처럼 감사하기만 하였다. 

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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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Sun'A 2009.10.16 09: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가보고 싶어랑!!ㅎ
    덕분에 잘보고 갑니다~
    좋은날 되세요^^

  2. BlogIcon 왕비2 2009.10.16 09: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가 보고싶어라~
    덕분에 저도 잘 보고가요~오늘도 좋은하루 보내세요

  3. BlogIcon 여행사진가 김기환 2009.10.16 09: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힛타이트 시대의 인장을 기념품으로 가지고 계신다니...
    정말 부럽습니다.
    구린데유... 초기 기독교인들의 가슴 아픈 역사가 서린 곳이죠...
    멋진 포스팅 잘 봤습니다.

    • BlogIcon 루비™ 2009.10.16 15: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지금까지 입수한 기념품 중에 가장 귀한 것으로 간직하고 있답니다.
      저런 귀한 물건이 흔해 빠진 터키가 정말로 부럽더군요.

  4. BlogIcon pennpenn 2009.10.16 10: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림으로 보는 지하의 규모가 대단하군요~
    가이드가 없으면 길을 잃겠어요~

  5. BlogIcon 털보아찌 2009.10.16 10: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지하도시 규모가 정말 어마어마 하군요.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곳이네요.

  6. BlogIcon 넷테나 2009.10.16 14: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보는 내내 말씀하신 대로 입이 쩍쩍 벌어지네요..
    대단합니다정말.. 항상 가슴이 두근거리게 하는 글과 사진 감사드립니다!

    • BlogIcon 루비™ 2009.10.16 15: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동굴 속이 너무 어두운데다 후래쉬없이 찍어서 사진이 완전 최악입니다.
      그래도 접하기 힘든 곳의 사진이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올려보았습니다.

  7. BlogIcon 라오니스 2009.10.16 14: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굴속 지하도시의 규모가 대단한데요... 잘못들어가서 가이드 말 안듣다가는
    그냥 그속에 갖혀 버릴것만 같아요.. 햇빛도 못보고.. 살기가 정말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귀한 구경 잘 하고 갑니다.. 저 인장은.. 저도 탐나는 걸요... ㅎㅎ

    • BlogIcon 루비™ 2009.10.16 15: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랜 시간 동안 조성된 곳이라
      동굴의 길이와 규모가 정말 대단했답니다.
      사람이 거주하는 곳과 무덤까지도...
      인장...너무 멋지죠..^^

  8. BlogIcon Mr.번뜩맨 2009.10.16 14: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마치 비밀동굴을 보는 듯한... 굉장하네요.

    서점이나 카페를 저런식으로 만드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그리고 사람들 모두 평화로워보여요~

    • BlogIcon 루비™ 2009.10.16 15: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좋은 생각인데요?
      우리나라 같으면 저런 곳에다 그런 시설을 만들었을터인데...
      터키 사람은 밝은 곳을 좋아하는지...
      오래 된 유적이다보니 원형대로 잘 보존하는 듯 했답니다.

  9. BlogIcon *저녁노을* 2009.10.16 15: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알 보고 갑니다.
    ㅎㅎㅎ

    즐거운 주말 되세요.

    가보고 싶네요.

  10. BlogIcon 백두 대간 2009.10.16 18: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저게 단면도인가요?
    120m 20층 어마어마하군요.
    저런데가 400여곳이나 된다니...
    저 인장들은 돌로 만든거죠?

    • BlogIcon 루비™ 2009.10.16 22: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데린구유의 단면도라고 하네요..
      가이드북에서 살짝 스캔했답니다.
      400여곳이나 저런 곳이 존재한다니...ㄷㄷㄷ
      인장들은 돌로 만들어 아주 단단하답니다...^^

  11. BlogIcon 민시오™ 2009.10.16 18: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벽돌 건물이 매우 인상적이네요..
    동굴이 정말 많군요~

  12. BlogIcon 펨께 2009.10.17 06: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사진들 잘 구경하고 갑니다.
    예전에 가본 터키생각이 문득 나네요.

  13. BlogIcon 블루버스 2009.10.17 12: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정말 신기한 곳이네요.
    그것도 사람 높이 보다 훨씬 큰 구조로 촘촘히 만들어져 있다니
    터키가면 꼭 가봐야겠네요.^^

  14. BlogIcon 풀칠아비 2009.10.18 01: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대단한 곳이네요. 저 안에서 죽을 때까지 한번도 밖으로 나오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니...
    한번 가보고 싶네요.
    잘 보고 갑니다. 편안하고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15. 2009.10.19 01: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루비™ 2009.10.20 00: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늘 오픈 캐스트로 가서 올리신 글들을 보았답니다.
      얼마든지 링크시키셔도 돼요..
      저야 뭐 영광이지요.
      오픈 캐스트 어떤가요?
      저도 망설이다 아직 해보지 않았는데 궁금하네요.

  16. BlogIcon mami5 2009.10.19 21: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머나 굴들이 완전 개미굴 같다는 느낌이듭니다..ㅋㅋ
    넘 멋집니다..
    신기하기도 하구요..^^*

  17. BlogIcon 김치군 2009.10.20 09: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터키 정말 넘 가보고 싶어요~~

  18. 빙고 2009.10.30 14: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보고 갑니다. 저도 이번에 터키여행을 다녀왔는데 데린구유 지도좀 퍼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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