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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 나리꽃 향기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 같은 내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 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동무 생각....학교 다닐 때 누구나 한번 쯤은 들어본 노래일 것이다.
원제는 '사우(思友)'였지만 제목을 쉽게 풀어 써서 '동무 생각'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1922년 발표된 이곡은 작곡되자마자 널리 퍼져 삽시간에 애창곡이 되었다고 한다.

여고 시절, 절친했던 친구와 함께 이 노래를 듀엣으로 부르며
(곡의 후렴 부분을 이중창으로 부르면 진짜 멋지다)
곡 중에 나오는 '청라 언덕'은 어디일까...? 하고 궁금해 했던 적이 있었는데
 하교 후에 친구와 들리곤 했던 대구 동산 의료원 언덕이 '청라 언덕'이란 사실을 얼마전에 알게 되었다.


이 곡의 작곡가 박태준(朴泰俊)은, 1900년 대구 동산동에서 태어나 1986년 서울에서 세상을 떠났다.
개신교 집안에서 자라났고 역시 개신교계 학교인 계성중학교에 다니면서부터
음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졸업 후 대구제일교회의 오르간연주자가 되었고
숭실전문학교에 진학해 음악을 전공한 후 1921~1923년 마산 창신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때 노산 이은상이 같은 학교에 국어교사로 재직하였는데 두 사람은 서로 교분이 두터웠다.

박태준은 계성학교에 다닐 무렵 대구 제일의 명문 여학교인 경북여고에 재학 중인
한 여학생을 무척 사모했으나 내성적인 성품 탓에 말 한마디 못했다고 한다.
노산이 이 얘기를 듣고 "잊지 못할 그 소녀를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켜
그 곡 안에 담아 두면 박 선생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게 아니냐."며
“가사를 써 줄 테니 곡을 붙여보겠나?” 하고 즉석에서 시를 써서 건넨다. 


박태준이 살던 대구 '동산동'은 동산이 하나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산의 선교사 주택 세채는 현재 박물관이 되어 지방유형문화재로 등록돼 있으며,
그 집의 담벼락엔 하나같이 푸른 담쟁이넝쿨이 휘감아 오르는 고풍스런 멋을 자랑한다.
곡의 가사에 보이는 ‘청라언덕’이란, 푸를 '청(靑)' 담쟁이 '라(蘿)'를 써서 박태준이 살던 동산동 언덕을 지칭한 말이다.
(동국대학교 이혁우 교수님의 글에서 일부 발췌하였다.)


따스한 휴일 오후,추억의 '청라 언덕'을 찾아서 봄나들이를 했다.
'청라 언덕'으로 오르는 길은 동산 병원 뒷편, 신명 여고 옆길등 여러 갈래가 있으나,
대구 제일교회 옆 
긴 계단길이 가장 운치가 있다.


오랜만에 올라보는 '청라 언덕'은 많이도 변해 있었다.


선교사 주택은 변함없이 그대로 있었으나 이 땅에 복음을 전하러 왔던 선교사들은 이제 없고
세 주택들은 선교 박물관,의료 선교 박물관이 되어 있었다.


스윗즈 선교사 주택은 선교 박물관이 되어 있었는데
공휴일은 실내를 참관할 수 없어서 정원만 돌아 보았다.

 
마당 한가운데 멧돌로 늘어놓은 십자가 형상이 특히 눈에 뜨였다.


대구 읍성 철거 (1907) 때에 나온 안산암으로 기초를 쌓고 붉은 벽돌로 벽을 만든 이 집은
아래는 서양식으로, 지붕은 한식 기와로 이은 특이한 동서양 절충식 집이다.


 현재 대구직할시 유형문화재 24호로 지정되었다.


바로 옆에는 선교사들이 우리나라 최초로 심은 사과나무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1899년 대구 동산의료원 개원 당시 병원장 존슨 박사가 서양 사과나무 72그루를  처음 들여와서
한국 최초로 이곳에서 재배함으로써 대구가 사과의 고장으로 자리잡게 된다.
지금 있는 사과나무는 바로 그 나무의 자손목이다.


또 전국 담장 허물기사업의 하나로 유서 깊은 동산 의료원의 담장과 문을 헐었는데
담장의 일부와 초창기 교회의 종들을 개원 100주년을 기념하여 이곳에 세워두었다.


선교사 챔니스 주택은 의료 박물관이 되었는데


이 건물은 푸른 담쟁이 덩쿨로 뒤덮여 있어서 '청라 언덕'의 유래가 된 듯 하다.


 미 캘리포니아 남부 방갈로 형을 채택한 주택으로 1910년에 지어졌다.


이 주택 역시 현재 대구직할시 유형문화재 25호로 지정되었다.


역시 1910년에 건립된 블레어 주택은 교육 역사 박룰관이며 현재 유형 문화재 26호로 지정되었다.


현관 앞에 게양된 태극기에서 그당시 우리나라의 복음화를 위해 이 땅에 뼈를 묻은 선교사들의 한국 사랑이 느껴졌다.


청라언덕을 다 둘러보아도 노래 가사에 나오는 백합꽃은 찾을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노래에 나오는 "백합 같은 내 동무야"는 단지 상징적인 표현인데
그가 짝사랑하던 여학생이 다니던 학교(경북여고)의 교화가 백합화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 백합화는 찾을 수 없었지만 청라 언덕에는 등꽃과 라일락이 아름답게 피어 있었고


벚꽃잎이 장독대며 돌절구에 살포시 떨어져서 청라 언덕의 운치를 한결 더하여주었다.


추억의 청라 언덕을 다시 내려가면서 나 또한  '동무 생각'을 나즈막히 불러 본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 나리꽃 향기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 같은 내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 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동무생각 (사우 思友) / 이은상 시, 박태준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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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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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logIcon *저녁노을* 2009.04.20 13: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걸어보고싶어요. 멋지게 담으셨네요.

  3. BlogIcon 포구기행 2009.04.20 14: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보와 추억을 동시에 겨냥해 훌륭히 충족시킨 굿 포스팅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4. 2009.04.20 16: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5. BlogIcon 실비단안개 2009.04.20 16: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사연(노래 가사) 못지않게 아름다운 풍경이군요.
    외국의 그림엽서에서나 봄직한 건물이 인상적입니다.

    수고에 감사드리고요.^^

    • BlogIcon 루비™ 2009.04.20 16: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래전 청라 언덕과는 많이 달라진 풍경이지만
      아직도 여전히 낭만적인 언덕입니다.
      오시는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6. BlogIcon hyun 2009.04.20 18: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청라언덕이라 정감이 느껴지네요.
    아~ 저도 여행하면서 사진도 찍고 싶은데
    이놈의 일이 뭔지 이곳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느니..ㅎㅎ
    잘보고갑니다.

    • BlogIcon 루비™ 2009.04.20 20: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름만 들어도 아름다운 언덕의 모습이 떠오르지요.
      어릴 적에 이 언덕에 올라보고 단번에 반했다는....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래요~

  7. BlogIcon 하늬바람 2009.04.20 18: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래 가사에 담긴 청라언덕의 느낌이
    사진에서 고스란히 전해져옵니다.
    고운 봄길을 루비님 따라 다녀온 느낌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BlogIcon 루비™ 2009.04.20 20: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조금만 더 빨리 갔더라면 벚꽃이 활짝 핀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인데
      이제는 라일락과 등꽃이 화사하게 피었더군요.
      고운 봄날 언덕 위에 앉아 동무 생각을 부르면 금상첨화겠어요.

  8. 어신려울 2009.04.20 21: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직 티스토리가 익숙치 않아서 오는길도 자주 잃어 버리는것 같아요..

    • BlogIcon 루비™ 2009.04.20 23: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기까지 오셨네요~
      다음 블로거님들은 티스토리에서 답글 쓰기가 매우 불편하답니다.
      예전처럼 다음 블로그로 오시면 돼요~

  9. BlogIcon 탐진강 2009.04.21 01: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박태준과 청라언덕. 멋집니다.
    잘 몰랐는데 좋은 정보와 사진 감사합니다.
    지금도 은은하게 다가오는 청라언덕이 알고나니 기분이 산뜻합니다.

  10. BlogIcon 라오니스 2009.04.21 10: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청라' 라고 해서 인천에 청라지구를 생각했더랬죠...ㅋㅋ
    대구의 청라언덕은 참 이쁘네요... 고풍스런 건물들하며...
    이런 건물들은 오래오래 잘 보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 BlogIcon 루비™ 2009.04.21 12: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인천에도 청라 지구가 있군요.
      대구의 청라 언덕은 한국 선교 역사를 그대로 말해주는 곳이죠.
      백년이나 된 건물들은 오늘날에도 제자리에서
      당시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답니다.
      편안히 산책하기도 좋은 곳이에요~

  11. 2009.04.21 16: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2. BlogIcon 파르르  2009.04.21 18: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야~~~완존 이국적 분위기 물씬입니다...ㅎ
    너무 멋진 풍경과 사진...잘 보고갑니다.~~~~

    • BlogIcon 루비™ 2009.04.21 22: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긴 정말 이국적이긴 해요.
      어릴 적 이 동산에 올랐을 때에
      "이야...이런 곳도 있었나..."하며
      무지 동경햇던 동산이었지요.

  13. BlogIcon 포코윙 2009.05.12 21: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야... 정말 이국적인데요. 대구가 큰 집이라 명절때마다 가는데.. 담에 한번 가봐야겠어요. ㅋ

  14. jinpiano 2009.05.14 17: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좀 바빠서 루비님 집에 자주 놀러오지도
    못 했습니다.
    루비님도 좀 바쁘시겠네요?
    멋진 사진들 잘 보고 있습니다.

    눈부신 장면들을 연출해주시니
    그저 넋을 잃고 어쩔 때는 봅니다.

    5월은
    장미와 녹음이 우거진 풍경들도 담아주시고요!
    행복하세요!

    • BlogIcon 루비™ 2009.05.14 22: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바쁜 가운데 블로그를 두개 운영하려니...
      아직도 제대로 갖춰지지도 못하고 제 정신이 아닙니다.
      예전 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이웃들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고 그러네요.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길 때마다 종종 들릴꼐요!
      편안한 밤 시간 되세요~

  15. BlogIcon 해피아름드리 2009.06.23 13: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청라언덕이 바로 요기였군요^^
    이야기가 넘쳐 흐르는 풍경 잘보고 갑니다..

  16. 박호형 2010.05.10 13: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동생이 sm다녔습니다. 학창시절에 그곳에 몇번 가보았는데 그런 사연있는 줄 몰랐습니다. 동생한테 이야기 들려주고 싶습니다

  17. jjee 2010.10.16 01: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
    내셔널 트러스트의 좋은 취지는 동감하지만, 어울리지 않는 색상의 표지판을 실리콘으로 붙여놓은건 좀 떼어냈으면 싶군요.
    개인적으로 젊은 시절 대구 제일교회를 다녔던 터라,
    저 우악스런 외관의 제일교회가 동산위에 세워질 당시 같은 교인이면서도 참 맘이 아팠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렇게 역사적이고 고풍스러운 언덕에 저런 우악스러운 건축물이라니요..
    그 제일교회가 가로 막은 뒷편으로 얼마나 보석같은 곳들이 많이 묻혀 있는데.
    외관을 고풍스럽게 꾸민건 칭찬할만 하지만 그 디테일을 들여다 보면 실망스럽기 그지 없지요.
    지하를 엄청 깊게 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거기에 교육관과 거대한 주차장까지.
    청라언덕은 제일교회로 인해 사라지고 거대한 지하 벙커만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18. 전국방방곡곡 2011.11.20 00: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청라언덕은 경남마산의 북마산시장터옆 노비산을 가르칩니다

  19. 정광희 2012.01.04 09: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백합같은내동무는
    경북여고교화가아닌
    신명여고의교복모습입니다

  20. 보헤미안 2013.05.08 11: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박태준이 짝사랑했던 여학생의 학교는 신명여고라는 설과 경북여고라는 설이 있는데 신명여고가 맞을 듯 하네요. 두 분의 학교 즉 계성학교와 신명여고가 모두 기독교계 학교이고 청라언덕과 가까운 곳이고 또 신명여고는 거의 옆이라고 할 수 있지요. 교회에서 피아노를 치던 예쁜 여학생을 사모하면서도 어쩌다 청라언덕 골목길에서 마주쳐도 수줍어 말한마디 하지 못한 소년 박태준의 모습에서 황순원의 소나기를 연상하게 하네요. 그 여학생은 훗날 법조계의 사람과 결혼을 했다가 젊은 나이에 죽었다는군요. 그 사망에 관해서도 두 가지 설이 있더군요.

  21. 사랑마님 2016.03.22 17: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신명여고에 한 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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