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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다녀오고 복직해서 직장 생활 잘 하고 있는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곧 결혼 한다고...그동안 잘 대해 주신 것 감사하다고 그러며 한 턱 쏜단다.
좋아하는 후배의 결혼 소식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서 날을 잡고 약속 장소에 나갔다.
첨성대에서 최부잣집 가는 길 오른편에 자리잡은 양지 식당.
식당에 도착해서 식당의 외관을 본 나는 약간 어이가 없었다.
이런 넘이 있나....
나는 그 친구가 군대 잘 다녀오라고 거창한 곳에서 밥도 사주었는데
이런 허름하기 짝이 없는 곳으로 하늘같은(!) 선배를 부르다니....
여자들이란 밥맛보다 분위기가 최고인데....
남자들이란 역시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구나...
이렇게 생각하며 식당의 문을 밀고 들어섰다.
내부는 그나마 조금 나았는데 식당의 방문 위에는 불국사, 반월성....등 유적지의 이름이 그대로 붙어 있었고
경주 유적지의 사진 작품들과 토속적인 실내 장식품들이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다.
메뉴는 손칼국수와 콩나물밥인데 후배 말로는 콩나물밥이 아주 맛나단다.
기다리면서 먼저 나온 시원한 물김치를 숟가락으로 한 숟갈 떠먹어보니 상큼한 맛이 온 몸에 전해진다.
이윽고 나온 콩나물밥...색감이 너무 먹음직스럽다.
당근,미나리,팽이버섯,김채....색색의 잘 썰어진 야채가 콩나물밥 위에 곁들여져 있었다.
특이한 것은 쌈장이이었는데 보통의 비빔밥 쌈장처럼 고추장이 아니고
붉은 고추를 잘게 다져서 갖은 양념으로 되직하게 버무린 양념장이었다.
식욕을 돋구는 고명들의 아름다운 색감에 반한 우리는 양념장을 넣고 마구 마구 비벼대었다.
잘 비벼진 콩나물밥.
콩나물 위에 곁들인 야채가 다 생채이어서 신선할 뿐 아니라
고추장이 아닌 특유의 고추 다데기로 비빈 것이라서 맛이 정말 상큼하다.
배 부르게 먹고 즐겁게 얘기도 나눈 후 기분좋게 식당 문을 나선 나.
허름한 식당으로 날 불러낸 후배 녀석을 너그러운 맘으로 용서해 주기로 하고
단골집 목록에 이 식당을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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