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에는 포항 물회, 겨울철에는 과메기로 유명한 해산물의 메카 포항 구룡포.

일제강점기부터 조성되어 온 일본인 가옥거리가 최근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되어

호미곶이나 인근 구룡포 해수욕장을 찾는 이들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는데.....

과메기, 모리국수로 잘 알려진 구룡포에는 또 다른 별미 음식이 있다고 한다.

 

 

 

 

포항에서 한참을 달려 구룡포로 빠져 왼쪽으로 난 구시가지로 접어들면 구룡포초등학교가 나오는데

학교 앞에 문구점과 함께 찐빵집들이 한군데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크지도 않는 소읍인 구룡포 골목에 여기저기 자리잡은 찐빵집들은 하나같이 역사가 오래되어 보인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은 바로 5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철규분식.

 

 

 

 

철규 분식이라니.....살짝 촌스러운 상호가 도리어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구룡포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누구나 철규분식에서 찐빵을 먹던 추억을 가지고 있다니.....

50년의 역사를 가진 찐빵의 맛은 어떨까 살짝 궁금하여 철규분식의 문을 밀고 들어가 본다.

 

 

 

 

바깥에서 보는 찐빵집의 모습도 소박하지만 실내도 또한 소박하기 이를데 없다.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듯 허름한 식탁과 나무 벤치는

이 찐빵집의 오랜 연륜을 말해주는 듯 약간의 삐걱거리는 소리마져 난다.

 

 

 

 

식당을 돌아보니 한켠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박스며 스티로폼이 매우 어수선해 보인다.

불결하다며 나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오랜 세월 동안 찐빵만을 만들어온

주인장의 솜씨는 어떨까? 궁금하여 자리에 앉아서 메뉴판을 본다.

 

 

 

 

메뉴판을 보기 전에 바로 위에 걸려있는 SBS 시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SBS '생활의 달인' 찐빵편에 출연했다고 하더니 방송 출연 후 기념으로 받은 시계인가 보다.

다른 식당이면 어김없이 붙어 있을 '방송 출연 맛집'이라는 플래카드가 안 보여서 너무 좋다.

 

이름은 '분식'집이지만 이집의 메뉴는 단 세가지. 국수, 진빵, 단팥죽이다. 

그런데 평일이 아닌 공휴일에는 찐빵만 팔지 않고 단팥죽과 찐빵을 세트로만 주문할 수 있다고 한다.

워낙 잘 알려진 찐빵 맛집이라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금방 메뉴가 동이 나기 때문에 취한 조치라고 하지만

찐빵만 좋아하고 단팥죽은 그다지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불친절한 메뉴로 보인다.

단팥죽은 사실 그다지 그다지 땡기지 않은 메뉴였지만 찐빵 맛을 보기 위해서 하는 수 없이

5,000원 하는 찐빵 + 단팥죽 세트와 2,000원 짜리 국수를 주문해 보았다.

 

 

 

 

기다리는 동안 주방에서 찐빵을 만드는 주인 아주머니의 솜씨를 사진으로 담아보았다.

동영상을 찍어도 되냐고 물으니 "뭐...이런걸 찍는다고...."하며 부끄러워 하면서도

지난번 SBS '생활의 달인' 찐빵편에 출연했던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늘어놓으신다.  

 

 

 

 

잘 만들어진 찐빵이 솥에서 쪄지는 동안 양은 냄비에 담겨 먼저 나온 국수.

그런데 아무리 2,000원이라지만 양이 적어도 너~~무 적다.

거기다 위에 놓인 고명은 시금치 몇줄기에 양념장이 전부이다.

 

 

 

 

장정이라면 몇 젓가락 뜨고 나면 없어져 버릴 그럴 양인데다 맛도 그럭저럭이다.

특별히 추천할 맛도 아닌 평범하기 이를데 없는 국수인지라 얼른 몇가닥 뜨고 찐빵이 나오길 기다려 본다.

 

 

 

 

이윽고 솥에서 방금 쩌낸 찐빵이 나왔다.

그런데 애개개.....이것도 찐빵의 크기가 작아도 너무 작다.

9개가 담겨져 나왔는데 혼자 먹으면 딱 맞을 양으로 보인다.

 

 

 

 

찐빵은 팥앙금이 여기저기 삐어져 나오는 등 꾀재재하다고 표현할만큼 허술해 보인다.

소박하다고 표현해봐도 너~~무 소박한 비쥬얼이라 약간은 실망감이 앞선다.

 

 

 

 

촌스러운 외관이지만 맛이라도 괜찮아야 할텐데 하며 한입 베어물어보니 오~~~ 생각 외로 맛이 괜찮다.

두껍지 않고 부드러운 질감의 빵 껍질과 부드럽게 녹아든 달콤한 팥소의 조화가 입안에 착 감겨든다.

팥앙금이 많이 들었는데도 생각 외로 많이 달지도 않고 입안에 부드럽게 감기며 잘 넘어간다.

 

 

 

 

그런데 찐빵 접시 옆에 곁들여진 하얀 설탕이 이색적이다.

몸에 나쁘다고 음식에도 잘 넣지 않는 백설탕을 곁들여내다니......

예전에 설탕이 귀할 시절에 찐빵을 설탕에 찍어먹던 학교 앞 빵집의 전통을 오늘까지 살렸나보다.

너무 달지나 않을까? 살짝 걱정이 앞섰지만 빵 하나를 곁들여진 설탕에 꾸우욱 눌러 다시 한입 베어물어본다.

 

 

 

 

설탕 묻힌 찐빵이 너무 달콤할 줄 알았는데 오잉? 생각 외로 맛이 조화가 잘 된다.

약간 더 달콤해진데다 팥알갱이와 함께 백설탕의 아삭거림이 입안에서 살짝 아삭거리는게 재미있다.

 

 

 

 

찐빵 + 단팥죽 세트로 나온 2,000원 짜리 단팥죽도 역시 양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색감은 참 고와 보인다.

 

 

 

 

조그만 숟가락으로 포옥 한숟가락 떠서 먹어보니 음.....엄청 부드러운 맛이 입안에서 느껴진다.

지나치게 달콤한 여느 단팥죽에 비하면 크게 달지 않은 맛이라 먹는데 거부감이 없어 좋다.

 

 

 

 

자~! 이제는 화룡점정의 시간이다. 철규분식의 찐빵은 단팥죽에 찍어서 먹어야 제대로 된 맛이라니

단팥죽에다 찐빵을 푸욱 찍어서 가히 환상적이라는 철규 분식의 단팥죽 찐빵을 먹어보기로 한다.

 

 

 

 

단팥죽에 찍었는데도 지나치게 달콤하지 않고 찐빵과 이루는 부드러운 맛이 아주 일품이다.

따끈따끈한 찐빵을 따끈한 단팥죽에 찍어먹어 허겁지검 접시에 담긴 찐빵을 다 먹어버렸다.

달콤한 음식이 먹을 땐 좋아도 다 먹고 나면 속이 너무 달콤한게 흠인데

이 찐빵은 다 먹고 나도 속이 많이 달콤하지 않고 편안한 편이라 좋은 것 같다.

 

팥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단팥죽과 함께 먹어본 찐빵 맛은 전혀 새로운 맛이라고 좋아라 하는데

학교 앞 분식 집에서 가방 들고 몰래 먹던 추억의 찐빵이 생각나는 어르신들에게는 더욱 추천할 맛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여름 휴가철은 구룡포나 호미곶을 찾는 여행객들이 특히 많이 늘어나는 계절인데

신나는 여름 류가를 구룡포에서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세트 사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나눠 먹는다면

지루하지 않고 기억에 오래 남는 즐거운 귀가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구룡포 철규 분식의 찐빵을 살며시 추천해 본다.

 

 

철규분식 :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리 964-25 (054 - 276 - 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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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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