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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여기 있던 춘화 못 봤어요?"
친한 형의 장례식 소식에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북경대 교수 최현(박해일)은
문득 7년 전 죽은 형과 함께 봤던 춘화 한 장을 떠올려 충동적으로 경주로 향한다.
춘화가 있던 찻집을 찾은 최현은 아름다운 찻집 주인 윤희(신민아)를 만나게 되는데
대뜸 춘화 못 봤냐 물은 최현은 뜻하지 않게 변태(?)로 오인 받게 되고......
언뜻 보면 홍상수 감독 작품의 느낌이 강한 영화 '경주'는 조선족 출신 장률 감독의 영화이다.
경주 사람보다 경주를 더 아름답게 그린 영화 '경주'의 주요 촬영지는 신민아가 주인으로 있는 찻집 '아리솔'.
영화 속에만 나오는 찻집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아리솔은 경주 시내 한복판에 존재하는 찻집.
봉황대 북쪽에 위치한 찻집 '아리솔'은 작은 골목 안에 위치하고 있는지라 길에서는 쉽게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찻집 '아리솔'은 원래 '아사가'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던 전통 찻집이다.
열린 사립문을 지나 몇걸음 걸으면 바로 댓돌에 당도할만큼 찻집 마당은 협소하지만
예전 '아사가' 찻집 시절에 이 좁은 마당에서 음악회도 열리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보니 영화 속 주인공 최현(박해일)처럼 필자도 이집을 거의 7년만에 찾은 것 같다.
그동안 주인도 바뀌고 찻집 이름도 바뀌었지만 찻집의 내외부는 7년전과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장지문에도 예전 '아사가'의 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다.'아리솔'이란 이름만 출력해서 다시 붙인 듯......
장지문 아래 조그만 의자 위에 쓰인 '이뭣고'가 재미있다. 보는 사람이 도리어 '이뭣고?'라고 되묻고 싶은 정도이다.
사립문 옆 해우소를 보니 신민아와 박해일이 마주선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마당에서 보면 아랫채 방 유리창 너머로 '경주' 영화의 스틸컷이 붙어 있는 것이 보인다.
이 방이 바로 영화에서 박해일과 신민아가 마주 앉아 황차를 마시던 방이다.
찻집은 오래된 가정집을 찻집으로 개조한 것이라 내부는 조금 산만한 편이다.
하지만 영화 '경주'에서는 기존 찻집의 자잘한 소품 하나도 옮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촬영해서 리얼리티를 높였다.
영화에 나오던 찻잔들도 지금 놓여 있는 찻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제일 큰 방 벽에 그려진 한떨기 매화나무(一枝梅)가 눈길을 끈다. 세월의 흔적이 그림 위에 더해져 더욱 멋스럽다.
장지문 한쪽에도 이곳을 다녀간 묵객이 휘날린 난 하나가 그려져 있다.
구멍나고 떼어붙인 창호지가 난초 그림과 어울려 왠지 더 운치있어 보인다.
찻집 내부를 잠시 돌아본 후 박해일과 신민아가 마주 앉아 황차를 마시던 방으로 인도되어 들어갔다.
영화에서 7년전에 벽에 춘화가 그려져 있었다고 하던 바로 그 방이다.
하지만 최현(박해일)이 그렇게 열심히 찾던 '한잔 하고 하세'란 춘화는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그림이다.
방 한쪽에는 7년전에도 있던 국화 그림이 퇴색된 채로 그대로 남아 있을 뿐이다.
영화에서 나오던 춘화 는 오직 영화만을 위해 존재했던 그림이란걸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 촬영 이후 달라진 것은 벽에 커다란 영화 스틸컷이 벽 가운데 떠억 붙어 있는게 달라진 점이다.
찻집 홍보를 하는데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지만 방 분위기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게 보인다.
뜯겨진 벽지며 구멍난 창호, 벽에 걸린 수숫대까지 영화의 장면과 현재의 아리솔은 하나도 달라진게 없다.
영화에 나오는 스틸컷처럼 같은 위치에 서서 사진 한장 남겨 보았다.
전통 찻집에 왔으니 사진만 찍고 있을 일이 아니다. 차 한잔 하기 위해 메뉴판을 펼쳐 보았다.
상화탕, 십전대보탕,대추탕, 오미자차,매실차, 국화차, 이슬차, 황차, 무차......
많은 차가 있지만 특별히 영화에 등장했던 황차를 한잔 마셔보기로 했다.
황차는 차나무에서 채취한 찻잎을 35∼50% 정도 발효시켜 만든 반발효차로
비발효차인 녹차와 완전 발효차인 홍차의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고 하는데
찻잎의 색상과 우려낸 찻물 그리고 찻잎 찌꺼기가 모두 황색을 띤다고 해 황차라고 부른다.
황차는 부드럽게 혀를 감고 돌아 입안에 착 감겨 붙고 그윽한 향은 숙연한 기분마져 들게 한다.
' 아리땁고 소나무처럼 늘 마음이 푸르다'는 뜻을 가진 찻집 '아리솔'.
바쁜 여행 속데서도 느긋하게 경주의여유를 들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찻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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