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포시타노 마을과 흡사한 마을이
부산 태종대 부근에 자리잡고 있다기에 휴일을 이용해 찾아가 보았다.



 

깎아지른 듯한 해변 언덕 위에 옹기종기 몰려 있는 마을.

이름도 너무나 아름다워 <흰여울길>이다.
여울이란 강이나 바다의 바닥이 얕거나 폭이 좁아 물살이 세게 흐르는 곳을 이름이니
태종대 앞 바다가 바다가 훤히 바라보이는 흰여울길이란 이름이 원래 동네 이름인 영선동 보다는 훨씬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2003년에 개봉한 영화 '첫사랑 사수대회'가 촬영되어 사람들에게 더 알려지게 된 흰여울길.
부산테크노과학고를 지나 영선동 산북도로가 갈라지는 삼거리 부근에 주차를 하고 길 오른쪽으로 내려다 보니
다닥다닥 붙은 지붕 사이로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흰여울길이 시작되는 시점, 바다 쪽으로 경사져 내려가는 골목으로 들어서 본다.





퇴락한 벽들과 녹쓴 철대문, 그 위로 언제 열어보았는지 가늠도 안 되는 삭아버린 자물쇠.....
한눈에 보아도 주인이 이사 간 후 찾는 이 없이 방치된 집들이 좌우에 늘어선다.





약간의 경사를 내려가 골목 끝에 이르니 지중해 해변과 못지 않는 시원한 풍광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제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만들어진 흰여울길을 따라 걸으며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다와 아기자기한 골목 정경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두 사람이 비켜 지나갈 정도의 골목 왼쪽에는 문만 열면 바로 집안이 되는 마당 없는 집들이 옹기종기......





오른쪽으로는 허리 높이로 둘러쳐진 담장 너머로 푸르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뒤로 돌아보면 다대포 쪽으로 이어지는 남항대교가 그림같이 펼쳐지고





망망대해에 떠 있는 엄청난 크기의 컨테이너선들도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마당이 없는 이곳의 집들은 골목 앞이 곧 이집의 마당이다.





장독대는 물론이고 의자 등......마당에 있어야 할 세간살이들은 모두 골목에 나와있다.





집안에 있어야 할 속옷 빨래들도 모두 밖으로 나와 바닷바람을 받아 시원스럽게 펄럭인다.





한참 가다 나타난 전봇대 위에 매달린 조그만 거울.

이 집의 주인은 골목에 나와서 면도를 하거나 옷 매무새를 가다듬는걸까?
아니면 이 길을 지나던 행인들의 세찬 바닷바람에 흐트러진 머리칼을 다듬으라는 주인장의 따스한 배려일까?
골목 옆에 마련한 조그만 텃밭과 옹기종기 내어놓은 화분들이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듯 하다.





언제부터인가 사진 애호가들에게 소문이 난 흰여울길.

골목을 걷다 보면 마을 주민보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되기도 한다.





이곳에서 통영의 동피랑이나 재개발 달동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벽화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그린 그림보다 더욱 아름답고 조화로운 그림은 흰여울길 도처에서 만날 수 있다.


















흰여울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렇게 조그만 밥그릇들이 담 옆이나 대문 앞에 다소곳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골목에는 하얀 종이 위에 갖가지 음식물이 조금씩 담겨 있기도 하다.
무슨 밥그릇일까? 길을 걷다 보면 곧 의문은 풀리게 된다.





이 밥그릇들은 길냥이들을 위한 것! 흰여울길에는 유난히 길냥이가 많다.
이곳 사람들은 길냥이에게 자기들의 음식을 나누어 주고....
그렇게 길냥이와 흰여울길 주민들은 공존하며 사는 방법을 터득했나 보다.






한참이나 이어지는 골목을 따라 걸어갈수록 퇴락한 집들은 점점 더 많이 나타난다.





언제 칠한지도 모를 정도로 오래 된 페인트들은 벗겨질대로 벗겨져서 제 구실을 못 하고 있고
사람이 살고 있을까.....싶을 정도로 삭은 집들 안을 들여다 보다 조용한 인기척에 발걸음을 돌리기도 한다.
집안에서 밖을 내다보거나 골목을 걸어다니는 분들은 거의 노인들.

젊은이들은 이 마을을 떠나 살기 편한 아파트로 떠나고
오래 전부터 살던 노인들만이 이 마을에 남아 흰여울길을 지키고 있다.


 


흰여울길을 한참이나 걸으면 눈 앞에 그림과도 같은 해변이 펼쳐지고 





아찔하게 내리꽂히는 계단을 한참이나 내려가면 해안에 펼쳐진 산책로로 연결이 된다.





절영 산책로라 부르는 흰여울길 아래 해안은 부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로로 꼽히고 있다.





해안 산책로를 따라 한참이나 걸어가서 건너편 아파트에 이르면 비로소 흰여울길 전체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다.
흰여울길을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집들은 비록 퇴락했지만
마을길을 포근하게 품어주는 봉래산과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지는 부산 앞 바다는 이태리 포시타노 마을도 부럽지 않는 절경이다.





빛 좋은 어느 겨울날에 찾아본 흰여울길.
새봄이 되면 어른들이 돌보던 자그마한 화분들에는 예쁜 꽃들이 피어나 골목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말없이 반기겠지?
화분에서 꽃들이 피어나고 골목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질 즈음.
흰며울길로 다시 찾아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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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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