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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에 붙어 있던 외식 스티커북을 찾아와 첫페이지부터 하나 하나 살펴본다.
교촌치킨, 굽네 치킨, 네네 치킨, BBQ 치킨, 페리카나 치킨, 호식이 두마리 치킨, 파닭......
브랜드 치킨으로부터 동네 치킨까지 몇 페이지를 넘겨보아도 치킨....치킨...... 치킨의 연속이다.
치킨 시켜먹어볼까? 무슨 치킨 시켜먹어보지?
스티커북을 이리저리 뒤적거려도 당최 눈에 들어오는 치킨이 없다.
"아......옹치기 치킨 먹고 싶다. 그런데 너무 머네......"
갑자기 이곳에서 한시간 이상 운전해서 가야 먹을 수 있는 청도의 '옹치기 치킨'이 떠오른다.
스펀지 치킨로드에 소개되었던 옹치기는 경북의 작은 마을 청도에 위치한 오경통닭집의 주 메뉴이다.
통닭집이라면 동네의 번듯한 번화가 상가에 자리잡아야 하겠지만
오경통닭집은 녹색 철문을 밀고 들어가는 일반 주택에 위치하고 있다
스펀지에 소개되어 유명해진 집이라기에 기대를 하고 들어갔는데 눈앞에 나타나는 집 안의 광경은 혼돈 그 자체이다.
냉장고, 김치 냉장고 등이 놓여 있고 음료수 냉장고는 썰렁하기 그지없다.
마당 한쪽에는 통닭 주문이 많을 때 조리하는 커다란 조리대가 여럿 놓여있어 눈길을 끈다.
전화기 위 벽에는 박철, 서수남 등 이집을 다녀간 연예인들의 사진이 자랑스럽게 걸려 있어 이집이 유명맛집인 것을 짐작케 한다.
마당 평상 위에 놓인 '20년 전통의 맛 오경통닭' 스티커를 보니 이집 역시 365일 신속배달하는 전형적인 통닭집임이 분명하다.
메뉴는 매콤한 옹치기, 달콤한 옹치기, 반반, 야채 찜닭, 양념 치킨 등이 있는데 매콤한 옹치기를 주문했다.
"공깃밥도 추가할까요?"아주머니가 되묻는다.
통닭집에 엉뚱하게 공깃밥이라니? 의아했지만 공깃밥도 추가해본다.
현관에서 주문을 하니 아주머니께서는 "방에 들어가서 기다리이소~"하신다.
신을 벗고 현관으로 들어서서 보니 좁고 긴 복도가 있고 좌우로 방들이 늘어선 것이 오래 된 시골 여관같은 분위기이다.
어두침침한 복도 좌우로 늘어서있는 나무 문들은 뭔가 음침한 분위기까지 자아내는데
이방 저방 문을 살짝 열어보니 장롱 등 살림살이가 있는 방에도 식탁이 놓여 있고 살림살이없이 식탁만 여러개 놓여있는 방도 있다.
옹치기 나오기를 앉아서 기다리기가 심심한지라 주방에서 일하는 주인 아주머니께 사진 한장 찍어도 되겠냐고 물어 보니
"아이구.....이렇게 어수선한데 사진을 찍으면 우짜노....."하고 수줍어하신다.
실례를 무릅쓰고 아주머니가 서 있는 조리대 옆으로 가서 살펴보니 커다란 프라이팬 안에서는 이미 닭이 한참 졸여져가고 있다.
진간장으로 지글지글 조려지고 있는 옹치기는 색깔이 진하고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청량고추를 넣어 조려서 그런지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냄새가 솔솔 풍겨온다.
이윽고 다 조리된 옹치기가 식탁으로 나왔다.
이집 옹치기는 다른 집 통닭과 달리 공깃밥을 추가하면 반찬도 함께 나오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곁들여진 반찬은 지극히 평범하다. 열무김치, 배추김치, 양파 절임, 그리고 나물 한가지.
포일이 씌워진 사각접시에 담긴 옹치기를 보니 이집 통닭을 왜 옹치기라고 하는지 그 이름의 유래가 궁금해진다.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름을 가진 청도의 치킨 '옹치기'는 '닭이 웅크린 모습'을 보고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붙인 이름이다.
오직 경북 청도 오경통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옹치기는 '한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입만 먹은 사람은 없다'는 마력의 맛이다.
스펀지 녹화 도중 스튜디오에 차려진 옹치기와 해물치킨을 맛본 출연자들이 허겁지겁 달려들어 먹느라 한동안 촬영이 중단되었고
당시 다이어트 중이던 2AM 창민조차도 유혹을 참지 못하고 식사를 해버렸다고 한다.
스펀지 옹치기편이 방영되던 날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이 한꺼번에 '옹치기'를 검색해서 네이버 검색위 8위까지 오르기도 했다는 소식.
식탁 옆에 놓인 일회용 장갑을 손에 낀 후 닭다리 하나를 집어 들고 천천히 탐색을 해 본다.
대체 무얼 넣고 조렸는지 옹치기의 빛깔은 진하고 맛깔스러워 보일 뿐 아니라 윤기까지 자르르 흐른다.
조심스럽게 한입 베어 물어보니 육질이 정말 부드럽다.
첫맛은 부드럽고 달콤한데 씹어보면 입안에서 매콤한 맛이 나고 퍽퍽한 가슴살조차도 제법 부드러워 거부감없이 목으로 잘 넘어간다.
옹치기를 먹으며 함께 공깃밥과 반찬도 먹어본다. 통닭과 함꼐 먹는 공깃밥이라니....!
당최 줄이 그어지지 않는 조합이지만 의외로 밥과 반찬과 함께 통닭을 먹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육질, 진하고 매콤하게 조려진 옹치기의 맛은 기존 통닭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고
한번 먹기 시작하면 그만두지 못하고 자꾸만 먹게 되고 많이 먹어도 느끼하지 않아서 좋다.
옹치기를 먹고 나니 바닥에 남은 양념이 많이 남았다.
밥도 제법 많이 남아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보았더니 제법 윤기가 돌며 그럴싸한 모양이 난다.
한 숟가락 떠서 먹어보니 밥도 매콤 달콤하다.
그런데 계속 먹으니.....너무 달콤하다! 비벼 먹지 말고 그냥 따로 먹을껄.....^^;;
밥과 비벼먹기엔 단맛이 너무 강했지만 맛보기 힘든 옹치기인지라 비빔밥도 깨끗이 그릇을 다 비웠다.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프라이드나 양념 치킨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형태의 맛을 경험하게 해준 청도 오경통닭 옹치기.
오늘도 주인 아저씨는 청도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며 신나게 옹치기를 배달하시겠지.
오직 경북 청도에서만 먹을 수 있는 옹치기 치킨. 우리 동네에 분점 하나 내면 안 될까?
올려드린 맛집에 대한 평가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모든 리뷰는 전혀 댓가를 받지 않고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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