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일 경부선 동대구 - 부산 KTX 2공구 완공으로 인해 
신경주역 완공과 함께 경주도 KTX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경주 시민인 필자. 그동안 서울에 한번 가려고 하면 고속버스를 타고 가거나
경주역에서 새마을호를 타고 동대구역에서 환승하는 방법,
버스나 승용차를 이용해서 동대구역까지 가서 KTX를 이용하는 방법 등으로
서울 한번 가는데 3시간 반에서 4시간 이상 걸리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신경주역에서 서울까지 2시간 5분.
좌석을 찾아 앉아서 책 좀 읽다 약간 졸다 보면 어느새 신경주역이니
경주 촌사람이 서울 나들이하기 정말로 편해진 세상이 되었다.

서울 - 신경주간은 2시간 5분, 대전 -신경주는 1시간 5분만에 주파하게 되는데
특히 부산 - 신경주 구간은 26분, 동대구 - 신경주 구간은 겨우 15분 밖에 걸리지 않아

동대구에서 경주행 KTX를 타시는 분들은 제대로 앉지도 않고 서성대다가 내려야 할 정도이다.





경주를 통과하는 KTX는 기존 경주역을 경유하지 않고 새로 완공한 신경주역을 통과하는데 
기존 경주역이 경주 다운타운 한가운데 있는데 반해 신경주역은 경주시내에서 뚝 떨어진 건천읍 화천리 산속에 위치하고 있다.

신경주역 개통 이틀 전에 역을 답사하러 갔던 필자,
한참을 가도 보이지 않던 역사가 갑자기 산 속에서 나타나길래 잠시 당황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멀리서  한눈에 봐도 신경주역 역사는 정말 웅장하기 이를데 없다.
입구는 버스, 택시, 승용차 진입로가 각각 따로 있는데다 아직은 유동 인구가 그리 많지 않아 한산한 편이다.
경주 시내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신경주역은 접근성이 떨어지는게 최고의 단점인데
경주 시내에서 택시를 타면 약 15,000원의 주행료가 나오고 승용차를 이용하면 하루 13,000원의 주차료를 물어야 한다.
그러나 경주 시내 버스 많은 버스 노선(70번, 700번 등...)이 신경주역을 경유하고 있으므로 버스를 이용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신경주역에서 렌트카를 이용할 수도 있는데 신경주역에서 인수및 반납하는 조건으로 
신형프라이드, 신형엑센트 차량이 24시간 기준 4만원(초과시간당 4천원 추가)으로 이용이 가능하므로 

가족 단위 여행객들은 렌트카를 이용하는 편이 경제적으로 더 나을  듯.....(신청은 신경주역 여행 센터)





광활한 부지에 자리잡은 신경주역은 역사 마당도 엄청나게 너른데
고분의 도시 경주 답게 공사할 때 발굴된 방내리 고분군 1호 돌방 무덤이 역사 마당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게 인상적이다.





대부분의 도시 역 주변에는 수많은 점포와 식당이 난립하기 마련이지만 신경주역 주변엔.....정말 아무것도.....! 없다.





역사 자체가 산 속에 있기도 하지만 마치 고속도로 같은 진입도로 옆에 있던 기존 마을은 움푹 꺼져 있는데다가
마을 건물 대부분은 축사이기 때문에 역사 마당에 들어서게 되면 좋지 못한 냄새도 살짝 풍겨 처음 찾는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현재 경주시 관계자들은 농장주들과 협의하에 빨리 축사를 철거할 계획이라고는 하지만 언제 마무리될지는 모르는 상황.
지금은 겨울이라 악취가 많이 심하지는 않지만 봄이 되기 전에 다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유리 궁전처럼 화려하고 웅장하게 지어진 신경주역사는 처음 보는 이들을 감탄하게 하는데
완만한 곡선으로 표현된 역사의 지붕은 한옥 지붕의 형태를 본떠 디자인한거라고 한다.





역사 주변에 아무런 편의 시설이 없듯이 역사 안도 아직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사진에는 일부분만 나왔지만 신경주역 대합실 안은 정말 엄청나게 크기도 하다.
하지만 의자의 수는 많지 않고 매표소 또한 4 개소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이용객이 늘어나면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지 않을지.....

신경주역사 내 이용객들이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며 쉴 수 있는 편의시설도 거의 없는 형편인데
현재 편의점 한곳과 커피 및 음료 자동판매기 3개, 그리고 최근에 생긴 간이 음식점 한곳이 고작이다.
현재 신경주역을 이용하는 이용객은 하루 평균 평일은 4500여명, 주말은 7500여명 수준이지만
갈수록 이용객이 늘어나는 형편이라 이런 불편한 점은 하루 빨리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플랫폼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는 양쪽에 도합 4군데가 있는데
에스컬레이터가 상행이라 내려올 땐 계단으로 내려와야 해서 짐을 들고 내려오는데 상당히 불편하다.
이 사진은 개통 이틀 전의 사진이라 이용객 한 없이 썰렁한 모습인데 역사내의 경주 신역사 문화재 전시관도 아직 준비 중이다.





플랫폼에 올라와서 역사의 지붕을 보면 광명역과 흡사하기도 한데 한옥의 곡선을 살린 물결 모양의 지붕이라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밤에 본 플랫폼의 모습. 신경주역을 이용할 때 마다 서너번에 걸쳐 한장 씩 찍어둔 사진이라 밤과 낮의 사진이 섞여 있다.





플랫폼으로 열차가 들어오는 모습은 언제 봐도 가슴 설레이는 경험이다.





그것이 비록 너무나 세련되어 낭만이 다소 퇴색된 KTX일지라도 말이다.





개통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불편한 점도 많은 신경주역.
하지만 경주를 가장 빨리 찾는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KTX를 이용하는 방법인 것 같다.
이번 설날 연휴는 2일부터 6일까지 5일간 휴무가 주어져 가족 여행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인데

혹 설날 연휴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은 KTX를 이용한 경주 여행은 어떠하신지......


Copyright 2011. 루비™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원작자의 사전 허가 없이 글이나 사진을 퍼가는 행위는 저작권법에 위반됩니다. 

Posted by 루비™

,


  

남쪽에 봄꽃들이 난리가 났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겨우 내내 추운 것을 핑게로 카메라에 바람을 자주 쐬어주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하여

봄꽃이나 한번 찍으러 가볼까....하여 여기저기 검색을 해 보았다.

 

봄꽃 출사지로 유명한 곳을 알아보니 지금 한창 매화가 화사하게 피어날 철이란다.

넓은 백사장과 매화가 잘 어우러지기로 유명한 섬진강 매화 마을이 그 중에 1순위로 떠올랐으나

경주에서 출발해서 돌아보고 오기엔 너무 일정이 빡빡한지라 양산에 위치한 순매원으로 가보기로 했다.

 

순매원은 낙동강 하구를 따라 아름답게 피어난 매실농원 옆으로 KTX가 지나가는 풍경을 담기 위해

주말이면 수많은 사진 동호인들이 찾는 곳이다.

사진 전문가이신 이웃 블로거님의 멋진 사진을 보고 항상 탄복해온지라

나도 이번 기회에 그분과 비슷한 멋진 사진을 한번 담아보리라 생각하고 자리에 들었다.

 

토요일 아침,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니 꽃샘 추위가 장난이 아니다.

3월 중순에 때아닌 한파 주의보까지 내린 상황이란다.

가지말까....?

잠시 고민되었지만 이번 주말을 넘기면 또 다음 주말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

그 때까지 매화들이 얌전히 날 기다려줄지가 의문이라

옷깃을 파고들어오는 날카로운 바람에도 불구하고 순매원으로 향했다.

 

순매원에 당도하니 인파가 장난이 아니었다.

인터넷으로 알아본 사진 포인트는 두 곳. 1번과 2번 포인트이다.

KTX가 산허리를 돌아서 순매원 옆을 지나가며 S라인을 그리는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1번 포인트는

막상 장소에 도착해보니  아침 나절에는 역광이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낙동강을 왼쪽에 끼고 철로가 직선으로 뻗어있는 반대편 2번 포인트로 가보았다.

 

벌써부터 삼각대를 벌리고 진을 치고 있는 수많은 진사님들....

좁은 언덕배기에는 내 삼각대를 놓을 곳도 없었다.

할 수 없이 가족들은 주차장에 있으라고 하고 진사님들의 바로 옆을 비집고 들어가

눈치를 보며 살짝 삼각대를 펼쳐 놓았다.

 

카메라를 켜고 세팅을 하려고 하는데 KTX 한대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다.

아직 준비가 안 되었는지라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하지만 기차는 자주 오고 가니깐....하면서 세팅을 마치고 기차를 기다려 보았다. 

 

 

렌즈를 이리 저리 돌려보아도 파인더에 잡히는 경치가 영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내가 서고 싶은 좋은 장소는 다른 분들이 이미 선점하고 있는지라 

할 수 없이 연습하는 셈치고 서있던 자리에서 찍어보기로 했다.

 

내 옆에는 니콘 D-700을 비롯해서 으리으리한 장비를 벌려놓은 아저씨 몇 명이 서 있어서

저급한 카메라를 버티어 놓고 있던 나는 약간은 기가 죽기도 했는데... 

내 옆에 있던 아저씨, 지루했던지 인사도 없이 내 카메라 뷰 파인더를 스윽...들여다 본다.

아니...이건 대체 뭥미..?

구도 잘 못 잡았다고 한 수 가르쳐 주려나...하고 기다렸더니

그 아저씨....아무 말도 안 하고 자기의 망원 렌즈를 빼더니 백에서 다른 렌즈를 슬그머니 꺼내 다시 장착을 한다...^^;;

 

막상 기다리고 있으니 이십분 이상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 애태우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기차 온다~~!!!" 하고 큰 소리로 외치니 모두 황급히 스탠바이한다. 

 

 

 기차는 갑자기 눈 앞을 지나가고 여기저기서 셔터 소리가 작렬을 하는데

"거...앞에 있는 아저씨~~ 빨랑 비키소~~!!"

앞에서 눈치 없이(?) 얼쩡대다 앵글에 잡힌 한 진사분에게 질책이 쏟아진다. 

 

 

 헉.....하며 사태를 파악하신 아저씨, 총알같이 허리를 수그리고....

카메라들의 셔터 소리는 더욱 세게 작렬한다. 

 

 

 길다고 느껴지던 기타의 끝머리가 나타난다.

"에이~ 똥구멍이잖아..."

ㅎㅎㅎ 모두가 허탈해한다.

앞이나 뒤가 다 슬림하게 빠진 KTX가 아닌 뒷부분이 뭉툭한 열차라서 모두가 실망을 하고는

다시 카메라를 세팅하고 하염없이 기다린다.

 

삼십분 정도 기다리고 서 있으려니 불어오는 칼바람과 추위가 장난이 아니다.

봄 추위가 추워본들 얼마나 추우리...하고 방심하고 방한 차림을 안 했던게 잘못이었다.

언덕배기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은 입고 있던 옷 속으로 파고 들어왔고

손가락과 발가락은 시려서 떨어져나갈 것만 같았다.

기다리고 서 있으니 기차는 어찌 그리 안 오는지....지루하기만 하고 추워서 제 정신이 아니다.

볼은 얼어터질 것만 같고 눈에는 눈물이 주르르...볼을 타고 내린다.

 

아...씨...그냥 가 버려...?  다시 기다려...?

기차 하나만 더 찍어 보기로 하고 기다리고 있으니 추위에 약한 내게는 고문이 따로 없다.   

 

 

 다시 "기차 온다~~!!!" 하는 외침에 모두가 셔터를 누른다.

이번에는 멋지게 잘 빠진 KTX다. 

 

 

 "오~예~!"

멋지게 한번 찍어 보리라 하고 셔터를 연사로 길게 누른다.

여기저기서 "찰칵,찰칵,찰칵...." 기차 소리와 셔터 소리가 함께 작렬을 한다. 

 

 

 끝머리가 잘 찍히면 한장의 사진은 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셔터를 열심히 누르고 있는데 더 이상 눌러지지가 않는다.

헉스~! 이런 난감한 일이..... 

 

 

사태를 파악하고 다시 셔터를 눌러서 간신히 기차의 머리를 담는데 성공했다.

근데 모니터로 확인해보니 가운에 와 있어야 할 KTX의 머리가 너무 멀게 위치해 있다.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이다. 

 

 

 

 삼각대를 거두어 순매원을 뜨려니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반대편 1번 포인트에서 다시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반대편은 언덕배기의 장소가 더욱 협소하여 삼각대를 펼칠 공간도 없었다.

역광이라 빛이 영 살아나지 않는 것이 흠이었지만 오후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어서

할 수 없이 남이 삼각대를 펼쳐 놓은 앞의 좁은 공간에 카메라를 들고 쭈그리고 앉았다. 

 

 음지였던 이전의 포인트와는 달리 서있는 곳이 따스해서 기다릴 만 했는데

쭈구리고 앉아 있으니 다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얼마 안 기다려서 다시 "기차 온다~!!"란 외침이 들리고 모두 다 생기있게 셔터를 눌러 대었다. 

 이번에도 앞머리가 뭉툭한 기차였다.

 

 

 에이~~ 이번엔 금방 꽁무니가 나타난다.

앞도 뒤도 뭉툭한 7량 짜리 통근 열차였다.

기차가 길어야 저 산모퉁이를 돌아가는 멋진 S라인이 펼쳐질텐데....

이건 뭐 유치원 아이에게 S라인을 바라는 격이다.

 

옆에 있던 다른 진사님들은 기차가 오는 기회를 다시 기다리고 있는데 

난 카메라를 접고 그들의 사이를 빠져나왔다.

차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에게 미안하기도 했지만

남들 다 해보는 포인트 출사를 한번 해본 것으로 족하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달력 사진이나 인터넷에서 접하게 되는 최고의 사진들.

최적의 시간대에 최고의 포인트에서 찍은 사진은 많은 사진작가들의 기다림과 발품의 소산물인 것이다.

나처럼 어쩌다 한번 가서 들이댄다고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이미 전문가들이 찍어놓은 멋진 사진을 그 자리에 가서 그대로 모방해서 꼭 같은 사진을 찍는다고 해도

그것은 나의 창작품이 아니라 단지 복사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남에게 보여주지는 못 하더라도

작고 소박한 자신의 표현 욕구나 관심을 그저 <자기의 방식대로 기록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비록 허접하기 이를데 없는 결과물이더라도.... 

 

Copyright 2009. 루비™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원작자의 사전 허가 없이 사진이나 글을 퍼가는 행위는 저작권법에 위반됩니다.

Posted by 루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