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부모님을 만나뵈러 시골에 내려갔다. 아버님은 큰 수술을 하신 후라 아직도 건강이 안 좋으신데도 바쁜 일을 핑게로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것이 못내 죄송스럽기만 하다.
집 앞에 차를 세우니 저 멀리서부터 강아지 유순이가 꼬리를 부산하게 흔든다. 자주 보지 못해도 자기 식구는 용하게 알아보는걸 보면 정말 신기하게 생각이 든다. 시댁 마당에서 기르는 강아지 유순이는 유기견을 입양하여 키운 개인데 처음에 시댁에 왔을 때 제대로 먹지 못해 꺼칠하던 털도 보들보들해져서 이제야 제대로 된 강아지 꼴이 나는 것 같다.
(포스팅에 인용한 독거견 발바리의 사진은 지난 2월의 사진인데 지금도 별로 자라지 않았다.)
현관에 들어가기 전에 마당에 주저 앉아 유순이 머리부터 쓰다듬어 주고 있으려니 앞집 개가 쪼르르.....달려와 마당 앞에 우두커니 서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 쯧쯔쯔.......손짓을 하며 불러도 겁먹은 표정으로 경계하며 좀체로 사람의 손에 자신을 맡기지 않는다.
마당에 서 계신 아버님께 "아버님, 앞집 개는 이름이 뭐에요?" 하고 물으니 "개가 개지.....무슨 이름이 있나....."하신다. 하긴 시댁의 개도 이름도 없이 그동안 "워리~ " 라고만 불리웠는데 유기견이란 뜻으로 손자들이 '유순'이란 이름을 붙여준 정도이니 앞집 개 이름을 아실 리가 만무하다.
앞집 개 발바리는 사람도 없는 빈집에서 혼자 살고 있는 이른바 <독거견>이다. 지난 설날에 왔을 때 개 혼자 앞집에 살고 있다는 말을 처음 듣고 듣는 귀를 의심했는데 아직도 발바리는 주인이 없는 빈집에서 혼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발바리가 혼자서 빈집을 지키고 사는 사연은 이러하다.
올해 64세가 되는 앞집 아저씨는 가족도 없이 발바리와 단 둘이 살고 있었다. 하나 뿐인 아들은 초등학교 때 가출해 버려 오랫동안 연락이 두절된 상태일 뿐 아니라 불화를 거듭하던 부인과도 마침애 이혼한 후 오랫동안 혼자서 살아오던 아저씨는 농사를 짓거나 노동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작년 추석 지나 얼마 되지 않아 오트바이를 타고 가던 중에 그만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찾아오는 사람도 없이 병원에서 한달 가량 투병하던 아저씨는 그만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는데 이 와중에 아저씨와 단 둘이 살던 발바리는 그만 영문도 모르고 빈집에 혼자 남겨지게 된 것이다.
주인이 어느날 갑자기 죽어버리자 발바리는 영문도 모르는 채 그만 빈집에 혼자 버려지게 되었다. 시골에는 한집 건너 한집 꼴로 빈 집이 늘어가는 추세인지라 주인이 비명횡사한 집에 새로운 사람이 이사올리가 없으니..... 발바리는 주인 없는 빈집에서 혼자 혹독하게 추웠던 지난 겨울을 이겨내어야 했다.
개 주인이 죽고 혼자 살고 있는 발바리를 불쌍히 여긴 동네 주민들이 먹고 남은 밥을 간혹 갖다주기는 했지만 제대로 돌봐 주기가 힘든지라 개밥을 책임지는 것은 거의 우리 어머님의 몫이 되어 버렸다. 당신이 드시는 것 보다 남 도와주는 걸 더 즐거워하시는 천성을 가지신 우리 어머님은 하루에 한번씩 앞집에 들려 개밥을 챙겨주고 개가 잘 있나 보고 가곤 했는데 올해 음력설이 지난 어느날 이 발바리는 귀여운 강아지를 7마리나 낳게 되었다.
주인없는 앞집 개의 출산을 본 아버님은 개가 추울까봐 집에 있던 헌 담요를 개집 안에다 둘러주기도 하고 어머님은 "사람도 자식 낳으면 몸을 추스리고 음식을 잘 먹어야 회복되는데 개도 새끼를 낳았으면 음식을 제대로 먹어야 젖도 잘 나지....."하시면서 출산한 발바리가 굶주리지 않도록 매 끼니 개밥을 더 챙겨 먹이는 등 잘 돌봐 주었다고 한다.
발바리가 낳은 강아지들은 한마리 두마리....다른 곳으로 입양되어 가고 이제는 제일 비루먹은 강아지 한마리만 남았다. 사람이나 개나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매한가지인지
어미 발바리는 절대로 저 먼저 밥을 먹지 않고 새끼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남은 밥을 먹는다고 한다.
주인 없는 빈집에서 혼자 지낸지 이제 8개월 여..... 집에서 기르는 개 유순이의 개밥 챙기기에도 버거운데 앞집 개밥까지 챙겨먹이기가 너무 힘에 겨웠던 어머님은 개의 목줄을 풀어놓아 자유롭게 다니도록 했다. 봄이 된 지금 발바리는 온 동네를 쏘다니며 주민들이 던져주는 음식물 찌꺼기도 얻어먹고 남의 개밥도 슬쩍슬쩍 훔쳐먹으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이른바 <각설이 발바리>가 된 것이다.
주인 없는 빈집에서 혼자 지내는 이 발바리를 보면 정말 기운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인다.
개들이 가장 우렁차게 짖을 때가 주인이 개들과 함께 있을 때라는데 발바리는 주인과의 행복했던 지난 날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을까? 이 발바리는 주인이 죽은 것을 알고나 있을까? 아니면 저녁 마다 주인이 올까.....하여 오늘도 동구 밖에 나가 주인을 기다리지는 않을까? 오늘도 빈집 벽에 기대어 멍하니 문밖을 응시하고 있는 발바리의 모습을 보면 너무나 측은하고 보는 사람의 가슴마져 찡해진다
혹독하게 추웠던 겨울을 혼자서 이겨내고 살아남은 독거견 발바리. 주인 잃고 홀로 살며 이겨내야했던 아픈 상처를 한시바삐 치료받을 수 있도록
발바리를 입양해서 잘 보살펴줄 수 있는 새로운 주인이 한시바삐 나타나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얼마전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 발바리가 산에 올라가서 무엇을 주워 먹었는지
아침에 보니 구토를 하고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산짐승을 잡기 위해서 약을 친 음식물을 잘 못 먹고 탈이 났나 봐요.
좋은 집으로 입양되어 갔더라면 죽지 않았을텐데.....
주인 옆으로 간 발바리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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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어느 봄날, 경주 시내에서 가깝지만 마치 오지같은 산촌마을, 암곡동으로 향했다.
마을 앞 변변치 않은 논밭에는 화사하게 핀 벚꽃도 아랑곳하지 않고 못자리 준비하는 농부들의 손길이 바쁘기만 하다.
그런데 바쁜 손길을 움직이는 농부의 경운기 옆에 덩치 커다란 하얀 새 한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뭐지.....? 하고 자세히 보니 튼실한 목에 짧은 다리, 거위임에 분명하다. 한참을 바라보아도 경운기 옆을 떠나지 않고 계속 서 있는 모양새로 보아 집에서 기르는 거위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이 거위 행동 한번 요상하다. 못자리를 손질하던 할아버지가 경운기를 몰고 시작하자 계속 경운기 앞에서 길을 앞서가는게 아닌가? "탈탈탈탈탈탈......" 거위가 할아버지의 경운기 진행 속도에 맞추는지..... 할아버지가 거위가 다치지 않게 천천히 경운기를 모는지..... 아슬아슬하게 치일 듯 말 듯.....거위는 간발의 차이로 뒤뚱거리며 경운기에 앞장서 걸어간다.
서 있던 언덕에서 논둑으로 내려가 경운기 할아버지에게 물어보니 이 거위는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이란다. 경운기에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는 거위가 마냥 귀엽기만 한지 할아버지는 거위와 함께 잠시 포즈까지 취해 준다.
이 거위는 꼭 이렇게 주인 할아버지의 경운기 앞을 떨어지지 않으며면서 경운기에 강한 집착을 보인다고 한다.
예전에는 개 대신 집을 지키는 동물로 거위를 사육한 경우가 많았다고 하는데 거위는 낯선 사람을 보면 요란하게 울어댈 뿐 아니라 밤눈이 밝아 개 보다 훨씬 훌륭한 파수꾼 노릇을 했다고 한다. 이 거위는 주인의 경운기를 자신이 사수하지 않으면 안 될 최고의 귀한 재산으로 생각한 것일까?
얼마전에 SBS 'TV 동물농장'에서는 주인 아저씨 자동차에 과도한 애착을 보이는 거위가 방송을 탔는데...... 자동차에 부리를 부비며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듯한 행동을 하는 거위 덕구는 자동차 근처에는 다른 사람은 물론 주인까지 얼씬도 못하게 하며 자동차를 지켰다고 한다. 덕구의 자동차에 대한 집착에는 슬픈 이유가 있었는데...... 8개월전 덕구의 짝인 암컷 거위가 죽자 주인 아저씨가 암컷 거위를 박스에 담아 트렁크에 싣고 밖으로 나갔던 것. 이 모든 것을 지켜본 덕구는 차에서 풍기는 암컷의 냄새를 맡으며 지내다 어느 순간 자동차를 암컷으로 생각한 듯 강한 집착을 보였다는 것이다.
거위 덕구가 자동차에 집착을 보인 이유는 죽은 암컷 때문이었다지만 이 거위는 무엇 때문에 경운기에 집착증을 보이는 것일까? 거위의 사연이야 어찌 되었든....... 항상 경운기 앞에서 뒤뚱거리며 에스코트하는 이 거위는 주인 할아버지의 가장 훌륭한 친구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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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집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던 날의 일이다. 일이 없다는 해방감으로 하루종일 너무나 편안하게 소파에서 뒹굴거리다 8시가 다 되어서야 거실에다 저녁 밥상을 차려놓고 TV를 보며 기분좋게 밥숟가락을 들려고 하는데 갑자기 어젯밤 일이 머리에 번득하고 떠오른다.
평소보다 늦게 돌아온 어제 저녁.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려고 하니 당최 빈 자리가 없다. 길가에 위치한지라 옆 상가 사람들이 주차하는 일이 빈번해 주차난이 심각한 편인 우리 아파트.
"아! 이런.....시간도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주차할 곳이 없다니.....지하 주차장에 넣기 귀찮은데....!" 저녁 시간에는 주차 단속을 하지 않으니 도로에 세워 두었다가 내일 아침 출근하면 되겠지 생각하고 도로에다 주차를 한후 키를 빼려고 하니 내일은 출근 안 하고 외출 계획도 없는 날이라는게 생각난다. 하지만 내일 아침에 내려와 차를 다시 주차장으로 넣으면 되겠지....뭐.....이렇게 생각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그. 리. 고. 는...... 차를 도로에 그대로 세워 두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하루종일 집 안에서 느긋하게 뒹굴거리다가 저녁밥을 차려놓고 첫술을 뜨는 순간 어제 일이 번득하고 떠오른 것이다.
"어......여보야! 나 어젯밤 도로에 차 세워두고 들어 왔는데 지금까지 까맣게 잊어먹고 있었네!" "어......그래? 베란다 문 열고 한번 내려다 봐. 재수 없으면 견인해 갔을 수도 있는데....." 집에서 보이는 도로에 주차해 둔지라 베란다 문을 열고 고개를 쑤욱 내밀어본다.
이쪽......그리고 저쪽......두리번 두리번...... 도로에 주차된 차는 많은데 아무리 살펴봐도 내 차처럼 생긴 차는 눈에 뜨지 않는다. 이. 럴. 수. 가.....! "엄마야! 내 차 안 보이네...... 어떻게 해! 차 견인해 갔나봐!"
갑자기 머리 속이 하얗게 되며 어제 일도 가물가물해지는 것이 갑자기 차를 어디에 세워두었는지도 당최 생각나지 않는다. "나 술 마신거도 아닌데 왜 이러냐.....정말 황당하네. 지금 내려가서 차 찾아볼께."
황급하게 옷을 주워입고는 키를 들고 아래로 내려와 보니 어젯밤 차를 세워둔 도로에는 아무리 살펴봐도 차도 없고 견인 스티커도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길 바닥이나 전봇대에다 견인 스티커를 붙여놓은건 아닌가? 하고
다른 차의 아랫 부분도 살펴보았지만 스티커도 견인해간 흔적도..... 아무 것도 없다.
혹시나 지하 주차장에 넣어두곤 기억 못한게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며 아파트 주변을 빙 돌며 이리저리 리모콘을 꾹꾹 눌러 보았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는 내 차!
힘없이 집으로 다시 들어와서는 경주 견인 사무소로 전화를 걸었다. "네~ 경주 견인 대행 사무소입니다" "아......네......혹시 제 차가 견인되어 있나 해서요." "차 번호가 어떻게 되는데요?" "03무 45** 인데요." "네.....차는 여기 있는데요. 8시에 업무 종료되어 오늘은 찾아가실 수 없습니다. 내일 아침에 찾아가세요." "네??? 그러면 곤란한데요....ㅠㅠ 내일 아침 출근해야 해요." "지금은 제가 밖에 나와서 찾아가실 수 없어요. 대신 8시 이후로는 견인 수수료가 더 나오지 않게 조치해 두겠습니다." "으윽! 그러면 제가 너무 곤란한데요. 지금 10분만에 날아서 갈께요~~~오늘 차 주시면 안 될까요? 부탁 드립니다~~!" 오늘 차를 찾지 못한다는데 몸이 달아버린 필자, 억지를 쓰며 마구 마구 부탁을 했다. 필자의 계속되는 간청을 뿌리치지 못한 담당 직원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그러면 제가 근처에 있어서 지금 다시 사무실로 갈테니 10분만에 꼭 오셔야 합니다." "아......네! 너무 감사합니다. 지금 휑하니 갈꼐요~!"
부랴부랴 윗옷만 걸쳐입고 남편이 모는 차를 타고 경주시 견인 사무소로 가니 담당 직원이 먼저 와 있다. "도대체 차를 언제 끌고 간거에요? 하루종일 집에 있었는데 차 치우라는 경고 방송도 못 들었는데요." "차는 낮 12시 쯤 견인되어 왔구요. 요즘은 경고 방송 없이 이동 카메라에 찍히기만 하면 바로 견인해 갑니다." "그래도 어쩌면 그렇게 소식도 없이 끌고 가 버릴 수 있나요......ㅠㅠ" "차에 연락 번호가 없고 등록 전화 번호로 전화 드리니 전화 연결 안 되던데요? 죄송합니다. 견인 수수료는 38,000원입니다." 헉.....차 견인 당하고 수수료가 38,000원이라니.....내일까지 두었으면 더 나올 뻔 했구만. 울며 겨자먹기로 결재를 하고 견인 사무소에 세워둔 차를 찾아서 앞에서 운전하는 남편을 따라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 생각하니 참 어이가 없다. 어쩌면 그렇게 싹! 잊어 먹을 수가 있었는지...... "나 요새 왜 이러냐.....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어쩌면 그렇게 하루 종일 생각도 안 나고 싸그리 잊어먹을 수가 있지? 나 아무래도 건망증인가 봐!" 그래도 착한 남편은 나무라지 않고 이렇게 말해준다. "당신 요즘 한군데 너무 몰두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래.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다른게 생각 안 나나 봐."한다.
그 다음 날 아침 출근하려고 나와 어제 차가 서 있던 곳을 자세히 살펴보니
전봇대 아래 보도에 훼손된 채로 붙어있는 견인 스티커가 보인다.
아마 어제는 견인 스티커 위에 누가 쓰레기 봉지를 올려두어서 발견하지 못했던가 보다.
건망증으로 이런 어이없는 일을 당하고 보니
오래 된 TV 프로그램 "앗! 나의 실수!"에 나왔던 어떤 아주머니의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귀하게 키운 딸의 결혼식날 아침, 결혼식장에 가려고 머리를 예쁘게 꾸미기 위해 미용실에 들른 아주머니. 머리를 약간 다듬고 드라이하려고 미용실 의자에 앉으니 머리를 만져본 미용사가 이렇게 말한다. "아이구, 사모님.....머리가 많이 풀렸네요......파마할 때가 다 됐구만." "아이구, 그래요? 그럼 파마를 해야지~ 이쁘게 말아 주세요~" 딸 아이의 결혼식에 가려고 머리하러 왔다는 사실을 순간적으로 까맣게 잊어버린 아주머니. 파마 머리를 말고.....기다리고......중화제 치고 .....감고......다시 말리고......
파마의 모든 과정을 다 마치니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아이구, 사모님 머리 참 이쁘게 잘 나왔네요."
"그러게요. 오늘 머리 참 맘에 드네요. 수고 하셨어요~!" 파마를 다 하고 미용실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앗! 오늘 우리 딸 결혼식!!"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결혼식장으로 가니 어머니가 없는 가운데 결혼식은 이미 끝이 났더라나!
연세가 드신 분들의 건망증이야 그렇다 치고 나이가 젊은 분들도 몹쓸 건망증은 피해갈 수 없는지
30대 초반인 어떤 주부는 TV 리모콘이 없어져서 하루 종일 찾다가 할수 없이 새 리모콘을 사기까지 했는데
그 다음 날 냉동실 문을 여니 리모콘이 거기에 떠억하니 들어있더라는 얘기도 들려온다.
필자도 얼마전에는 연이은 추운 날씨 때문에 밤에 전기요에 따끈하게 불을 넣고 잤는데 아침에 끄는 것을 깜빡 하고 출근해버려
저녁에 돌아와 뜨끈뜨끈해진 침대를 만지는 순간 머리털이 쮸삣했던 경험도 있는지라 혹여 이런 증상이 심해져 <딸래미 결혼식날 파마하러 가는 무시무시한 건망증>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도 된다.
깜빡 하는 건망증으로 인해 견인 수수료 38,000원에 불법 주차 과태료 40,000원까지 물게 된 필자.
여러분은 건망증으로 겪은 이런 황당한 경험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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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오늘 아무 스케쥴 없죠? 우리 집에 와서 점심이나 같이 할래요?" 절친한 후배의 전화 초대를 받고 외출을 준비하는 마음이 유난히 가볍다.
바로 어제, 처음 만난 순간 뽐뿌 충동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만 거금을 주고 질러버린 아이,
글레디에이터 샌들이 다소곳하게 필자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갈색 샌들과 잘 매치되는 날아갈듯 시원한 쉬폰 원피스를 골라입고 거리를 나서니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치맛자락은 하늘하늘, 발걸음도 사뿐사뿐, 기분이 아주 그만이다. 아파트 앞 마트에 들려 음료수 선물 하나를 사고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후배의 집 초인종을 누른다. "딩동~♬" "왈~왈~왈~!!!" 응? 이 집에 웬 강아지 소리람? "네~ 나가요~!" 반갑게 문을 열어주는 후배의 팔에는 이쁜 푸들 한 마리가 안겨있다. "어.....웬 강쥐야? 강쥐 안 키웠자너?" "집에 온지 몇달 안 됐어요.....애기들이 하도 사달라고 조르는 바람에....."
현재는 키우지 않지만 어릴적부터 개를 함꼐 해 온지라 유난히 강아지를 좋아하는 필자,
거실로 올라서자마자 강아지에게 손을 내밀고 혀를 끌끌...차며 "쯧쯔쯔....일루 와라~~"하며 부르니 이 강아지 어찌나 좋아하는지 방방 뛰고 난리도 아니다. 머리와 목을 쓰다듬어 주며 "아이구...이쁘다.....이거 가시나네..."하며 무릎에 앉히니 이 강아지, 너무 좋아하는 나머지 필자의 원피스 자락에 오줌까지 질금질금 지린다. "윽...어째....옷 다 버렸자너.....헐.....손에도 전부 오줌이야~!" 황급히 욕실로 가서 손을 씻고 원피스에 묻은 오물도 물로 살짝 빨아 뒷처리를 했다.
그래도 너무나 철없는 이 강아지는 주인에게는 가지도 않고 필자에게 붙어서 온갖 아양을 다 떤다. 무릎에 앉혀 놓고 목덜미랑 배를 슥슥 긁어주면 좋아라고 다리를 쳐들고 부르르 떠는가 하면 내려놓자마자 안아달라고 발딱 일어서서 날카로운 발톱으로 필자의 다리와 얇은 원피스를 마구마구 긁어댄다.
조금 있으니 다른 절친이 또 한명 더 방문하여...대화는 점입가경.....재잘재잘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데 "날도 더운데 시켜 먹으려고 점심 준비 안 했어요.....뭐 드실래요?" 하면서 주방 쪽으로 가던 후배가
갑자기 "으악.....가시나....! 어쩐지 조용하더라니.....이거 우짜노~ㅠㅠ" 하며 소리를 지른다. "왜, 왜...? 이쁜 강쥐를 왜 야단쳐...?"하고 일어나서 가보았더니 강아지가 입에 물고 놓지 않는 것은 바로 필자의 신상 글레디 샌들이 아닌가?
"엄마야.....!!!" 강아지의 입에서 샌들을 뺏어 들고 보니 헐...... 오늘 처음 신고 나온 샌들을 완전 절단을 내놓았다.
굽은 질근질근 씹어버려 처참한 상태가 되었고 발바닥 부분과 뒷꿈치 부분도 가죽이 험하게 까져버린 것.... "윽....어째....이거 오늘 첨 신고 나왔는데...ㅠㅠ" "아이구.....선배, 어떻게 해요...미안해서....손님 오시면 현관 문을 꼭 닫는데 오늘 잊어버리고 현관문을 안 닫았네요.. 어떡하나......ㅠㅠ AS 맡기시면 제가 수리비 드릴께요..." 강아지 주인인 후배는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한다. 필자의 마음 속은 이미 타들어가고 있었지만 화낸다고 샌들이 원상복귀 되지는 않을터라 "아... 괜찮아...괜찮아... 내일 가지고 가서 AS 맡기면 되니 너무 신경 쓰지마..." 무안해 하는 강아지 주인을 안심시키고 웃으면서 다시 앉아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대화를 나누었다.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고....이야기가 점점 무르익어가는데도 샌들 때문에 놀란 기분이 빨리 좋아지지가 않고 고1 때 엄마를 조르고 졸라서 산 까만 메리 제인 슈즈를 집의 강아지가 씹어서 절단을 내어버렸던 아픈 추억이 기억 깊숙한 곳에서 다시 되살아났다.
하는 수 없이 자리를 잠시 떠나 샌들을 구입했던 매장으로 전화를 해 보았다. "여보세요...롯데백화점 오브엠이죠? 그저께 거기서 글레디 샌들 구입했던 사람인데요....
신발이....$#%&*#ㄹㅉ%ㅃ^&*#@~~~ㅠㅠ.... 그래서 그런데.....혹시.... 한쪽만 교환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네, 고객님. 신발에 하자가 있으면 신으셨더라도 교환이 가능합니다만 이런 경우엔 좀 곤란할 듯 하네요.. 상태를 보아야 하니.....가지고 오시면 성심 성의껏 손봐 드리겠습니다.." "아...네...그러면 며칠 안으로 신발 가지고 들릴께요.." 전화를 끊고 생각하니 신발 AS에 걸리는 시간이 있는지라 되도록이면 빨리 맡기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볼일을 빨리 마치고 즉시 백화점으로 차를 몰았다.
매장에 도달해서 신발의 상태를 보여주니 신발을 보던 매장 직원, 헉...하고 살짝 놀라더니 이내 웃는다. "어....굽을 맛있게 씹어 먹었군요....ㅎ 이런 경우 굽을 완전 교체해야 하고 양쪽 색상이 조금 달라질 수도 있으니 성한 쪽 굽도 같이 달아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물어뜯긴 샌들의 바닥이나 뒷꿈치 부분도 완전하지는 않겠지만.... 염색약으로 칠해 드릴께요... 최대한 잘 보수해서 원상에 가깝도록 조취해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내일부터 본사가 휴가 기간이라서.....빨리 고쳐도 10일은 걸릴 것 같습니다. 최대한 재촉을 해서 매장에 샌들이 도착하는 즉시 댁으로 배송해 드리겠습니다.." 너무나 친절하게 대응을 해주는 매장 직원 때문에 다운 되었던 기분은 조금 나아졌고 10일 후에는 새롭게 태어난 나의 글레디 샌들을 받아들 수 있겠지...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매장을 나섰다.
그나저나 AS 받은 신상 샌들, 수중에 들어오게 되면
그 때 이미 여름 다 끝나버리는건 아닐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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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를 하고 잠시 시간이 나서 시내 중심 상가에 들리려고 차를 몰고 나선 것은 저녁 일곱시 쯤. 경주역전을 지나 팔우정 로타리를 가기 직전, 우측으로 난 샛길로 핸들을 꺾었다. 이 길은 인도와 차도가 구분이 안 되는 도로라
주차된 차들과 몇몇 보행자들이 무질서하게 섞여 항상 혼잡하여 필자 또한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고 조심스럽게 전방을 주시하며 천천히 차를 몰았다. 샛길을 빠져 나오기 바로 직전쯤이다. 에어컨을 켜놓아 창문을 다 닫은 상태였는데도
뒷편에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저 차 잡아라!!!" 어.....대체 무슨 일이지? 브레이크를 밟은 채로 뒤로 슬쩍 돌아보니 어떤 남자가 길가에 주저앉아 필자의 차쪽으로 손가락질을 해댄다. "저 차 날 치고 그냥 도망간다!!" 고함 지르는 남자를 보아하니 그 남자가 잡으라고 손짓하는 차는 바로 필자의 차가 아닌가...!! 너무나 황당하여 가던 차를 그 자리에 세우고 황급히 그 남자에게 가보았다. "어....아저씨....괜찮으세요? 어디 다치셨어요? 제 차에 부딪히신거에요?" 너무나 놀란 필자는 길에 쭈구리고 앉아 있는 남자의 상태를 이리저리 살피며 물어보았다. "내가 얌전히 걸어가고 있는데 차로 내 팔을 탁....들이받아 놓고 왜 그냥 가는거야!!" 60세 쯤 되어 보이는 남자는 팔이 아프다고 연신 주무르며 술 냄새를 풍기는 입으로 필자에게 마구 마구 소리를 질러댄다. 놀라기도 하고 당황되기도 한 필자. "아저씨, 전 전혀 몰랐어요. 부딪히는 소리도 못 들었는데.....ㅠㅠ 많이 다치셨어요? 병원에 가보시겠어요?" 이렇게 안절부절하고 있는데 필자의 차 뒤에 줄지어 기다리던 여성 운전자가 살며시 손짓하여 필자를 부른다.. "저기요....제가 뒤에서 다 봤는데....아줌마 차가 가는데 저 아저씨가 일부러 차에 가더니 팔을 휘두르며 슬쩍 부딪히던데요?" 그제서야 사태를 파악한 필자......뒤의 여성 운전자에게 잠시만 내려서 상황을 말해달라고 부탁하였더니 친절한 이 여성 운전자는 가던 길을 멈추고 길가에 차를 세우고 내리더니 그 남자에게 가서 말한다. "아저씨! 제가 뒤에서 다 봤는데 아저씨가 일부러 차 옆으로 팔을 휘둘러서 차에 부딪혔잖아요!" 그러자 이 남자, "술먹으면 비틀비틀할 수도 있지.....길이 다 지껀가.....
내가 비틀비틀해도 이 차가 없었으면 안 받혔지!!"하며 소리를 질러댄다. 여성 운전자의 증언에 힘을 얻은 필자도 끼어들어서 "저.... 아저씨.....제가 아까 아저씨 봤는데 제 차에서 많이 떨어져서 걷고 있었거든요.
제가 진행할 때 아무런 문제가 없었구요. 탁....하는 소리도 못 들었을 만큼 살짝 부딛히신것 같은데 혹시 이상이라도 있으세요?
병원에 가서 사진 찍어 보도록 해요. "하고 다그쳤다. 일부러 부딪히는 걸 보았다는 뒷차 운전자의 증언에 살짝 당황한 이 남자. "아줌마 차가 나를 받기는 했지만 내가 병원에는 안 가도 될 정도니....그럼, 파스값 하게 돈이나 내 놔요!"하는게 아닌가..... 이 남자를 미루어 짐작컨데 일부러 인도와 차도가 구분이 없는 혼잡한 차도를 걸다가 살짝 부딪혀놓고는 여성 운전자들에게 협박하여 술값이나 뜯어내려는 찌질한 부랑자임에 틀림이 없다. 이 남자의 음흉한 의도가 돈을 뜯어내는데 있다는걸 파악한 필자, "아저씨.....다쳤는데 병원에 가봐야지요.....많이 다쳤을 수도 있는데 어떻게 그냥 돈만 드린답니까...
그리고 사고가 났으니 경찰에 신고를 할께요...."하고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현장을 목격한 여성 운전자의 휴대폰 번호를 필자의 휴대폰에다 저장을 한 뒤
운전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보내드렸다.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격앙이 되어 손이 덜덜 떨리는걸 겨우 참으며 112에다 신고 전화를 했다. 필자가 경찰에다 신고를 하는 것을 본 이 남자는 "사람을 다치게 했으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치료비를 줘야지!
경찰에 신고는 왜 해! 그래...좋아! 신고하란 말이야!!"하고 더욱 패악을 부린다. 채 10분도 안 되어 현장에 도착한 경찰 차. 필자에게서 간단하게 사건의 경위를 듣더니 목격자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목격자의 증언을 한참 듣고는 그 남자에게 다가가 "아저씨! 많이 다쳤어요?" 하고 물어본다. "저 여자가 차로 내 팔을 받았어요..그래서 내가 소리를 질렀어요! 운전을 그 따위로 하고...! @#%^&$ㄲ%~~!!"
경찰이 오자 이 남자는 더욱 크게 소리를 지른다. "아저씨.....제가 정말 당시에 부딪히는 소리도 못 느낄 정도였거든요... 그리고 제가 사태를 파악하고 즉시 내려서 다치지 않았냐고 물어봤고 도망가지도 않았잖아요...!" 하고 말하니 "뺑소니는 아닙니다..."하고 말 끝을 흐린다. 실랑이를 보던 경찰이 그 남자에게 "아저씨, 주민등록증 내 봐요.." 하니 "없는데요..."한다. "민증도 안 가지고 다닙니까...! 주민번호 대세요!"하니 그제서야 "500***-*****"라고 갑자기 등등하던 기세가 수그러든다.
술값을 노린 찌질한 자해공갈범이라고 파악한 경찰. "아저씨.....다쳤으면 병원에 가서 사진을 찍어봐야지요! 병원으로 가봅시다." 하니 이 남자는 계속 '많이 안 다쳤는데 치료비를 주고 가야지......경찰에 신고하고...이런 못된 여편네가.....! 그래! 병원에 가자! 가!" 하면서 도로 옆에 세워둔 필자의 차 문을 벌컥 열더니 마구 올라 타려고 한다. 어이가 없어진 경찰. 그 남자를 즉시 제지하더니 "아저씨! 병원에 가려면 경찰차를 타고 가던지, 앰뷸런스를 불러야지, 그 차를 왜 타능교?"하고 나무라자 "그러면 야...!! 앰뷸런스 불러! 병원에 가자!!" 하고 마구 소리를 지른다. 경찰도 기가 막히는지 "아저씨가 앰뷸런스 불러서 병원 가고 사진 찍어서 이상 있으면 보험 청구하면 될거 아닌교! 빨리 앰뷸런스 부르소!!" 하고 응수를 하며 "더 할말 있으면 경찰서 가서 하소!"하면서 아저씨를 다그친다. 수세에 몰린 이 남자... "아...병원에 안 가요...안 가....많이 다친 것도 아닌데...병원을 왜 가! 파스값 하게 돈이나 좀 내놓으라니 경찰을 부르고.... 이 못된 여편네가...!! 자가용 몰고 다니면 다야? "하면서 연신 중얼거리더니 "간다....가...! 없던 일로 하고! 안 다친 걸로 하고! 가면 될 거 아니야! @#%^&$ㄲ%~~!!" 하면서 골목 속으로 슬그머니 발걸음을 옮긴다.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는 남자의 뒷모습을 어이없이 바라보고 있던 경찰....그제서야 피식 웃는다. 경찰에게 "너무 수고하셨어요...감사합니다.."하고 말하자 이 남자는 거주지가 일정하지 않은 채로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며 술이나 마시고 사람들에게 돈이나 뜯어내는 부랑자임에 분명하다고 하면서 이런 경우 병원에 가게 되면 꼼짝없이 가해자가 되기 십상이며 완전히 덮어쓰기는 일도 아니라고 한다. 필자의 뒤를 따라오던 여성 운전자의 증언이 없었다면 완전히 당할 뻔 한 사건이라고 말하며 자리를 뜬다. 남자도, 경찰차도 자리를 뜨고난 후 차로 돌아와 운전대를 잡으니 아직도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는지라 시내로 가서 일을 보러던 계획을 취소하고 황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여 증언해 준 여성 운전자 분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그 운전자, 뒤에서 처음부터 다 보고 있었는데 그 남자의 행동이 너무 황당했기 때문에 가던 길이 바쁘다고 그냥 지나가면 앞차 운전자가 그대로 다 덮어쓸 것 같아서 내려서 얘기를 한 것이라고 한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저도 앞으로 길 가다 이런 일을 목격하게 되면 귀찮다 생각 않고 증언을 잘 해주어야겠어요...정말 감사합니다." 거듭 감사를 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자리에 누워도 가슴이 두근두근하며 한참동안 진정이 되지 않았다. TV나 신문에서 말로만 듣던 자해 공갈범을 실제로 만나게 되다니.....!. 비록 조직적이고 치밀한 자해공갈단은 아니었고 살짝 어리숙하고 한편으로는 귀여운(?) 자해공갈범이었지만 목격자가 없었더라면 꼼짝없이 당할 뻔한 황당하고 어이없는 사건이었다.
오랜만에 1박 2일을 본방으로 보니 마침 경주 수학여행 특집을 방영하고 있는 중이다. 버스 안에서의 장기 자랑이나 교복을 입은 멤버들이 경주의 유적지를 돌아보고 스탬프를 찍는 장면들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빛 바랜 사진처럼 희미해져 가던 수학여행에서의 추억이 하나...둘 ....되살아났다.
필자는 초, 중,고를 거치는 동안 경주, 설악산, 남해안.....등의 역사 문화 명소를 수학여행으로 돌아보았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어린 시절에야 유적지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지라 무엇을 보았는지는 거의 기억에 남아 있지 않고 오고가는 버스 안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잘거리며 노래 부르던 일, 장기 자랑 하던 일, 버스가 흔들리도록 쿵쿵거리며 춤 추고 놀던 일, 밤새 한잠도 자지 않고 이 방 저 방 돌아다니며 잠 자는 친구들 얼굴에 매직으로 그림을 그리고 손발을 묶어 놓던 일, 선생님 신발을 감춰 놓고 밤에 몰래 놀러 나가서 선생님들을 골탕 먹이던 일 등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에 남아 있는데......
오늘은 '어느 선생님의 수학 여행에서의 맺힌 한이 구구절절이 드러나 있는 학습지'를 소개할까 한다.
선생님의 다년간의 지도 경험과 수학 여행에서 골탕먹은 끔찍한 기억이 생생히 살아 있는 학습지를 받아 든 필자. 톡톡 튀는 질문을 읽어 내려가다가 그만 빵....터져버리고 말았는데......
차창 밖으로 손이나 머리를...? ( 내밀지 않는다, 내밀어 장애인이 된다. ) 버스 안에서 멀미가 나면......? ( 옆 친구바지에 토한다, 비닐 주머니에 토한다. )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 할 때는......? ( 속히 제자리로 승차하여 인원점검을 받는다. 나 때문에 선생님께 욕먹고 우리 차가 제일 꼴찌로 가게 한다. ) 위험한 곳은......? ( 가지 않는다. 가서 119를 부르는 등 선생님의 혼을 쏙 빼놓는다. )......등등 수학여행을 앞두고 성희롱, 성폭력, 안전 교육을 위해 만드셨다는 선생님의 장난기 가득한 '수학여행 사전 교육 학습지'를 풀어보면서 아이들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계속 깔깔거리면서 "이렇게 재미있는 학습지는 처음 풀어봐요~!!" 했다고 하니 '수학여행 가서 이런 행동은 절대 해서 안 됩니다...'하는 주입식 교육 보다는 몇 배 더 효과 있는 학습이 아니었을까...? 아이들에게서 입수한 수학여행 사전 교육 학습지를 이웃분들에게도 살짝 공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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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시나리오와 감칠맛 나는 대사, 주연을 비롯한 조연들의 소름끼칠 듯한 명품 연기로
수목 드라마 동시간대를 평정하고 있는 KBS 수목 드라마 '추노'.
1회에서 8회까지 추노 패거리 3인방 이대길(장혁), 최장군(한정수), 왕손이(김지석)는 시종일관 상반신을 노출한 채 저잣거리를 활보하였는데
특히 큰 주모(조미령)가 최장군의 목욕하는 장면을 몰래 훔쳐보던 씬은 식스팩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초콜릿 복근의 정수를 보내주어
이들 추노꾼 패거리의 강한 이미지를 표현했을 뿐 아니라 보는 이들의 눈을 호강시켜 시청률을 단번에 끌어올리는데 일조를 했다.
영화 '300'으로 인해 전염병처럼 불어닥친 초콜릿 복근 열풍은
'추노'로 인해 절정에 다다라 모든 남성들에게 몸짱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 관념에 시달리게 하고 있는데.....
전국이 눈으로 몸살을 앓았던 이번 겨울 동안에도 제대로 된 눈 한번 내리지 않던 남쪽 동네 경주에도 지난 설날 연휴에는 간만에 눈이 내렸다.
오랜만에 보는 눈송이에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너무나 좋아라...하면서 눈 쌓인 골목과 들판을 발 시러운 강아지 마냥 뛰어 다녔는데
경주 통일전 옆 동네 어귀에는 재미있는 몸짱 눈사람이 세워져 있어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쩍 벌어진 어깨 근육, 탄탄한 팔 근육, 실팍한 가슴 근육에 식스팩이 확연히 드러나는 초콜릿 복근이라니....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이 정도라면 눈사람계의 최고 몸짱이 아닐까...?
이제 이런 두리뭉술한 눈사람 시대는 가고 눈사람조차 몸짱이 아니면 명함도 못 내밀 시대가 오지 않을까....
갑자기 씁쓸한 기운이 감돌면서 나도 모르게 볼록 도드라져 나온 아랫배에 '흡.....'하고 세게 힘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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