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는 몽골의 투브 초원에서 양잡는 현장을 깜짝 공개해드린 바 있는데

오늘은 양 한마리로 몽골 전통 요리 '허르헉((Horhog)'을 만드는 과정을 공개하고자 한다.

허르헉을 만들기 위해서는 초원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고 놀던 양 한마리를 골라내야 한다.

초원에서 의지할 식량이라고는 가축 뿐인 유목민들에게 양은 가장 귀하게 여기는 대상인데

귀한 손님이 자신의 집을 방문했을 때 손님을 대접하는 경우에만 잡을 수 있다.


관련 포스트 : 초원의 법칙 - 몽골 유목민의 양 잡기 현장 습격 리얼 리포트 

 


 

 

양을 잡을 때는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칼로 양의 앞가슴을 5cm정도 찢은 후

찢은 틈새로 손을 넣어 심장 동맥을 갑자기 움켜쥐어 바로 숨통을 끊어버린다.

이것은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동물에 대한 미덕인데

피 한 방울 땅바닥에 흘리지 않고 양를 잡고 가죽을 벗기는 과정은 거의 신기에 가깝다.

 

 

 

 

30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양을 잡고 가죽을 벗겨낸 게르의 바깥 주인은

바닥에 양가죽을 넓게 펴 놓고 먹기에 알맞은 크기로 고기를 하나 하나 잘라낸다.

이때 뼈는 절대로 자르지 않으며 관절을 꺾어서 고기를 해체한다고 한다.

 

 

 

 

남자들이 양을 잡아 가죽을 벗기고 고기를 먹을만한 크기로 자르는 동안 여자들은

손가락 사이에 창자를 끼고 훑어나가며 양의 창자 속에 들어있는 배설물을 하나 하나 뻬내는데

내장 속에 들어 있던 덜 삭은 풀에서부터 똥까지 빠져나와서 주변에는 시큼한 냄새가 진동한다. 

 

 

 

 

모든 과정에서 물은 전혀 쓰이지 않는데 몽골사람들은 고기를 물로 씻으면 본래의 맛이 없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양을 잡을 때는 땅 바닥에 한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고 잡는 것이 기술인데

양의 뱃속에 고인 피는 그릇으로 떠내어 커다란 그릇에 옮겨 담는다.

피를 받은 안주인은 피 한사발을 땅바닥에 뿌리는데 이는 대지의 신에게 주는 고수레인 듯......

 

 

 

 

양 뱃속에서 나온 피는 밀가루와 소금을 넣고 골고루 주물러 섞는다.

 

 

 

 

손으로 주물러 잘 섞은 피를 양의 창자 속에 넣고 익히게 되면 바로 오리지널 피순대가 되는 것이다.

 

 

 

 

양고기를 자르고 피순대를 만들고 하는 동안 한쪽에서는 난로에 장작불을 피워 '초토'를 굽는다.

초토는 몽골 초원의 자갈로 탄소 함유량이 높아 허르헉의 맛을 좋게 하는 돌멩이이다.

 

 

 

 

이제 고기도 준비되고 순대도 만들어졌고 불도 준비되었으니 고기를 넣어 익힐 일만이 남았다.

 

 

 

 

고산지대인 몽골 초원은 기압이 낮아서 요리할 때 냄비 위에 무거운 돌을 얹어야 하는데

오늘 요리는 양 한마리를 다 넣고 익혀야 하기 때문에 엄청나게 큰 압력솥이 준비되었다.

튼튼하기 이를데 없는 이 압력솥은 몽골의 군대에서 주로 사용되는 압력솥이라고 한다.

 

 

 

 

허르헉을 만드는 맨처음 과정은 큰 압력솥에다 물을 조금 붓는 것이다.

 

 

 

 

그리고는 압력솥 안에 기본 양념인 소금을 적당량 투입한다.


 

 

 

 

그 다음에는 난로의 뚜껑을 열고 맹렬히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초토를 꺼낸다.

 

 

 

 

불길 속에서 빨갛게 달아오른 돌멩이 초토를 꺼내서 압력솥 안에 집어 넣는다.

 

 

 

 

달아오른 초토를 넣으면 압력솥 안의 물은 금방 피시시......하며 수증기가 피어오르는데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큼지막하게 자른 고기들을

초토와 함께 차곡차곡 압력솥 안으로 던져 넣고 정성스럽게 만든 피순대도 넣는다.

 

 

 

 

관광객들을 위해 만드는 허르헉은 감자, 당근, 양파는 물론 마늘까지 넣어 누린내를 없애도 먹기 좋게 한다는데

사실 몽골인들은 채소나 양념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에 와서 채소를 먹는 몽골인들도 늘어났지만 양파와 마늘 정도가 고작이라고 하는데

마늘도 구하기 힘든 초원의 오늘의 허르헉 양념은 '소금'과 조그마한 '양파 2개'가 고작이다.

 

 

 

 

물과 소금, 초토, 양고기와 피순대, 양파를 솥에 넣은 후에 난로에 다시 새 장작을 투입한다.

 

 

 

 

그리고는 뚜껑을 단단히 닫은 압력솥을 난로불 위에 얹어 놓는 것으로 준비 단계는 끝이 났다.

 

 

 

 

이렇게 해서 1시간 반 정도 푹 쪄야 한느데 양을 잡고, 고기를 자르고, 순대를 만들어 솥에 넣어 익히는데까지

시간이 엄청나게 많이 걸리는 허르헉은 진정한 의미의 슬로 푸드가 분명하다

 

 

 

 

1시간 반 정도 지나 난로에서 압력솥을 내려도 뚜껑을 바로 열지 않고 한참 동안이나 뜸을 들인 후에 뚜껑을 열게 된다.

 

 

 

 

드디어 압력솥의 뚜껑이 열리고 커다란 솥 안에 들어 있는 허르헉의 실체가 드러났다.

사이사이에 까만 돌멩이 초토가 보이는데 솥 입구까지 고기와 순대가 놀랄만큼 가득히 들어있다.

 

 

 

 

양 한마리를 통째로 요리하면서도 왜 채소는 고작 양파 2개가 전부일까 생각했는데

사실 몽골의 전통적인 요리에서 채소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초원에서 고기보다 구하기 힘든 것이 채소이기도 하지만 

선입견을 가진 대부분의 몽골인들은 감자 등의 야채에서 땅 냄새가 난다면서 먹지 않는다고 한다.

몽골 사람들에게 채소는 전통적으로 가축들이나 뜯어먹는 목초같은 개념이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어도 많이 뜨끈뜨끈한 고기와 순대를 집게로 집어 커다란 쟁반에다 덜어낸다.

 

 

 

 

고기를 다 덜어낸 후 압력솥을 보니 압력솥 안에는 기름이 둥둥 떠 있고

그 속에서 고기를 익힌 일등공신 초토가 헤엄치고 있다.

 

 

 

 

초토는 고기가 다 꺼내고 난 후에도 손에 한참 동안 쥐고 있기 힘들 정도로 뜨겁다.

초토를 손에 쥐고 이리 저리 굴리면 원적외선이 나와 혈압과 심장 등에 좋다고 하길래

 초토 하나를 얻어 손에 살며시 쥐어 보았다. 따스함이 온 몸에 퍼진다.

아....기분이 좋아진다. 몸도 절로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이제 허르헉을 양손으로 들고 뜯어먹는 일만 남았다.

침을 굴꺽 삼킨 후 쟁반에 담긴 허르헉 한조각을 집어 입안에 넣고 살며시 뜯어먹어 본다.

그런데 헉.....! 엄청 질기고 또 느끼......하다.

그렇게 오래 익혔는데도 뼈에 붙은 살코기가 좀체로 뜯어지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누가 보든말든 양손으로 뼈다귀를 붙잡고 마구마구 뜯어먹어야 했다.

 살점을 힘껏 물어 뜯어 입안에 넣고 질근질근 씹어 보니

헉.....!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와 느끼함이 온 몸을 파고든다.

 

몽골로 오기 전 습득한 정보에는 허르헉은 감자, 당근, 양파, 마늘 등 야채가 많이 들어가 느끼하지 않고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다더니 그 요리는 한국 관광객을 위해 특화된 퓨전 허르헉이었던가 보다.

양 한마리에 달랑 양파 2개만 넣은 초원의 허르헉은 완전 느끼함 그 자체였다.

김치나 겉저리와 함께 먹는다면 느끼하지도 않고 환상적일텐데......

새삼 한국 음식의 귀중함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언제 또 몽골에 와서 유목민이 만든 오리지널 허르헉을 먹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우리나라의 시큼한 막걸리 맛과 비슷한 아이락(마유주)으로 살짝 입을 축인 후에

접시에 놓인 허르헉 고기를 집어 꼭꼭 씹으며 음미하다 보니 어느덧 허르헉의 구수한 맛이 입안에서 느껴진다.

 

 

 

 

기름기가 엄청 많은 허르헉을 먹은 후 설거지를 하는 모습도 보았다.

여러 사람이 먹고 난 그릇을 거의 물 두 바가지로 다 씻어낸다.

주방 세제를 푼 바가지에서 문지른 그릇은 다른 바가지의 맹물로 한번 슥 행궈내면 끝이다.

한국에서라면 경악할 일이겠지만 물 없이 살림하는 것이 몸에 배인 몽골여인에게는 물 두 바가지도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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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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