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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학자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조선4대 길지 중 하나라고 극찬했던 봉화읍 유곡리 달실마을.
달실마을 주차장에다 차를 세워놓고 봉화읍내 방면으로 흘러가는 내성천 물길을 따라 석천계곡으로 향합니다.
타는 듯한 햇볕을 한손으로 가리고 좀 걸어가다보면 짙은 숲의 터널이 나오니 한결 걷기가 좋아집니다.
얼마 걷지 않아 나타난 석천정사와 그 아래 펼쳐지는 석천계곡. 보자마자 와~~~!!!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수정 같은 석천계곡 사이로 석천정사가 들어앉은 모습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합니다.
권벌의 아들 권동보가 지었다는 이 정자는 마루에 달린 창살을 열면 그대로 계곡의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고
창살을 내려 외부 경관을 차단하면 은은한 자연의 소리에 독서를 즐기는 공간이 되니 참으로 멋진 정자입니다.
계곡을 유유히 흐르던 내성천 강물은 석천정사 앞의 너른 암반을 만나서 작은 폭포를 이루는데
암반을 따라 흐르는 작은 폭포는 물미끄럼틀타기 놀이에는 안성맞춤입니다.
엉덩이를 내리 깔고 물에 앉으면 세차게 흐르는 물줄기 때문에 몸이 저절로 폭포 아래로 미끄러지는데
물줄기와 함께 미끄러져도 그 아래 소가 크게 깊지 않으니 아이들도 놀기에 위험하지 않고 좋습니다.
석천계곡 위로 난 숲길을 따라 한참을 걷다보면 바위 위에 새긴 붉은 글귀가 눈에 들어옵니다.
청하동천(靑霞洞天), 즉 하늘 위에 있는 신선들이 사는 마을이란 뜻입니다.
기암괴석이 많은 석천계곡에는 도깨비들이 몰려와서 놀았고 이 때문에 석천정사에서 공부하는 서생들이 괴로움을 당하자
충재선생의 5대손인 권두응 명필이 바위에 글을 새기고 주사칠을하여 필력으로 도깨비들을 쫒아냈다는 이야기가 전합니다.
계곡물은 깨끗하고 시원하여 발을 담그기만 해도 등에 맺혔던 땀이 금세 식어버립니다.
물놀이가 아니더라도 소나무 그늘 아래 암반 위에 앉아 쉬노라면 옷깃 사이로 절로 솔바람이 스치웁니다.
오늘은 카메라를 내려두고 처음으로 종이 한 장을 들고 길드로잉을 해보았습니다.
솔바람과 새소리를 들으며 느긋한 마음으로 해본 길드로잉.
바쁘게 사진 몇장을 찍은 후 다른 출사지로 떠나던 여느날과 달리
자신을 돌아보며 힐링하는 여유를 가진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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