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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도 상해나 홍콩 같은 남동쪽 지방은 비가 많이 오는 지방이라 유달리 습하다.
그래서 그런지 해가 조금이라도 나는 날이면
집집마다 빨래를 내어 말리는 진풍경을 볼 수가 있다.
공산주의 국가 중국이지만 빨래의 자유는 무한하기만 하다.
사람의 손이 닿이는 곳이면 어디든지, 어떤 방식으로든지 널린 빨래는
자유로움의 열망을 다른 방법으로 표출한 것일까?
빨래를 너는 방식과 장소는 정말 다양하지만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풍경은
이렇게 긴 막대에 빨래를 걸어 건물 밖 허공으로 내거는 방식이다.
이층 이상의 창문에서 삐죽이 내미는 빨래 장대는 대나무가 주를 이루는데
빨래를 한 것 같지도 않은 상태의 옷가지나 축축한 이부자리등을 내어서 습기를 제거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마치 현충일날 국기를 게양한 것 같이 보이는 집도 있고.....
이렇게 골목길 이쪽 저쪽을 연결한 빨랫줄에 주렁주렁 빨래를 널어서
차가 지나갈 때마다 빨래를 스윽...건드리고 지나가도 아랑곳하지 않는가 하면
대문 앞도 전혀 아랑곳 않고 빨래를 주렁주렁 널어 놓는다.
이 집은 출입구를 다 막아 놓고 빨래가 널려 있어서 들어가고 나오려면 빨래를 들추고야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듯...
인도를 통채로 가로질러서 널어 놓은 빨래들로 인해 사람이 다니려면 빨래 아래로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야 하는데
그 앞에 자전거를 대놓고 놀고 있는 청년들을 보면 인도로써의 기능은 아예 상실한 듯...
8차선 대로의 노변 화단에도 나뭇가지를 빨랫줄 삼아 옷들이 주렁주렁 널려 있는데...
바지 호주머니도 뒤집힌 채로 오랜만에 햇빛을 구경하고...
빨간 티셔츠...
빨간 잠옷...
빨간 내복....^^;;
거기다 이렇게 빨간 팬티까지 대로변에 버젓이 걸어놓는다.
빨래 중에는 유난히 빨간 속옷들이 눈에 많이 띄는데
중국인들은 빨간색이 특히 '상서롭고 기쁘다'고 생각할 뿐 아니라
귀신을 쫒는데에도 특효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번밍니엔(本命年,자신이 띠에 해당하는 해)'이 되는 사람들은 그 해의 액땜을 위해서 빨간색의 양말,브래지어,팬티 등의 속옷을 연초에 구입해서 일년 내내 착용하는데 심지어는 회색 속옷만 입을 것 같은 절에서도 이렇게 빨간 내복이 걸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때론 이렇게 민망하게 널려 있는 빨래를 도처에서 볼 수 있는데......^---^
속옷을 버젓이 걸어놓는 건 여자 속옷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나라에선 거의 볼 수 없는 광경이지만 중국에서는
브래지어,팬티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 마구 널어 놓는다.
중국인의 관습으로는 속옷도 하나의 '옷'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속옷을 널어놓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닌 것이다.
실제로 중국 여자들은 자전거 탈 때 우리 같이 바지를 고집하지 않고 치마를 입고도 잘 탄다.
미니 스커트를 입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다녀서 속옷이 훤히 다 보일 뿐 아니라
심지어는 치마가 길면 다리 위로 확 걷어부치고 넓적다리와 속옷을 다 드러낸 채로 자전거를 타는데
그런 광경을 보는 사람들도 이상하게 생각지 않고 별다른 관심도 두지 않는다.
심지어 기차 같은데 마주 앉아서도 치마를 입은 채 다리를 쩍 벌리고 앉는 등 속옷 처리에 신경을 전혀 안 써서
우리 나라에서 간 사람들은 도대체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난감할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아니 ,왜 중국 여자들은 짧은 치마를 입은 채로 다리를 벌리고 앉아서 치마 속을 다 보여주냐...."
하며 우리 나라 사람들이 불평을 하면 중국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하는 우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도리어 갸우뚱하며 되묻는다고 한다.
"아니......치마 안에 팬티를 입었지 않습니까......"라고......
이같이 여러가지 재미있는 모양으로 널려 길바닥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빨래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데
패드가 다 찌그러진 채로 펴지도 않고 그냥 척 걸쳐놓여져 있는 브래지어와 곡예를 하듯 다리를 이쁘게 접어 올려서
마치 사람이 '폴짝" 뛰어서 하늘로 날아가는 듯 하는 상상을 하게 하는 내복은 어떻게 보면 하나의 조형 작품 같이도 느껴진다.
이렇게 길가에 널린 파란 이불은 때로 삭막한 도시에 생기를 주는 벽화처럼 보이기도 하고.....
하늘로 높이 솟은 옷가지들과 파란 하늘의 어울림은 어찌 보면 현대 미술 작품같이 멋지게 보인다.
이런 컨셉으로 새로운 현대 미술 작품을 구상한다면
며칠 동안 뒹굴다 일어나 다 구겨지고 쓰레기 투성이인 난잡한 침대를 출품해서
3억에 팔리게 한 영국의 예술가 '트레이시 에민'의 작품을 능가하는
불후의 명작이 탄생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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