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한창 깊어져가는 10월의 마지막 주말,
가을 주왕산을 못본지가 한참 되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차에 올라 길을 나섰다.
1시가 넘어 경주에서 출발한지라 주왕산 가까이 오니 벌써 3시.
좀 늦긴 했지만 빨리 걸으면 3폭포 까지는 보고 오겠지....하는 마음으로
서둘러 주왕산으로 꺾어들어가는 삼거리까지 오니 어.....이게 무슨 일!
삼거리 진입로에 경비업체 직원들이 바리케이트를 쳐놓고 차들을 우회시키고 있다.

진입할 수 없다고 차를 돌리던지 주산지 쪽으로 가라고 안내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주왕산 주차장은 물론이고 주차장에서 1km 넘게 떨어진 삼거리까지
셀 수 없이 많은 관광버스로 가득 차서 도저히 진입이 불가능하단다.
이럴 수가....! 전국의 관광버스가 다 주왕산으로 몰려든건가.....?

황당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항의할 상황도 아니라 하는 수 없이 주산지 쪽으로 차를 돌렸다.
하지만 주산지로 가는 길도 마찬가지.....도로가 관광 버스로 가득 차서 주차할 곳은 물론 교행도 힘든 상황이었다.
무슨 행사가 있는 것인지....아니면 단순히 행락객들이 한꺼번에 몰린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원래 가려고 하던 주왕 계곡 트래킹 코스를 포기하고 그나마 덜 붐비는 절골 계곡으로 향했다.

주왕산은 대구나 경주, 포항에서는 그리 멀지 않은 곳일 뿐 더러
계곡 트래킹 코스는 절경이 펼쳐지는 계곡 옆으로 넓고 평탄한 길이 이어져 있어
편한 운동화나 굽 있는 구두를 신고도 걸을 수 있는 곳이라 그동안 몇번이나 찾아왔었지지만
주왕산 남동쪽에 자리잡은 절골 계곡은 이번이 완전 초행길이다.

처음 찾아보는 절골. 매표소를 지나 좁은 산길을 조금 지나니
이내 계곡에 드리운 다리 뒤로 기암괴석 절경이 드러난다.
산행의 시작부터 만나게 되는 아기자기한 계곡에는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다 멈추고, 멈추다 흐른다.
양쪽으로 병풍을 둘러친 듯한 기암괴석과 울창한 수림이 어울려 마치 별천지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휴일이면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로 붐비는 주왕 계곡에 비해 상대적으로 절골을 찾는 사람은 적은 편이다.
발길이 뜸하다보니 인위적인 손길이 가해지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서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는 오히려 주왕 계곡에 못지 않다.

가는 가을을 아쉬워 하는 듯 형형색색 잎사귀의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절골 계곡.
 비록 설악산이나 내장산처럼 웅장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아도 
잔잔한 계곡길 사이로 이리저리 건너다니다보면 세상에서 가장 운치있는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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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출발하여 산내면을 지나 구비구비 운문사로 향하는 산길은
'운치있다'는 표현이 떠오르게 하는 곳이다.





아침나절 내린 비로 인해 멀리 보이는 산허리에는 안개 구름이 낮게 걸리고

모퉁이를 돌 때마다 마주하는 아름드리 숲들은 싱그러운 얼굴로 여행자를 반긴다.





운문사 입구로 들어서니 아름드리 숲과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한데 어우러져

가슴을 활짝 펴고 심호흡을 하니 도시 생활에서 찌들었던 스트레스가 일순간에 씻겨지는 듯 하다.





일반적인 사찰은 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어서 걸어서 올라가다보면 숨이 차고 땀이 나기 마련인데
운문사는 계곡 주변에 자리잡고 있는지라 차량으로도 사찰 입구까지 바로 진입이 가능하다.





아름드리 나무가 터널처럼 이어진 평탄한 길을 기분좋게 걷다보면
금방 사찰 입구에 다다라 요즘 같이 더운 날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호거산 운문사...호랑이가 살았던 산이라고 해서 호거산이라고 하나보다.





호거산이란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둘러싸인 산세는 예사롭지 않고 높은 산허리에 안개가 걸리니 더욱 운치 있는 풍경을 연출한다.



범종루를 거쳐 들어선 사람들의 시선을 제일 먼저 모으는 것은 바로 입구에 자리잡은 엄청나게 커다란 소나무이다.
마치 커다란 표고버섯처럼 가지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 거의 땅을 뒤덮으며 자라고 있는 이 소나무는 처진소나무라 불리운다.





높이는 9.4m, 줄기의 둘레는 3.37m 정도의 이 아름다운 소나무는 천년 기념물 180호로 지정되었는데 
처음에는 나무의 모습이 낮게 옆으로 퍼지는 모습 때문에 반송이라고 부르기도 했으나
가지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밑으로 처지기 때문에 처진 소나무로 분류한다.

처진 소나무 관련 상세 포스트 : 막걸리 먹고 자라는 운문사 처진 소나무





운문사는 560년(신라 진흥왕 21)에 신승이 창건한 절로 608년(진평왕 30)에는 원광법사가 이곳에 머물면서 크게 중창했다고 하고

1690년(숙종 16) 설송이 임진왜란 때 폐허화된 절을 다시 중건하여 어느 정도 옛 모습을 되찾게 된 곳이다.






경내에는 우리나라 사찰 중 가장 규모가 큰 만세루를 비롯하여
대웅보전(보물 제835호)·미륵전·작압전(鵲鴨殿)·금당·강당·관음전·명부전·오백나한전 등 조선시대의 많은 건물들이 남아 있다.
중요문화재로는 금당앞석등(보물 제193호)·동호(보물 제208호)·원응국사비(보물 제316호)·
석조여래좌상(보물 제317호)·사천왕석주(보물 제318호)·3층석탑(보물 제678호) 등이 있다.




운문사를 돌아보다 보면 한 사찰에 대웅보전이 두군데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는 운문사의 가장 중심에 웅장하게 자리잡은 신 대웅보전인데 석가모니불이 봉안된 이 대웅보전은 1994년에 건립되었다.





운문사 신 대웅보전의 너무나 아름다운 꽃살문은 무형문화재 제 26호 소목장 심용식님의 작품이다.




















다른 하나의 대웅보전은 신 대웅보전의 앞쪽에 약간 다소곳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신라 시대에 건립한 운문사는 4번 크게 중창하였는데 이 대웅보전은 조선 숙종 44년(1718년)에 지어진 것이다.
정면 3칸, 측면 3칸이지만 기둥의 간격을 넓게 잡아 칸수에 비해서 건물이 규모가 큰 것이 특징이다.
1994년에 새롭게 대웅전을 지은 후에  비로자나불을 봉안했으므로 비로전으로 불리우다가
문화재청에서 보물 835호로 지정한 이후에 원래의 이름인 대웅보전이란 현판을 다시 찾게 되었다.





2007년에 해체 보수하였으므로 단청이나 꽃살문이 너무 산뜻하여 세월의 흔적이  도리어 느껴지지 않는 점이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대웅보전 앞에 있는 삼층석탑(보물 제 678호)은 높이 5.4m의 쌍탑으로 9세기 통일신라시대 석탑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상층 기단에는 앉아 있는 8부중상이 세련되게 조각되어 있으며 한돌로 된 탑신에는 모서리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우리나라 사찰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건물인 만세루는 학승들의 교육을 위한 강당으로써 주요 행사 때만 사용하는 곳이다.





운문사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이 사찰에
전국 5대 비구니강원 중에 학풍이 가장 엄격하기로 소문난 운문승가대학이 있기 때문이다.

 



사찰의 경내가 대부분 관광객들에게 개방이 되어 있지만
승가대학은 학승들의 수행을 위해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으므로 그 내부를 짐작할 수 없다.


다만 승가대학 건물 바로 옆의 공양간의 문이 열려 있기에 살짝 들여다 보니
비구니스님들이 공양 준비를 하고 있었고 반들반들 윤이 난 엄청나게 큰 무쇠솥이 눈에 확 들어왔다.

240명의 학승들은 공부와 노동을 병행하고 있어 운문사 경내에서는 이처럼 청소를 하거나 농사일을 하는 여승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사찰 경내는 드넓고 쾌적하며 대웅보전 뒤에는 야생화 단지까지 갖추어져 있으니
가족 단위 나들이나 데이트하는 커플에게는 안성맞춤의 장소이다. 





더구나 사찰의 바로 옆 계곡에서는 시원하다 못해 차가운 바람마져 불어오니 
요즘 같이 후텁지근한 날, 무더위를 식히기에는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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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만든 최고의 예술 작품이라 칭송받는 터키 카파도키아.
터키 중부 아나톨리아 지역의 광대한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카파도키아를 한번에 소개해 드리기는 힘들어
에센테페, 괴뢰메, 데브렌트, 파샤바....등 몇 지역으로 나누어서 포스팅하고 있으니
이미 올려진 카파도키아의 에센테페와 괴뢰메, 데브렌트의 풍경은 아래 포스트를 살짝 눌러 확인하시길 바라며
카파도키아 편 마지막으로 젤베 야외 박물관과 요정의 굴뚝이라 불리우는 파샤바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위르굽과 아바노스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젤베 야외박물관 역시 괴뢰메 야외박물관처럼 입장권을 사서 관람해야 한다.


카파도키아에서도 젤베 협곡은 아마도 카파도키아 지역에서는 가장 많은 사람이 거주했던 종합 도시였을 것이다.


이 곳 역시 화산과 침식 작용에 의해 이루어진 특수 지형에 암굴을 파고 사람이 거주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암굴의 규모나 여러가지 시설 면에서 다른 곳과 비교될 수 없을 만큼 큰 규모이다.


그들은 거주지는 물론이고 교회,방앗간,물 저장 탱크 등 모든 시설을 다 갖추고 있었다고.....


실제로 1950년대까지만해도 여기엔 많은 사람들이 살았는데


풍우와 지진 때문에 바위가 붕괴될 위기에 놓여져 지금은 근처로 이주했다고 한다.


벽화가 있는 몇 개의 동굴과 협곡은 산과 산을 잇는 가느다란 터널로 되어 있고
내부에는 곳곳에 사다리가 걸려있으며 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좁은 통로도 있다.


동굴 안에는 내부가 연결되어 2~3층으로 되어 있어 생각보다 넓다.

 

주거와 저장 창고 외에도 교회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젤베는 기독교 수도사의 은둔 지역이었으며 기독교도와 이슬람 교도가 함께 어울려 살고 있었는데


아래는 교회인데 위에는 모스크의 뾰족한 첨탑이 서 있는 동굴에서도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동굴 교회의 벽화에는 인물 대신에 사슴,포도,십자가 등의 상징적인 무늬가 그려져 있는데
교회 안에서 창문을 통해 본 젤베 계곡의 모습 또한 인상적이다.

길 가다 차를 세우고 돌아볼 수도 있는 파샤바(파샤바흐체)는


커다란 송이 버섯을 연상시키는 바위와 3개의 버섯 모양의 바위가 연속해서 붙어있는 요상한 골짜기.


파샤바의 버섯 바위를 현지 사람들은 '요정이 춤추는 바위'로 부르는데 이는 바위 속에 요정이 살고 있다고 믿은데서 유래되었다

 

또한 세상을 등지고 산과 바위로 숨어 들어가 신앙 생활을 할 것을 주장한
고대 수도사 성 시메온이 거처한 바위가 있다고 해서 '수도사의 골짜기'라고도 불리운단다. 


외계의 도시같이 특이한 이 곳은 특히 '스타워즈1'의 촬영지로도 유명하고


1981년 미국에서 TV 에니메이션 시리즈로 제작되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스머프’에 등장하는 버섯집 또한 이곳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파아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있는 요정의 굴뚝들을 보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스머프들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길 옆에 서 있는 성화 같은 바위도 눈길을 끄는 바위 중의 하나이다.

유럽의 세련된 관광지와 달리 터키 대부분의 관광지는 우리나라 관광지 앞과 그 모습이 너무나 흡사한데 어설픈 상점들이긴 하지만
이 지방에서 나온 여러가지 원석들과 금속 공예품, 질좋은 도자기 제품들을 싼 값에 살 수 있다.


특히 아라베스크 무늬의 여러가지 쟁반들과 접시, 냄비 받침들은 카파도키아 최고의 기념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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