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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만난 친구 부부와 함께 경산 와촌에 있는 모 카페에 들렸다.
팔공산 갓바위로 통하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서 대구 근교의 연인들이 많이 찾는 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니 주변의 산세와 잘 어울리는 건물에 소박한 마당이 앞에 펼쳐져 있었다.
우리를 향해 뛰어나오던 강아지.....갑자기 옆 풀밭으로 가더니.....편안한 자세로 실례를 한다.......^^
"아줌마!! 카메라 못 치워요? 개에게도 견격(犬格)이 있단 말이에욧!! 초상권 침해로 고소할거에욧!"
그래도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찍었을 뿐이고....^^
손님 맞이가 끝난 다른 진돗개는 다시 계단으로 올라가더니 열심히 간식을 먹는다.
열차 침목으로 된 테라스에는 앙징맞은 화분들이 손님을 반기고.....
카페 안은 오래 된 오르간 등 예전의 향수을 불러 일으키는 물건으로 빼곡이 채워져 있었다.
잘 손질되어 반들반들한 가구와 두쪽 구병풍 앞에 엉뚱하게 놓여진 단지 안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처음 보는 물건이 있어서 물어보니 한약 짜는 틀이라고 한다.
60년대 면사무소 옆에나 붙어있었음직한 표어들이 벽에 붙어 있다.
이런 표어들을 버리지 않고 보관한 사람들이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차기 대통령은 누가 될까.......라는 책자. 가운데 이승만 대통령의 얼굴이 보이는걸 보니 엄청 오래 된 책...
빛바랜그림과 글씨들이 쓰다가 꽂아둔 것처럼 놓여 있고.....
벽에 붙여둔 국민학교 졸업 사진은 보관을 잘 못 했는지 아코디언 처럼 구겨진 것을 펴서 붙여 놓았다.
4288년(1955년) 진량 국민학교 졸업 사진에서 여자 아이들은 한복을...남자 아이들은 까만 교복을 입었다.
요즘의 두껍고 화려한 졸업 앨범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 없지만 초등학교가 학업의 전부였던 아이들에겐 그 무엇보다 귀중한 졸업 사진.
영화 전문 잡지'국제 영화' . 지금은 할머니가 된 여배우들이 수영복바람으로 섹시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잡지 속의 낯 익은 인물이 박준규인가...했더니 그 아버지 박노식이다. 그 옆의 아가씨는 조미령...
비엔나 소년합창단이 출연했다는 '들장미'의 영화 포스터.
'내가 낳은 검둥이'......영화 이름이 너무나 특이하다.
'국제 혼혈아들의 고민과 가시덤불의 생활 백서'라고 카피가 쓰여진 걸 보니 영화의 내용이 어느 정도 짐작이 된다.
이민자,최지희,최무룡,김동원,윤일봉.....이런 사람들의 배우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이제 얼마나 될까.....
책이 귀했던 시절, 손으로 써서 책으로 묶은 천자문이다. 자기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 직접 손으로 쓴 것일까......
차 한잔 씩을 시켰더니
양갱,과일,무화과,볶은 콩......등 여러가지 특별 다식이 따라나와서 푸짐하기 이를데 없다.
주인 아씨의 푸근한 손님 맞이는 오래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는데도 부담이 없다.
타임 머신을 탄 듯한 시간여행에서 돌아와 카페 '고운 님 오시는 길에'를 나서니
엄마 진돗개가 졸린 듯한 시선으로 우리를 배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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