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날씨가 드르륵 하니 추워졌다.

강원 산간 지방에는 폭설이 내렸다는데 따스한 남쪽 이곳에서도 써늘한 추위가 옷 속으로 스며든다.
아직 본격적인 추위를 대비하지 않아서일까?
갑자기 닥친 추위로  몸과 마음이 움츠려드는데다 해가 빨리 떨어지니 다섯시가 되어도 너무 으스스하다.

이럴 땐 얼큰하고 뜨끈한 찌개가 제격.
보문 호수 들어가는 입구에 위치해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맛집 '석장 손두부'로 향한다.

경주에 가끔 가다 오시는 분들은 경주..특히 보문에 와서는 입에 맞는 식당이 잘 없다고들 하신다.
물론 지난번에 포스팅한바 있는 '주걱들고 기다리는 맷돌순두부' 식당도 있긴 하지만
늘상 문앞에서 수십분은 기다려야 차례가 오기 때문에 밥 한번 먹으려고 문앞에서 기다리는  체질이 아니신 분도 있으시리라....


석장 손두부 식당에도 항상 손님이 많긴 하지만 문 앞에 서서 기다려야 하는 정도는 아니고 금새 식사를 할 수 있을 뿐더러
할머니가 해주시는 것 같은 '옛날식 찌게 백반'에 대한 '향수'가 있는 분에게는 권하고 싶은 곳이다.'

이 식당의 메뉴는 여러가지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들어와 앉으면서  "찌개 둘이요~!" 하고 주문을 한다.
그러면 서빙하시는 아주머니는 주방 쪽으로 보고 "두개요~!" 라고 외친다.
모두가 이 집의 주메뉴인 '돼지 찌개'를 시키는 것이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곧 나오는 간단한 상차림.
소박하다 못해 삭은 듯한 양은 냄비에 보글거리는 찌개. 그리고 간단한 반찬 네가지이다.



찌개가 끓는 동안 반찬을 맛본다.
산나물 무침, 젓갈 무침, 멸치 볶음, 그리고 김치....찬은 간단하지만 그 어느 하나 맛깔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끓어 오르는 냄비에 숟가락을 넣어 큰 두부 하나를 건져내어 본다.
이 식당의 자랑거리인 손두부는 식당 옆 가건물에서 직접 제조한 우리 콩 손두부인데 정말 고소하고 은근한 맛이 일품이다.



본격적으로 찌개가 끓기 시작하니 완전 와글...와글...밖으로 국물이 뛰쳐 나오고 난리도 아니다.



찌개를 뒤적여 보니 냄비 안의 재료는 심히 간단한데 손두부, 돼지고기, 김치 등의 주재료에 당면,파..등이 가미되었다.
집에 가도 생각나는 이 돼지 찌게의 매력은 고소한 우리 콩 손두부와 함께 큼직하게 썰어 넣어 씹을수록 맛이 나는 돼지고기가 듬뿍 들었다는 것이다.
돼지 냄새도 전혀 나지 않을 뿐 아니라 쇠고기보다 더 맛난 돼지고기를 찌개에서 건져먹는 맛이 쏠쏠하다.



이제 앞접시에 풍성하게 담아 맛나게 먹는 일만 남았는데 
금방 지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공기밥맛 또한 일품이어서 찌개와 같이 먹으면 어느새 한 그릇 뚝딱이다.


아...그리고 경주에 오셔서 석장 손두부 찌개를 맛보시는 분에게 빠뜨리지 않고 전해드릴 팁이 한가지 있는데....
바로 옆 가건물 안에 있는 플라스틱 다라에는 고소한 국산 콩비지가 많이 비치되어 있어서 누구든지 비닐에 잔득 퍼담아 오시면 된다.
필자는....비지 찌게 다섯번 해먹을 분량의 비지를 비닐 봉지에 담아 왔는데
어쩐지 본전을 건진 듯한 느낌이 들어서 집으로 오는 내내 뱃속도 마음도 따뜻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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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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