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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도시 부산을 대표하는 먹거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다양성의 시대에 특정 음식을 대표 먹거리로 지목한다는게 좀 그렇긴 하지만
부산 밀면, 동래파전, 돼지국밥, 냉채족발, 부산어묵, 조개구이, 곰장어구이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해운대 시장 대표 먹거리인 곰장어 시식기를 소개할까 하는데
해운대 시장은 해수욕장 중앙 광장에서 도로를 건너 50m 쯤 가면 오른쪽에 위치해 있는 재래시장이다.(아래 Daum 지도 참고)
재래시장이지만 시장 도로는 색색의 보도 블럭으로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고
시장길 양쪽의 간판들도 모두가 단정하게 통일되어 있어 보기가 좋다.
의류, 부식, 주방 용품, 분식 가게.....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다 있는 해운대시장에는
해변에 위치한 동네 특성 상 횟집도 눈에 많이 뜨이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식당은 단연 곰장어구이집이다.
곰장어구이집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해운대 시장에 왔기 때문에 우선 시장을 한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대부분 식당들이 "아지매~~ 꼼장어 먹고 가이소~ 많이 드릴께요~"하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데 반해
호객 행위를 하지는 않지만 식당 안에 손님들이 바글거리는 한 집을 발견하고 문을 밀고 들어가 본다.
수족관 앞에 선 주인 아주머니는 잠시도 쉴새없이 곰장어의 껍질을 벗기고 있는데
곰장어 한마리의 껍질을 벗기는데 3초도 걸리지 않을 정도이니 가히 신기에 가까운 솜씨이다.
부산 사람들이 곰장어, 또는 꼼장어라고 부르는 먹장어는 바다 장어를 이르는 말이다.
비타민 A가 소고기보다 200 배나 많다고 알려진 곰장어는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곰장어 가죽으로
나막신 끈과 모자의 테를 만든 것이 시초가 되어 부산에 자리잡게 된 음식이다.
흔히 술도둑이라 할만큼 술안주로 각광받는 음식이 바로 곰장어라고......
곰장어구이 가격은 7,000원이다.
요즘 모든 식자재가 올라 7,000원짜리 정식도 만나 보기가 힘든데 곰장어 구이 1인분에 7,000원이라니.....!
기분 좋게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금방 기본 반찬들이 베풀어진다.
반찬이라야 상추, 마늘, 고추, 당근, 된장 뿐이라 미리 집어먹을 것도 없다.
곁들여 나온 시래기국을 한 수저 떠서 먹어보니 시래기는 부드럽기 그지없고 들깨를 푼 국물은 정말 고소하다.
시래기국 하나 만으로도 최고점을 주고 싶을 정도이다.
기본 반찬들이 베풀어지자 마자 금방 알루미늄 포일을 얹은 불판 위에 뻘겋게 양념 범벅이 된 곰장어가 올려진다.
그런데......! 뻘건 양념 범벅을 뒤집어 쓴 곰장어가......모두 살아 있다!
꿈틀 꿈틀 꿈틀 꿈틀 꿈틀 꿈틀 꿈틀 꿈틀 꿈틀 꿈틀 꿈틀 꿈틀 ~~~~~~
으아아~~~무셔라.....뜨거운 불판 위에서 뻘건 양념을 뒤집어 쓴 곰장어가 미친 듯이 몸부림을 친다.
갑자기 식욕이 뚝 떨어지면서 이렇게 살려고 몸부림치는 녀석들을 먹어야 하나......하는 심각한 고민이 스쳐지나간다.
이렇게 불쌍한 놈들을 어떨게 먹어치우지?
잠시 고민하는 동안 앞에 앉은 동료가 나무 주걱으로 열심히 곰장어를 뒤적거리니
미친 듯이 몸을 흔들어대던 곰장어들의 움직임이 점점 둔화되기 시작한다.
얼마 되지 않아 처절한 몸부림을 하던 곰장어는 모두 장렬한 전사를 하고 불판 위에는 고요만이 감돈다.
잠시전에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체였는데 이제는 잘 볶아진 곰장어 고기가 되어 입에 들어가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란 참 잔인한 것이여....곰장어야, 널 죽여서 정말 미안하데이......"
잠시 마음 속으로 묵념(?)을 한 뒤 상추 위에 곰장어, 양파, 마늘을 얹고 살며시 입 속으로 가져가 본다.
오......입 안에서 퍼지는 매콤하고 쫄깃한 식감이 아주 그만이다.
꿈틀대는 곰장어를 보고 "엄마야.....세상에.....징그럽게......살아 있는 걸 어케 먹어....."했던 말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와....맛 괜찮은데? 곰장어가 비타민C가 소고기보다 200배는 많단다.....몸에 좋다니 많이 먹자."
하며 허겁지겁 열심히 먹어대는 자신이 놀랍기만 하다.
어느새 불판 위의 곰장어가 다 비워지고 이젠 밥을 비벼 먹을 차례이다.
공깃밥은 1,000원인데 밥의 양은 제법 많은 편이다.
밥공기 하나를 불판 위에 엎고는 참기름, 김가루를 그 위에 얹는다.
주인 아저씨가 직접 와서 불판에 남아 있던 곰장어 양념과 밥을 숙련된 솜씨로 열심히 볶아주신다.
슥슥슥.....슥슥슥......나무 주걱으로 열심히 비비니 이윽고 비빔밥의 형태가 갖추어진다.
다 볶아진 밥은 정말 먹음직스러워보인다.
상추 한 소쿠리를 더 부탁해서 잘 비벼진 밥을 상추에 싸서 먹으니 몇 수저 먹지도 않아서 금방 배가 부르다.
개인적으로는 곰장어 구이보다 곰장어 양념 비빔밥에다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싶을 정도이다.
생전 처음 먹어본 부산의 명물 먹거리 살아있는 곰장어 구이.
곰장어가 살아서 움직이는모습은 정말 그로테스크했지만 맛 하나 만큼은 기가 막혔다.
거기다 영양까지 듬뿍이라니......
맛과 영양이 고루 갖춰진 곰장어를 저렴한 가격으로 맛보고 돌아 나오는 발걸음도 유난히 가볍다.
올려드린 맛집에 대한 평가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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