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와 인접한 경상북도 군위.

사람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시골마을 군위에 요즘 사람들이 몰려 들고 있다.

네티즌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선정된 화본역이 그곳에 있고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란 추억여행 전시장으로 새롭게 선보인 산성중학교가 거기 있기 때문이다.

 

 

 

 

화본마을에 도착하여 화본역을 돌아본 후 차를 역 광장에 두고 한적한 마을길을 걸어가 본다.

역전상회를 지나 길 옆 담벼락에 그려진 삼국유사 관련 벽화들을 보면서 5분여를 걸어가니

푸른 숲에 둘러싸인 작은 학교 하나가 나타난다. 예전에는 까까머리 중학생들이 오르고 내렸을 학교 앞 비탈길.

학생 수가 줄어들어 폐교가 되어버린 산성중학교는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란 테마 아래 추억박물관으로 탈바꿈했다.

 

 

 

 

추억 속으로 여행을 하려면 교문 입구에서 입장권을 구입해야 한다.

성인의 입장료는 2,000원, 어린이는 1500원인데 10명 이상 단체는 1,000원이니 입장료도 저렴한 편이다.

  

교실 8개의 폐교 건물을 추억박물관으로 개조했다는데 현관 문 위의 거대한 학생 모자가 눈에 확 들어온다.

운동장 한켠에는 여러가지 추억의 놀이 체험 코스와 함께 학교 앞 추억의 주전부리 가게가 인기리에 성업 중이다.

 

 

 

 

학교 앞 문구점 좌판 위를 가득 메웠던 추억의 불량식품이 너무 반갑다.

 

 

 

 

불량식품 먹으면 큰일 난다고 엄마와 선생님이 늘 말리셨는데 여기서는 보란듯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아팟치, 쫀디기, 뽀빠이, 자야, 아폴로, 오징어맛다리, 보석캔디, 씨씨200, 콜라맛 캔디......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불량식품들이 가득이라 주머니 가득 사서 넣지 않으면 그냥 지나가기 힘든 곳이다.

 

 

 

 

아이들은 먹는 방법도 모르는 쫀디기를 사서 구워먹는 사람들은 거의 3,40대들.......

쫀디기를 구우며 너도 나도 학교 앞 문구점에서 불량식품 사먹던 이야기에 여념이 없다.

 

 

 

 

학교 앞 불량식품의 최고봉은 뭐니뭐니 해도 '달고나'이다.

학교 앞 문구점 앞에 쭈구리고 앉아 달고나 만들기에 열중했던 어릴적 소중한 추억은 누구나에게 다 있을 듯.

설탕이 담긴 국자를 연탄불 위에 올려놓고 녹여 소다를 조금 넣으면 봉긋하게 부풀어 오르는게 너무가 신기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다 부푼 달고나를 판에 거꾸로 엎고 꾹 눌러 납작하게 만든 다음 별이나 8자, 나무 모양을 찍는게 포인트다.

 

 

 

 

별이나 8자 모양을 부스러지지 않게 성공적으로 떼어내면 독수리나 큰칼 모양의 설탕 과자를 선물로 받을 수 있었는데......

언제나 마지막 단계에서 부러져 실패하곤 했던 생각이 난다.

 

 

 

 

추억의 놀이와 학교 앞 군것질 체험을 한차례한 후 추억 전시장인 교실 안으로 들어가 본다.

입장권 점검은 고운 셔츠를 입은 화본마을 할머니께서 해주셨다.

 

 

 

 

현관에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옛날 다방, 옛날 교실을 재현해 놓은 곳이 있다.

옛날 전시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포니 픽엎. 1976년에 처음 나온 포니에 이어 1980년대에 나온 포니2라고 한다.

당시 데이트하던 연인들이 다른 택시가 오면 손을 저어 돌려 보내고 포니 택시만 골라서 탔다고 할만큼 인기있는 차종이었다고......

 

 

 

 

옛날 교실 안에는 작은 책걸상과 함께 가운데 난로가 놓여 있다.

조개탄을 넣어 때던 커다란 난로는 더 이상 구할 수 없는지 작은 사이즈의 난로가 놓여 있는게 약간은 아쉬운 점이다.

난로 위에 도시락을 올려 놓고 공부하다 보면 밥이 타서 누룽지가 되는 냄새에 교실의 아이들은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었는데......

 

 

 

 

 

수학이 아닌 '산수'를 배우고 교욱부가 아닌 '문교부'에서 나온 '국민교욱헌장풀이'를 배우던 그 시절의 교과서.......

 

 

 

 

75학년도에 5학년인 박인식은 지금 50살이 되어 있겠지?

좋은 점만 찾아서 써주는 요즈음 통지표와는 달리 나쁜 점이나 고칠점도 기록되어 있는 가정통신부.

"모든 활동에 의욕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무언가 생각하는 고상한 성격이 있나봐요."란 문구가 재미있다.

 

 

 

 

현관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추억이 골목길들이 재현되어 있다. 구멍가게, 연탄가게, 만화방, 문방구, 이발소, 사진관.....등

이제는 어디서도 보기 힘드는 6~70년대의 옛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해 놓았다.

  

 

 

 

이제는 거의 자취를 감춘 동네 사진관. 검은천을 뒤집어 쓰고 찍던 커다란 카메라가 놓여 있던 그 시절의 사진관이다.

 

 

 

 

엄마한테 야단 맞아가며 몰래 몰래 들락거리던 아이들의 휴게소 만화방.

 

 

 

 

공부 안 하고 만화만 본다고 야단치던 엄마가 '암행어사 박문수'같은 만화를 빌려오면 아이보다 더 열심히 보곤 했다지.....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 버인 연탄. 손글씨로 쓰인 간판이 정겹다.

 

 

 

 

 

상자처럼 작디 작은 방 안을 들여다 보니 1971년도 달력이 걸려 있다. 한장으로 일년을 커버하는 어렵던 시대의 달력.

 

 

 

 

비좁은 골목을 돌아서니 '열어보실래요?'라고 쓰인 작은 문이 있다.

문을 여니 컴컴한 뒷간 안에 볼일을 보다 화들짝 놀라는 표정의 인형이 앉아 있다.

나무 판대기를 대어 만든 뒷간을 보던 아이가 깜짝 놀란다. "이게 화장실이에요?"

 

 

 

 

오래전 학교 앞에 있던 작은 문구점. 요즘 쓰지 않는 문방구라는 간판이 정답게 느껴진다.

 

 

 

 

얼음덩어리를 올리고 슥슥 갈아주던 빙수 기계. 삶은 팥과 찹쌀떡, 시리얼, 과자 등을 올리고 시럽을 뿌린 화려한 팥빙수가 아니라

갈아낸 얼음 위에 빨갛고 노란 색소를 탄 물을 뿌리고 설탕만 뿌려줘도 최고의 빙수가 되던 그때 그 시절이다.

 

 

 

 

예나 지금이나 남자 아이들이겐 최고의 핫 아이템인 딱지. 

주머니 불룩하게 딴 딱지를 넣고 휘파람 불며 집으로 돌아가던 아이의 입에는 저절로 휘파람이 나온다.

 

 

 

 

그 때 그 시절의 동그란 밥상 . 커다란 밥그릇에 비해 코딱지처럼 작은 반찬 그릇이 대조를 이룬다.

 

 

 

 

골목 여기저기엔 선거 홍보 벽보, 표어, 영화 포스터들이 어지럽게 붙어 있다..

 

 

 

 

한구석도 남기지 않고 열심히 새겨넣던 그 시절 광고. 치질 광고의 한자리수 전화 국번이 눈에 확 들어온다.

 

 

 

 

길지 않은 골목길이지만 한바퀴 돌고나니 타임머신을 타고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엔 저런 딱지를 갖고 놀았어" 아이의 손을 잡고 설명하는 아빠의 눈이 반짝거린다.

불편함이 당연한 것으로 느껴지던 시절, 뽑기에 걸렸던 설탕 과자 하나에 너무나 행복했던 시절,

공중 전화 앞에 길게 늘어서 차례를 기다리면서도 다가 올 통화에 가슴 설레었던 그 때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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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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