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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가장 분위기 있고 예쁜 카페는 어디라고 생각하시는지?
많은 사람들이 보문호숫가에 자리잡은 호텔 커피숍들이
분위기도 좋고 경치도 그만이라고 입을 모으곤 하지만
북적대거나 약간 올드한 분위기로 인해 젊은이들은 즐겨 찾지 않는 편이다.
근래에 들어서 시내권 유적지인 첨성대 근처에 작은 카페 몇개가 생겨나기도 했지만
카페 인테리어나 분위기 면에서 추천하기에는 1% 정도 부족하다고 생각되는데......
며칠전 안압지에서 시내 방향으로 차를 몰고 지나가다 시선을 끄는 한 카페를 발견했다..
안압지, 반월성, 첨성대 등 유적지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은 '카페 737'.
천년고도 경주의 컨셉에 맞게 한옥을 개조, 세련되게 탈바꿈시킨 카페 건물을 보는 순간
바로 호기심이 발동한 필자, 다음날 바로 시간을 내어 카페 737로 찾아가보았다.
안압지 연꽃밭이 자리잡은 선덕네거리에서 경주역 쪽으로 300m 쯤 거리에 위치한 카페 737.
카페 이름이 왜 737일까? 하고 궁금했는데 도로명으로 바뀌기 전 이집의 주소가 경주시 인왕동 737번지였단다.
원래부터 있던 대문의 기와 지붕은 그대로 살리고 그 아래 지극히 현대적인 유리문을 달았고
담장은 과감하게 구멍난 벽돌을 그대로 쌓아올였다.
한없이 전통적인 것과 지극히 모던한 것이 한데 어울렸는데도 전혀 생뚱맞지 않고 도리어 세련되어 보이는건 웬일인지......
대문을 통해 들어서니 아! 너무나 편안하고 시원한 안마당이 눈앞에 펼쳐진다.
정원의 남쪽엔 커다란 목련 나무와 향나무, 감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드리웠고
커다란 한옥 옆에 빨간 컨테이너 한동이 들어서 있는 것도 이색적이다.
거기다 건물 뒤에는 높은 건물이 한채도 없어 기와지붕이 하늘을 그대로 이고 앉았다.
계단을 통해 카페 출입구로 올라서니 어라?
커다란 골든리트리버 한마리가 출입문을 막고 편안하게 오수를 들기고 있다.
유리문에 적힌 문구를 보니 이름이 곰순이인 골든리트리버는 올해 17세란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곰순이의 기력이 이제는 많이 쇠하였나보다.
컨디션이 안 좋다는 안내문을 본 손님들은 모두가 조심조심하며 곰순이를 건드리지 않고 안으로 들어간다.
내부로 들어서니 기와집인 외관과는 달리 실내는 무척이나 세련되고 현대적이다.
대문에서 보여주는 전통과 현대의 적절한 조화가 실내장식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테이블은 넓고 튼튼한 편이라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펴기에 알맞고
창 옆에 앉으면 앞마당의 평화로운 모습이 눈에 들어와 좋다.
군데 군데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작은 액자들이 걸려 있어 돌아보기에도 눈이 심심치 않다.
구석의 벽면은 신경 안 쓴 듯 옹이가 드러난 나무 합판을 그대로 덧대었는데
그것 또한 컬러가 강한 회화 작품과 상당히 잘 어울린다.
구석에는 인터넷을 사용하거나 혼자 커피 마시며 공부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도 갖추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카페 여기저기에는 크고 작은 그림들이 많이 걸려 있는데 자세히 보면 작품의 수준이 예사롭지 않다.
거기다 천정에 매달려 있는 전등들은 모두가 우주인이 유영을 하는 모습이다.
머리가 크거나 작은 우주인들이 유영하는 모습의 천정등과 실내에 전시된 크고 작은 그림들.
알고 보니 'Lonely Planet'이라는 주제로 전시되고 있는 장우규, 강재준 작가의 기획전이다.
커피는 아메리카노가 3,500원 정도로 여느 카페와 비슷한 수준인데
주문을 하고 기다리면 훈남 바리스타가 테이블까지 직접 커피를 가져다 준다.
더운날엔 그저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최선.
시럽을 넣지 않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더운날 걸으며 흘린 땀을 식히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리고 바다빛 레모네이드. 너무 색이 이뻐서 먹기도 아까울 정도이다.
이런 카페에서는 마주 앉아 서로 대화를 나누고 수다를 떠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때로는 조용히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거나 하면서 각각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너무 좋다.
카페 737에서는 멍하니 앉아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바깥을 내다보는 시간도 평화롭기만 하다.
평화로운 앞마당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 하고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가서
한옥 맞은편의 빨간 컨테이너 위로 올라가니 기와 지붕과 잔디 마당 등 카페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빨간 컨테이너 위에는 이렇게 흡연석도 마련되어 있는데 의자에 앉아 보는 주변 모습은 너무나 경주스럽다.
옥상에 올망졸망 놓여 있는 장독대들과 빨랫줄, 다닥다닥 붙은 기와 지붕들은 사람들에게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카페 옆 기와집 너머로 보이는 너른 공터는 바로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 추상미의 집이 있던 곳이다.
영화에서 김상경이 서성이던 골목, 두사람이 점쟁이에게서 사주를 보던 집들은 이제 다 철거되고 이렇게 빈터만 남았다.
50년전에는 경주에서 가장 부촌이었던 쪽샘길.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정다운 한옥들이 다닥 다닥 붙어 있던 쪽샘길은
요즘 주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생뚱맞은 유적관이 들어서 지나던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곤 한다.
옥상 위에서 한참이나 있다가 내려와도 명당 자리를 차지한 외국인 커플은 도무지 일어설 기미를 안 보인다.
다음에 올 때는 저 명당 자리를 내가 먼저 차지해서 저들처럼 느긋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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