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 맑은 도시 담양은 볼거리 즐길거리가 유달리 많은 곳이지요.

죽녹원, 관방제림, 메타 세쿼이아길, 담양호, 대나무 박물관, 한국 가사문학관......

그중에서도 담양은 빼어난 절경과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는 정자의 고향으로 유명하답니다.

명옥헌, 소쇄원, 송강정, 식영정, 면앙정, 독수정, 상월정, 연계정, 관어정, 남극루......

무려 10개가 넘는 정자가 있어 여행자들을 편안하게 쉬어가게 한다네요.

담양으로 떠난 정자 여행, 제일 먼저 소쇄원으로 향했습니다.





경주에서 출발한지 3시간 10분 만에 전남 담양군 남면 소쇄원길에 있는 소쇄원에 도착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길을 건너니 소쇄원으로 들어가는 숲길이 나타나네요.

진입로로 들어서니 무료 입장이랍니다. 살펴보니 소쇄원 전역이 현재 보수 정비 사업중이네요.

10월 30일까지 제월당, 광풍각 등 소쇄원 대부분 지역에 진입이 통제된다고 합니다.

소쇄원을 제대로 돌아보려면 11월 이후에 왔어야 했네요.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길을 나선게 실수였습니다.

하지만 멀리까지 왔으니 입구에서 발을 돌릴 수는 없었지요. 일단 대나무 숲길을 따라 들어가 보았습니다.

다행히 진입로는 통제가 안 되고 있었습니다. 대나무의 고향 담양답게 입구부터 잘자란 대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어요.





대숲에서 나는 댓바람 소리가 더위를 물리치는 소솔함을 제대로 느끼게 했습니다.

소쇄원의 안과 밖을 가르는 경계인 이곳을 통과해야 비로소 은밀한 영역인 정원에 이르게 되나 봅니다.





대숲을 지나니 계류 뒷편으로 조그마한 정자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소쇄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광풍각이었어요.

계류를 건너 광풍각으로 건너갈 수 없도록 대나무로 진입로를 막아두어 건너편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는데요.

하는 수 없이 길가에 서서 작은 연못 황금정 너머 보이는 광풍각의 모습을 소심하게 담아 보았습니다.





한여름 정자의 풍광을 돋보이게 하는 나무는 역시 배롱나무죠. 담양은 정말 배롱나무가 많은 것 같아요.

배롱나무 사이로 보이는 광풍각의 모습을 멀리서 담아보았습니다. 정자까지 가보지 못해 정말 아쉬웠어요.





'깨끗하고 시원하다'는 의미를 담은 소쇄원은 정암 조광조의 제자 양산보(1503~1557)가 고향으로 내려와 조성한 곳으로 

자연과 인공을 조화시킨 아름다움으로 인해 우리나라 3대 정원에 손꼽히고 있는 정원이랍니다.





중종조 시절, 조광조가 추진했던 개혁 정치가 실패로 돌아가고 기묘사화로 조광조가 전라도 능주로 유배를 당하자

당시 17세였던 양산보는 그를 모셨다고 해요. 그해 겨울 조광조가 사약을 받고 사망하게 되자 큰 충격을 받은 양산보는

현세에서의 공명을 과감히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소쇄원을 짓고 이곳에서 은거생활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오른쪽 작은 연못 축대 위에 초정 하나가 있었는데 정자의 이름이 대봉대였습니다. 

봉황을 기다리는 정자이니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정자라는 뜻에서 지었나 봅니다.

이곳에서 양산보의 친구 김인보가 '소쇄원 48영'에서 대봉대의 풍광을 노래했다고 하네요.



 작은 정자의 난간에 기대어

小亭憑欄
오동나무 대에 드리운 한여름의 녹음을 보네
桐臺夏陰
해 저문 대밭에 새가 날아들고
叢筠暮鳥
작은 못에 물고기 노니네
小塘魚泳



부귀공명을 멀리하고 자연으로 돌아와 여유낙락하는 선인들의 풍류가 그대로 느껴지는 싯귀입니다.





대봉대를 떠나 소쇄원 담장 곁으로 난 숲길을 한참 걸어보았습니다. 대숲을 스치는 소슬바람이 참 좋은 곳이더군요.

비록 정원을 제대로 돌아보지는 못했지만 대숲길을 걸으며 좋은 공기를 마음껏 마신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지금 소쇄원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에게는 꼭 11월 이후에 방문하실 것을 권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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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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