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가 본방사수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믿고 보는 나영석 PD의 '알쓸신잡'입니다.

유희열, 유시민, 황교익, 김영하, 정재승......각 분야를 넘나드는 잡학 박사들이 같이 국내를 여행하면서

딱히 쓸데는 없지만 알아두면 흥이 나는 신비한 잡학지식을 수다로 풀어가는 프로그램이지요.

1화에 통영, 그 다음으로 순천, 강릉이 나오길래 제 본거지인 경주가 언제 나올까 기다렸는데

4회에 드디어 경주편이 방송되었네요. 그것도 앞선 지역과 차별되게 2회에 걸쳐서!!


다섯명의 잡학 박사들이 경주에 도착하자 마자 먹을 음식을 정했는데 바로 경주 해장국이더군요.

다른 곳에서는 다양한 음식을 소개하기 위해 2명 또는 3명이 팀을 나누어서 맛집을 찾아가던데

경주 해장국집에는 다섯명의 출연진이 모두 한 자리에서 해장국을 먹는 모습을 보여 주었어요.


보다보니 얼마 전 해장국거리에 가서 해장국 먹고 사진도 찍었는데 소개하지 못했던게 생각나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알쓸신잡 출연진들이 해장국을 먹었던 경주 해장국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경주역 남쪽으로 450m 정도 거리에는 팔우정 삼거리가 있는데요. 

그곳에서 대릉원 쪽으로 해장국거리가 쭉 이어집니다. 대략 6~7곳 정도 영업하고 있어요.





이곳에 해장국거리가 조성된 것은 상당히 오래 전 부터라고 합니다.

6~70년대에 뒷편 쪽샘마을(황오동)은 요정 100여곳이 들어선 대표적인 유흥가였는데요.

'통금'이 있던 그 무시무시한 시절에도 유일하게 통금히 적용되지 않았던 경주 쪽샘지구에는

'신라의 달밤'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로 흥청대었고 아침이 되면 팔우정에서 해장국을 먹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알쓸신잡에는 팔우정 해장국에서 해장국을 먹던데 저는 대구 해장국으로 들어갔어요.

팔우정 해장국이 원조라고 하지만 해장국거리의 음식은 다 비슷비슷한 맛이라고 하는군요.



팔우정 해장국거리의 식당들은 아주 작은 편인데요. 가게 구조나 파는 음식이 거의 다 비슷합니다.

문으로 들어가면 바로 주방이 있었구요. 안쪽에 탁자 4개 정도 놓이는 방이 있었어요.



저는 해장국 만드는 구경도 할 겸 주인 아주머니의 조리대를 겸하는 주방 식탁에 앉았습니다. 바깥도 잘 보이고 좋더군요.





해장국은 6,000원인데요. 자리에 앉으니 금방 깻잎 김치, 멸치 볶음 등 반찬 여러가지를 내어 놓으셨어요. 





그런데 조리대 바로 앞에 큼직하게 썬 메밀묵이 있었습니다. 

경주 팔우정 해장국의 특징은 고기를 우린 일반적인 해장국이 아니고 '메밀묵 해장국'이었어요. 





그리고 소쿠리에 정체모를 해초가 담겨 있었습니다.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모자반'이라고 하더군요. 

모자반이 들어가는 해장국이라니......생전 처음 접해 보는 해장국이네요.





바로 앞엔 김치 썬 것이 놓여 있었는데 빛깔이 제법 먹음직스러워 보였습니다.





주인 아주머니는 그릇에 메밀묵과 콩나물을 담은 후 팔팔 끓인 육수에 여러번 토렴을 하더군요.





그리고 그 위에 모자반, 김치, 각종 양념을 넣은 후 다시 뜨거운 육수를 부어서 내어 놓았습니다.





해장국의 육수는 상당히 맑은 편이었어요. 

메밀묵과 콩나물 위에 얹은 썬 김치와 모자반이 해장국의 비쥬얼을 담당해 주더군요.





숟가락으로 들어 한번 휘저으니 썬 김치 때문에 금방 육수가 발그스레하게 변해 버렸어요. 

큼직큼직하게 썬 메밀묵이 투박스러워 보이는데요. 가늘게 썰면 숟가락으로 뜨다 부러질까봐 굵게 채썬건가요?





해장국에다 밥 한그릇을 다 넣고 말아서 한 숟가락 떠 먹어 보았습니다.

맛이 참 깔끔하네요. 메밀묵과 모자반이 어울려 입안에서 바다향이 가득하는 듯 했습니다.

고기 냄새 나는 해장국을 싫어하시거나 채식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알맞은 해장국인 것 같았어요. 

뜨끈뜨끈한 해장국 한 그릇 먹고나니 속이 확 풀리더군요. 술 한 잔 하고 먹으면 어울릴 것 같은 음식입니다.





박해일, 신민아 주연의 영화 '경주'에서 경주에 온 박해일이 옛 연인 윤진서와 해장국을 먹던 장면이 떠오르네요.

해장국을 먹던 윤진서가 흐느끼며 울자 해장국 주인 아주머니가 "남자가 와 여자를 울리노?"하던 그 장면이지요.


팔우정 해장국거리의 해장국집은 식당 내부도 음식도 '경주' 영화에 나왔던 그 분위기 그대로이더군요. 

이곳의 식당들은 대부분 수십년 이상 된 식당이라 식당 내부와 집기들이 상당히 노후되었습니다.

내부도 오래 전 인테리어에서 변한 것이 없고 식당 내부는 상당히 비위생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어떤 식당에 갔을 때는 근처 하수구에서 악취가 풍겨나와 다소 비위가 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7~80년대 경주의 전통적인 모습이 남아 있는 마지막 식당이 아닐까요?

통금이 있던 그 시절 밤새 쪽샘마을에서 놀다가 아침에 허전한 속을 채웠던 사람들이 

그들만의 '참 좋았던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의 식당 '팔우정 해장국거리'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올려드린 맛집에 대한 평가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모든 리뷰는 전혀 댓가를 받지 않고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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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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